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평>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8년 즈음에 부쳐
- 지난 8년의 공든 탑, '자랑거리'에서 '조롱거리'로 -
오늘 11월 25일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설립 8주년을 맞이하는 날이다. 먼저 「국가인권위원회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인권위 설립 8주년에 인권위가, 그리고 인권이 처한 현실 앞에 참담할 뿐이다. 11월 24일 발표한 인권위의 입장처럼, 과연 인권위는 현재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인권옹호기관'으로 정착되었는가? 공동행동의 답은 '아니오'다. '인권옹호기관'으로 정착되기는커녕 뒷걸음질치고 있는 인권위는 언제 국민의 호흡에 혼란을 줄 지 모르는 기관이 되어가고 있다.
인권위는 설립 8주년을 맞아 "지난 8년 동안 정부의 인권외교를 지원하고 국가브랜드 향상에 기여했"다며 인권위의 위기를 자위하고 있다. 인권위의 이런 평가는 가히 안쓰럽기까지 하다. 인권위는 현재 인권위가 처한 암담한 현실을 전혀 모르지 않을 것이다. 조직이 21% 축소되고, '인권문외한' 위원장이 취임하며 인권위 외부는 물론이고 내부적으로도 매우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인권옹호 기관으로 정착", "인권외교를 지원하며 국가브랜드 향상에 기여"했다는 인권위의 지난 8년에 대한 평가는 지금의 인권위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으며, 자기반성과 성찰을 찾아볼 수 없는 대목이다.
지난 11월 13일 국회 인권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의 주된 화두는 △현 정부 들어 인권위의 권한이 축소되고 있다는 것 △국제사회에서의 인권위 위상 추락 등이었다. 이 자리에서 인권위원장인 현병철 위원장(이하 현위원장)의 태도는 어떠했는가. 질의를 하는 국회의원들조차도 안쓰럽다고 말할 정도로 쩔쩔매며 소신 없는 태도였다. 특히 한 의원의 '지난 2004년 인권위가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를 낸 결의를 바꿀 의지가 있는가' 질의에 대해 "기회가 되는대로 논의를 해 보겠다"고 밝혀 또다시 말 바꾸기를 하였다. 소신도 없고, 인권의식도 없는 인권위원장 앞에 인권위의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아쉬움도 많고 아직 한참 더 다듬어져야 하지만 그나마 쌓아오고 있던 지난 8년의 인권위의 공든 탑이 이명박 정권에 들어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현위원장이 임명되면서 급기야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한편 유엔사회권규약위원회(이하 유엔사회권위)는 바로 어제 11월 24일 저녁, 한국정부의 사회권 규약 이행 여부에 관한 최종견해(이하 최종견해)를 발표하였다. 유엔사회권위는 최종견해를 통해 △인권위의 권한이 제한적인 점 △21% 인원 감축 △인권위 독립성 훼손 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였다. 또 유엔사회권위는 한국정부에 대해 "인권위가 파리원칙에 부합하는 것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상기하"라며 인권위의 권한을 강화․확장하고, 인권전문가를 포함하여 적절한 인물을 임명, 물적 자원을 편성할 것 등을 권고하였다. 이는 유엔에서도 한국 인권위의 권한과 독립성, 인권위원 임명 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에 대해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또 최근 한국을 방문한 아이린 칸 앰네스티 사무총장도 한국 정부 부처들에 대한 인권위의 제한적인 조사권한과 권고이행 미비에 대해 지적하며 "한국 정부는 인권위에 협력해야 하고, 인권위가 내린 권고를 집행해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높은 위상을 유지하며 국제적인 '자랑거리'였던 인권위가 이제 국제적인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바로 이것이 인권위 설립 8주년의 현실이다. 인권위는 현재의 위기를 인정하고, 이 위기를 돌파하고 다시 인권위가 국가인권기구답게 만들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한 첫걸음은 당연히 현위원장의 자진사퇴이다. 21%의 조직축소로 국제적․국내적으로 권한과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인권문외한' 현병철을 위원장과 김옥신 사무총장을 임명하는 '결정타'로 인권위는 추락하고 있다. 현위원장이 위원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만으로 인권위는 계속해서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그 위상은 계속해서 실추될 것이다.
인권위 설립 8주년, 인권위는 지난날의 성과를 자축할 것이 아니라 암담한 현실과 어두운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 동시에 이 땅의 참담한 인권의 실상을 파고들어야 한다. 8년 전, 인권위가 처음 만들어질 때의 그 초심으로 돌아가라. 권력의 편에 서서 많은 이가 "예"라고 답할 때 인권위는 "아니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 용기와 당당함을 갉아먹고 있는 위원장은 하루빨리 사퇴하라. 그것이 현병철 본인이 인권위를 위해 인권위원장으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다. 김옥신 총장 또한 함께 사퇴하라. 인권위를 더 이상 ‘인권문외한 기구’로 만들지 않길 바란다. 우리 공동행동 또한 국가인권기구 설립을 위해 추운 겨울 명동성당 앞에서 노숙 단식농성을 하며 싸웠던 처음의 그 마음으로 돌아갈 것이다. 한 겨울의 찬바람을 맞고 있는 인권위와 인권을 위해 우리의 투쟁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며, 그 첫걸음인 현위원장의 사퇴를 위해 계속해서 싸워 나갈 것이다. 인권과 인권위의 위기, 이것이 인권위 설립 8주년의 모습이다.
2009. 11. 25.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사)대구여성의전화,(사)대구여성회,(사)들불열사기념사업회,(사)실로암사람들,경산이주노동자센터,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광주여성단체연합,광주여성민우회,광주여성의전화,광주여성장애인연대,광주외국인노동자센터,광주인권운동센터,광주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광주장애인가족복지회,광주장애인가족지원센터,광주장애인교육권연대,광주장애인부모연대,광주장애인지랍생활센터,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광주장애인총연합회,광주전남문화연대,광주전남미디어행동연대,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광주전남불교협의회,광주전남진보연대,국가인권위독립성수호를위한교수모임,다산인권센터,대구KYC,대구경북민주화계승사업회,대구경북민주화교수협의회,대구경북양심수후원회,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대구시민공익법센터,대구여성노동자회,대구이주연대회의,대구장애인연맹(대구DPI),대구참여연대,대구환경운동연합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광주전남연대회의,민주노동당대구시당,민주노동자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광주지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대구지부,민주주의법학연구회,밝은세상,열린케어장애인자립생활센터,영남대인권교육연구센터,오방장애인자립생활센터,우리복지시민연합,우리이웃장애인자립생활센터,울산인권운동연대,인권교육센터'들',인권실천시민행동,인권연구소'창,인권운동사랑방,인권운동연대,장애인정보문화누리,장애인지역공동체,전국교수노동조합대구경북지부,전국여성노동조합대구경북지부,전국장애인차별철페연대,전북평화와인권연대,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진보네트워크센터,진보신당광주시당,진보신당대구시당,참교육학부모회광주지부,참교육학부모회대구지부,천주교인권위원회,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지렁이',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학벌없는사회광주모임,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친구사이',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대구인권위원회,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대구지회,한국비정규교수노조경북대분회,한국사회당대구시당,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인권행동,한마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09.10.09현재 전국 86개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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