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 없는사회 광주모임,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광주지부와 함께 9일 오전 인권위 광주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특정학교 합격 현수막 인권침해 2차 진정서를 접수했답니다.

그나저나 올해는 특정학교 현수막이 권고조치가 나야할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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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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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없는사회 광주모임(준) 등 광주지역 7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광주교육희망네트워크는 22일 광주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어요. “안순일 교육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할 것”을 검찰에 요구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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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교육감은 일제고사와 관련하여 고재성 교사에 대한 징계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일제고사 당장 폐지하라.

전라남도교육감, 전남제일고 교장은 보라!

2009년 12월 31일, 서울특별시행정법원은 일제고사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해임 처분된 7명의 교사들이 청구한 해임처분취소소송을 인용하여 해임이 부당하다고 판결하였고, 2010년 2월 11일, 강원도춘천행정법원에서도 교육감이 일제고사 해직교사들에게 행한 해임처분은 위법한 징계행위이므로 무효라고 판결하였다.

비록 법원이 학업성취도 평가와 일제고사 사이의 교육적 판단에는 미묘한 여운을 남겨두었지만, 일제고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교사들에게서 교단을 빼앗은 한 교육감은 행위는 위법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 승리의 사례들이다.

이런 흐름임에도 불구하고 2010년 2월 2일. 또 다시, 전라남도 교육감은 일제고사 감독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전남제일고 고재성 교사에 대해 감봉 2개월 징계조치 내렸고, 오늘 2월 19일 학교로부터 강제전출 발령이 났다.

2009년 10월, 고재성 교사는 일제고사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학부모들과의 공감대 형성을 통하여 일부 학부모들의 체험학습을 가기로 하였다.

그러나 학교장의 만류가 있자 학교장의 요구를 수용하고 일제고사 당일 체험 학습을 보류하는 등 학교행정에 적극 호응하였음이 확인되었다. 오히려 체험학습을 나가지 아니하고 학교에는 근무를 하겠으니 자신의 견해와 달라 실행하기 힘든 감독에서만은 제외해달라는 요청에도 불구하다. 하지만, 도교육청과 학교장은 요구를 묵살한 채 감독교사에 배치하여 갈등을 유도하고 사태를 악화시켰다.

정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징계판결 한 도교육청의 방침은 지엽말단의 문제를 빌미 삼아서 일제고사의 폐해를 온 몸으로 극복하고자 노력했던 참 교사를 일방적으로 탄압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일제고사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이미 우리는 지난해 일제고사가 교육현장을 얼마만큼 파괴하고 있는가를 볼 수 있었다. 교사는 교육적 판단을 스스로 할 수없는 수동적 존재가 되었고, 학생은 공부하는 기계로 전락하여 늦은 밤까지 문제풀이 수업만 되풀이 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사교육 시장은 날로 번성해, 이제는 열풍을 넘어 광풍으로 치닫으며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주고 있다. 이런 일제고사의 폐해를 알리고 거부하는 게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고재성 교사의 행동은 학생들에 대한 참사랑이었고 차마 버릴 수 없었던 양심적 선택이다.

“3년은 꼭 함께 하자”

고재성 교사와 학생 간에 한 약속이다. 학생들이 눈물을 흘리며, 학부모들은 강제전출 반대 동의서를 걷어가며 학교장, 도교육감에게 전보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누구도 원치 않은 전출이다. 우리는 요구한다. 전라남도 교육감은 일제고사와 관련하여 고재성 교사에 대한 징계를 즉각 철회하라. 이명박 정부는 줄 세우기식 일제고사 폐지, 더 나아가 대학평준화를 통해 평등교육 실시하라. 끝.

2010년 2월 19일 학벌없는사회 광주모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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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5일) A중학교 교사가 자신의 자녀 성적을 수차례 조작해 시교육청으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또한 이러한 사실을 축소․은폐하기 위하여 시교육청은 교직복무심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해당 사안을 징계위원회로 회부, 징계 조치한 내용까지 드러났다.

이번 성적 조작 사건은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학교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 발생한 것으로공교육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무너뜨리는 매우 유감스러운 사건이다. 더욱이 시교육청까지 적절한 징계 절차와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은 교육비리 근절을 바라는 시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이다.

교육비리를 저지른 교사 개인의 양심과 자질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더라도 최근 전국적으로 터지고 있는 교육계의 비리에서 알 수 있듯이 가장 큰 문제는 교육당국의 안일한 인식과 태도라 할 수 있다. 이번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도 시교육청은 사실에 대한 축소․은폐에만 급급했을 뿐 적절한 규정과 절차에 따라 처리하지 못하였다.

시교육청은 교원의 성적 조작, 금품 수수, 성폭력 비리에 대해서는 부적격 교원 대책의 일환으로 교직복무심의위원회를 개최해야 함에도 이를 무시하였으며, 교사 자녀의 성적 조작을 예방하기 위한 상피 제도 역시 학교 선택권이라는 소신 없는 행정으로 강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광주교육희망네트워크는 시교육청이 교육비리에 대한 안일한 인식과 태도에서 벗어나 상피 제도 등의 합리적인 제도 마련, 적법한 절차 및 규정 준수 등을 통하여 교육 현장에 만연해 있는 교육비리를 철저히 근절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 끝.

2010년 2월 26일 / 광주교육희망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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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안순일 광주시교육감이 한 시민사회단체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하였다. 이 단체에 따르면 교육감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 분석 결과, 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어 광주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하였다는 것이다.

이번 안 교육감의 선거법 위반 혐의는 주민직선제로 처음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매우 심각한 사건이다. 자칫 교육계에 대한 불신과 실망을 초래하여 교육자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저조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청렴 으뜸을 강조하며 정책을 펼쳐 온 안교육감의 청렴 정책이 얼마나 허구인지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기도 하다. 전국 최하위 수준의 교육청 청렴도, 비리 혐의에 의한 교육청 간부 불구속 입건, 교육감 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더 이상 안 교육감은 청렴을 말할 자격이 없다.

올해부터 교육감 선거가 주민직선제로 치러질 것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안 교육감은 상시적 기부 행위에 해당될 만한 업무추진비를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무추진비의 범위를 벗어난 축조의금, 격려금품 등의 집행까지 이루어져 사실상 업무추진비가 안 교육감 자신의 쌈짓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안 교육감은 관례적인 업무추진비 집행이었기 때문에 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만을 밝히고 있다. 시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업무추진비를 마구잡이로 집행한 교육감이 자숙하고 반성하기는커녕 아무 문제없다는 식의 몰상식적 태도로 140만 광주 시민을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자치 원년을 맞은 올해 교육자치의 취지와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안 교육감의 선거법 위반 혐의는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이에 우리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며 이번 사건이 철저히 밝혀질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다.

- 우리의 요구 -

하나. 검찰은 안 교육감에 대하여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실시하라!

하나. 안 교육감은 업무추진비 부당 집행에 대하여 광주 시민에게 사과하라!

하나. 안 교육감은 부당 집행된 업무추진비에 대하여 모두 반환하라!


2010년 2월 22일 / 광주교육희망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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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인권적 구조조정 철회하고 노동기본권 보장하라.

작년 12월 30일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이 결정되었다. 사측은 금호타이어 노동자 1,199명의 정리해고 명단을 문자로 통보하고 임금을 삭감하려는 등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추위가 가시지 않은 지금 노동자들은 거리로 나와 천막농성을 시작했고, 4월 1일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이라는 이름으로 땀 흘려 일한 노동자를 구조조정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노동조합이 강성이어서도 아니고, 회사에 타격을 줄 만큼 많은 임금을 받아서도 아니다. 그 근본적 원인은 부실한 경영에 있다. 그러나 사측은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다.

이윤보다 앞서는 것은 사람이다. 지금 우리는 허울뿐인 경제 살리기, 누군가를 짓밟고 살겠다는 이기적인 욕망에 앞서, 분배의 몫이 적어지더라도 사회 구성원들이 모두 함께 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인간사회가 작동하는 기본원리이며, 단 한사람이라도 살려야 한다는 인류 보편적 가치에 복무하는 일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생존권을 기본으로 하고 자유권과 사회권 여타 모든 권리들이 함께 갈 때 보장받을 수 있다. 생존권을 누리기 위해서 노동권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권리가 인간의 기본적 권리로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권단체들은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인권의 기본 원칙을 위해 금타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할 것을 결의 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우리의 요구

첫째. 국가는 인권보호와 존중, 실현의 의무가 있다. 노동자의 생존권과 노동권을 짓밟고 있는 지금의 대응방식을 성찰하고 노동자들의 대안과 제안을 적극 검토, 수용해야 한다.

둘째. 금호타이어 사측의 정리해고로 인해 하청업체, 부품업체 등 비정규직을 비롯한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삶도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광주시와 노동청은 지역공동체파괴에 대한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셋째. 금호그룹 사태의 원인은 부실경영의 책임자인 경영진에게 있다. 노동자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정리해고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2의 쌍용차 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는 공권력투입에 대한 어떠한 계획과 시도도 중단해야 한다.

2010년 3월 11일

금호타이어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광주지역 인권단체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광주장애인부모연대,광주외국인노동자센터, 광주인권운동센터, (사)실로암 사람들, 학벌없는사회광주모임, (사)합수윤한봉기념사업회, (사)들불열사기념사업회, 참교육학부모회광주지부, 평화행동한걸음더,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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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항의 「예수전」

-행동과 가난을 요구하는 인간 예수의 초상

정다영(대학원생)

나는 교회에 다니는 젊은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일종의 선입견 탓인데, 내가 만나보았던 교회 또는 선교회의 청년들은 사회변혁에 관심을 가지지도 가난한 삶을 지향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이들은 선하고 부드러운 심성을 지녔고, 이 세계의 가난과 부조리함에 대해서 신께 기도했지만, 대학에서 데모하는 학생들을 곱게 보는 이들도 진보정당에 관심을 가진 이들도 없었다. 앞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돕겠다는 이들은 있어도 자신이 가난하게 살겠다고 하는 이들은 없었다. 아니, 나는 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이들이 나와는 다른 예수를 마음에 품고 있음을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웬 예수? 전도하려고? 그건 물론 아니다. 느닷없이 종교인들을 비난하려는 것도 아니다. 올해에 출간된 책 중에 다섯 손가락 안에 꼽고 싶은 책이 있어 소개하려는 것 뿐. 그것은 김규항의 「예수전」이라는 책이다. 김규항에 관해 아는 사람들은 이 책이 일반적인 종교서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능히 짐작할 수 있을 테다. 사회의 진보와 사람들의 변화에 관심이 많은 그는 자신의 삶과 사유를 지탱하고 추동해가는 한 축으로 교회의 예수가 아닌 성서에 나타난 예수를 공부한다. 저자는 예수를 신의 아들보다는 역사적인 인물로, 우리의 필요를 채워주고 축복을 내려주는 이가 아니라, 우리가 따라 배워야 할 한 인간의 표본으로 바라본다. 그렇기에 이 책은 「마르코 복음서」를 강독하는 형식을 취해 인간 예수의 삶과 정신을 따라가며 그 함의를 드러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에서 사회변혁과 가난에 대한 태도를 문제 삼은 까닭은, 이 책에서 김규항이 바라보는 예수가 그 두 가지를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책은 혁명가로서의 예수를 부각시키지는 않지만, 예수가 당시 ‘지배계급과 로마의 이중적 착취에 시달리’던 갈릴래아 사람이며, 때문에 ‘소요와 봉기가’ 끊이지 않던 저항의 환경에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예수는 단지 현실에서의 삶이 어떠하든지 천국에서의 안락한 삶이 있으니 이 고통과 부조리를 참고 견디라고 하는 사람이 아니며, 그의 ‘하느님 나라 운동’은 지금 이곳에서의 어떤 행동을 요구하는 것임을 말한다. 또한 저자는 예수가 이 세상에서의 풍요를 약속하는 이가 아니라 가난할 것을 요구하는 사람임을 분명히 한다. 예수가 권하는 가난은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을 정도의 궁핍함이 아니며, 도리어 인간적인 삶을 왜곡시키는 ‘필요를 넘어선 부’를 향한 경계를 의미한다. 그 욕심 또는 욕망이 자신의 자유를 해치고, 그것을 넘어 내 이웃이 혹은 얼굴을 알지 못하는 이가 누려야 할 재화를 빼앗고 있는 것임을 상기시키려 한다. 저자는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 나가는 것이 더 쉽다’는 성경구절은 그저 비유가 아니며, 절대로 ‘부자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는 선언’이라고 말한다.

뭔가 이 사회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정권을, 어떤 정책들을 비판하고 보다 나은 체제를 모색하면서 동시에 늘 이 물음을 자신에게 향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는 충분히 가난한가, 가난한 내 이웃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 가난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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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평준화되는 꿈을 꾸며......

신선식(학벌없는사회 광주모임 회원)

딸 아이와의 대화

며칠 전의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모임이 있어 귀가 시간이 늦었더니 아내가 전화를 했다. 고등학생인 딸 수민이를 태워가지고 오라는 것이다. 수민이는 현재 일반계 고등학교 2학년이다. 얼마 전까지는 저녁 10시까지 소위 ‘야자’를 했다. 그런데 요즘은 수능이 끝난 3학년 대신 2학년들이 11시까지 ‘야자’를 한다. 내년 대학입시를 위한 긴긴 마라톤을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귀가시간에 맞는 차가 없는 것이다. 우리 가족이 사는 상사면은 순천 시외에 위치하고 있어서 늦은 시간에는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 별 수 없이 저녁마다 수민이를 태우러 가야하는 이유다. 수민이를 태우고 집에 오는 길에 물었다.

아버지 : 수민아, 대학에 갈 거니?

딸 : 응.

아버지 :무슨 과에 갈 건데?

딸 : 아직 생각 안 해봤는데, 나중에 점수를 봐야죠.

아버지 : 난 점수를 맞춰서 대학을 가려면 대학을 안 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대학을 나와도 현실적으로 별 뾰족한 수가 없는데도 누구나 가니까 가는 대학이라면 차라리 등록금 모아서 다른 일을 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대학에 가서 꼭 공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모르지만. 그러니 너도 잘 판단해 봐.

딸 : 응.

수민이의 대답을 들으면서 교육의 주체인 이 땅의 교사, 학생, 학부모가 참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력보다 학벌이 우선시되는 사회

우리나라는 학벌사회이다. 실력보다 학벌이 중요시된다. 그래서 위조를 해서라도 소위 ‘SKY’라고 불리는 일류대 졸업장을 갖고 싶어 한다. 몇 년 전의 신정아를 비롯한 학력위조 파문도 이 때문이다. 특정 대학 출신들이 국가의 중요 공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회, 이렇듯 학벌을 중시하다 보니 자연히 모든 대학이 서열화 될 수밖에 없다.

초 · 중 · 고등학교에서 모든 학생들은 똑같은 내용을 공부하고 똑같은 내용으로 평가를 받아 등수가 매겨진다. 개인의 적성이나 특기보다는 이 수능 성적에 따라 진학할 대학이 결정된다. 만 18세에 보는 수능의 결과가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한다. 소위 ‘일류대’를 진학하지 못하면 잠재적인 실패자가 되는 것이다. 모집 정원이 60만 명인데 진학 예정자가 58만 명임에도 불구하고 입시지옥이라는 말이 허용되는 이유는 바로 ‘입시경쟁’이 아니라 ‘일류대 경쟁’이기 때문이다.

일류대를 나와야 인정을 받는 이런 학벌체제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일류대 입학 경쟁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부모들은 자녀들의 일류대 입학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는 듯하다. 최근의 연구 결과들을 보면 자녀의 학교 성적은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똑같은 내용을 공부하고 똑같은 내용을 평가받는 체제에서는 사교육을 많이 받은 학생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가난한 부모들은 ‘엄마아빠가 나에게 무엇을 해 주었는데?’하는 자식들의 비난에 할 말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노래방 도우미라도 해서 자녀의 학원비라도 마련을 하려하는 안타까운 현실도 보게 된다. 자녀의 사교육비가 걱정스러워서 젊은 층이 출산을 기피해 인구가 감소하는 기현상을 목도해야 한다.

학교는 어떠한가? 입시교육의 첨병 역할을 하는 일반계 고등학교의 교사들은 거의 학원강사화 되었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학교의 교과진도는 일사천리로 나가서 잘하면 2학년 1학기까지 고3 과정까지를 끝낸다.(학생들이 소화를 다 못하더라도) 고2 후학기부터는 본격적인 수능대비 문제풀이에 돌입한다. 가르치는 재미도, 배우는 재미도 없다. 학교가 아니라 학원이다. 교사들은 늦은 밤, 술 한 잔에 넋두리를 쏟아내며 자아상실감을 토로한다. 하지만 다음 날이면 또 다시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체념 속에서 0교시부터 문제풀이에 몰두하고 있다. 일부학교는 아예 특수반을 편성하여 ‘될 놈’들에게만 집중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아~!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렇듯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가 입시지옥에 빠져 허덕이는 것이 한국교육의 현실이다.

대학이 평준화되어 행복한 나라들

최근 우리나라 교육계에 핀란드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소개되고 있다. 대학이 완전 평준화되어 있고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나라. 그러면서도 대학의 학문경쟁력이 가장 높다고 평가되는 나라. 그래서 핀란드 교육은 국내 TV에 소개도 되고, 관련된 책도 번역되어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경쟁보다 협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개인의 서열을 매기는 시험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팀별 협동학습을 하고 팀별 평가를 할 뿐이다. 평가는 학습결과를 파악하고 보완할 부분을 판단하는 자료일 뿐이다. 따라서 결과를 계량화하지도 않고 등수도 매기지 않는다. 대학들은 평준화되어 있으며 대학입학을 위한 서열화 된 시험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대학입학 자격고사를 보아 합격/불합격 여부만 판단한다. 합격한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자유로이 입학을 할 수 있다. 대신 실력이 없는 학생들은 진급이나 졸업이 불가능하다. 또한,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기에 앞서 고등학교 졸업 이후 1년 동안의 사회 체험기회를 통하여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는 기회를 가진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학과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대학 평준화체제는 핀란드만이 아니라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호주 등 많은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첨병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도 일부 사립대학을 제외하고는 대학평준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학평준화를 위한 노력들이....

우리나라에서도 2004년 『공교육개편안』이라는 소책자를 통하여 현행 경쟁입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경쟁 입시 폐지, 대학평준화를 대안으로 제출한 바 있다. 전교조와 교육관련 단체들의 오랜 공동 노력의 결과였다. 전교조 활동을 하면서도 언제나 비판만을 한다는 말을 들으며 ‘뒷북’을 치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나에게도 가뭄 뒤의 단비와 같은 책자였다. 내용의 핵심은 현재의 경쟁 중심의 입시 정책으로는 우리 교육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대학입시에 묶여 있으므로 대학입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경쟁 입시폐지, 대학평준화였다. 그러나 큰 반향을 일으켰던 『공교육개편안』은 전교조 내부의 복잡한 사정으로 인하여 사회적 담론이 되지 못하고 말았다. 전교조 내의 정파 간의 갈등 때문에 『공교육개편안』을 중심으로 하는 하반기 사업이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되어 버린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다행히 ‘입시 폐지 대학평준화’라는 의제는 2007년 여름 진주경상대 정진상 교수의 전국자전거 대장정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정진상 교수는 22일에 걸친 전국 자전거 대장정을 통하여 현재의 경쟁 입시의 문제점을 부각하고 대학평준화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정진상 교수의 노력은 2007년 10월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준)’ 구성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그 후 전국의 많은 지역에서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공동실천단’이 조직되어 활동을 하고 있다.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전국민 공동행동의 날,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전국자전거 대장정, 강연회, 토론회, 선전전 등의 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필자가 사는 순천지역에서도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순천지역 공동실천단’이 구성되어 미약하지만 꾸준한 활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학평준화를 위해서 나는......

그러나 이명박 정권의 경쟁교육은 이러한 노력들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대학을 평준화시켜 입시지옥 해소는커녕 ‘경쟁만이 살길이다. 경쟁이 부족해서 실력이 부족하다. 교사, 학생, 학교를 더욱 경쟁시키자’는 경쟁 위주의 교육정책을 계속 토해 내고 있다. 대학을 평준화시켜야 할 판에 고교다양화 300정책 등으로 고교 평준화를 해체하려 하고 있다. 일제고사를 실시하여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똑같은 시험을 치르게 하여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학교와 학생들을 서열화 시키고 있다. 교사와 학생들은 더욱 경쟁에 내몰리고,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고통은 커져 가고 있다.

현실이 이렇게 암울하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오히려 교육적 모순이 커질수록 저항도 커질 것이다. 머지않아 더 이상 사교육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학부모들이 생겨날 것이고 부자들의 들러리를 서는 무의미한 경쟁에 반기를 드는 학생들이 생겨날 것이다. 또한 더 이상 문제풀이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할 수 없다는 교사들의 반격이 시작될 것이다. 그리하여 경쟁 위주 교육정책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담아낼 수 있는 대학평준화가 사회적 담론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

아직은 입시폐지 대학평준화를 위한 명확한 길이 보이지 않는다. 사회적 담론이 형성되지 못하여 답답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좀 멀리 바라보면서 차분히 가고자 한다. 내 주변부터 교육해 내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입시폐지 대학평준화의 필요성을 주장한다면 현행 경쟁 입시의 모순이 커지는 만큼 대학평준화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이다. 따라서 지금 해야 할 일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작지만 가능한 일부터 하나씩 하나씩 실천해 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선전지를 돌리고, 회원을 늘리고, 인터넷에 관련된 글을 올리는 등등........

대학 평준화로 모두가 행복한 그 날을 꿈꾸며......

내 딸이 점수로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적성에 따라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학벌을 취득하는 대학이 아니라 자아 성취를 위한 학문의 장으로써의 대학이 되었으면 좋겠다. 부모의 경제력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으로 대학을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 이상은 수능점수 때문에 자살하는 학생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자식들의 사교육비 때문에 직종을 불문하고 돈벌이를 하는 상황은 없어졌으면 좋겠다. 학교에서 문제풀이 위주의 주입식 교육으로 교사들이 자괴감을 느끼는 상황은 없었으면 좋겠다. 아마 수민이가 대학에 진학하는 2011년에는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제 중학교에 진학하는 막내아들 때는 가능하지 않겠는가? 더 늦을 수 있더라도 ‘경쟁입시 폐지 대학평준화’는 시기가 문제일 뿐 언젠가는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그 시기는 나의 노력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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