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 문화’ 없애기 위해서, 좀 크게 꿍시렁거리다

  난다(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서울지부 활동가)

체벌, 아직도 학교에서 애들을 때리냐구요?

“90년대에는 두들겨 팼고 2000년대에는 때린다.”는 말이 있듯이 ‘체벌’에 대해 살펴볼 때 10년 20년 단위로 보면 약간 ‘정도’가 덜해졌을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그 이하로 수그러들지는 않고 있어요. 최근에는 경기도 지역의 어느 학교에서 학생이 ‘엎드려뻗쳐‘를 한 상태로 몽둥이로 맞다가 꼬리뼈가 부러져서 병원에 실려가 일주일 동안 입원한 일이 있었습니다. 또 광주에서는 체벌을 받고 집에 돌아간 한 학생이 자살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체벌로 인해 심각한 부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었던 사례부터 가장 일상적인 체벌까지, 여전히 존재해요. 지각해서 맞고, 문제집 안 가져와서 맞고, 좀 크게 꿍시렁거렸다가 맞고. 언론에 이슈화되는 체벌은 극히 일부일 뿐이에요. 오히려 더 경우가 심하거나 비슷한데도 이슈화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체벌이 왜 일어나냐구요?

그러게요. 정말 체벌은 왜 일어나는 걸까요? 그동안 체벌의 대안이니 원인이니 여러 가지분석이 있었는데요. 체벌.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매를 드는 것. 많은 수의 학생들을 한꺼번에 만나고, 수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매를 듭니다. 그렇게 하면 쉽게 집중을 시킬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왜 많은 수의 학생들을 집중시켜야 하고, 수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해야 할까요? 집중을 잘 시켜서, 수업을 잘 진행해서 점수 따야 하니까요. 시험 잘 봐서 입시경쟁에서 승리해야 하니까요. 그 밖에도 말 안 들으면 맞아야지, 때려서라도 정신 차리게 해야지, 라는 한국 사회의(매우 폭력적인)오랜 관습이 체벌 문화가 고정되어서 쉽게 사라질 수 없는 이유로 들 수 있겠습니다. 아니, 때려서 자신의 말을 인정하게 하고 자신의 말을 받아들이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폭력적인데요.(여기 계신 분들은 다 잘 아실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렇다. 체벌이 문제 많다는 거 알겠다. 그래서 대안은? 체벌 없애면 어떻게 할건데? 하는 고민 속에서 아마 그래서 상벌점제, 일명 ‘그린마일리지’가 등장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올해 교과부의 기조 중 하나가 “준법과 질서가 살아 숨쉬는 학교 만들기”라고 하죠. 상벌점제는 잘못에 대해서 매를 드는 게 아닌 점수를 매기는 것으로, 체벌보다 공정한 적용이 가능하다며 꽤 좋아하시는데요. 제가 보기엔 이 벌점제도 문제가 많아 보여요. 학교에서 학생들 벌점 많다고 쫓아내기 용으로 쓰이기도 하는 등 말이지요.

우리는 흔히 체벌의 대안이라고 하면 체벌을 대체할 다른 ‘합리적’ 통제수단을 고민하게 됩니다. 그래서 체벌보다는 좀 더 ‘합리적’이고, ‘공정한’ 벌점제, ‘그린마일리지’가 도입된 듯 해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 아예 그런 통제 자체를 포기하는 게 옳지 않을까요? 체벌이든 벌점이든 통제와 규제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목표가 있다면, 그 목표를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럼 대안이 뭐냐” 고 한다면 정말 간단한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권적인 학교’. 좀 더 널널한 학교. 통제와 규제와 규칙만이 존재하는 게 아닌 통제와 규제와 규칙이 없어도 잘 될 수 있게 하기. 하지만 하도 준법, 준법 얘기하신 덕분에 이미 준법의식은 과도하게 살아서 흘러넘치고 있답니다. “어떻게 규칙을 잘 지키게 할까”를 고민하기보다는 “어떤 규칙일까”, “무엇을 위한 규칙일까”를 먼저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체벌 ‘진짜로’ 없애려면...

그럼 정말로 이 문제 많은 체벌을, 아니, 체벌이 없어진다 해도 체벌 같은 ‘벌’로 학생들을 통제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이 ‘체벌문화’를 없애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체벌은 청소년들이 처해 있는 사회적 지위와 권력 관계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상황이죠. 누가 ‘잘못’을 했을 때, 때려서라도 그걸 고쳐야 한다니 무슨 노예도 아니고…. 학생은 ‘때릴 수 있다’, ‘맞을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이미 엄청난 권력 관계를 내포하고 있어요. 학생들, 부모들, 교사들, 모두가 다시 그런 권력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고, 체벌에 순응하고 있진 않은지 각자의 위치에서 반성해야 하지요.

대표적으로 체벌 문제에서 가해자로 지목되곤 하는 교사들. 교사들은 체벌 문제에 대한 문제제기를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거나, 교권vs인권 개념으로 볼 때가 많은데요. 그런 생각을 벗어나는 것도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체벌의 가해자로 지목되는 교사들도 어쩌면 집단적으로는 피해자 아닐까요? 폭력의 가해자로서의 경험도 그리 유쾌한 것은 아니니까요. 거기다가 사고가 생기면 책임은 교사 독박.(체벌을 가혹하게 가하는 교사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교사 입장에서 우호적으로 말한다면 이렇다는 것-_-) 교사들은 당연히 이런 노동환경에 대해 변화를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도 체벌폐지를 요구하는 교사들의 파업이나 농성은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아요. 학생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걸 수도 있겠네요.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학생인권을 얘기하는 것이 교권을 침해하는 게 아니고, 교권과 학생인권은 대립 되는 게 아니에요. 체벌이나 깐깐하고 과도한 ‘생활지도’ 없이도 럴럴하고 인권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학교는 교사에게도 학생에게도 좋은 곳이죠.

학부모들의 경우에도 체벌에 대해 많은 자기 성찰이 필요합니다. 간혹 부모들이 학교에서의 체벌을 반대하는 게, 내 귀한 자식 왜 당신이 패냐는 식일 때가 있지요. 정작 그런 부모들은 집에서 자기가 교육을 위해서 자식들에게 체벌을 가하거나 자식들에게 권위적으로 대하기도 해요. 이런 식으로 체벌을 반대한다면 정말 한계가 많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체벌에 반대하는 것은 학생들, 청소년들을 무릎 꿇게 만드는 권력 관계 자체에 문제제기를 하는 거여야 하지 않겠어요? 부모와 자식 간의 권력을 포함해서 말이지요.

교사나 부모가 체벌 문제를 매 맞고 사는 불쌍한 학생들만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잘못을 깨달은 착한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서 해줘야 할 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체벌을 없애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역할도 아주 커요. 설령 체벌에 대해 법적으로 금지한다는 게 만들어진다 해도 결국 현장에서 권력관계와 관행에 맞서는 움직임들이 없으면 체벌 ‘문화’는 끈질기게 살아남을 테니까요. 상당수의 학생들이 체벌에 동의하는 한 체벌의 완전한 폐지는 정당성이 약하니까요. ‘벌’로써 다스리겠다는 생각, 벌을 내림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인식, 그리고 그러한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방식들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한 그 ‘문화’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와 움직임이 참 중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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