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들의 명절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별칭을 가지게 된 배경에는 서로의 얼굴을 자주 보지 못하는 이들이 다 함께 모여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는 뜻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이와 상반되게 한국 사회에서 명절은 가족주의, 학벌주의, 가부장적 문화 등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정상성을 강요하였으며, 이는 성소수자는 물론 여성과 장애인, 청소년 등에게 큰 압박이 되었다. 명절 스트레스,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은 일상이 되었고,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명절이란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날이 아니다.
‘명절’의 한자를 다시 보자. 이름 명과 마디 절. 본래 이름난 절기를 뜻하며, 우리는 ‘이름’에 초점을 맞춰보고자 한다. 우리는 때때로 이름을 잃어버린다. 특히 명절에 우리는 하나의 인격으로 존재하기보다 가족, 혼인 관계 등 이성애 / 성별 이분법 / 가족주의에 근거한 위치로 서열화된다. 하지만 우리의 존재는 기존 질서를 넘어 공동체의 새로운 모습, 평등한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퀴어문화축제가 새로운 명절로서 잊혀진 우리의 ‘이름’을 외치며, 사회를 향해 우리의 존재를 호명하는 ‘명절’이 되길 바란다.
여전히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제정되지 않았고, 혼인평등과 생활동반자법 등이 부재하며, 우리의 존재는 손쉽게 지워진다. 최근 교육부에서 준비한 ‘혐오·차별 표현 대응 가이드북’은 오월 광주를 조롱하고 폄훼하는 사회적 움직임을 막기 위해 기획되었다. 그러나 정작 ‘반대 민원’을 이유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가이드북에서 밀려났다. 오월이 곧 우리이고, 광주가 곧 우리이다. 당당한 광주 시민으로 우리는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의 가슴 속에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광주는 우리의 모태이자 자랑이다. 또한 80년 5월 18일의 광주가 인권과 존엄을 상징하기에, 현시대의 차별과
혐오 한가운데에 있는 우리 역시 ‘광주’다. 우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의 이름은 여기에 있다.
제5회 광주퀴어문화축제는 이제 또 다른 명절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는 성소수자만의 명절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는 비장애/한국/남성/기득권 중심의 명절을 해체하고, 이에 저항하고 대항하는 모든 이들의 ‘명절’로 만들 것임을 선언한다. 성소수자, 장애인, 여성, 청소년 등의 이름을 다시 복원한다. 뭇 생명의 모습으로, 가난의 모습으로, 다양한 병력과 출신의 모습으로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10월 24일 토요일 우리는 이곳 금남로에서 다시 모일 것이며, 각자의 존재가 존중받는 차별없는 명절을 만들 것이다. 우리의 지워진 ‘이름’을 되찾을 것이다. 무지갯빛 절대평등을 희망했던 무등산의 정기를 받아, 우리는 다시 한번 요구한다. 세상의 모든 평화와 평등을 되찾고 차별과 혐오를 몰아내려 한다. 우리의 삶은 하나의 속성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성별로, 나이로, 출신 지역으로, 빈부의 차이로, 다양한 속성으로 우리는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제5회 광주퀴어문화축제에서는 모두 동등하고 존엄할 것이다. 대동세상 퀴어명절! 새로운 명절을 선언한다!
2026. 9. 30.
광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연대단체 :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광주비건탐식단,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광주여성민우회, 광주여성영화제, 광주여성의전화, 광주여성인권지원센터, 광주인권지기활짝, 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광주전남추모연대, 광주진보연대, 광주참교육학부모회, 광주청년유니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빛나는 우리 청소년 성소수자 모임 전남광주통합특별시지부, 새벽이생추어리, 성소수자교사모임(QTQ), 전남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전남참교육학부모회, 청년성소수자문화연대 큐사인, 호남지역성소수자부모모임,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광주지역본부,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 여성위원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광주전남연합, 기본소득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당, 노동당 광주시당, 노동당 전남도당, 광주녹색당, 전남녹색당, 정의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당, 진보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당, 광주성소수자성경읽기모임, 북스타트, 빵과 장미, 소년의서, 심해, 옥합교회,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 폭거세력, 한걸음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