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국장·정책기획관 등 잇단 출국

일부선 ‘교원용 연수기회 독식’ 뒷말

정보공개도 거부했다 공개명령 받아 

“외유성 연수…도덕적 해이 심각”


광주시교육청 일부 간부들이 앞다퉈 국외연수를 가고도 정보공개를 미적거리는 등 ‘도덕적 해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 부임한 정우성 시교육청 교육국장은 지난 7일부터 11일 동안 독일·네덜란드·이탈리아·프랑스·벨기에 등 서유럽 5개국으로 유공교원 국외연수를 떠났다. 앞서 정 국장은 지난해 8월에는 4박5일 동안 홍콩으로 학생생활교육담당 교원연수, 7박8일 동안 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 등 북유럽 3개국으로 진로진학상담 교사연수 등에 참여한 바 있다.

김성영 시교육청 정책기획관은 9일부터 10일 동안 핀란드·에스토니아·라트비아·스웨덴 등 북유럽 4개국으로 선진 교육정책 교원연수에 동참한다. 김 기획관은 지난해 7월엔 5박6일 동안 중국으로 교장단 역사문화연수를 갔고, 미래인재교육과장으로 재임하던 2012년 12월엔 5박6일 동안 스리랑카로 교육정보화사업 지도를 명분으로 출국하기도 했다.

이들뿐 아니라 시교육청의 장학관과 장학사, 사무관 이상 간부들이 교육 현장에 돌아가야 할 연수 기회를 먼저 챙기고 있다는 뒷말이 무성하게 나오고 있다. 공무원 ㄱ씨는 “일부 간부들이 국외연수는 앞다퉈 챙기고, 텔레비전 토론 등 궂은 자리는 서로 피하고 있다. 연수 기회를 고르게 배분하는지를 감독해야 할 위치에 있는 분들이어서 더 민망스럽다”고 혀를 찼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시교육청은 국외연수 정보공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7월 최근 3년 동안의 국외연수 내역을 공개하라는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의 청구를 거부했다가 “‘구린 데’가 있어서 참가자와 예산액을 숨기려 한다”는 비판을 샀다.

시교육청은 “안행부의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과 시교육청의 국외연수자료실에 올라 있는 보고서를 참조하라”고 답변했다가 지난달 17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서 전면 공개하라는 결정이 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8일에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문을 6일 송달받았다”며 “기속력이 있는 결정인 만큼 시민단체의 요구대로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박고형준 광주 학벌 없는 사회 대표일꾼은 “국외연수가 외유성으로 이뤄져 시간과 예산을 낭비한다는 여론이 높아 점검을 하려 했다. 정책 부서나 특정 직위에서 이를 독식한다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상석 행의정감시연대 집행위원장은 “시교육청 누리집의 국외연수보고서조차 외부인이 볼 수 없게 막아놓은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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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주타임즈] 정재춘 기자 = 교직원들의 잇따른 해외연수로 '선심성'과 '관광성' 외유라는 비판을 받았던 광주시교육청이 국외연수 정보공개 청구를 놓고 시민단체와 마찰을 빚고 있다.


시민단체는 광주시교육청의 부분 정보공개에 대해 행정심판을 청구한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11일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이하 학벌없는사회)에 따르면 이 단체는 광주 지역 교장들의 대규모 중국탐방이 논란을 빚던 지난달 22일 광주시교육청에 국외연수 및 국외출장 내역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번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광주시교육청은 교원의 직책과 예산은 가린 채 특정 부서 2곳의 내용만을 부분 공개했다.


이에 대해 학벌없는사회는 이의신청을 제기했으나 광주시교육청은 '특정인에게 이익 또는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대신 광주시교육청은 안전행정부에 등록된 국외출장 연수정보 시스템을 통해 필요한 자료를 검색하라고 답변했다.


안전행정부 시스템에는 최근 3~4년간 광주시교육청의 국외연수 및 출장 기록이 매회 사안별로 인원, 예산, 내용 등이 60여 건 공개돼 있다. 


하지만 학벌없는사회는 안전행정부 시스템만으로는 광주시교육청의 전반적인 국외연수 및 출장과 관련된 전체 예산과 인원, 목적 등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학벌없는사회는 광주시교육청이 시민의 정보공개청구권을 너무 협소하게 해석한 나머지 무성의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조만간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광주시교육청은 학벌없는사회의 정보공개 청구 내용 범위가 명확히 적시되지 않아 자료를 취합하는데 한계가 있어 이미 공개돼 있는 안전행정부의 자료를 이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또 정보공개 청구의 취지가 이미 만들어진 자료를 공개하는 것인 만큼 학벌없는사회가 요구하는 것처럼 새로운 내용을 가공해 제공하기는 어렵다고 교육청은 주장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지난달 일선 초·중·고 교장 300여 명을 상대로 예산 5억원 가량을 들여 4박5일간 중국 역사문화탐방을 실시해 전교조가 "내년 교육감 선거를 앞둔 선심성 정책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달에는 1억2000여 만원의 예산으로 학교 생활교육 담당교사 등 100여 명을 홍콩과 마카오로 연수를 보내 관광성 외유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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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3학년인 황법량(19)군은 17일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자신이 다니는 광주 금호고등학교 내에 붙이려다가 학교 측의 제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황군이 미처 붙지 못한 자신의 대자보를 가리키며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소중한


"고등학생도 시민이잖아요. 시민 대우를 못받고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고등학교 3학년인 황법량(19)군은 차분한 어조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다. 황군은 17일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자신이 다니는 광주 금호고등학교 내에 붙이려다가 학교 측의 제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당시 황군은 A4 용지 4장에 적은 손글씨 대자보를 들고 학생부에 게시 허락을 받으러 갔다. 하지만 담당 교사는 게시를 불허했고, 황군은 주변에 있는 다른 교사들로부터 면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황군은 교감, 교장 등과 면담을 했고, 그때마다 '정치적'이란 이유로 대자보 게시를 불허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황군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매우 불쾌했다"며 "'버릇없다', '짝다리 짚지 마라', '시끄럽게 해 우리의 휴식권을 침해했다'는 등 선생님들의 반응에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18일 광주 광산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황군은 "학교에서 좋아하지 않을텐데 인터뷰를 해도 괜찮겠냐"라고 기자가 묻자 흔쾌히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인터뷰를 해도) 상관 없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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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3학년인 황법량(19)군은 17일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자신이 다니는 광주 금호고등학교 내에 붙이려다가 학교 측의 제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황군이 붙이려고 했던 대자보.

ⓒ 소중한


"학교가 매번 말하는 게 '현실' 뿐... 기득권에 복종하란 소리"


황군은 지난 7월에도 '시국선언' 대자보를 학교에 붙였다가 학교 측에 의해 철거된 바 있다. 때문에 황군은 이번 대자보의 경우 시국선언 대자보와 같이 철거되지 않기 위해 학교 측의 허락을 구하러 갔다가 거절을 당했다.


"(학교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는 걸 많이 느끼죠. 교육부는 두려워하면서 학생들에겐 함부로 하잖아요. 교육자라고 하면 학생이 다소 손해를 입더라도 옳은 길을 가라고 하는 게 맞잖아요. '지식만 가르치는 교사가 되지 말자'고 말하는 '진정한 교사상'에도 맞지 않고요. 그런데 매번 말하는 게 '현실' 뿐이에요."


황군은 학교 측이 대자보 게시를 불허하기 전날인 16일 대자보를 쓰기로 결심하고 5시간을 들여 손글씨 대자보를 완성했다. 그가 적은 대자보엔 "학문하는 학생으로서, 주권을 가진 시민으로서 당당히 발언합시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인터뷰 중에도 황군은 '고등학생의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학교에서 말하는 '현실'이란 게 기득권에 복종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고등학생에게 정치적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고등학생을 향한 '미성숙'의 이미지에 날을 세워 반대했다.


"물론 어리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은 있지만 합리적인 생각을 못하는 건 아니에요. 어버이연합 어르신들 보세요. 충분히 감정적이잖아요. 과연 그분들이 합리적일까요, 고등학생들이 더 합리적일까요. 누가 더 낫다고 할 수 없는 거에요. 보호를 하는 건 좋지만 표현의 자유를 고등학생에게 뺏는 건 기득권 세력이 청소년의 소망을 짓밟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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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3학년인 황법량(19)군은 17일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자신이 다니는 광주 금호고등학교 내에 붙이려다가 학교 측의 제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 소중한


"학교, 너무 겁내지 마세요"


학벌없는사회 광주시민모임은 18일 "학교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는커녕 이를 짓밟은 조치를 한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광주 서구에 있는 시교육청에 게시했다. 이를 통해 황군의 사정이 언론을 타기 시작했고 18일 등교한 황군은 교직원과 몇차례 더 면담을 해야했다. 


현재 학교 측은 "(대자보 게시) 불허가 아니라 논의를 해보자고 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학내 게시물은 학교장의 최종 허락을 받아야 하므로 현재 사회적 이슈인 대자보와 관련해 검토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황군은 "처음 게시물 게시 허락을 구하러 갔을 때 학생부 선생님으로부터 붙일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제와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하는 건…"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어 그는 "친구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전폭적으로 지지해 준다"며 "여러 선생님들도 '수고했다'고 말해 주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고 주변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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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3학년인 황법량(19)군은 17일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자신이 다니는 광주 금호고등학교 내에 붙이려다가 학교 측의 제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 소중한


인터뷰 전날인 17일 황군은 내년 입학이 예정된 전남대를 찾아 입학요건인 신체검사를 받았다. 이날 전남대에 걸린 여러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보고 황군은 "느끼는 게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은 (대자보를 붙이는 게) 되는데 고등학교는 안 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면서도 "대학에 입학하면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생각에 매우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입학하면 무얼 제일 먼저 하고 싶나"라고 기자가 묻자 "연애"라고 답했다.


끝으로 황군에게 "학교 측에 하고 싶은 말이 있나"라고 물었다. 황군이 웃으며 답했다.


"너무 겁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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