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이 광주여자대학교를 상대로 한 정보공개거부 처분 취소 행정소송에서 매우 이례적인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방법원 재판부가 ‘원고(학벌없는사회)의 청구를 각하하고, 소송비용은 피고(광주여대)가 부담한다’는 주문을 한 것이다.
통상 원고의 청구를 기각 또는 각하할 경우 패소한 것으로 간주하여, 인지대·송달료·변호사 선임료 등 소송비용을 원고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이번 소송은 광주여대가 불필요한 법적분쟁을 발생시켜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는 등 피고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시민단체 공익 활동 회피 꼼수
학벌없는사회가 광주여대에게 총장 연봉 등 정보를 공개 청구했으나 다른 대학과 달리 사생활의 비밀 및 자유 침해 등 이유로 비공개 처분했는데, 우리 단체가 행정소송 등 적법한 구제 절차를 진행하자, 돌연 광주여대가 내용증명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공개해버린 것이다.
재판부에게 소송의 실익을 보장한 것처럼 둔갑한 것인데, 이 같은 행위는 행정감시 등 시민단체의 공익활동을 지연시키는 목적이 분명하다.
또한, 이번 소송에 앞서 광주여대는 정보공개 이의신청 등 적법한 구제 절차를 거치지 못하도록 비공개 사항을 고의적으로 공개 처분하기도 했는데, 이는 단순히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침해한 것일 뿐 만 아니라, 정보공개청구법상의 청구인의 권리를 방해한 행위로 의심해볼 수 있다.
시민단체의 정보공개를 지연하거나 정보공개 청구인의 권리를 방해하는 행위는 비단 특정대학에서만 발생하는 일은 아니다.
광주광역시교육청은 학벌없는사회가 청구한 ‘2021~2022년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운영 현황’ 등 정보를 담당 장학사가 위변조하여 공개한 바 있다.
국립, 공립, 사립학교 여부를 알아낼 수 없도록 모든 학교를 공립으로 표기하여 청구인이 행정감시를 고의적으로 방해한 것이다.
납득이 안 되는 비공개 처분에 대해 학벌없는사회는 행정소송(심판)을 제기하여 정보비공개처분 취소 등 승소(인용) 판결을 이끌어낸 바 있다.
대표적인 예로 광주시교육청 국외연수·출장 내역, 사학법인 수익용기본재산 내역 등 꽁꽁 묶여 있던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 전국적인 파장과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것이다.
“이해관계따라 공개 여부 판단은 범죄”
이처럼 교육행정이 기관의 이해관계나 공직자의 편의에 따라 자의적으로 정보 공개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직권 남용 등 범죄 행위나 다름이 없다.
그럼에도 일선 교육행정은 정보공개 관련 위법행위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특히 사립대학은 정보공개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교육청, 사립대학 모두 공공성을 구현하는 교육행정 기관이고, 이를 위해 국가공동체와 시민들의 공적자금이 투여되고 있는 만큼, 공정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공공기관 내 공직자는 이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시민단체의 정보공개청구는 제도 개선, 정책 개발, 공익침해 예방 등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강화·확대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앞으로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어 적극적인 정보공개를 통해 교육행정의 신뢰를 쌓고, 정보공개 지연, 정보 위변조 등 위법행위로 이어지지 않게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최근 광주동부교육지원청에서 진행한 교원 연수 관련 공익신고를 상급기관 감사부서에서 직접 조사하지 않고, 오히려 연수 주최 기관으로 이송해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공익 신고자에 대한 보호는커녕, 신고자의 이름, 주소, 연락처 등 개인 인적 사항이 그대로 노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건 처리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공익 신고자 신분 노출은 행정기관의 단순 실수로 비쳐질 수 있지만, 신고의 절반 가량은 접수·처리 부서(기관)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 4월 말까지 공익 신고자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신분 공개 경위 확인을 요청해 인용된 경우는 총 45건이었다.
공익 신고자의 개인 인적 사항을 밝히는 행위는 공익 신고자 보호법에 규정된 신고자 비밀 보장 의무 위반으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중대 처벌 대상이다. 이처럼 공익 신고자가 신고 초장부터 신분이 드러날 위험에 처해 있지만, 신분 공개에 대한 고의성 입증이 어려워 행정기관은 고발에 신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신분 공개 경위 확인이 인용된 45건 중 고발 조치가 이뤄진 것은 17건에 불과했으며, 광주동부교육지원청 사건도 광주시교육청의 조치가 요원한 상태다.
공익신고자 신분 노출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조차 고사하고, 같은 직원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면해 주면 공익 신고 활성화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참고로 광주시교육청 공직자 부조리 신고 및 처리 세부 현황에 따르면 2020~2021년 기간 동안 단 9건의 공익 신고가 접수되는 등 1년에 4~5건 수준으로 실적이 빈약했다.
문제는 신분상 처분 및 환수 조치 등 행정처분만 했을 뿐, 해당 기간 동안 공익 신고자에게 포상금 지급을 한 경우가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점이다. 이유인 즉 공익 신고는 신고자의 신분을 드러내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신고 포상을 신청하려면 소속, 피신고자와의 관계 등 개인 인적 정보를 구체적으로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청렴의 빛이 구석까지 고루 미치는 등 공익 신고 제도의 완결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신고자를 격려하고 보호·지원하기 위한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
학벌 없는 사회가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광주시교육청이 공익 제보 지원 및 보호에 관한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시행과 시민단체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현행 조례의 운용상 미비점을 보완하고, 공익신고 절차·보상 관련 근거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구체적으로 공익신고 보상·포상금 등 사무 운영 지침을 마련하거나 별도 시행규칙을 제정하는 등 조례를 재정비했다. 또한 공익제보위원회 구성·운영을 통해 공익 제보 보호·지원 및 보상·포상금 심의를 하도록 규정하며, 비실명 대리 신고 변호사 제도를 운영한다. 더불어 지급 요건, 지급 금액, 지급 여부 등 보상·포상금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분기별 공익 제보 현황을 수합하여 공익 제보를 체계적으로 통합 관리한다.
이번 광주시교육청의 조례 제정 추진은 공익 신고 활성화 및 환경 조성을 강화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공익 신고자들이 신분 노출로 인해 고통 받지 않고, 실질적인 보호·지원과 불법 행위 신고에 대한 선제 대응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유치원 사문서 위조 등 잡음이 일어 백지화됐던 광주광역시교육청의 `매입형 유치원 사업’과 관련해 경찰이 교육청 행정예산과를 압수수색을 했다. 행정예산과는 지난 2021년 사립유치원 2곳을 매입해 공공형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했던 부서로, 경찰은 해당부서의 사무실 컴퓨터와 서류, 공무원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또한, 이 사안과 관련해 경찰은 광주시교육청 행정예산과 공무원 2명을 각각 공무상 비밀누설,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한 공무원은 매입형 유치원 사업 관련 정보를 일부 유치원 측에 흘려준 혐의를, 또 다른 공무원은 유치원 측이 신청한 서류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입형 유치원 공모 사업의 필수 제출 서류인 유치원 운영위원회 회의록 등 사문서가 위조되어 유치원 관계자들을 고발하고, 위조된 사실을 쉬쉬한 공무원들을 고발한 사안이 금품 수수 등 중대한 사안으로 번져 압수수색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메기 잡다가 고래가 걸려 잡혔다’고 평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광주시교육청은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이 없다는 점이다. 시민단체가 관련 공무원 문책, 사안 경위 조사, 수사기관 적극 협조 등을 요구했지만, 교육청 감사·인사부서에서는 수사 중이란 이유로 직위해제 등 행정처분은 고사하고, 경위서 작성 등 최소한의 문책조차 어렵다는 입장이다.
물론 아무런 조치가 없었던 건 아니다. 경찰의 압수수색 직후, 광주시교육청은 휴대전화를 압수당하고 입건된 5급 공무원 A씨를 8월 1일자로 인사 발령하였는데, 지역교육지원청·산하기관·학교 등 타 기관·부서로 좌천한 게 아니라, 업무만 변경하여 교육청 기존 부서(행정예산과)로 배치하는 꼼수를 부렸다.
이처럼 공직사회 내 비위 공무원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조차 고사하고, 같은 직원이라는 이유로 감싸주면 공직사회의 비리 근절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본청 공무원의 비위는 광주교육의 전체 피해로 직결되는 만큼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는데도. 해당 공무원의 승진 기회를 유지해주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
특히 매입형 유치원 사업을 강행할 때만 하더라도 `문제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큰소리치던 당시 광주시교육청 행정예산과장 B씨는 서부교육지원청 행정지원국장으로 영전하는 등 호사를 누렸다. 문제는 B씨의 정년퇴직 시기가 도래해 사실상 징계가 어려워, 이 사안의 모든 뒷감당은 하위직 공무원에게만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안그래도 광주시교육청 본청 인사 시, 교육행정 6~7급의 본청 진입 지원자가 없어 해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사안으로 인해 본청 격무·기피현상이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이라도 정교한 선별과 신상필벌의 원칙을 통해 B씨 등 고위직 공무원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 이정선 교육감 취임 이후, 대동고 학생의 시험지·답안지 유출, 여중생들의 후배 집단 폭행 등 중대한 교육 비위가 잇따라 터져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으며 평가(전국 17개 시·도교육감 행정수행 평가-12위)로 이어지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이 뼈를 깎는 자성과 성찰을 통해 `청렴 광주교육'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재적 의원 26명 중 21명이 출석하여 찬성 17명, 반대 2명, 기권 2명으로 찬성하는 의원수가 과반수를 넘었으므로 홍인화 의원 외 6명이 제출한 (광주학생인권조례)수정안에 대해서 수정한 부분은 수정안대로 기타 부분은 원안대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광주시교육청은 오랫동안 방치되어왔던 학생인권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학생인권조례를 추진하였고, 경기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 검토 및 홍보, 토론·공청회 및 설문조사 등 의견수렴, 생활교육혁신 방안 마련 등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학생인권보장의 기틀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광주학생인권조례는 정치적 상황의 변화, 불필요한 논쟁 과열로 인해 제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대표적인 예로 조례안 상정 시 보수성향의 광주시의원들은 ‘학칙으로도 학생의 인권을 제한한다’는 독소조항을 슬그머니 삽입해 학생의 통제·규제를 시도하기도 했고, 진통 끝에 해당 조항을 삭제한 수정안이 통과됐다.
또한 ‘학생인권이 보장되면 교권과 충돌한다’는 교권침해 주장은 조례 공표 이후에도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고, 모 학계에서는 학생인권조례와 기초학력·대학 진학율을 연관 짓기도 했으며, 어느 한 시민은 ‘성적지향 조항이 헌법에 반하며 학생들에게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학생인권조례 무효 소송을 청구하기도 했다.
갖가지 딴지에도 더 강화되는 학생 인권
그럼에도 광주학생인권조례는 퇴색되거나 후퇴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2020년 4월 조례 개정 개정을 통해 학생의 권리를 구체화하고 인권교육 및 연구회 운영, 인권자료 보급 등 다양한 사업을 집행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개정안에는 집회의 자유, 교내·외 활동 참여권, 혐오 표현 금지, 현장실습 학생과 학생 선수 학습권 보장, 학생 자치권, 인권교육을 받을 권리 등 강화된 규정들이 담겼다.
이는 부당한 외압과 정치적 판단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장휘국 교육감의 각별한 학생인권 의지로 볼 수 있다.
장 교육감은 2005년 교육위원시절부터 시민사회와 함께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에 동참하였고, 이를 교육감후보 선거공약으로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민주인권친화지수 및 학생인권실태조사 만족도도 해가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점도 공직자 의지, 학생중심·인권존중의 조직문화 변화의 결과로 볼 수 있는데, 앞으로 학생, 교직원의 인권의식 수준이 향상되고, 학생인권 실천사례가 많은 학교에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학생인권 침해나 차별행위가 여러 형태로 발생하고 있는 점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대표적인 예로 광주학생인권조례의 일부 규제조항으로 인해 휴대전화 사용 제한, 교복 등 복장 제한, 학교 내 집회 제한 등 자기의사결정권을 침해하여 학생들의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또한, 특수교육대상자 , 청소년 성소수자, 외국국적 유아 등 학교현장 사각지대에 있는 소수자 학생들의 피해호소도 잇따르고 있다.
특수교육대상자의 경우 광주시교육청은 ‘특수교육대상자의 특성화고등학교 입학 시, 교육청은 학교만 배정하고 학교장이 입학자의 학과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경우, 특수교육대상자가 비인기 학과를 채우는 인원으로 활용되거나 학교장의 선입견이나 편견에 따라 특수교육대상자의 학과 선택권이 제약될 여지, 학교 시설과 교직원 상황에 따라 행정 편의대로 특수교육대상자의 학습권이 취급될 위험이 있다.
또 , 청소년 성소수자와 관련해선 광주 일선 중·고교 부근에 차별금지법 반대 현수막을 게재하는 등 청소년들의 안전한 등·하굣길까지 위협하고 있다. 또한, ‘학교에서 동성애 옹호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차별금지법’을 운운하는 등 공공연하게 허위사실을 게시하여 청소년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
외국국적 유아의 경우 광주시교육청은 ‘대한민국 국적이 없는 만큼 지침에 따라 학비를 지원할 수 없다. 외교정책과 국가상호주의 등을 고려해 국가 차원에서 결정할 문제로 판단된다’며 외국국적 유아에 대한 학비 지원을 거부하는 등 유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평등한 유아교육 기회를 박탈하였다.
하지만 광주시교육청은 장애, 성적지향, 다문화 등 그 학생의 특성에 따라 요청되는 권리를 적극 보장받기는커녕, 편견과 차별을 정당화하거나 현실논리(예산, 법령 등)로 인권문제 해결을 유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학생 대자보 철거 등 표현의 자유 침해, 고등학교 기숙사 성적순 선발 차별, 소수종교 학생 급식 미제공 차별, 유아대상 과도한 학습 인권침해 등 일부 학생인권 사안들은 교육청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 국가인권위원회나 광주시 시민권익위원회 등 타 인권구제기관에서 권고하는 촌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학생인권 구제 체계 정비 필요”
이러한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학생인권 구제체계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
참고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서울·경기·전북교육청은 학생인권옹호관 제도를 직접 운영 중이며, 유달리 광주시교육청만 학생인권옹호관이 없는 대신 민주인권교육센터 내 전담팀을 두어 학생인권 관련 상담, 조사 및 구제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전담팀 조사관의 권한이 부족하거나 구제기구의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하다보니, 타부서로 배정된 학생인권 사안에 대해 직권(인지)조사를 못하고, 직접 교육감에게 시정 권고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또한, 학생 구제소위원회에서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권고하더라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경우도 더러 있다.
결론지어 타시·도와 같이 광주학생인권옹호관 제도 도입은 필수적으로 볼 수 있으며, 인권감수성과 조사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둘 수 있도록 광주시교육청 문호를 개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시민사회-교육청의 학생인권구제 협력체계를 마련하여 제도적 완결성을 구현할 필요가 있다.
광주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 시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시민사회는 광주시교육청과 마주하지 않을 뿐 같은 길을 걸어왔다.
앞으로 학생인권구제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학생인권 증진을 위한 상생의 길로 발전되어 나가길 기대한다. 물론 시민사회 구성원으로서 비판과 감시, 제언은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자녀의 초등학교 취학통지서를 받았다. 부모로서 건강한 자녀 성장에 대해 보람을 느끼는 한편, 학교생활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들기도 한다. 놀이중심 교육, 공동체 학습 등 공교육의 가치를 신뢰하여 공립유치원에 보냈지만, 별도의 선행학습을 시키지 않아 학습격차가 발생할 우려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사립유치원이나 어린이집들은 특별활동을 통해 국어, 영어, 수학 등 인지학습은 기본이고, 어린 나이에 한자검정시험을 치루며 자신과 타인의 능력을 검증 또는 비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습지 사업자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가정학습 증가 현상을 노려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일찌감치 학습지 사업자들은 태블릿PC·스마트 펜 등의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학습지 서비스를 판매해왔다. 최근에는 가상세계에 출석해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등 메타버스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 개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활용한 학습은 유아 시기에만 그치지지 않는다.
교육당국은 초등학교 5~6학년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의무화를 도입하였고, 대표적으로 코딩을 가르쳐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고 문제 해결능력을 길러주고 있다. 하지만 코딩 교육에 대한 수업시수와 제반 여건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 안정적인 교육활동을 지원하지 못해 학원이나 교습소를 향하는 학생들이 상당하다.
학교보다 학원이 대상별 교육과정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시설과 기능면에서도 학생·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아·초등교육의 스마트기기, 컴퓨터 등을 활용한 교육은 사교육 번창 효과로 나타나고 있으며, 특별한 성취 없이 단순 기술을 습득하거나 선행학습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교육당국은 ‘에듀테크’라는 신조어를 강조하고 나섰다. 인공지능과 로봇 그리고 교육내용이 융합되는 융합형 교육방법을 통해 문제 해결능력을 길러내겠다는 것이다. 최근 광주시교육청 역시 교육현장과 에듀테크 기업을 연결, 학교현장이 양질의 에듀테크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4차 산업혁명 이후 인공지능 등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고, 코로나19 사태 속 학교현장이 원격교육을 경험하는 등 에듀테크를 언급하기 좋은 시기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에듀테크가 추구하는 교육적 목표와 지향 등에 대한 고민 없이 성급히 덤비는 것은 외부요인에 의해 공교육이 영향을 받거나 효과성이 미비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콜로라도대의 국가교육정책센터(NEPC)는 2019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심쩍은 가정에서 출발한 맞춤화 온라인 학습기술이 업계의 이익을 위해 학생들의 학습환경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5년 9월 발표한 보고서는 “학교에서 컴퓨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나라보다 적은 시간 활용하는 나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높았다”며 컴퓨터 활용교육 옹호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에듀테크의 절차적·윤리적 문제도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에듀테크를 기반 한 교육과정 운영은 반드시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교육주체들의 참여와 사회적 합의가 바탕이 되어야 하며, 편향적 지식 전달과 편집된 가짜 정보 오용 등이 발생되지 않도록 윤리적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에듀테크에 대해 경계하는 이유는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방해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참고로 에듀테크의 기반으로 운영 중인 원격수업에 관한 실태조사 (2020년 광주광역시교육청 원격교육 정책 개선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등교사의 경우 “상호작용의 어려움으로 쌍방향 수업을 하기 힘들다. (22.25%, 1위)”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원격수업을 위한 기술과 교육적 환경은 날이 갈수록 개선될 것이다. 하지만 교육당국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일이 에듀테크의 기술력 지원과 콘텐츠 개발 등 근시안적인 교육 시스템이 아니다. 우리사회 고질병인 학벌서열로 인해 피해를 입은 학생들의 마음을 돌보고, 전반적인 입시 제도를 개혁해가는 것이다.
교육은 컴퓨터와 스마트기기 안에만 갇혀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교육당국은 대통령 공약이었던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와 공영형 사립대 정책의 실천계획을 내놓고 공론화에 나서야 하며, 교육주체 및 시민들과 함께 학벌 철폐 및 사교육 경감 등 ‘교육 대전환’을 위한 정책을 실행해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5년 간 전국 학생(청소년) 자살과 관련해, 교육청은 성적 및 진로문제(8.5%) 등을 자살 촉발원인으로 분석했다. 경찰의 경우 수사기록을 기반으로 분석하였는데, 학업·직업문제(16.8%) 등을 자살추정 원인으로 분석했으며, 올해 광주 모 고교 학생 역시 같은 원인으로 안타까운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수학능력시험, 내신 등 성적에 의한 비관 자살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상당수 국민들이 영화 오징어 게임에 열광하는 것처럼, 냉혹한 입시경쟁 구조에서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입시결과로 인해 좌절하더라도 경시하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교육당국이 어떠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위 현실을 지켜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은 특권의 대물림, 불평등의 악순환, 공교육의 위기에 직면에 있음을 인정하고, 어느 때보다 강한 어조로 교육개혁을 강조하며 그 해결책으로 입시의 단순화를 교육개혁 관계장관에게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대학 정시·수시 비율 조정 등 언발에 오줌누기 식 해결책을 발표하며 오히려 대입전형의 혼란과 불안을 가중시켰다. 특히 올해 차별금지법안(금지 대상 차별의 범위)에서 학력을 제외하자는 수정안을 제출하는 등 학벌과 학력 차별 폐해를 누구보다 경계하고 제도개선 해야 할 교육부의 사명을 저버리기도 했다.
입시경쟁 등 왜곡된 교육을 바로 세우겠다고 공언한 진보교육감의 개인 행보는 더욱 아쉽다. 올해 장휘국 교육감은 감염병 위기 상황에도 수학능력시험 수험생들의 격려를 위해 수차례 학교를 방문하거나 서한문을 전체 발송했다. 후보 시절 유권자들에게 내세운 ‘대학교 이야기만 하는 풍토 쇄신‘ 등 공약은 잊혀버린 과거에 불과한 것이다.
특히 빛고을 플랫폼 사업 등 장휘국 교육감 취임 이후 운영되는 대학입시 상담 및 컨설팅 사업들을 보면 소위 명문대 진학 숫자로 교육성과를 뽐내려는 쪽으로 온통 힘이 쏠려 있다. 학생들의 다양한 진로와 진학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학벌주의와 경쟁을 부채질하는데 막대한 공적 비용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내년도 교육감 선거 출마를 염두하고 있는 교육자들이 수학능력시험에 맞춰 ‘수능대박 기원’, ‘생애 최고의 성적 예약’ 등 자극적인 문구의 홍보물을 게시하고 있다. 유권자들을 상대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그랬겠지만, 이러한 홍보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불안감을 자극하고 입시경쟁을 조장하는 행위다.
교육당국과 기존 교육감의 교육개혁 의지는 포기할지언정 교육자들마저 표심에 눈이 멀어 교육적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이에 고한다. 성적으로 학생들을 평가하지 말자고, 교육이 단순히 점수와 대학 이름만은 아니라고 힘주어 말하자고, 불안과 공포의 교육에서 뒤쳐진 학생들에게 다시 일어날 수 있게 응원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