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점수만으로 학생들을 평가하고, 제자들의 점수가 교사의 평가 잣대가 되고, 학생들의 점수로 학교를, 교육청을 평가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시험점수로 학생들을 수직으로 평가하는 일제고사를 반대하며 청소년들과 학부모들이 10월 13일 체험학습을 떠났습니다. 

떠나기 전 날, 많은 걱정을 했습니다. 지난 3월 일제고사 거부 체험학습 참가자 50여명에 비해,  이번 8명의 친구들과 떠나는 것이 사실 쪽팔렸고 마음을 못보태어 청소년들에게 미안했습니다. 예정된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체험학습을 강행하면서 일제고사 반대 명목때문에 청소년들을 대상화하는 건 아닌가 우리 스스로 의심도 해보았습니다.


의재 허백련 선생의 삼애사상(하늘, 땅, 사람)이 담겨있는 삼애헌에서 춘설차를 마시고, 2001년 건축디자인 대상을 받은, 자연과 공간의 아름다운 조화가 돋보이는 건축물인 의재미술관에 들렀습니다. 미술관에서 신낙균선생님 작품을 비롯한 30년대 우리 사진의 변천사를 보고, 의재선생님 그림들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신낙균 선생님의 작품중에 월북무용가 최승희의 앳띤 사진과 신낙균선생님이 동아일보 사진기자로 있으면서 송기정선수의 일장기를 지워버리고 실은 그 당시 신문의 사진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점심시간도 잊지 못할 추억의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특별히 배려한 미술관의 야외식탁에서 자장면과 탕수육을 시켜 먹었는데 (아이디어 참 기발하죠? 미술관에서도 처음이래요) 무등산의 나무와 바람과 우리 아이들의 웃음소리, 이보다 더 감동스런 작품이 있을까요? 의재 미술관 최고의 예술작품은 학교를 벗어나 너무나 좋아하는 개구장이 우리 친구들이었답니다.

오후에는 수묵화를 배우고 직접 작은 액자를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붓과 먹과 물의 조화가 수묵화의 맛을 다르게 하는데요, 다들 놀라운 실력들을 발휘했답니다.

청소년들이 시험치면서 힘들어 했을 시간에 우리만 행복해서 좀 미안했구요, 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행복했을수 있는 시간들을 어른들의 비겁함이 가로막은 것 같아 못내 분노스러운 하루이기도 했습니다.

<사진출처 :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광주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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