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 양 교육청을 통합하겠다는 ‘(가칭) 광주전남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이하, 특별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2026. 1. 15. 공개되었다. 수도권 중심 체제의 극복과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통합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특별법안의 교육 분야가 아래와 같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어 행정통합에 우려를 표한다.
첫째, 특별법안 다수의 특례 조항들은 현행 교육 관련 법률과 충돌해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특별법안 중 교육 분야의 자율학교(제77조), 영재학교(제78조), 특수목적고등학교(제79조), 외국교육기관(제80조), 교육국제화특구(제81조) 관련 학교 설립에 대한 특례 조항들은 「초·중등교육법」, 「영재교육법」 등 현행 법률에 따른 교육부 장관의 권한을 특별시교육감이 직접 가져와 여러 형태의 학교 설립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교육기관 설립에 대한 특례를 남용하는 것은 법 체계를 흔들고, 교육 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
둘째, 지역 간 교육 불균형과 차별이 심화될 수 있다.
광주와 전남은 교육 여건이 다르다. 통합 이후 하나의 교육청 체제에서 도시 중심의 정책이 강화되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농어촌 지역은 지원에서 밀려나거나 소외될 위험이 크다. 행정통합 찬성론자들은 광주와 전남의 균형 발전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과연 그럴까? 도시의 학교는 과밀화되고, 농어촌의 학교는 더 빠르게 통폐합될 수 있다.
물론 특별시교육감이 위에 언급한 특례 조항을 활용해 자율학교, 영재학교, 특목고, 자사고, 국제고 등을 통해 농어촌 지역 교육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명목과 달리 학교 간 서열화를 부추기고, 일반학교 학생들에게 투입될 예산이 몇몇 상위권 학교에 집중적으로 지원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통합은 결코 일반학교를 희생시키거나 평준화 교육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통합으로 인한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 방안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은 채, 특권학교 설립만 남발한다면 ‘광주전남특별시’는 ‘광주전남특혜시’로 변질될 것이다.
셋째, 행정통합에 관해 교육계와 논의하는 과정이 전혀 없었다.
이번 통합 논의에서 교원, 교육공무원, 공무직 등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성 간담회는 진행되었으나, 학부모와 학생들과의 논의는 없었고, 그 결과 특별법안이 마련되었다. 광주 지역의 의견 수렴 역시 중구난방식으로 수차례 토론회가 개최되었을 뿐, 교육 분야의 당사자나 전문가 패널은 배치되지 않았으며, 관련 내용조차 공유되거나 심도 있게 논의되지 않았다. 이러한 방식은 명백히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것이자, 교육 분야를 행정의 종속 변수처럼 취급한 것이다. 절차적 정당성 없는 특별법안 추진은 중단되어야 한다.
우리는 요구한다.
학생·학부모 등 교육주체와 충분한 논의 없이 강행되는 특별법안 공청회를 규탄한다! 특권교육을 강화하는 특별법안 특례 조항을 즉각 삭제하라!
광주광역시교육청은 교육부의 「제2차 학교안전사고 예방 기본계획」에 따라 2027년까지 학교 석면 해체·제거 사업을 종결해야 할 책무가 있다.
광주시교육청이 재수립한 「석면 해체·제거 중장기 계획(2025~2027년)」에 따르면, 2026학년도 33개교, 총면적 84,572㎡의 석면 제거를 위해 179억 원이 필요하며, 2027년까지 사업을 종료하기 위해서는 총 373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우리 단체가 2026회계연도 본 예산서를 분석한 결과, 터무니없이 적은 예산만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석면텍스 및 조명 교체 예산으로 편성된 금액이 39억여 원에 불과해, 광주시교육청에 사업의지가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특히 추가경정예산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학교별로 최소 예산을 분배한 것은 장차 ‘예산이 부족해서 사업할 수 없었다.’는 핑계를 대기 위한 땜질에 불과하다.
이정선 광주광역시교육감은 당초 석면 해체·제거 사업 완료 시점을 2027년에서 2026년으로 앞당기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2025학년도 겨울방학에 예정되었던 24개 학교의 석면 해체 공사는 중단되었고, 전체 학교 석면 해체 완료 목표 시점 역시 다시 2027년으로 연기되었다.
광주시교육청은 세수 감소에 따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소를 그 이유로 들고 있지만, 2026회계연도 본 예산서에는 중1 학생 모두에게 스마트기기를 나눠줄 예산 249억 원을 빠짐없이 편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석면 제거의 중요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아무도 없는 반면, 스마트기기 관련 문제제기는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생명 사업이 기자재 사업 뒤로 밀린 현실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교육청의 기준이 뒤틀려 있음을 드러낸다.
학생들이 1급 발암물질에 노출된 채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현실을 엄중하게 직시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광주시교육청은 학생과 교직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예산 운영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우리 단체는 그동안 공립유치원의 낮은 취원율과 과밀학급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으며, 학급당 정원 감축 등 교육여건 개선을 통해 공립유치원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광주광역시교육청이 유치원 학급편성 기준을 단계적으로 개선하기로 결정했다.
광주시교육청이 공개한 「2026~2028년 유아배치계획」에 따르면, 공립유치원 학급편성 최소 기준은 기존과 같이 5명으로 유지하되, 2026년부터 만 4세반과 혼합반의 정원을 각각 2명씩 감축하여 20명에서 18명으로 조정하고, 2028년부터는 만 3세반 정원을 16명에서 14명으로 2명 감축할 계획이다.
학년도
일반학급
공립유치원 학급편성 최소 기준
만3세반
만4세반
만5세반
혼합반
2026
16
18
20
18
학급당 5명 이상
2027
16
18
20
18
2028
14
18
20
18
▲ 유치원 학급편성(최소) 기준
이번 유아배치계획은 과밀학급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 온 공립유치원 교사들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유아의 건강과 안전을 보다 충실히 보장하는 한편, 발달 단계에 맞은 질 높은 유아교육을 실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우리 단체는 광주시교육청의 적극적인 행정에 대해 환영하는 바이다.
아울러 광주시교육청은 민간공원 개발사업과 대규모 택지개발로 인한 취학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병설유치원 2곳 신설과 병설유치원 2곳의 학급 증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공립유치원의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간 유아교육 격차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2025년 9월 기준 공립유치원 취원율은 19.9%에 그치고 있으며, 학급편성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2026년 휴원이 예정된 공립유치원도 15곳에 이른다. 이는 공립유치원이 여전히 ‘선택받기 어려운 차선책’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6~2028년 취학수요조사에서 공립유치원 선호도가 매년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에 걸맞은 행·재정적 지원을 통해 공립유치원이 경쟁력 있는 곳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하고, 나아가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보다 확대·강화해 나갈 것을 광주시교육청에 다시 한 번 당부하는 바이다.
지난해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광주광역시 관내에 소재한 A대안교육기관과 B학원을 수사기관에 고발하였다.
A대안교육기관은 ‘대안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법이 정한 최소한의 기준조차 지키지 않은 채 운영되어 왔다. 관할청의 허가 없이 유아를 모집해 교육과정을 운영하였고, 이념 편향과 차별적 운영을 의심케 하는 구체적인 정황도 확인되었다. 이는 교육기관에 요구되는 교육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B학원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형식상 학원으로 등록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등 의무교육 대상 학생들을 장기간 등원시키며 사실상 학교처럼 편법으로 운영해 왔다. 이는 초·중등교육법이 규정한 취학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한 사례로, 장기결석 등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학생들을 학교 밖에 머물게 한 경우라 할 수 있다.
‘대안’이라는 방패 뒤 위험한 교실
문제가 공론화된 이후 두 기관의 대응 방식은 놀라울 만큼 유사했다. A대안교육기관은 누리집과 유튜브에 게시했던 관련 글과 영상을 급히 삭제했고, B학원은 누리집을 잠정 폐쇄하거나 블로그 게시글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사태를 무마하려 했다. 책임 있는 해명이나 성찰보다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가 두드러졌다.
물론 광주시교육청이 이 문제를 방치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대안교육기관과 학원의 실제 교육과정을 행정이 온전히 파악하는 데에는 제도적인 한계가 존재했다. 자칫 적극적인 행정 개입이 공무원의 직권남용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역시 현실적인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시민사회의 고발과 보도자료 발표가 병행되며 사안은 비로소 사회적 논의의 장으로 올라왔다. 관련 사안이 공론화되자 학벌없는사회 누리집의 특정 글에는 A대안교육기관 관련자들의 댓글이 200여 개 이상 달리며 격렬한 반응이 이어졌고, 교육청을 향한 항의 집회로까지 확산되었다.
B학원 문제 역시 언론사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었으며, 이후 유명 야구선수와 전직 부시장 등 사회지도층 인사의 자녀가 해당 기관에 다녔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현재 두 기관은 모두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A대안교육기관은 등록취소 청문을 마치고 교육감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으며, B학원 역시 청문을 앞둔 상태에서 관할 교육장이 등록말소 여부를 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광주시교육청은 외부의 압력과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른 행정 절차를 이어가고 있다. 사회적 지위나 영향력의 크기와 무관하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려는 이러한 태도는, 행정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신뢰가 무엇인지를 다시 확인하게 한다.
지위고하 막론한 엄정 처벌 예고
이번 사례가 던지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대안교육이든 학원이든, 그 이름에 앞서 교육의 공공성과 법적 책임이 전제되어야 한다. 교육의 자율성은 법 위에 군림할 수 없으며, 편법과 특권을 가리는 방패로 오용되어서도 안 된다.
아직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과정이 끝까지 행정 원칙 위에서 마무리되고, 이를 계기로 대안교육기관과 학원 운영 전반에 대한 점검과 제도 개선이 뒤따르기를 기대한다. 더 나아가 교육의 자율성과 다양성, 그리고 공공성이 균형을 이루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2023년 6월, 광주광역시교육청은 이정선 교육감의 선거공약에 따라 광주희망사다리교육재단(이하, 희망사다리재단)을 설립하였다.
희망사다리재단은 빛고을결식학생후원재단에서 담당하던 저소득층 자녀 학교급식비 지원 사업을 계승하고, 장학금과 지원금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다양한 교육 지원으로 확대하기 위해 광주시교육청이 출연한 공익법인이다. 우리 단체는 재단이 사회적 약자에게 공정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재단이 되기를 줄곧 응원해 왔다.
그런데, 2023년 8월 광주시교육청에서 퇴직한 C씨가 희망사다리재단 상임이사로 선임되면서, 교육청 안팎에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C씨는 이정선 교육감 당선에 핵심 역할을 했다고 알려진 ‘개청공신’으로, 퇴직 직전까지 교육청 정책국장을 맡아 ‘실세’로 군림하며, 인사·예산·정책을 좌지우지했다고 평가받는다.
C씨가 정책국장 재임 당시 주도했던 각종 정책들이 거듭 논란을 빚으면서, 소통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도 늘 시민사회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특히 희망사다리 재단 업무공간이 교육감실과 같은 층인 본관 2층에 마련되면서, 교육청 실세, 문고리 역할을 이어가는 것은 아닌지 의혹과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더니 2025년 12월 31일, C씨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우리 단체 역시 그간 C씨의 희망사다리재단 상임이사 활동을 줄곧 경고하고, 비판해 왔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외면해 온 업보가 결국 사회적 문제로 곪아 터진 것이다. 따라서, 광주시교육청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희망사다리재단 정관에는 임원 해임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현실적으로 C씨를 강제 해임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매년 약 7억 3천만 원의 교육청 예산을 출연하여 장학금과 각종 지원금 등 교육 재정이 집행되는 공익법인에서 상임이사가 차지하는 역할은 클 수밖에 없으므로 이 같은 상황이 방치되면 안 된다.
정치자금법 위반, 즉 ‘돈’을 부조리하게 다룬 중대 혐의자가 학생들 교육비를 다루는 중책에 머물도록 하는 일은 재단을 위해서도 시민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에 우리 단체는 C씨가 즉시 희망사다리재단 상임이사에서 자진 사퇴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바이다. 아울러 이번 사태의 조속하고 책임 있는 해결을 위해 희망사다리재단 이사장이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시민사회와의 공식 면담에 응할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최근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가 행정통합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주민에게 어떤 공론장이 제공되고 어떠한 방식으로 의사결정권이 보장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와 국회, 지방의회까지 논의에 속도를 더하고 있는 현 상황은 절차적 민주성 측면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우리는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한 방향성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행정통합 추진 방식은 이미 결론을 정해 놓은 뒤 주민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탑다운 방식’에 가깝다. 이러한 절차는 민주주의의 형식과 내용을 모두 훼손할 뿐 아니라, 통합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행정적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할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다.
◦행정통합은 수백만 시·도민의 삶과 직결되는 중대 사안이다. 설령 그 방향이 옳다 하더라도, 주권자인 주민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는 공론장에서 숙고하고 판단할 시간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 핵심 원리이며, 이를 경시할 때 오히려 더 큰 사회적 갈등과 신뢰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정치적 유불리에 매몰된 성급한 추진은 지역사회 전체의 신뢰를 해칠 수 있다.
◦더욱이 현재 논의에서 교육 분야가 행정의 종속변수처럼 취급되고 있는 점은 심각한 문제이다. 행정통합은 교육 행정체계의 전면적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교육자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현재 발의된 특별법안에는 과도기 교육자치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어떠한 대책도 제시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도 교육감들이 충분한 검토 없이 성급한 ‘통합 찬성’ 또는 ‘협력 선언’을 표명하는 것은 교육자치의 혼란과 불안을 심화시키는 무책임한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우리는 현재의 졸속 추진을 중단하고 행정통합의 필요성과 효과, 부작용을 균형있게 검토할 수 있는 공론장 조성을 촉구한다. 행정통합은 주민의 삶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내용 뿐 아니라 절차와 과정이 건강해야 한다. 우리는 민주적 숙의에 기반한 결정만이 행정통합 논의가 성숙하게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바이다.
○ 광주광역시교육청은 2026년 1월 28일 ‘수능 만점자 초청 강연회’를 개최한다.수능 만점자 배출을 마치 교육청의 성과인 양 각종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대형 현수막까지 설치하며 홍보하던 행태가 이어진 결과다. 개인의 입시 성취를 공교육의 성과로 포장하는 행위는 교육 공공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우리 단체는 이를 규탄하며 교육청 앞 출근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 더욱 걱정되는 점은 공교육 기관의 이런 행태가 사교육이 시장을 넓히기 위해 벌이는 ‘수능 만점자 마케팅’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광주 지역 수능 만점자는 굴지의 사교육 업체인 메가스터디 공식 유튜브 계정에 출연해 홍보 영상을 촬영했으며, 해당 영상에서는 특정 인강 상품과 학습 경험이 상세히 소개되었다. 이는 수능 만점이라는 개인 성취가 곧바로 사교육 홍보 콘텐츠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이다.
○ 주요 인강 업체들은 수능 만점자나 고득점자를 확보하기 위해 많게는 수천만 원에 이르는 ‘환급형 장학금’을 내걸고 경쟁하고 있다. 특히 메가스터디는 특정 상품을 구매한 수능 만점자를 대상으로 ‘1,000% 환급형 장학금’을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마케팅 활용을 위한 개인정보 제공 및 동의를 요구한다. 학생이 학습 주체가 아니라, 사교육 성과 입증과 상품 판매 수단으로 팔리고 있는 것이다.
○ 이런 현실에서 광주시교육청이 수능 만점자를 전면에 내세워 초청 강연회를 개최하는 것은 공교육의 목적이 실상 사교육과 다르지 않으며, 수능 만점의 성과를 사교육과 반으로 잘라서라도 갖겠다고 선언하는 꼴이다.
공교육의 위기는 사교육보다 못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사교육을 닮아갈 때 생긴다. 공교육의 책무는 사교육을 흉내내는 일이 아니라, 사교육을 억제해서 공교육 토양을 지켜내는 일이다.
○ 공교육 기관의 수능 만점자 마케팅은 공교육의 성과를 고작 성공한 소수의 영광과 다수 학생의 패배로 각인시킬 뿐이다. 이에 우리 단체는 아래와 같이 촉구하는 바이다.
광주에서 10년 만에 수능 만점자가 나왔다. 광주서석고 3학년 최장우 학생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전 영역 만점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지난해 12월 초 지역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광주는 지난 2016학년도 이후 재학생 만점자가 나오지 않았고, 최 학생은 2000년 이후 여섯 번째 만점자로 기록됐다.
이 같은 성취는 개인과 학교, 가족의 노력에 대한 축하로 충분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공교육 행정의 상징으로 어떻게 변용되는가에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이 성취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1월 28일에 '수능 만점자 초청 강연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필자가 속해 있는 광주의 시민단체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이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며 즉각적인 취소를 촉구했다.
교육청은 신문고 민원에서 제기된 취소 요구에 대해 "성과주의를 추종하는 행사가 아니다"라며, 만점자의 강연이 자신의 학교생활과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수능 만점자'를 전면에 내세운 행사 자체가 이미 점수 중심 담론을 강화하는 상징적 행위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실제로 이번 만점자는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과거 한 교육계 유튜브 채널에서 수학 문제를 빠르게 푸는 모습이 공개되며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온라인 반응은 대중이 만점자를 어떻게 소비하는지를 보여준다. 개인의 재능이 뉴스와 영상 콘텐츠로 확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를 공교육의 공식 행사로 확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교육청은 강연이 예산을 쓰지 않고 수당도 지급하지 않는 등 운영상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논점은 예산이 아니라 공교육이 어떤 모델을 공식화하고 확산하려는가에 있다. 성적 중심의 성과를 공교육의 공식 메시지로 만드는 것은, 비록 좋은 의도에서 출발했더라도 경쟁과 서열 중심의 문화를 강화할 위험이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서도 이번 만점자 배출을 두고 "10년 만의 쾌거"라는 긍정적 표현이 주를 이뤘다. 이는 개인의 성취를 축하하는 데는 적절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맥락을 놓칠 위험도 있다. "만점"이라는 숫자는 평가의 척도일 뿐, 학생 각자의 개성과 과정은 또 다른 가치다. 수능이 인생의 전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최고의 목표인 양 교육청이 나서서 호들갑을 떨면 되겠는가.
공교육의 역할은 최고의 결과만을 기념하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존중받고 다양한 성장 경로를 인정받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수능 만점자를 초청해 그의 경험을 듣는 자리는 의미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성적 중심 담론의 재생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교육행정은 신중해야 한다.
우리는 이번 논란을 통해 다시 묻는다. 공교육은 어떤 성공을 승인하고 재생산할 것인가? 그리고 그 승인 과정에서 "모든 학생의 존엄과 다양한 배움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말이다. 이번 사안을 단순한 축하 행사로 넘길 것이 아니라 교육행정의 철학과 방향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