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의 벽을 무너트리고, 입시폐지 대학평준화로 지평을 열어가자.
2009년 11월 12일 수능을 다시 맞이하지만, 그리 반갑진 않다.
매년 치루는 수능시험, 대리시험이나 펜 카메라를 이용한 부정 등 온갖 최첨단 통신기술을 이용한 부정시험과 수능성적비관으로 자살하는 청소년들의 소식이 난무한다. 이렇듯 많은 학생들을 범죄의 유혹, 한탕주의의 시련에 빠뜨린 것은 학부모와 교사일까? 아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대학입시라는 제도, 즉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진로가 결정되며 어느 대학을 진학했느냐에 따라 사람의 신분이 규정되어 버리는 이 땅의 교육제도가 만들어 낸 것이다.
이런 병리현상에도 우리는 촛불을 들고 무언의 시위를 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렇듯 수많은 청소년들이 입시교육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으며 이제 이들의 죽음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는 너무나 일상적인 일이 되어 버렸다. 이처럼 한국사회의 과도한 입시경쟁교육 시스템 속에서 많은 이들이 죽어가며 고통받고 있지만, 이제는 언론이나 사회를 막론하고 그 누구도 이들의 죽음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늘 그렇듯이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채 그저 개인의 나약함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고만 있다. 하지만 2009년 5~6월 광주에서만 5명의 학생들이 자살을 택하는 현실에서 이것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한다면 너무나 무책임한 태도임이 분명하다. 자살은 단지 개인의 죽음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죽어간 학생들의 수는 단지 표면적인 수치에 불과하며 그 이면에는 공부와 입시경쟁으로 병들어가는 학생들의 암울한 삶이 깊게 드리워져 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경쟁’이다. 학교간, 학생간 경쟁을 강조하는 교육정책으로 학생들의 입시, 성적 등과 관련된 스트레스가 증가했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9년 학생인권실태조사에서도 입시, 성적, 진로 문제로 받는 스트레스가 많다는 응답이 중학생 50%, 고등학생 61%로 모두 과반수를 넘었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이후 입시, 성적, 진로 문제로 받는 스트레스에 대한 응답으로는 많이 증가했다는 답이 중학생 44.2%, 고등학생 51.9%, 증가가 중,고등학생 모두 30% 가량으로, 스트레스가 감소했다고 답한 학생은 중학생 0.8%, 고등학생 0.9%에 불과했다.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입시나 진로에 대한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많이 증가했다는 응답이 매우 높은 것은 그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정부의 경쟁을 강조하는 교육 정책이 학생들의 입시 및 성적 스트레스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왜 한국사회 학생이 이토록 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가. 왜 자살하는 학생의 비율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가는 건가. 그것은 한국의 교육이 그 근본부터 왜곡되어 있음을 반증한다. 오로지 대학만을 위한 교육, 입시교육으로 대변되는 한국의 교육현실이 이 땅의 학생들을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한창 꿈을 키워가야 할 시기에 과도한 입시경쟁에 휘말려 십대 후반에 극심한 전쟁을 치러야 하고 설령 그 가운데서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여전히 상처는 지워지지 않은 채 평생을 열등감과 무기력, 체념과 절망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 바로 이 땅 학생들의 삶인 것이다.
그럼에도 모두가 살인적인 입시 경쟁에 달려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소위 일류대학 출신들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과 부가 따르는 자리들은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몇몇 대학 출신들이 독점하여 자기들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며 패거리를 이루고 있다. 그 영향력의 정도에 따라 모든 대학은 제일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수직적으로 서열화 되어있다. 좀 더 상위의 패거리 집단에 들어가야 차별받지 않고 살 수 있으니 입시경쟁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특정 대학 출신의 권력 독점과 대학서열이 깨지지 않는 한, 사람 죽이는 입시경쟁은 계속 이루어질 것이다.
이런 식의 수능은 당장 사라져야 한다. 수능은 국민의 가슴에 한을 심고, 국가의 장래를 위태롭게 하는 것 외에 그 어떤 순기능도 하지 못한다. 단지 특권층의 세습통로일 뿐이다. 하지만 수능을 폐지한다고 해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신분을 가르는 본질은 대학서열체제에 있는 것이지 수능제도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수능폐지를 넘어 입시폐지, 대학평준화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입시가 사라져야 신분제가 사라지고 공화국이 산다. 차별과 특권의 위헌적 기제인 학벌을 없애는 길도 그것뿐이다. 한국인만이 갖고 있는 학력, 학벌에 대한 병적인 집착, 상처, 숭배, 그 모든 망국적 현상을 치유하는 길도 이것뿐이다.
해마다 수능관련 행사가 이어져오고 있다. 올해도 역시, 11월 12일 광주, 창원 14일 서울, 마산 등 학벌사회를 끝장내고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할 것을 요구하는 제3회 국민공동행동이 전국 곳곳에서 전개하며 희망을 나눌 것이다. 혼자서 꾸는 꿈은 몽상에 머무를 뿐이지만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새로운 교육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모두가 함께 실현시킬 현실로, ‘제 3 회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전국공동행동’이 그 뜨거운 동력이 될 것이다. 끝.
2009년 11월 12일
입시폐지대학평준화국민운동본부 광주지역실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