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개요와 주요 논점

광주의 중학교 윤리교사 배이상헌 교사는 성윤리 수업 중의 발언과 수업자료로 활용한 영상에 대한 민원을 이유로 2019년 7월 24일 직위해제 처분을 받았다. 광주시교육청은 해당 사건을 ‘성비위 사건’으로 규정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이유를 들어 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광주시교육청이 문제 삼은 발언에 대해 배이상헌 교사는 정확한 표현도 다르고 그런 종류의 의견들을 비판적으로 소개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설명했다. 또한 광주교육청이 문제로 여긴 ‘억압받는 다수’라는 단편영화는 성차별 현상을 고발하는 영화이며 성평등 수업의 일환임을 밝혔다. ‘억압받는 다수’에 대한 광주시교육청의 성비위 규정은 광주를 넘어 한국교육의 논란이 되었다.

이 사건을 두고 인권운동, 여성운동 일각에서는 ‘피해자 중심주의’를 이유로 배이상헌 교사의 구명활동을 규탄했으며 배이상헌 교사의 수업은 성평등 교육이 아니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배이상헌 교사의 수업은 성평등 교육이고 이에 대한 성비위 규정은 성평등 교육에 대한 탄압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광주시교육청을 비판했다.

이 사건에 대한 광주시교육청 처분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서도 논쟁이 벌어졌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직위해제와 경찰수사의뢰’ 조치가 있기까지 해당 교사의 변론이 진지하게 고려된 의사결정이 없었다는 점, 학내자치기구인 성희롱·성고충 심의위원회에서 성비위가 아니라고 결정한 점 등을 이유로 광주교육청의 처분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광주교육청 일부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직위해제’는 징계조치가 아니며 광주교육청은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니라 신고에 따라 행정절차를 진행했을 뿐이라고 맞대응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시민사회 일각에서 아쉬운 점은 있겠으나 광주교육청의 처분은 절차적으로 크게 부당한 점이 없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중심주의 담론과 광주교육청의 강력한 매뉴얼은 그동안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묻어왔던 한국사회와 학교현실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시민사회 일각의 주장 또한 배이상헌 교사의 경우처럼 부당해 보이는 처분을 받거나 잘못에 비해 과도한 처벌을 받은 교사들의 고통에 대한 응답이다. 피해자의 고통과 다른 피해자의 고통이 충돌하는 지금의 이 난제는 한국사회가 풀어야 할 중대한 과제일 것이다.

▲시민사회와 사회운동의 역할

이러한 난제 앞에서 ‘피해자’를 내세우는 지금의 운동과 담론이 과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더 나아가 이 사회를 더 좋게 만드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좋은 사회, 정의로운 사회란 차별이 없는 사회, 약자의 권리가 보호되는 사회인 것이지 약자가 곧 정의인 사회가 아니다.

그렇게 본다면 사회운동이란 ‘약자가 세계를 책임질 수 있는 주인으로 거듭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운동, 인권운동 일각에서 주장하는 ‘피해자 중심주의’와 ‘안전한 환경 조성’이라는 주장은 옳은 주장이지만 한편으로 위와 같은 관점에서 논의를 이어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시각에서 나는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학생운동과 그에 따른 담론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건의 중요 당사자인 교사집단의 경우 나름대로 입장과 관점이 보이고 어쨌든 그것을 만들어갈 조직이 있지만, 학생의 경우 그것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 난제는 학생이 교사와 대등한 주체로 거듭날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배이상헌 교사의 수업은 어떤 학생에게는 충분히 불편한 것이었을 수도 있고 더 나아가서 잘못된 것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학생은 그 자리에서 혹은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배이상헌 교사의 수업을 비판하고 책임 있는 논박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학생에게 교사를 비판할 자유는 보장되어 있지 않고, 한국의 교육제도는 그런 이견을 수용할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를 가지고 있지 않다. 배이상헌 교사가 학생의 비판을 수용할만한 신념을 가진 것과 별개로 학생에게는 그럴 힘이 없다.

한국학교에서 일어나는 성차별에 대해 학생이 할 수 있는 대처는 양극단이다. 참든지 아니면 해당 교사를 성비위자로 고발하든지이다. 이런 극단은 오히려 ‘사소하다고 여겨지는’ 일상적인 차별과 폭력에 대해 침묵하게 만든다. 다른 한편 억울한 처분을 받는 교사가 생길 가능성도 커진다. 보다 근본적으로 이런 극단은 학생을 주인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교육청의 피보호자로 머물게 만든다.

청소년은 이제 막 인생을 시작한 존재라는 점에서 보호와 조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은 이민을 온 외국인, 기업에 취직한 신입사원, 군대에 입대한 신입병사, 면허를 취득한 초보운전자 등 어떤 시스템에 진입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과 같은 기준과 목표로 운영되어야 한다.

‘인권은 교문 앞에서 멈추는’ 현실이 청소년을 동등한 시민으로 대우하지 않는 것에서 비롯된 것처럼 그에 대한 현재의 보호 및 구제조치도 결국 청소년을 동등한 시민으로 보고 있지 않은 것이다.

▲ 각자 시민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자!

이 사건이 드러낸 한국교육의 모순은 학생운동의 역할을 요청한다. 더 크게 보자면 청소년 시민운동의 역할을 요청하고 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광주 그리고 전국의 수많은 초·중·고 학생회 임원, 청소년 활동가들에게 그 시대적 요청을 전하고자 한다. 지금 여러분은 학생·청소년 시민의 대표자, 옹호자로서 이 문제에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

광주의 학생의회, 어린이·청소년 의회는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수렴하고 제도개혁안을 도출하기 위한 공론장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자치기구를 둘러싼 단체 및 대표자들은 각자의 관점과 입장을 제출하고 토론에 나서야 한다. 그래서 청소년이 스스로의 세계를 책임질 수 있는 권력을 쟁취하라.

한편, 시민사회 전체에는 배이상헌 교사가 겪고 있는 불의를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다. 나는 교실에서 온갖 성차별, 인권침해 발언과 폭력을 쏟아내는 수많은 교사들의 지배 아래 청소년기를 보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들이 그랬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교육을 바꾸고자 노력해온 사람이, 그 노력의 과정을 이유로 처벌받고 있다. 양심과 지성을 갖춘 시민이라면 성차별주의자 교사들이 아무런 반성도 없이 학교현장에 남아있는 반면 그걸 바꿔보자고 몸부림쳤던 교사는 학교에서 쫓겨난 이 불의를 용납해선 안된다. 배이상헌 교사의 수업방법에 대한 토론은 그다음의 문제인 것이다.

광주교육의 현실, 한국교육의 현실은 ‘시민’의 역할과 책임을 절실히 요청하고 있다.


황법량<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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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0월2일) 광주광역시 관내 초·중·고교 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바로 광주광역시교육청(이하, 광주시교육청)이 발송한 공문 한 장 때문이다.

광주시교육청은 10월1일 오후5시 태풍 ‘미탁’ 대비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해 태풍 소멸 시까지의 안전 대책을 확정하고 이 날 오후6시45분 긴급 공문을 전 기관과 유치원을 포함한 각급 학교에 전달하였다.

이 대책에 따르면 10월2일 정규 수업 이후 교내에 학생이 잔류하지 않도록 각 학교 방과후학교 수업, 돌봄, 야간학습활동(자율학습), 기숙사, 스포츠클럽 활동 등을 취소(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단, 불가피한 경우 학생 안전을 확보한 후 학교장이 판단해 수업과 개별 활동, 행사 취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문제는 광주시교육청이 이러한 대책을 담은 공문을 10월1일 저녁에서야 보냈고, 일제히 모든 학교가 10월2일 오전에서 공문을 수신하여 다급히 학부모들에게 전달된 것이다. 전달내용은 정규수업 이후 학교의 모든 활동을 취소하는 등 즉시 하교(원)를 요청하는 내용이었으나, 맞벌이부부나 ‘하교가 빠른 초등학생’ 등 즉시 하원이 불가능한 경우에 대한 대비책은 안내되지 않았다.

또 다른 문제는 광주시교육청의 재난대비에 대한 불분명한 판단이다. 태풍으로 인해 긴급한 재난대비가 필요할 경우, 기관 및 각급 학교와 비상연락망 체계를 유지하고, 계기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폭풍우와 홍수 등 풍수해와 관련한 행동요령과 안전수칙을 안내하도록 하며, 특히 실시간으로 태풍경로를 확인하여 긴급 시 대피 및 조기하교 할 수 있도록 보호자 등에게 충분한 안내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광주시교육청은 안전에 대해서는 너무 조급하거나 불감한 나머지, 공문 발송 등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재난대비 대책을 실시하였다. 태풍 ‘미탁’의 직접적인 영향권인 제주도교육청은 유치원 방과 후 과정과 초등학교 돌봄교실은 재난 매뉴얼에 따라 안전을 확보할 경우 운영한 것에 반해, 광주시교육청의 대책은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을 한 것이다.

광주시교육청은 ‘중요/긴급’, ‘정규수업 이후 하교 원칙’이라는 수식어를 공문에 남길 만큼 이번 태풍에 대한 재난대비가 시급하거나 중요했다면, 재난대비 긴급 대책회의 직후 교장, 교감 등 학교 관리자에게 회의결과를 상세히 안내하고, 학부모들에게 사전 안내가 되어 태풍대비에 만전을 다할 수 있도록 협조체제를 갖춰야 했다.

참고로 광주의 경우 10월2일 태풍의 위력은 평소 우기철 정도의 강수량이었다. 이 정도의 태풍이면 안심하고 자녀를 학교에 맡길 수 있을 정도인데, 공문 한 장과 광주시교육청·일선 학교의 편의주의 행정 때문에 맞벌이 학부모는 하던 일을 멈추어 학교로 향했고, 많은 학부모들이 정해진 일정을 변경한 채 자녀들을 귀가시키느라 분주한 하루였다.

세월호 이후 다시는 인재로 인한 대형 참사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안전 불감증이 만연해 있다. 어쩌면 광주시교육청은 타시·도교육청보다 안전에 대한 대비가 높은 것일지도 모른다. 허나, 재난대비가 지금처럼 공문으로만 존재하는 매뉴얼이 아니라, 실질적인 예방과 교육·훈련, 현장 중심의 재난대응이 될 수 있도록 운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광주시교육청은 늘 상기해야 할 것이다.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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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급식 시, 어른용이 아닌 학생용 수저를 제공해야 한다.」는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주장과 수많은 지역 언론보도에 대해, 어제 광주의 한 노동조합 지부장이 학교급식 노동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처사라며 우리단체의 주장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요구하였습니다.

하지만 노동조합 지부장의 요구와 달리, 2019년 8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초등학교 학교 급식에서 아동이 사용하기에 적합한 수저 등 급식기구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국 17곳 시·도교육감에 표명하였습니다. 초등학교 급식도 교육의 일환으로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의미를 권고문에 담은 것입니다.

앞으로 시·도교육청들이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잘 이행한다면, 학교에서 식생활과 식문화를 배우는 초등학생들이 보다 더 쉽고 편안하게 자신의 발달 단계에 알맞는 수저 등 급식 기구를 사용하고, 아동의 균형 있는 성장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이 됩니다.

물론 노동조합 지부장의 주장처럼 학교급식종사자의 업무 과중 등으로 인해 수저 관리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정부와 교육청이 인력이나 예산 편성 등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하거나, 학교별 상황에 따라 수저 및 세척 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도입해 해결해야 하며, 2019년 4월 학벌없는사회는 위와 같은 대안을 광주광역시교육청에 요구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광주광역시교육청은 「단위 학교 구성원들의 협의를 통한 학생용 수저 구입 및 교체」 등 방식의 소극적인 공문을 전체 초등학교에 발송하여 학교현장을 혼란에 빠트렸고, 9월 기준 광주지역 초등학교 155곳 중 저학년을 대상으로 어린이용 수저를 사용하는 곳은 37곳으로, 시민단체의 이른 요구에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처럼 학생용 수저는 한 벌에 2천 원 정도임에도 광주광역시교육청은 단위 학교에 책임을 전가하는 게 현실입니다. 물론 급식규모 등 학교별 상황에 따라 당장 수저 교체가 어려울 수도 있으나, 우선적으로 수저 구입만큼은 교육청이 책임을 지고 일괄 구매해놔야 함에도 아직까지도 이를 방관하고 있습니다.

한편, 학교급식종사자의 배치기준 등 다양한 학교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전국의 학교비정규직 관련 노동조합이 광주광역시교육청을 찾아 천막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수저 등 급식운영 개선을 한다.」는 명분으로, 이들의 요구처럼 학교급식종사자 등 인력과 예산이 늘어나고 노동환경이 미약하게나마 개선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노동조합 지부장처럼 노동의 권리때문에 무작정 학생들의 인권을 접으라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이 듭니다. 

“학생들의 손과 수저를 맞추기 전에, 어른들의 무관심부터 반성해야할 때”입니다.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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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근무하는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사무실에 고려고등학교 학부모로부터 여러 통의 전화가 왔다. 이들 학부모들은 “모든 학생을 동등하게 대해야 할 교육자로서 어떻게 성적으로 학생들을 차별할 수 있느냐”며 고려고 특별 감사 결과에 대해 충격을 받았고, 특히 일부 학부모들이 교육청 폭탄 전화, 특정 기사 댓글 작성 등의 단체 행동을 하거나, 학교가 학교 부지 전역에 특별 감사 결과를 부정하는 현수막을 게시한 것에 더 큰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사실 고려고 학부모만 이러한 감정을 느꼈겠는가. 매일같이 학교 정문으로 등교하거나 체육 수업을 하러 체육관으로 갈 때마다 보이는 20여 점의 고려고 특별 감사 결과 부정 현수막은 모든 학생들의 정서적인 불안감을 조장하거나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을 것인데, 오히려 학교는 ‘광주 교육 사망 삼가 명복을 빕니다’ ‘성적 조작 사실이면 학교를 폐교하겠습니다’ 등 강경한 현수막 문구로 광주시교육청의 정당한 행정 행위를 월권으로 뒤바꿔 설명하고 있다.

 

고려고는 ‘일부에서 발생한 교육 과정 및 학업 성적 관리·평가 문제가 성적 우수자만 특혜 주려는 의도가 아니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특혜는 지금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2015년 성적 우수자반을 편성해 자율 학습 때 넓은 책상 등 최신식 시설 제공하였으며, 2017년 기숙사 입사자에게 교내 전용 공간에서 야간 자율 학습을 하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등 고려고는 광주시교육청으로부터 성적 우수자 특혜에 대한 시정 요구를 받은 전례가 여럿 있다.

 

이처럼 성적 우수자 관리는 각별한 시설 등 교육 환경 제공으로 특별 대접하는 정도로 인식되었지만, 이번 고려고 특별 감사 결과처럼 대학 입시의 공정성이 의심될 만큼 다양한 방식을 통해 성적 우수자 학생을 관리하는 경우는 광주에서 처음 밝혀진 일이다.

 

고려고 교장과 교감 등 학교 관리자는 이번 특별 감사 결과와 같은 학업 성적 관리·평가 및 성적 차별에 관한 문제 행위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고의적으로 문제를 방치하였고, 이로 인해 학교 운영에 차질을 주는 등의 업무 방해를 저질렀음에도, 국어·영어·수학 등 교과 과정 위주로 수준별 운영하는 건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라며 전형적인 물타기 여론을 만들고 있다.

 

물론 고려고 측 주장대로 특별 감사 결과는 어느 개별 교사의 일탈이며 관행적인 실수에 의한 사안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불법과 편법이 관행적으로 이어져 진행되는 것을 교장과 교감이 몰랐다면 매우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침묵했다면 공범임을 자인하는 꼴이기에 이들은 교육자이자 학교를 책임지는 관리자로서의 기본적인 소양과 자질, 책임 의식이 부족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고려고 특별 감사 결과는 학교 관리자 뿐만 아니라 광주 교육의 수장인 교육감이 스스로 책임을 물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장휘국 교육감은 2016년 S여고 성적 조작, 지난해 D고교 시험지 유출 등 광주 관내 고등학교 성적 비리와 학업 성적 관리·평가 문제가 터질 때마다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해 왔으나, 이번 고려고 관련 사건에 대해서는 교육감 직무 유기에 대해 사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또한 광주시교육청은 고려고 특별 감사 결과에 상응하는 형사적 조치를 취하는데 매우 소극적이었고, 수학 교사 등 일부 교사에 대해서만 수사 의뢰 및 고발 조치하는 등 고려고 관련 사건을 꼬리 자르기 식으로 처리하였으며, 경찰의 자료 요청에 대해 교육청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며 수사를 지연시켰다.

 

지금이라도 광주시교육청은 책임 있는 자들을 추가 고발하고 경찰 등 수사 기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교육청의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더불어 고려고의 학급 수 감축 등 행·재정적 불이익으로 일벌백계하고, 학업 성적 관리·평가 부정과 성적 차별을 일제히 근절하기 위한 광주시 내 고등학교 전수 조사를 진행하여 적발된 학교와 책임자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 박고형준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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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이 직선 2기 3주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긴 시간 동안 기자회견이 진행된 만큼 시교육청 정책과 교육감 공약에 대한 호평과 혹평이 넘쳐났다.


그동안의 교육청 성과로 학교 청렴성 강화, 교실수업 질적 향상, 학교와 마을의 협치 확대, 무상급식 확대, 교사 전문성 강화 등을 꼽았고, 올해 논란이 되었던 학교통폐합과 교육공무직 공개채용 과정의 소통부족도 교육감이 스스로 밝혔다.


이번 기자회견이 교육청과 교육감을 공식적으로 평가할만한 자리는 아니지만, 단지 교육감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내용과 교육청에서 내놓은 보도자료로 지난 3년을 정리하기엔 혹평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영어전담회화강사 고용승계 문제, 보건교사 업무분장 문제, 유치원 기간제교사 차별 문제, 세광학교 감사 문제 등. 언론에서 주목받지 못했지만 교육청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존재한다.


여기서 교육청을 비판하는 내용은 저마다 다르고, 모든 주장들을 물리적으로 교육청이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건 교육청이 이 주장을 대하는 태도이다.


이를 테면,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에(이하 학벌없는사회)에서 교육청을 비판한 최근 현안들을 돌이켜보면 교육청이 먼저 협의를 요청하거나, 스스로 문제를 인정해 시정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예컨대, 고교 기숙사생 선발 문제, 특정학교 합격 게시물 문제, 선행학습 광고 문제, 학교 밖 청소년 참여 제한 문제 등에서다.


또한, 여타 시민단체에서 주장한 내용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더라도 교육청이 해명자료를 내놓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욕먹어도 맷집이 좋은 건지, 시민단체를 대꾸할 상대로 보지 않는 건지, 교육청의 속마음을 알 수가 없어, 때로는 일방적으로 교육청에 문제를 제기하다 보면 공허함을 느낄 때가 많다.


최근 학교통폐합과 교육공무직 공개채용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도 마찬가지. 수일간 교육청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고 집회도 진행해왔지만, 교육청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불통을 유지했다. 심지어 교육청의 모든 출입구를 걸어 잠궈 청사 통행을 제한해 민원인들은 불편을 겪기도 했다.


또한, 각종 공청회나 토론회, 면담에서 공식적으로 의견을 전달하고, 시민들의 서명이나 시민단체의 성명서 등 다수의 목소리를 증명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교육청은 자신들만의 원칙을 근거로 학교통폐합과 교육공무직 공개채용을 추진했다. 그야말로 교육청이 ‘답정너(답이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를 자처한 것이다.


현재 학벌없는사회가 3주째 교육청 앞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이유도 이러한 교육청 태도와 연관이 있다. 광주 관내에 소재한 고등학교 기숙사가 성적우수자를 중심으로 선발 및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학벌없는 사회가 여러 차례 제기했음에도, 교육청은 개선은커녕 철면피처럼 버티고 있어, 결국 거리로 나와 피켓을 든 것이다.


이처럼 시민단체든 노동조합이든 간에 문제 제기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관심에서 멀어지거나 힘에 부쳐 문제해결을 포기하기 마련이다. 어쩌면 교육청은 학벌없는사회와 같은 시민단체가 ‘제 풀에 죽기’를 바라는 것일 수도 있겠다.


요즘 관련업계에 있는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광주지역의 공공기관 중 교육청이 보수적이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저마다 이유는 있겠지만, 공통된 의견이 있다면 ‘시민들을 협의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협상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이는 즉 시민들은 교육청과 싸워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3주년 기자회견에서 장 교육감은 문재인 정부와 적극적인 소통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되묻고 싶다. 교육청의 사업추진에 있어 시민단체와 협력할 생각은 있는지, 또한 교육청을 비판하는 누구든 간에 적극적으로 소통할 의지가 있는지 말이다.


그동안 교육청과 싸워봤던 시민단체나 노동조합은 교육청에 수준 높은 협력과 소통을 기대하진 않을 것이다. 그저 교육청 정문 앞에서 시위하는 시민에게 격려하고, 문제를 제기했을 시 해명하거나 말이라도 걸어주기를 바랄 것이다. 교육청에 부탁한다. 외면하거나 도망가지 말고, 서로 공존하고 부딪히며 문제를 풀어가자. 이게 바로 협치 아니겠는가.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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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초·중·고등학교에는 교직원들의 편의를 위한 전용 화장실이 있다. 학교 내 절대 다수인 학생들이 이용하는 화장실에는 별도의 표기가 없는 공용 화장실인 반면, 교직원 화장실은 말 그대로 교직원들만 이용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다. 이러한 학생과 교직원 간의 사소한 차이는 단지 화장실로만 구별되는 것은 아니다. 교직원 휴게실, 교직원 회의실, 교직원 식당, 교직원 통로를 만들어 전용되고 있으며, 심지어 고려고등학교의 경우 교내에 교직원 골프연습장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는 경우도 있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란 말은 언제나 사전 속에서나 규정하지, 실상 학교는 교직원들의 상대적인 우월적 지위를 통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학생들만의 독립공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교실이 있지만 30여 명에 육박하는 학생들이 콩나물처럼 교실에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면 한편의 감옥을 연상케 된다.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운동장이나 체육관도 있지만 교실의 상황과 별반 차이가 없다. 운동장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고 있기에, 학생들이 축구하는 모습을 보고 ‘개떼 축구’에 비유했겠는가?


학생들, 학교시설 동등하게 이용못해


 이처럼 대다수 초·중·고교 학생들은 학교시설을 동등하게 이용하지 못하며 좁은 틈바구니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풀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당면과제로 눈앞에 보이는 학생과 교직원 간의 차별을 없애야 할 것이고, 학교구성원을 넘어 지역민 더 나아가 국민 모두가 학교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의식이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교육을 받을 권리, 공공시설을 이용할 권리를 누릴 수 있고 법에도 명시돼 있다. 주민자치센터나 관공서를 자유롭게 드나들며 화장실도 가고, 교육장도 사용할 수 있는 이유도 국민의 권리와 법적 자격을 부여받았기에 가능한 것이다.


 대학은 사정이 어떠할까? 지역민들이 대학교 구내식당에서 식사하거나 저녁에 운동장에 나와서 조깅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 대학시설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만도 않다. 그 실상을 대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곳이 바로 대학도서관. 광주에 소재한 대학들만 보더라도 도서관은 대학구성원만 출입이 가능한 장소가 돼버렸고, 출입이 가능하더라도 대학구성원과 이용할 수 있는 범위의 차별이 버젓이 존재한다. 이러한 경우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데, 전남대학교는 15년 간 이어온 백도(도서관 별관)의 일반인 이용을 올해 2학기부터 금지시키기도 했다.


 물론 학교라는 공간은 매우 유동적이면서 한정적이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대학도서관이 한적하지만, 시험기간에는 학생들이 서로 앞 다투어 입실하기 위해 경쟁한다. 이처럼 학교 공간을 시혜적으로 나눌 수 없는 경우, 좀 더 다양한 주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건물을 확충하거나 대지를 넓혀야 하는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당장 현실 앞에 있는 대학생들은 대학도서관(대학교 시설) 개방에 대해 동의하거나 적극 지지를 보내지 않는다. 취지에는 동의 하지만, 내가 납부한 등록금만큼의 권리는 뺏길 수 없다는 심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입장 바꿔보면 더 또렷해지는 차별·분노


 하지만 과거를 돌이키고 현재를 보며 다시 생각해보자. 대학을 입학하기 전, 초·중·고등학교에서 교직원 화장실, 교직원 회의실, 교직원 식당으로 차별받았던 비애를…. 아마 대학교 졸업자 신분으로 도서관 이용제한을 경험하고 나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가 일반시민 너무 차별하는 거 아닌가?”하며 뒤늦게 분노가 치밀어오를 것이다. 똑같은 상황이더라도 서 있는 자리에 따라 다르게 보이게 되는 것이다. 


 입장을 바꿔보고 나서야 이해하고 분노케 되는 경우, 너무 서글프지 않나? 


박고형준<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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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도 안 남았다. 수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학부모나 학원관계자는 자녀와 수강생이 얼마나 점수를 잘 받을까 기대를 할 것이고, 공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기관 역시 학력주의를 대놓고 이야기 못하지만, 학생들이 수능을 잘 봐서 학교와 교육청의 위상을 높여주길 바라는 마음들이 내심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교육관련 시민단체의 입장에서는 그런 기대보다는 해마다 수능때만 되면 되풀이되는 악몽같은, 안타까운 자살 소식이 올해는 제발 없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특히 올해 들어 성적을 비관하여 자살을 선택한 학생의 비율이 더욱 높아졌다는 통계자료는 이러한 우려를 더욱 크게 만든다.


 참고로 학벌없는사회 광주시민모임에서 2012년부터 2015년 8월30일까지 초·중·고 자살학생 438명의 자살실태를 분석한 결과, 전체적으로 상급학교일수록 자살한 학생(고등학교 63.75%)이 많았고, 올해 들어 성적 비관(2012~2014년 11.4%, 2015년 23.05%)으로 자살한 학생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과도한 경쟁체제를 고집하면서도 인간답게 생활할 최소한의 여건도 보장하지 않는 한국사회의 문제점과 이에 순응하는 교육의 병폐가 학생들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수능을 전후해 고3학생이나 수험생들이 성적비관을 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들이 재현되는 경우가 많아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죽음이 발생하면 ‘고3 수험생 투신자살’, ‘수험생, 수능 날 투신자살로 안타까운 삶 마감’과 같은 적나라한 제목의 기사들이 보도되는데, 기사내용을 살펴보면 사건이 벌어진 년도와 날짜만 다를 뿐 매년 같은 내용을 담은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풀이되는 비극이 매번 큰 동요없이 지나가는 이유는 뭘까? 단지 그 개인의 나약함을 원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소위 좋은 대학을 가면 졸업 후 곧바로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다수의 희망 때문일까?


 그러한 희망 때문에 지금 이 시간에도 청소년들은 낮밤 가릴 것 없이 학교에서 입시공부에 매달리고, 학벌사회의 무서움을 밥벌이를 통해 체념한 학부모들은 빠듯한 월급을 쪼개거나 빚을 내가면서까지 자녀를 학원가로 밀어 넣는 고문을 행한다. 또한, 대학생들 중 상당수는 조금 더 서열이 높은 대학에 편입하기 위해 반수나 재수를 하고,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은 졸업을 미루거나 대학원을 진학하여 청년실업률 통계에서 벗어나려 힘든 몸부림을 치고 있다. 하지만 불안한 현실과 미래는 노력만큼 쉽게 뒤바뀔 것 같지가 않다. 그러한 노력 위에는 권력엘리트들의 세습, 자본가들이 독점하는 현실이 있고, 우리가 바라는 그 많은 것들을 소수의 그들이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올해도 수능 날에도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이 기자회견을 열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을 통해 대학입시와 학벌주의에 담긴 이 사회의 차별과 경쟁의 논리에 반대하며 청소년들이 대학을 거부하는 선언을 하는 것이다. 물론 대학 거부만이 위와 같은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 현실에서 대학을 거부한다는 것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하기에 가치가 있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함께 거부하자고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가 학벌로 능력을 증명해 삶을 영위하는 것이 제대로 된 사회인지, 행복을 가능케하는 사회인지, 그 여부는 대학입시거부자처럼 용기로 맞서며 되물을 필요가 있다고 보여 진다.


 사실 이 사회에는 수많은 투명가방끈들이 존재한다. 어떠한 사정이 있어서든 남다른 목적을 가져서든 대학에 진학하지 않거나 못하는 사람들이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학교생활을 중단한 학교 밖 청소년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학에서 캠퍼스가 다르거나 과별 수능점수 레벨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학생들을 비웃거나 손가락질하는 대학생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남의 일이 아니라고 느껴진다면 이미 우리는 투명가방끈이다. 더 이상 경쟁사회의 희생양이 되어 소중한 삶을 마감해 버리는 안타까운 일들이 없길 다시 한 번 바라며.


박고형준<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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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꼬집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 발전한다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약 2달 간 광주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매일 진행해온 강제학습 반대 시위를 잠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시위를 중단하게 된 배경은 광주드림에서도 언급한 바 있듯이, 강제학습 대책을 요구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대안적인 시민운동으로 거듭나자는 재출발의 의미가 담겨 있다. 특히 교육청과 교총·전교조·시민사회단체의 협의를 통해 강제학습 대책을 마련·시행하고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는데, 이를 신뢰하고 정기적으로 교육청과 협의하자는 약속도 그 배경에 깔려있다.


광주시교육청 성실 이행해야


 이처럼 올해 1학기 내내 끄떡없던 교육청을 협의의 장으로 끌고 갈 수 있었던 건, 시민사회단체의 주장(강제학습 사례와 근절 필요성)이 실체·타당성이 있기도 했지만, 실제 언론이나 시민들의 여론에 의해서 작용한 면이 크다고 보인다. 즉, 교육청이 스스로 나서 강제학습 문제 해법을 찾았다기보다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협의의 장을 마련한 가능성이 크다고 정황상 보이는데, 이런 의심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협의회에서 결정된 대책을 성실히 이행해 나가야 하고, 중장기 계획도 시민사회단체·전교조 등과 함께 마련해나가야 할 것이다.


 한편, 강제학습 반대 시위와 더불어, 같은 시간 교육청 앞에서 교육공무직노동조합에서도 연일 시위를 하고 있었는데 여전히 해결이 안 된 모양이다. 교육공무직노동조합에서 시위를 통해 교육청에게 요구하는 내용은 강제학습 대책보다 더 간단하다. 유치원 교사 등 비정규직 학교에 재직 중인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라는 것이다. 이들 노동자들은 기존 정규직 노동자를 대신해 근무를 하는 것도 아니고, 상시적으로 필요한 인력인데다가, 다른 노동조합에 속한 같은 직종 노동자는 교육청이 무기계약으로 전환한 선례가 있다.


 그간 선례도 있고 법적으로도 타당한데, 왜 이들은 무기계약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것일까? 내부사정은 잘 알지 못하지만, 아마 이 문제도 여론형성 없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학교 경비원으로 72시간 연속근무를 하다가 사망한 사건도 마찬가지, 교육청은 끝끝내 ‘(박근혜 식으로) 아몰랑’하다가 관련 노동조합과 노동단체가 목소리를 내고 언론이 들끓자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처럼 교육청이 모든 문제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실제 진지한 고민과 대책도 없고, 법과 제도·예산만 가지고 형식적으로 행정하며, 괜히 잘못된 일 손대다가 또 다른 논란을 낫기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강제학습 문제를 협의하기에 앞서, 교육감 면담신청이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던 이유도 교육감이 시간이 없었다기보다, ‘대책이 없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는 게 교육청 측근의 설명이다. 그런데 교육청과 시민사회 등 협의회 이후, 강제학습 대책 및 하반기 계획이 마련되자 도리어 교육청에서 교육감 면담을 추진했다. 교육청도 의지가 생겼으니, 훈훈하게 마무리 하자는 의미가 담긴 면담이었던 것이다.


법과 예산, 현실 한계 넘어서야


 최근 두 가지 사례(강제학습·학교 경비원)를 보았듯이, 교육청이 대책과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자기하기 나름이다. 법과 예산, 현실이 바뀌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시민들의 주장을 중요한 권력으로 생각한다면 문제해결에 유용하게 사용하게 될 것이다. 만약 지금처럼 교육청이 법과 예산, 현실을 한계로 모든 걸 판단한다면, 늘 문제는 같은 이유에서 귀결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 힘들 것이다.


 물론 교육청이 모든 법과 예산, 현실을 한꺼번에 바꿀 수 없을 것이다. 시민사회단체가 교육청에게 자율학습 폐지가 아닌, 다소 낮은 수위의 강제학습 근절을 주장으로 내세운 것도 지금 당장 잘못된 입시제도 자체를 없앨 수 없다는 한계의 지점을 명확히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고통을 잘 아는 교육청이라면, 그 틈새를 찾아 조금씩 숨통을 트이는 일을 해나가야 할 것인데, (강제학습 대책과 별개로) 여전히 야간자율학습 현장을 순회하며 학생들을 격려하는 교육감의 이중적인 행보를 보면 새로운 변화에 발맞추고 있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움이 크다.


 광주시교육청 교육감실 입구에 걸린 액자에 이런 글귀가 적혀있다. “삶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만 발전한다.” 그저 보기 좋은 장식용 글귀가 되지 않기 바랄 뿐이다.


박고형준<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상임활동가>


http://gjdream.com/v2/column/view.html?code_M=5&news_type=502&uid=468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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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광주드림에 강제학습 논란과 관련 찬·반 입장의 기고가 이어지면서 이 문제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이 한층 뜨거워졌다. 이번 기고 릴레이서 보듯 지역에서 진보와 보수, 중도 등 정치적 경계를 두지 않고, 지역민들이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도록 지면을 운용하는 열린 언론이 있다는 게 참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특히, 갈등과 논란이 생기면 기관의 입장은 수그러들거나 피해가기 마련인데, 개인적인 글이지만 기관 종사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는 게 필자의 주변 평이다.

 하지만, 김옥희 광주시교육청 연구원의 기고는 독자들이 오해할 만한 점을 몇 가지 던졌다. 이에 반박하는 이민철 님이 기고에서 지적했다시피, 시민단체는 광주시교육청에게 강제학습을 하지 않도록 대책을 요구한 것이지, 자율학습을 폐지하라고 주장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옥희 님은 마치 시민단체가 자율학습을 폐지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던진 것처럼 기고했고, 자율학습 폐지론을 두고 교육주체들의 갈등을 조장했다.

 

“강제학습 반대지 자율학습 폐지 아냐”

 물론 강제학습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율학습이 폐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사람들도 일부 있다. 청소년인권단체인 아수나로에서도 학습시간에 대해 사회적 규제가 필요하다며 하루 6시간을 기준으로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주장을 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부담스러운 학습량에 허덕이거나, 무의미하게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현실을 개선해보자는 것이다. 아침·오후·저녁시간을 돌려받고 충분한 여가 시간이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학생뿐 만 아니라, 기성세대들에게도 주워져야 할 너무 당연한 권리이다.

 한편 이민철 님은 기고 제목으로 ‘강제학습이 강제노동과 같다’는 비유를 했다. 이는 학습이나 노동이 강제적으로 ‘장시간 동안 한다’는 함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열악한 한국의 노동시장도 한국의 교육환경처럼 하루 반나절 동안 노동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근로기준법상으로도 1일 근로시간은 8시간, 1주일 근로시간은 40시간 이상을 못하게 되어 있는데, 이러한 법적 배경에는 노동자 개개인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보장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여름방학 중 학생들의 행복지수는 어떠할까? 광주시교육청의 정규수업 이외 교육활동 지침을 살펴보면, 고 1·2·3학년의 경우 보충수업은 하루 5교시 제한, 고 3학년의 경우 밤 10시(고1·2학년의 경우 6시)까지 자율학습을 할 수 있게 여지를 마련했다. 사교육비를 낮추기 위한 공익형 대체 학습의 성격이 강한 만큼 학생들의 자율적인 선택에 의해서 이뤄져야 하지만, 실제로 대다수의 학생들이 자신의 선택과는 상관없이 방학 중 학교에 머무르고 있다. 실상 보충수업 형태도 학기 중처럼 교과중심 시간표대로 운영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방학일수는 고작 3~4일 정도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식의 방학 운영은 그 자체로 교육청 지침 위반일뿐 아니라, 학생의 자율적 선택권이 무시된 채 교사의 강압 또는 관리자 지시에 의해 방학 중 자율학습이 강행되고 있지 않은지 의심을 키우고 있다. 이른바 진보교육감 체제 안에서 조차 학력지상주의에 편승해 노골적으로 장시간 정규수업 이외의 교육활동 지침을 내리고, 강제·불법마저도 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다.

 정녕, 학생들 건강을 지키자며 9시 등교를 추진하던 광주시교육청의 태도는 방학 중 강제학습 시행과 별개란 말인가?

 

“찬성이든, 반대든 표출이 생산적”

 올해 초부터 시민단체는 학기 중 강제야간학습 뿐만 아니라, 주말 강제학습이나 동아리 형태의 심화반 운영 등 학교들의 파행적인 학습사례들을 광주시교육청에게 고발한 바 있다. 그런데, 현재 시교육청이 파행사례를 조사하거나 대책을 마련하는 수준을 보면 손을 놓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명문대 입학 성과를 자랑으로 삼는 왜곡된 학력주의를 위해 파행사례들을 암묵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들 지경이다.

 다행이도 광주드림 기고 릴레이 이후, 광주시교육청이 이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교육청 관리자들이 강제학습 반대 캠페인 현장에 찾아오기도 하고, 관계부서와 시민단체 간의 허심탄회한 간담회도 가졌다. 설령 시교육청의 최근 움직임이 언론을 의식한 반응이더라도 이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논란과 참여, 갈등이 있을수록, 강제학습 반대 운동이 갖고 있는 의미와 실천력은 더욱 값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말인데 김옥희 님의 글처럼 강제학습 반대운동에 대해 방관자로 있기보다, 강제학습 반대(학습권 보장) 운동을 비판하거나 협력해주면 좋겠다.

 인권의 무지는 ‘인권을 반대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권을 방기하는 사람’이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강제학습 반대운동의 반응을 보여주길 바란다.

 

박고형준<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상임활동가>

 

광주드림 http://www.gjdream.com/v2/column/view.html?news_type=502&mode=view&uid=467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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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꼬집기]관념적인 교육에서 벗어나기


 교육이 출세나 신분 상승을 위한 도구가 아니란 점은 누구나 인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란 이유로 대다수 사람들이 현 교육제도를 경쟁수단의 도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만큼 취업의 관문이 좁아지기도 했고, 출신학교명에 따라서 인생의 성공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에 교육에서만큼은 누구라도 이중의 잣대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초·중·고, 대학교를 나와 취업에 이르기까지의 교육과정에 수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그뿐 아니라, 문제풀이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각종 자격시험, 사교육을 받으며 온전히 꿈꿔야 할 이상마저 장시간 보류하기도 한다. 한국의 교육은 시대적 배경만 바뀌었지 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예전보다 더 한 폭력과 경쟁, 차별, 사회적 양극화를 재연하며 한 개인의 이상을 교육의 논리로 지배하고 있다. 그러한 지배현상 중에 하나가 고등학교 자율학습이다.


학습 선택권, 학교도 교육청도 의지없음


 자율학습은 말 그대로 자율적으로 공부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학생인권조례의 풍요속에 살고 있다는 요즘 학생들 역시 여전히 강제적 학습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광주지역 강제학습 실태조사에서도 드러났듯이 조기등교, 강압적인 방과 후 학습과 야간자율학습, 주말학습까지 진행하며 강제학습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에서는 학습을 선택할 권리를 내세우며 선택권을 보장하도록 모든 학교에게 강권하고 있다고 하지만 학교 측에선 이를 이행할 의지가 없어 보이며, 시교육청 역시 암묵적으로 대학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며 이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교 기숙사 내에서도 자율학습을 장시간 강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최근 광주지역 고등학교 기숙사 운영규정 조사에 따르면, 본래 기숙사는 원거리 학생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 거동이 불편한 학생 등 사회적 소수자를 위해 지원조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교 기숙사가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 위주의 선발을 통해 대학입시의 도구로서 운영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또한 휴대폰 사용 제한이나 외박·외출 통제, 이성교제 금지 등 사생활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어, 기숙사가 ‘치외 법권’ 지역으로 느껴질 정도로 인권 침해의 문제가 심각했다.


 그 누구도 학생들에게 학습을 강요하거나 지배할 권리는 없다.


 현행 교육기본법 제8조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은 초등·중등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의 본래 취지는 국가가 학교 교육과정을 통제하거나 국민들에게 교육 의무를 부과하는 대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의무교육 경비를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자율학습이나 기숙사 생활은 수익자 부담원칙을 하고 있다. 즉, 국가나 지자체가 학생들의 자율학습을 통제하거나 기숙사 교육의무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신의 교육·인권에 대한 감각 수준은?


 사실 우리가 이러한 의미와 강제학습, 기숙사 파행운영이 되고 있는 걸 모르고 있진 않았을 것이다. 왜냐면 수십 년 간 고질적인 한국의 교육제도와 학교의 문화로서 경험해왔고, 이런 문제는 매년 되풀이되어 제기되지만 그 누구도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현 교육제도의 탓으로 돌릴 수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행복은 성적순’이라는 우리의 숨은 편견이 문제의 해결을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우리의 고정관념은 학생을 편견과 차별의 대상으로 내몰고 있다. 경쟁을 피해 다양성을 찾아 학교를 벗어나 다른 배움의 길을 택한 이들에겐 학교부적응자의 낙인을, 대학입시를 거부하는 학생에겐 비현실적이란 이유로 사회부적응자의 낙인을, 기존 교육을 거부하고 대안학교를 선택한 학생들은 단순히 돈 많은 부모의 자녀로 치부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결국 우리가 가진 ‘학생’에 대한 고정관념과 싸워야 하는 것이 해결의 실마리이지만, 이러한 관념이 만들어진 긴 시간만큼 뿌리도 깊어 그 편견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논쟁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사회가 점점 경쟁과 성장의 구도로 변해가면서 당연시되는 사회적 통제와 억압의 장치에 우리는 점점 무감각해지고 있다. 참된 배움이 사라지는 학교, 자율이 없는 자율학습, 관심과 보호가 변질된 기숙사는 우리교육의 현주소일 뿐만 아니라 교육과 인권에 대한 우리들의 딱딱해져버린 감각임을 직시하자.


박고형준<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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