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충남 등 일부 의회의 독단으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어 대법원에 제소되는 등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광주시의회에서도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하 조례 폐지안)에 대한 본격적인 입법 절차에 돌입했다.
이번 조례 폐지안은 일부 기독교 단체를 중심으로 추진된 주민발의 조례로 광주시의회가 수리·발의하여 소관위원회 심사에 이르게 되었다. 청구인은 교권 침해, 학력 저하, 성 정체성 혼란 등 이유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구인의 주장은 비약이 심하거나 사실과 무관한 것으로 확인된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광주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2012년 487건이던 교권침해가 2013년 253건, 2014년 243건, 2015년 136건, 2016년 92건으로 감소했으며 2017년 163건으로 다소 늘었지만 그 이후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청구인은 ‘학생인권 제정은 곧 교권침해 증가로 이어진다’라는 인과관계를 전제로 조례 폐지안을 청구하였는데 위 통계가 보여주듯이 인과관계는 물론 상관관계도 없음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학력 저하 주장 또한 객관성이 떨어진다. 학교 성적표를 발급하면서 석차를 함께 표기하거나 학생들의 성적, 상급학교 실적을 공개하는 행위를 교육부가 일체 금지시키는 등 학력수준을 비교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 사법부 최상위 기관인 헌법재판소에서 성적 지향이 포함된 차별받지 않을 권리(학생인권조례)는 합헌이라고 결정을 내린 만큼 청구인이 주장하는 성 정체성 혼란은 논쟁의 대상이 아닐뿐더러 사실과도 전혀 맞지 않다. 그런데 광주시의회 의회운영위원회는 부끄럽게도 조례 폐지안을 적극 수리했다. ‘청구인 명부가 이상이 없다’는 강변만 늘어놓을 뿐 법령위반 여부 등 청구대상에 대한 사전검토는 없었으며 위원회의 심도 있는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광주시의회 전반기 의장은 시민사회 면담을 통해 ‘의원들을 설득해 학생인권조례를 지키겠다’며 굳게 약속했는데 전반기 의회가 마무리되기 직전 기습적으로 조례 폐지안을 발의하는 등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광주시의회 후반기 의장과 상임위원장들은 선거 과정에서 그 누구도 학생인권조례를 지지하거나 관련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는데 이는 학생인권조례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타 시·도 의원들과 명백히 대비된다.
현재 광주시의회는 전체 의원 23명 중 21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그런데 다수당 소속 상임위원장 후보가 과반 득표에 실패해 겨우 선출된 것도 모자라 제비뽑기로 교육문화상임위원을 배정해 교육에 대한 비전과 전문성을 의심받고 있다. 더욱이 학생인권조례 폐지(개정) 여부 등 시민사회의 질의에 대해서는 묵묵부답하면서도 설문조사, 공청회, 의견수렴 등 절차만을 강조하고 있는데 향후 지방선거를 의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다.
물론 민주, 인권을 중시하는 광주에서 조례 폐지안의 통과가 쉽지 않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일부 의원이 학생인권조례 개악을 시도할 여지도 없지 않기에 한 치의 의구심이 없도록 조례 폐지안에 대한 폐기 입장은 밝혀야 할 것이다.
민주당 광주시당 차원의 당론 마련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후반기 상임위원장 선거 파행에서 보여주듯이 조례 폐지안에 대한 개별 의원들의 의지가 확인되지 않은 채 표결할 경우 또 다시 자중지란을 겪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에 정치적 계산이 끼어 들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광주시의회는 부당한 외압과 정치적 판단에 휘둘리지 않고 조례 폐지안을 즉각 폐기하여 ‘인권도시 광주’임을 천명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인권 사각지대에 있는 소수자 학생들이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조례를 보다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광주시교육청이 2024학년도 수능 광주지역 실채점 결과를 분석해 발표했고, 이를 토대로 수험생과 학부모, 진학부장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여전히 한국사회는 수능성적에 따른 대학입시의 유불리가 존재하기에, 광주시교육청은 매년 지원 가능한 대학·학과의 수능 점수를 선제적으로 안내하고, 진로진학지원센터에서 맞춤형으로 대입 정보를 상시 제공해왔다.
광주시교육청은 지역 대학만을 한정해 지원 가능 수능점수를 공개했는데, 명문대 진학 성과를 억제하고 지역에 정주할 수 있도록 노력한 점에 아낌없는 칭찬을 보내주고 싶다.
다만, 교육당국이 불합리한 대입경쟁 구조에 대한 반성과 그 과정에서 고통 받은 학생들에 대한 격려 없이, 잘못된 경쟁 시스템 속에서 수험생들이 각자 생존하기를 강요받고 있는 현실은 여전해 안타깝기만 하다.
올해 수능 당일 경기도의 한 수험생이 수능 시험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아파트에서 투신하여 크게 다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러한 성적비관은 끊이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광주에서도 수능 이후 수험생이 생을 마감한 일이 벌어졌는데도, 광주시교육청은 공식 애도하기는커녕 아랑곳 하지 않고, 교육감 치적 홍보 행사에 골몰하고 있어서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
역대급 불수능 논란 속에서 올해 수능 만점자가 1명이라며 주요 언론사에서 대서특별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적비관 희생에 대한 언론보도나 이를 추모하는 행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상당수 국민들이 서바이벌 방식의 예능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것처럼, 냉혹한 입시경쟁 구조에서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대입 결과로 인해 좌절하더라도 경시하는 사회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사회가 수능 만점자의 각별한 관심을 가져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더 이상 수능 만점자 뒤에 입시 희생자들이 뒤쳐진 존재로 여겨져선 안 된다. 설령 수능 만점 인원, 명문대 진학률 등을 근거로 실력 광주를 내세울지언정 교육의 의미 있는 가치를 담보할 수 없으며, 이러한 성과에 매몰될수록 학생들의 희생이 더욱 늘어나는 현상은 불 보듯 뻔하다.
이에 이정선 교육감에게 고한다.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광주 교육은 수능 만점자를 키워내는 것이 아닌 입시 희생을 막는 일이라고.
광주광역시의회는 11월 29일부터 2024년도 광주시교육청 등 지방자치단체의 본예산을 심의하고 있다. 심의 과정에서 예산안에 대한 삭감과 부활 및 결정 등이 이뤄지는 만큼, 그 과정은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그러나 광주시의회 각종 상임위원회를 비롯한 예·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 계수조정은 회의 정회를 선포한 이후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인터넷 생중계와 속기록 작성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 시민들의 방청도 허락하지 않아 예산안의 가감이 이뤄지는 심의과정을 전혀 알 길이 없다.
이에 반면, 지난 2000년 국회는 대법원의 ‘계수조정소위 방청 허가 불허 위헌 확인’ 판결 이후 속기록을 공개하고 있으며, 2019년 서울특별시의회는 ‘자정 노력 결의서’를 통해 예산심의 계수조정 공개 등 의정활동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시민들에게 약속한 바 있다.
의회에 대한 시민의 불신과 무관심의 원인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의회 스스로가 권한을 내려놓음으로서 시민 공감대와 사회적 지지를 얻고 국정 및 지방분권 과제를 해결할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한편, 광주 중·고교 스마트기기 보급 사업은 준비 부족 등 이유로 추경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으나 2022년 12월 본 예산 심의를 통해 부활하였다. 그러나 현장수요 파악 없이 일괄적으로 스마트기기를 구매해 학생들에게 강제 보급하여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해당사업 예산을 승인한 광주시의회에 대한 책임론도 증폭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소로 인해 광주시교육청의 긴축 재정이 불가피한 가운데, 스마트기기 강제 보급 뿐 만 아니라, 퍼주기 식 사립학교 지원, 외유성 국외연수·출장 등 무모한 교육행정으로 재정 위기가 가속화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이에 지방의회의 핵심기능인 예산안 결정의 책임성을 한층 높이고, 재정주권을 가진 시민들의 알권리 확보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일부 의원들의 쪽지 예산 등 지역구 챙기기 관행 중단은 물론, 예산심의의 논의과정은 반드시 공개되어야 한다. 필자는 광주시의회의 2024년 본예산 심의가 공정성 확보의 기준이 되길 기대해본다.
더불어, 조례 심사에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정회를 선포하고 비공개 간담회 등 밀실회의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바, 예산 뿐 만 아니라 각종 의안 심사과정도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관련 의회규정이 마련되길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