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10분만 더 공부하면 아내의 얼굴이 바뀐다''10분만 더 공부하면 남편의 직업이 바뀐다''열공해서 성공하면 여자들이 매달린다''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 


입시경쟁, 차별을 조장하는 모 업체 노트 표지 문구다. 본보 1월14일자 1면에 보도된 바 있다. 


그런데 지역의 한 교육단체가 한발(?) 더 나아가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이 '해당 상품표지 패러디 문구 모집'에 나섰다. 그저 재미있자고 하는 일은 아니다. "교육의 본래 목적을 알리고, 상품과 관련한 당사자들의 인권문제를 알리기 위해 '해당 상품표지의 패러디 문구를 공모'하고자 합니다." 시민모임이 패러디 문구 모집에 나선 이유다. 


시민모임은 공모에 선정된 패러디 문구를 SNS는 물론 언론 등을 통해 홍보할 예정이다. 또 인권ㆍ광고관련 법 위반을 근거로 해당 상품을 국가인권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로 시정조치를 요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패러디 문구 공모는 오는 11일까지. 이메일(antihakbul@gmail.com)이나 페이스북(facebook.com/antihakbul) 댓글, 트위터(twitter.com/gjantihakbul) 댓글 등으로 참여하면 된다는 게 시민모임의 설명이다. 


벌써부터 재미있는 문구가 쏟아진다. 


접수된 몇 가지 패러디 문구를 소개하면 이렇다. '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의 패러디 문구들이다. '대학가서 손벌릴래? 노동해서 효도할래?', '대학가서 용돈탈래? 공장가서 용돈줄래', '공부하다 sick sick할래? 일하면서 씩씩씩할래' 등이다. '열공해서 성공하면 여자들이 매달린다'는 문구에 대한 패러디도 가지가지다. '열공해서 실패하면 너의 청춘 날아간다'거나 '열공해서 성공하나? 현실은 배달이다'는 등이다. 


문득 얼마 전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광주시교육청에서 있었던 특강 자리였는데, 교육의 혁신을 위해서는 '대학입시제도'와 '대학체계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는 그의 이야기다. 우리의 고용 시장은 학벌주의에, 그 결과 대학은 서열주의에 물들여 있는 탓에 대학입시가 초중등교육을 속박하고 규정하고 있다는 게 그의 논리였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우리의 슬픈 현실이다는 생각이다. 모 업체가 성적제일주의를 부추기는 '자극적인 문구'로 노트를 만드는 것도 이런 이유일 터. "경쟁과 불안감을 부추기고, 성적과 학교 등으로 차별하는 광고를 찾아내어 의식과 제도를 바꾸어내는 일들을 여러분과 함께 펼쳐갈 예정입니다"는 시민모임의 '다짐'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홍성장 사회부 기자 sjhong@jnilbo.com


전남일보 http://www.jnilbo.com/read.php3?aid=1423407600462281080

,

대입 정시모집 발표가 잇따르자 각 고등학교 정문에는 현수막이 걸린다. ‘00대 00명’ 등 이른 바 명문대 합격 숫자와 ‘서울 4년제 000명’ 등 특정 학교 합격을 알리는 내용이다. 이에 질세라 중학교에도 같은 내용들의 현수막이 여지없이 걸린다. 과학고 외국어고 예술고 자율고 영재고 등의 합격자 이름이 게시된다. 급기야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2년 ‘특정학교 합격 홍보물 게시에 의한 학벌 차별 관행 개선을 위한 의견표명’을 받아들여 각급 학교에 현수막 철거 및 홈페이지 공시를 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학벌차별을 유발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인천시교육청은 지난달 29일 국가인권위의 이 같은 의견을 적극 수용해 관내 학교에 안내하며 게시 관행 자제를 당부했다. 학교 측이 남보다 열심히 가르친 결과를 재학생과 졸업생 그리고 주민들에게 홍보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입시위주의 교육을 부추기고 학력, 학벌에 의한 차별화를 조장한다는 측면에서는 다분히 부정적이다. 특히 청소년기는 각자가 가진 서로 다른 다양한 가능성을 검증받고, 진로를 탐색하는 시기여서 더욱 그렇다.

 

합격홍보 현수막 게시의 병폐를 조사한 시민단체도 있었다.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과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광주지부는 몇 년 전 전국 2천334곳의 고등학교 홈페이지를 모니터링 했다. 그 결과 제주(30.0%)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었으며 광주 20곳(29.9%), 그 뒤로 세종시 28.6%, 전북 25.8%, 경북 22.4%, 충남 21.1%, 경기 21.0%, 대전 16.1% 순이었다. 전남은 110곳의 고등학교 중 17곳(15.5%)이 합격 게시물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전국적으로 사립 고등학교가 공립이나 국립보다 합격 게시물을 더 많이 올리며 입시경쟁을 부추기로 있다고 시민모임은 설명했다.

 

고등학교 입장에서는 학교홍보의 수단과 함께 고교지망을 앞둔 중학생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는 1석2조의 효과를 노린다. 또 타 학교와 경쟁을 부추겨 학생들의 학구열이 뜨거워질 수 있다는 부수적인 효과도 노리고 있다. 하지만 명문대 진학이 고등학교 교육의 전부라는 인식을 학생들에게 심어 줄 수 있고, 대학에 불합격한 학생들에게는 민감한 시기에 소외감을 줄 수 있다. 학원도 예외는 아니다. 인천시교육청의 현수막 게시 자제요청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경기신문 http://www.kg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7385

,

[변방의 게릴라 ①]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 광주시민모임 상임활동가


"일상의 진보가 필요하다." <오마이뉴스>가 지역 사회에서 묵묵히, '우리 주변'의 문제를 파고드는 '변방의 게릴라'들을 만납니다. '중앙권력을 향한 견제'만큼이나 성스러운 변방의 싸움을 통해 시민운동의 미래를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편집자말]



▲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상임활동가.

ⓒ 소중한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 앞 사진 한 장이 인터넷을 달궜다. 한 시민단체의 '대학도서관 전면 개방을 위한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 사진을 두고 누리꾼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 대학도서관 개방 찬성자들은 "공공재로서의 대학의 역할"을 강조했고, 반대자들은 "대학도서관은 대학 구성원인 학생·교직원에게 우선권이 있다"고 맞섰다. 


이 와중에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회원은 "광주가 또 한 건 해냈다"며 이 시민단체의 활동을 폄하했다. 아무리 '기-승-전-광주'로 기생하는 일베라지만 뜬금없이 웬 광주? 이유는 하나다. 이날 헌법소원을 낸 시민단체가 광주에서 활동하는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아래 시민모임, 홈페이지 바로가기)'이기 때문이다.


시민모임의 유일한 상임활동가 박고형준씨는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수백개의 댓글을 일베에서 받아보네요. 이제 일베에서 놀아야 되나 봅니다. ㅋㅋㅋ" 


"특정학교 합격 게시물은 차별"... 인권위 결정 이끈 '변방의 게릴라'




▲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 앞 사진 한 장이 인터넷을 달궜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의 '대학도서관 전면 개방을 위한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 사진을 두고 네티즌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이다. 대학도서관 개방 찬성자들은 "공공재로서의 대학의 역할"을 강조했고, 반대자들은 "대학도서관은 대학 구성원인 학생·교직원에게 우선권이 있다"고 맞섰다.

ⓒ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지난 2일 오후, 광주 동구 시민모임 사무실에서 형준씨를 만났다. 이날은 최근 아빠가 된 형준씨의 출산휴가 후 첫 출근날이었다. 그는 "'변방의 게릴라'라는 기획명은 좋은데 내가 인터뷰를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멋쩍은 웃음을 내보였다. 


변방의 게릴라 첫 인터뷰 대상자로 형준씨를 택한 건 그와 시민모임이 광주에 뿌리내리고 있으면서도 전국에 파장을 일으킬 만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모임이 헌법재판소에 낸 대학도서관 개방 헌법소원은 인터넷을 달궜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 사전심사를 통과해 현재 심리 중에 있다(관련기사 : 도서대출에도 '신분'이 있다는 거 아셨나요?).


시민모임이 벌인 판은 대학도서관 개방 운동뿐만이 아니다. 시민모임이 생기기 전인 2006년부터 시작된 '특정학교 합격 게시물 반대 운동'은 시민모임의 뿌리같은 존재다(2008년 준비모임 발족, 2011년 정식 출범). 


형준씨는 "학벌주의를 부추길 뿐만 아니라 학생의 인권과 개인정보가 침해된다"는 이유로 지금도 학교와 학원에 나붙는 '3학년 ○○○, SKY(서울·고려·연세) 합격' 등의 게시물을 감시·견제하고 있다. 2006~2014년 약 200곳의 고등학교·학원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해 특정학교 합격 게시물 철거를 유도했다. 2013년엔 전국 고등학교 홈페이지를 일일이 접속해 381건의 특정학교 합격 게시물을 적발했다.


2012년 10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차별시정위원회 결정문'을 내고 "특정학교 합격 홍보 게시 행위를 자제하도록 각급 학교를 지도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같은 해 3월 시민모임이 인권위에 낸 집단진정의 성과다. 


이외에도 시민모임은 '학벌없는사회를 열어가는 시민강연', '용봉 사람책 도서관', '정보공개청구 운동' 등을 벌이고 있다.


"이전에 하던 시민운동에 회의감이 들었어요. 성명서 하나 내고, 달랑 기자회견만 하는 방식의 시민운동은 사회를 바꾸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재미도 없었어요. 일단 저는 지역에서 시민운동을 하고 싶었고,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문제를 건드리고 싶었죠. 그걸 찾다가 학벌이라는 소수자 관점에 초점을 두고 교육 운동을 시작한 거예요."




▲  지난해 1월 기자와 함께 광주의 한 대학도서관을 찾은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활동가가 출입 단말기 시설에 막혀 자료실 및 열람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 소중한


고3 때 수능 고사장 대신 교육청으로... '대학 평준화' 시위


형준씨는 "이미 뉴스에 나온 이야기에 한 마디 보태는 것보다 우리 주변, 더 낮은 곳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수 있는 청각이 있어야 한다"며 "대학도서관 개방, 특정학교 합격 게시물 반대 등의 운동이 그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냥 이슈가 되는 시민운동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삶이 바뀌는 시민운동이 돼야 한다"며 "언론에 뿌리는 보도자료를 넘어, 관계기관 정보공개청구도 해보고, 안 되면 국가인권위, 헌법재판소에 문제제기도 해 보는 게 시민모임의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시민모임의 상임활동가는 형준씨 한 명이다. 약 260명의 회원은 매달 3000원 이상의 후원을 해 시민모임의 동력원을 제공한다. 살림은 형준씨와 함께 '살림위원회' 위원 6명이 이끈다. 살림위원의 직업은 교사, 간호조무사, 영상제작가, 대학생 등 다양하다. 지난 달, 30일 가량 이어진 형준씨의 출산휴가도 살림위원회의 허락(?)을 통해 가능했다.


형준씨가 처음 학벌 문제에 발을 들인 건 2002년 겨울, 고3 때다. 그는 수능 날 고사장이 아닌 광주광역시교육청 앞에 섰다. 손엔 '대학 평준화' 글귀가 담긴 손팻말을 들었다. 학벌 비판 운동이나 대학입시 거부 운동이 생소한 게 당시 분위기였다. 어느새 형준씨는 '대학입시 거부 1세대'가 돼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제 행위 자체에 크게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아요. 당시 수능을 보지 않고 지금껏 대학을 가지 않고 있으니 그냥 최초 대학입시 거부자가 돼 버린 거예요. 그렇다고 '저 대학입시 거부자 아닌데요'라고 굳이 반응할 필요도 없고, 다른 대학입시 거부자의 생각에 동참해야겠다는 의식도 생겼어요. 조금이라도 힘이 되려고요."


이렇듯 형준씨에겐 '연대'가 중요하다. 학벌 문제를 비판하는 시민단체에 있으면서도 대학생, 탈핵, 성소수자를 위한 활동에도 적극 참여한다. 2011~2014년 삼성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1352일 동안 매주 진행하기도 했다(관련기사 : "삼성 앞 '1352일' 1인시위... 오늘 마칩니다")




▲  2011년 1월 13일 광주 동구 삼성생명 건물 앞에서 1인시위를 시작한 '삼성의 사회적책임을 요구하는 시민모임(삼사모)'이 3년 8개월 동안 했던 1인시위를 25일 마무리했다. 사진은 그동안 1인시위를 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모은 것이다.

ⓒ 소중한, 임영규, 박고형준


"학부모의 지나친 열정, 학생 '교육 주체'에서 멀어져"


최근 아빠가 된 형준씨에게 "교육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앞으로 어떤 환경에서 딸이 교육받았으면 좋겠나"라고 물었다.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그런 생각 안 해봤어요. 자기 인생 자기가 사는 거죠(웃음)."


농담 섞인 답변의 속뜻을 다시 물었다. 


"지금 교육정책, 교육운동이 무엇으로 돌아가는지 보세요. 학생에 의한 교육열이 아니라 학부모의 지나친 열성이잖아요. 그러니 학생은 교육의 주체에서 멀어지고 오로지 내 자식을 위한 경쟁교육만 남게 되는 거죠. 


굳이 제 딸의 교육에 관심을 갖는다면 학업 능력, 교과학습 신장에 도움을 주기 보다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잘 적용하고 싶어요. 자녀에게 쏟는 돈의 액수나 강압적인 학습으로 지탱하는 교육이 아닌 자생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학교가 되도록 감시 역할을 하고 싶어요."




▲  2013년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이 벌인 특정학교 합격 게시물 반대 금요 캠페인.

ⓒ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

학생들 "모르는 소리 말라" 논란

합격생 명단 대신 졸업생들 이름 다 내거는 10년 전통

언론 모범사례 보도하자 학생들 SNS "사실과 다르다"


'서울대 ○○명 합격', '합격을 축하합니다. 경찰대학 : ○○○, 육군사관학교 : △△△, 해군사관학교 : □□□'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을 축하합니다. 00고 3학년 ○○○'. 


해마다 이맘때면 각급 고등학교에 내걸리는 현수막들이다. 최근 많이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현수막들이다. 국가인권위가 '특정 학교의 합격을 알리는 현수막이 전국적으로 게시되는 것과 관련 학벌로 인한 차별 문화가 우려된다'며 여전히 각 시ㆍ도교육청에 지도ㆍ감독을 요구하고 있을 정도다.


광주 모 고등학교에 내걸린 현수막이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학교가 내건 대형 현수막에 400명이 넘는 학생들의 이름이 반과 번호 순서대로 빼곡히 담겼다. 이 현수막은 광주 모 고등학교 총동창회와 재학생들이 3학년 졸업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수능시험 잘 보라고 걸어둔 것을 대입 성적이 나온 이후에도 명문대 합격 현수막 대신 계속 걸어두고 있다. 2007년부터 이어져 오는 이 학교만의 '전통'이다. "10년 이상의 전통"이고 "단 한 학생도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자"라는 의미라는 게 학교의 설명이다. 하지만 '갑론을박'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게 '겉과 속이 다르다'는 학생들 반응이다. 한 학생은 '페이스북'을 통해 '좋아 보이는 척 다하는데, 속은 썩어 문드러짐. 안 걸기는 xx 서울대 몇 명, 어디 몇 명, 학부모 설명회마다 난리치고 교무실에도 떡하니 걸어놓는데'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학생은 '명문대 합격생을 늘리기 위해 심화 특별반을 만들어서 그 어떤 학교보다 스페셜한 차별대우를 제공하는 00고엔 꼭 필요한 처사네요'라고 비꼬기도 했다. 이밖에 '언제부터 저렇게 차별대우 안 했다고''꿈보다 해몽이다''말과 행동이 다르다지''웃어도 되나''이게 뭐냐''겉과 속이 달라도 너무 다르네, 가식에 끝을 보여주네'라는 반응도 부지기수였다. 


대형 현수막 앞에서 찍은 한 장의 기념사진이 학생들 반응을 반영하고 있는 모양새다. 다름 아닌 서울대에 수시합격한 8명의 학생과 학교장, 교감, 교육과정운영부장 등 교직원이 함께 찍은 '기념사진'이다. 학교 측은 이 사진을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게시하기도 했다. 학교 측은 "모 언론사에서 요청해 찍은 사진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특정 학교 합격 현수막 반대운동을 펼치는 학벌없는사회 광주시민모임 한 관계자는 "이 학교의 대범함에 놀라울 뿐"이라며 "더 놀라운 건 뉴스 보도 이후 페이스북에 학생들이 지적한 학교의 이중성이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3학년 학생의 이름이 담긴 특별한 현수막'이 지역 방송사 등에 모범사례로 보도된 것을 두고 한 이야기다.


홍성장 기자


전남일보 http://www.jnilbo.com/read.php3?aid=1422889200461936004




,


대입 입시철이 마무리되는 요즘 고등학교마다 명문대 몇 명 합격했다. 이런 현수막이 걸리곤 하는데... 최근엔 많이 줄었습니다. 공부 잘 하는 학생 몇 명의 이름을 거는 대신 전교생의 이름을 거는 학교도 있습니다.김철원 기자입니다.
...
대형 현수막에 4백명이 넘는 학생들의 이름이 반과 번호 순서대로 빼곡히 담겼습니다. 이 현수막은 광주 숭일고 총동창회와 재학생들이 3학년 졸업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수능 시험 잘 보라고 걸어둔 것을 대입 성적이 나온 이후에도 명문대 합격 현수막 대신 계속 걸어두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 이화련 숭일고 학생 "제 이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의 이름들이 모두 있기 때문에 친구들과 좀 더 끈끈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요."

(인터뷰) 정준우 숭일고 학생 "다른 구성원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줬다고 생각합니다."

2007년부터 전교생 이름을 걸고 있는 학교는 공부 잘 하는 몇몇 학생의 이름을 자랑삼아 내거는 것에 비해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해웅 광주 숭일고 교감 "한번도 현수막에 이름이 걸려보지 못한 학생들이 대부분이잖습니까? 그래서 학생들로 하여금 자기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나 학교에 대한 애교심을 갖도록 해보자..."

학벌없는 사회 광주시민모임이 광주시내 학교들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보면특정 학교 합격 여부를 알리는 현수막이나 홈페이지 게시물은 줄고 있는 추세입니다.

(인터뷰) 박고형준 학벌없는 사회 광주시민모임 "학벌중심 교육에 대한 반성이지 않겠냐 하는 생각이 들고요. 모든 학생들이 학교에서 존중받을 수 있는 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 인권위원회도 지난 27일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고 "성장하는 청소년들에게 우리 사회가 인격적으로 상처를 주고 학생간 서열 문화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특정 학교 합격 홍보물 게시를 자제해줄 것을 전국의 시도교육감에게 요구했습니다.

MBC뉴스 김철원입니다.

 

광주MBC

,

'서울대 합격 현수막' 홍수 속 이런 현수막도

광주 숭일고, '고3 전원' 이름 담은 현수막 게시... "학생 박탈감 생각해야"


대입 수학능력시험 후 두 달이 지났다. 수시합격 학생들은 지난해 12월 이미 대학 등록을 마쳤고, 나머지 학생들은 29일까지인 정시모집에 응하고 있다. 


매년 이맘 때면, 전국의 고등학교에 '우리 학교 학생이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 합격했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나붙는다. 아래 사진은 지난해 12월 전남 목포의 한 고등학교에 걸린 현수막이다. 


"서울대 5명!! 일반고 전남최다 합격!"



▲ 지난해 12월 전남 목포의 한 고등학교에 걸린 '특정학교 합격 현수막'이다. 현수막에는 "서울대 5명!! 일반고 전남최다 합격!"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 소중한


이 학교의 경우, <오마이뉴스>의 제보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의 민원제기에 따라 전라남도교육청의 철거 명령이 떨어져 현수막을 내렸다.


하지만 특정학교 합격 게시물의 사례는 이 학교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전남 순천의 육교에 걸린 한 고등학교의 현수막과 지난해 9월 광주 남구의 한 고등학교에 걸린 현수막에는 학생의 이름까지 선명히 박혀 있다.


"합격을 축하합니다. 경찰대학 : ○○○, 육군사관학교 : △△△, 해군사관학교 : □□□"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을 축하합니다. ××고 3학년 ◇◇◇"



▲ 지난해 12월 전남 순천의 육교에 걸린 한 고등학교의 현수막과 지난해 9월 광주 남구의 한 고등학교에 걸린 현수막에는 학생의 이름까지 선명히 박혀 있다. ⓒ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국가인권위 "학생들에게 소외감... 학벌주의 부추겨"


반면 이런 사례도 있다. 광주 북구에 있는 숭일고는 고3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기 직전, 모든 학생의 이름을 담은 현수막을 학교에 내건다. 올해에도 졸업을 앞둔 숭일고 3학년 1~11반 학생 413명의 이름이 적힌 현수막이 학교 건물에 걸렸다. 


그렇다고 숭일고가 '수능 고득점자가 들어갈 수 있는 대학'에 합격한 학생이 없어서 이러한 현수막을 내건 것은 아니다. 2015학년도 대입 수시전형에서 숭일고 학생 8명이 서울대에 합격했다. "아직 정시모집이 진행 중이라 합격자 수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게 숭일고의 설명이다. 


숭일고 관계자에 따르면, 이같은 현수막은 "10년 이상의 전통"이다. 26일 만난 서현기 숭일고 교장은 "매년 현수막이 걸리면 학생들이 자기 이름이 있나 확인하며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 광주 북구에 있는 숭일고는 고3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기 직전, 모든 학생의 이름을 담은 현수막을 학교에 내건다. 올해에도 졸업을 앞둔 숭일고 3학년 1~11반 학생 413명의 이름이 적힌 현수막이 학교 건물에 걸렸다. ⓒ 소중한


물론 이 학교도 특정학교 합격 현수막을 건 적이 있다. 서 교장은 "우리도 한때 좋은 대학에 입학한 학생의 이름을 학교 앞에 내걸었다"면서 "현수막에 이름이 적히지 않은 학생들의 박탈감을 생각해 지금처럼 모든 학생의 이름을 담은 현수막을 걸게 됐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는 '특정학교 합격 현수막'을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있다. 


2012년 10월 국가인권위가 내놓은 '차별시정위원회 결정문'에는 "(특정학교) 외의 학교에 입학하거나 진학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소외감을 줄 수 있고, 학벌주의를 부추길 우려도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특정학교 합격 홍보 게시 행위를 자제하도록 각급 학교를 지도감독할 필요가 있다"고도 적혀 있다.


뿐만 아니라 특정학교 합격 현수막은 "학생의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특정학교 합격 현수막 반대운동을 펼치는 학벌없는사회 광주시민모임 측은 "학생의 동의 없이 성적, 가족 및 교우관계, 징계기록, 학비미납 등의 개인정보를 공개해선 안된다"며 "특히 보호자의 동의를 얻었더라도 학생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불특정 다수에게 학생의 정보를 노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76168

,

KBC 따따부따 '논란의 특정학교 합격 게시물' 


,



▲ 대학 도서관을 지역 시민에게 개방하는 문제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부경대 중앙도서관. 이송희 시민기자 제공


대학 도서관을 지역 시민에게 개방하는 문제에 대해 시민단체와 학생들의 시각이 사뭇 다르다.

 

도서관 개방을 둘러싼 갈등은 최근 광주의 한 시민단체가 국·공립대학 3곳을 대상으로 '대학 도서관을 지역민이 이용하도록 해 달라'며 헌법소원을 내면서 더 첨예화되고 있다.

 

헌법소원을 낸 시민단체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은 "대학 도서관은 국가와 지자체의 재정 지원 등 사회적 비용으로 만들어졌다"며 "대학도서관이 대출 및 열람을 불허한 것은 시민의 알 권리와 교육받을 권리,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학생들의 의견은 다르다. 학생들은 도서관의 무조건 개방을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 이들의 주장은 '재학생이 사용하기에도 현재의 도서관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은 면학 분위기를 해칠 우려가 있고, 물품 분실의 위험도 있다고 주장했다. 


부산대 정지훈 학생은 "지역민을 위한 도서관이 구마다 있는데 굳이 대학 도서관까지 개방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부경대 김수민 학생 역시 "일반인이 열람실에 들어와서 면학 분위기가 흐려져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반발도 만만찮다. 시민단체는 일부 대학 도서관은 지역민이 이용할 만한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폐쇄적인 운영을 해 온 사실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대학 도서관은 모든 이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자료 대출은 물론 충분한 공간 확보도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 대부분 대학은 연회원이나 신분증 제시 등의 절차를 거쳐 일부 시설을 개방하고 있다. 다만 최소한의 열람실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엄격하게 일반인의 열람실 출입을 통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고, 이 때문에 중·고생의 무분별한 출입으로 이어져 면학 분위기가 깨지자 학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재학생의 불만 여론이 높았다. 이는 고스란히 도서관 개방의 반대 견해로 굳어졌다. 


교육 전문가들은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 등으로 이루어진 대학이 지역민의 요구를 전적으로 무시하기는 어려운 처지라고 분석한다.  


실제 서울시립대의 경우는 시의회로부터 약 1억여 원의 예산을 배정받으면서 점진적으로 도서관 일반열람실을 개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한양대 역시 성동구청과의 협약을 통해 만 19세 이상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도서관 자료 열람실을 개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문가는 "합의를 통해 대학 도서관의 지역민에 대한 개방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해당 지역 공공도서관의 시설을 확충하고 신설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송희 시민기자


부산일보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50110000017

,

아이들 학용품까지 성적ㆍ외모 지상주의

- 대학 가서 미팅할래? 공장 가서 미싱할래?

- 10분 더 공부하면 아내의 얼굴이 바뀐다

- 공부는 오로지 출세 수단인양

- 학교 서열ㆍ계급 사회 조장


'성적 지상주의'와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기는 학용품까지 등장했다. 공부하도록 자극하기 위한 '아이디어 상품'이라지만, 청소년들에게 '성적'과 '외모'가 최고라는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8'이라는 업체가 공급하고 있는 노트(사진)가 대표적이다. 표지의 문구가 자극적이다. '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 대학가고 미팅하면 행복해지고, 공장가고 미싱하면 불행해진다는 1970년대 개발독재시절에나 어울릴 문구다. 직업 비하까지 연상시키고 있다. 


더 황당한 문구도 있다. '10분 더 공부하면 남편의 직업이 바뀐다'거나 '10분 더 공부하면 아내의 얼굴이 바뀐다'는 식이다. 문구대로라면 '성적'이 미래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논리고 여성에게는 '남편의 직업'이, 남성에게는 '아내의 얼굴'이 이른바 공부의 유일한 목적인 셈이다. ' 성공하면 저남자가 내남자다''열공해서 성공하면 여자들이 매달린다' 등도 같은 맥락이다. 


성적지상주의도 상당하다. '공부안한 내성적표 대재앙을 일으킨다''성적이 떨어졌을땐 이빨 보이지 않습니다''공부할 땐 연애하지 않습니다''지금놀면 평생논다' 는 등이다. 


노트를 접한 학부모 등은 황당할 뿐이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전미래(45)씨는 "아이들 얼굴 보기가 민망할 정도다"라며 "우리 사회에 팽배한 성적지상주의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고 안타까워했다. 


광주 동성고 윤영백 교사는 "사실 옛날부터 학교에서 떠돌던 학급 급훈들이다"며 "웃자고 만든 문장들이지만 학력지상주의와 외모지상주의에 찌들어 있는 문구들이다"고 말했다. 또 "여자고등학교 교실엔 10분만 공부하면 남편직업이 바뀐다는 급훈 또한 존재했던 기억이 난다"고도 했다. 


학벌없는 사회 광주시민모임 박고형준 활동가는 "보이지 않는 학교서열과 계급사회를 조장하며 결국 소위 명문대를 가기 위해 학교나 가정, 사회에서 심각한 학습경쟁을 하게 될 우려가 있다"며 "남성은 좋은 직업, 아내는 예쁜 얼굴이라는 성별 고정관념을 불러일으키며 학습의 목적을 단순히 결혼으로 귀결시킬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업체 관계자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만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그런 문제가 있을 줄은 몰랐다"며 "내부에서 현재 문구를 수정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학벌없는 사회 광주시민모임은 소비자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다. '소비자가 오해할 우려가 있는 특정용어 또는 특정표현의 사용을 제한할 필요가 있는 경우'라는 '광고기준' 조항을 어겼다는 판단에서다. 


글ㆍ사진=홍성장 기자 sjhong@jnilbo.com


전남일보 http://m.jnilbo.com/article.php?aid=1421161200460470001

,

[사회] ‘도서관 시민 개방’ 사회적 목소리 높아지지만 대학들 공간 부족, 도난 우려 등의

이유로 소극적… “대학은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악순환을 끊고 ‘교육문화 공간’으로서 도서관 기능 복원해야”


2014년 12월31일 오전 10시,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서울시립대 중앙도서관 앞.

학교는 한적했다. 오가는 학생은 거의 없고 지역주민이 자전거를 타거나 개를 데리고 산책하고 있었다. 서울시립대가 끼고 있는 배봉산을 올랐다가 내려오는 노년층이 대부분이었다. 도서관을 드나드는 학생 수는 손에 꼽혔다. 1시간에 10명이 채 안 됐다. 1988년에 건립된 도서관은 6488m² 규모의 4층 건물로 국내외 장서 85만5279권과 열람석 1420석을 갖췄다(2012년 12월31일 기준). 이곳이 ‘대학도서관 개방’ 논란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2014년 9월23일 오전 11시, 서울시립대의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업무보고 현장. 맹진영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주민 건의사항”이라며 이건 총장에게 이렇게 묻는다.


‘도서관 시민 개방’ 예산 지원 받지만


맹 의원: 국립대 일부는 지역주민한테 도서관 일부를 개방해주고 있는 걸로 안다. 열람도 하고 대출도 해주고. 시립대는 주민 대상으로 그런 것이 없나?


이 총장: 도서관장의 허락을 받으면 할 수 있게는 돼 있다. 몇 명이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런 절차가 있다. 그런데 우리 도서관이 굉장히 협소하고 작은 편이다. 설혹 개방이 된다고 하더라도 자리잡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맹 의원: 자리 열람하는 것까지는 말고 대출 정도는 적극적으로 고려해주면 좋겠다.


이 총장: 그렇게 하겠다.


맹 의원: 왜냐면 사립대인 경희대나 중앙대도 일부는 해주고 있다. 주민 입장에선 우리 세금으로 운영되는데, (서울)시립대가 너무 전향적이지 않다는 얘기가 많다. 학생이나 교수들 연구하는 데 방해될 정도가 아니고 적절한 규모에서(개방해달라).


서울시의회는 서울시립대 예산 심의 과정에서 도서관 지역주민 개방을 전제로 서울시립대에 예산 1억7천만원을 추가로 배정했다. 1억원은 휴먼라이브러리(책 대신 사람을 빌리는 사람책 도서관) 사업비, 7천만원은 시민 도서 구입비다.




»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이 2014년 11월5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이날 “지역주민에게 개방하지 않는 서울시립대·서울교육대·광주과학기술원 도서관은 국민의 알 권리, 교육받을 권리, 평등권, 국민추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뉴시스


2014년 11월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이 대학도서관을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라며 국공립 도서관인 서울시립대·서울교육대·광주과학기술원 도서관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냈다. “대학도서관이 지역주민의 대출 및 열람실 이용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 교육받을 권리,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헌이다.” 박고형준 상임활동가는 “대학도서관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 등 사회적 비용으로 만들어졌다. 공공기관이므로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학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지식을 생산하고 그것을 사회에 환원하려고 설립된 곳이다. 정보를 독점해 학벌,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악순환을 끊고 ‘교육문화 공간’으로서 도서관 기능을 복원해야 한다.”


“스터디룸은 평소에도 자리가 없는데…”


서울시립대 재학생들과 중앙도서관은 반발한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와 사서과가 2014년 11월27일부터 12월2일까지 학생 83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85%(713명)가 “도서관 (시민) 개방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찬성한 응답자는 1.7%(15명)에 그쳤다. 반대 이유로는 △공간 부족 △구립도서관 이미 존재 △물품 훼손·도난 우려 △성범죄·노숙자 출입 우려 등을 꼽았다. 김규성 중앙도서관장은 “대학도서관은 학생 학업과 교수 연구를 위해 설립된 곳이다. 따라서 학교 구성원, 특히 학생 권리가 침해되지 않는 게 우선이다. 개방에 따른 연쇄적 문제는 계속 발생하기 마련이다”라고 비판했다. “연쇄적 문제”를 김정규 사서과 과장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책별로 한두 권밖에 비치돼 있지 않다. 시민들에게 도서 대출을 허용하면 학생들이 당장 수업과 학습에 필요한 책을 빌리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학생은 도서 반납을 하지 않으면 졸업을 못하는 등 실질적 제약이 있지만 시민에게는 특별한 제재가 어렵다. 도서 반납을 안 할 때 대처하기 어렵다.” (<서울시립대신문> 12월18일)


조창훈(24·철학) 총학생회장은 “왜 굳이 대학의 본질인 연구와 학습이라는 목적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공공성 확보를 해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지민(21·국어국문)씨는 “(도서관) 규모가 작아서 시험기간에는 학생들이 이용하기에도 불편한데 시민에게까지 개방하면 문제가 많다”고 반대했다. 하아무개(23·자연과학)씨는 “스터디룸은 평소에도 자리가 없다. 이대로 개방하면 시민도, 학생도 다 같이 불편해진다”고 우려했다.


대학도서관 개방을 둘러싼 20대의 여론은 비슷하다. 전경석(29)씨는 “열람석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대학생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이라고 했다. 열람석 좌석은 실제로 충분하지 않다. 1995년에 전체 대학도서관 좌석당 평균 인원이 4.2명이었는데, 2013년에는 좌석당 평균 5.4명으로 법정 기준인 5명 조건도 충족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대학생 수는 늘었지만 그에 비해 도서관 열람석 좌석은 확충하지 않아서다. 김지민(26)씨는 “공공도서관이 부족하다면 그 책임은 지자체나 지역도서관에 돌려야 한다. 그렇다고 대학도서관을 개방하라는 것은 남의 집 정원에 들어가겠다는 것과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1관당 인구수는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다. 자료구입비도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우리나라 대학도서관은 공공도서관보다는 나은 상황이지만, 미국 대학도서관과 비교하면 역시 열악하다. 연간 자료구입비는 5분의 1, 소장 도서는 3분의 1, 직원 수는 10분의 1 수준이다.


미국 대학도서관은 1960년대부터 지역주민에게 문을 열었다. 1천여 개 대학도서관을 대상으로 개방 현황을 조사한 1967년 미국 논문을 보면, 지역주민에게 95%가 열람을, 85%가 도서 대출을 허용하고 있었다. 대부분 무료였다. 지역주민의 도서관 이용이 급속히 늘어나자 이후 유료로 전환했다. 2010년 기준으로 예일대학 서고 출입만 해도 하루 10달러를 내야 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은 1년 500달러, 6개월 350달러를 받았다. 졸업생은 각각 150달러, 90달러로 깎아준다. 컬럼비아대학은 1개월 열람 55달러, 대출 100달러였다. 켄트주립대학은 16살 이상 지역주민에게 대출을 허용하는데 연간 30달러의 이용료를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도서관 개방 논의가 1990년대에 불붙어 2000년대에 활발해졌다. 근거는 헌법과 도서관법이다. 헌법 제3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5항은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도서관법 제7조 3항은 “대학도서관 등은 그 설립 목적의 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공중이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 및 도서관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제43조 2항은 도서관은 “모든 국민이 신체적·지역적·경제적·사회적 여건에 관계없이 공평한 지식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돼 있다.


개방 조건이 까다로운 국공립대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공립대학에 도서관 개방 요구가 빗발쳤다. <한겨레> 2004년 11월16일치에 독자 박순필(전북 전주시 송천동)씨가 쓴 글을 읽어보자. “요즘 학교 여기저기서 ‘국립대학교 도서관을 개방하라’는 대자보가 눈에 띈다. 1968년 프랑스의 소르본대학이 노동자들에게 24시간 도서관을 개방했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지식의 공중성은 오래전부터 추구돼온 중요한 사회적 가치다. 이미 선진국의 많은 대학들은 주민들에게 도서관을 개방함으로써 지역의 주체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의 대학 당국도 더 이상 대학도서관 현실론만을 문제 삼아 개방을 지루하 게 끌 것이 아니라 열람실을 확충하고 양서를 축적하는 데 노력해 하루빨리 도서관 개방에 자발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서울대(2000년) 등에서부터 하나둘 대학도서관 문이 열렸다. 2012년 현재 전체 대학도서관 433곳 가운데 48%(208곳)가 지역주민에게 개방하고 있다. 국공립대는 71.2%(47곳), 사립대는 43.9%(161곳)이다. 2005년(39.3%)과 비교하면 국공립대 개방 비율은 2배 가까이 늘었다. 지역별로는 강원도와 충남이 80% 전후로 높고 광주와 서울이 25%대로 낮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국공립대가 더 폐쇄적으로 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대 문헌정보학 박사과정 정대근씨는 논문 ‘대학도서관 외부이용자제도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2011·한국도서관 정보학회지)에서 “외견상으로는 개방이 확대되는 듯 보이지만 개방 조건이 오히려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공립대 대학도서관 현실을 2007년과 2010년을 기준으로 각각 비교해보니, 첫째 이용료가 비싸졌다. 지역주민에게 이용증을 무상 발급하던 대학도서관은 예치금을 받거나 그 금액을 올렸다. 이용료 부과로 바뀐 곳도 생겼다. 예치금·연회비·도서관발전기금 등을 내야 도서관 이용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금액은 3만·5만·10만·20만원으로 천차만별이다. 둘째, 평균 대출권수는 3.6권에서 3.4권으로 줄었다. 지역주민의 대출권수와 대출기간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지역주민을 학생과 동일하게 대우하는 대학도서관이 2007년 44%에 달했는데, 2010년에는 16%에 그쳤다. 76%가 학생보다 낮은 대우를 한다.


논문은 또 대학도서관을 지역주민에게 개방하면 ‘학생 학습권 제약’이나 ‘도서 분실’ 등 “연쇄적 문제”가 발생한다는 서울시립대의 주장이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걸 보여준다. 2000년부터 지역주민에게 대학도서관을 개방한 A대학의 사례를 분석해보니 그랬다.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예치금 5만원을 내고 A대학도서관에서 이용증을 발급받은 지역주민은 3202명이었는데 이 중 A대학 졸업생이 51%(1631명)였다. 이용자의 평균연령은 30.8살로 20~30대가 89%를 차지했다. 또 44%(1415명)가 평균 571일(1년7개월) 만에 도서관 이용을 중단했다. A대학 졸업생들이 취업을 준비하려고 대학도서관을 한시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졸업생에게도 폐쇄적인 대학도서관


1인당 대출건수는 지역주민(20권)이 학생(15권)보다 많지만 이용하는 책이 달랐다. 문학을 공통적으로 많이 대출했지만 학생은 법학·경영학·경제학을, 지역주민은 영어·교육학·경제 등을 주로 이용했다. 특히 대출권수 대비 연체율은 학생(20%)보다 지역주민(15%)이 낮았다.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석사과정을 밟은 김예찬(29)씨가 경험담을 말했다.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 입학을 준비하면서 대학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었다. 등록금을 내고 대학 구성원으로 살아왔는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됐다. (대학도서관을 지역주민에게 개방하면) 재학생이 단기적으로 불편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그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강예슬·천다민 인턴기자


■참고 문헌: ‘대학도서관과 지역사회의 상호협력에 관한 연구’(박원형·2012), ‘학습기능의 중심축으로서 대학도서관 개방 방안’(김선이·김윤섭·2011), ‘대학도서관 외부이용자제도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정대근·사공복희·2011) 


한겨레21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8765.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