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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홍복학원, 준공영형 모델로 나아가야 - 드림투데이
2015년 설립자 이홍하 씨의 1000억 원대 교비 횡령 사건 이후, 학교법인 홍복학원은 11년째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동안 학교는 학생 800여 명이 다니는 교육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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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설립자 이홍하 씨의 1000억 원대 교비 횡령 사건 이후, 학교법인 홍복학원은 11년째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동안 학교는 학생 800여 명이 다니는 교육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지 못했고, 각종 소송과 갈등이 반복되며 지속적인 불안 상태에 놓여 있었다. 특히 통학로가 경매로 넘어가고, 교문 앞 컨테이너 설치로 인해 학생들이 위험한 경로로 등교해야 하는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역 시민사회는 수년간 법인 정상화를 촉구해 왔지만, 돌아온 답은 “임시이사는 권한이 없다”는 말뿐이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재단의 구조적 리스크 감당 쉽지 않아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 홍복학원은 정상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재정기여자 제도를 통해 새로운 운영주체를 찾고자 했다. 일정한 재정 능력과 발전 계획을 갖춘 이사를 공모해 학교를 정상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올해 8·9월에 이어 12월 2일 마감된 2차 공모까지, 두 차례 모두 지원자가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홍복학원 정상화추진위가 공모 기간을 연장하고, 광주광역시의회도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지역 여론 환기를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는 지역 내 독지가가 없어서가 아니라, 홍복학원이 안고 있는 구조적 리스크를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을 확인시켜 준 셈이다.
그중 가장 큰 걸림돌은 학교 부지 내 5필지의 사유지 문제다. 통학로·급식실·학교 건물 일부가 사유지에 걸쳐 있고, 일부는 여전히 분쟁 중이다. 여기에 수십억 원대 부채는 이자가 매일 불어나고 있다. 재정기여자가 부채 정리부터 시설 개선, 재산 처분 등 모든 과제를 떠안아야 한다. 여기에 설립자 측이 재산 문제로 민·형사 대응을 반복해 온 점 역시 새로운 운영주체의 참여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처럼 두 차례나 공모가 실패했다는 사실은 개인이나 기업 중심의 재정기여자 방식이 이미 한계에 이르렀음을 분명히 드러낸다.
그렇다면 공공이 운영주체가 될 수는 없을까?
현행 사립학교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기여자 참여를 허용하지 않고, 이를 이유로 교육청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적극적인 개입을 주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법적 한계를 극복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하는 것 자체가 행정이 책임져야 할 과제이다.
올해 초 통학로 문제가 장기화되었을 때 광주시교육감이 현장을 방문하자 며칠 만에 컨테이너가 철거되었는데, 이는 행정이 의지를 보이면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제 광주시교육청은 단순한 준법 행정에 머무르지 말고, 공공이 참여할 수 있는 재정기여자 제도와 준공영형 운영 모델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며 정부와 국회에 제도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민립형 법인’ 실질적 지혜 모아야
또한 시민이 참여하는 민립형 법인 모델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1920년대 민립대학 운동 속에서 조선대학교가 설립되었듯, 오늘날에도 학부모·동문·교직원·학생·지역사회가 의지를 모은다면 투명하고 민주적인 운영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지역 공동체가 교육 공공성을 지켜내는 데 중요한 대안이 될 것이다.
11년이 넘는 혼란 속에서도 대광여고·서진여고 학생들은 매일 학교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토지 분쟁과 부채, 시설 노후화 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으며, 학생들의 교육권과 안전 역시 지속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정상화가 더 늦어질 경우 학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어 기피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학생 수 감소로 인해 학교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특정 학교의 위기를 넘어, 사학 제도 전반의 구조적인 취약성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더 늦기 전에 법과 제도를 정비해 학교가 설립자의 사유물이 아닌 지역사회와 시민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교육당국과 홍복학원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광주시의회 역시 형식적인 논의를 넘어서, 실질적인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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