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6일부터 2박 3일간 수완중 1학년 진도수련회는 진행된다. 참교육학부모회(이하 참학)에서는 7월1일자 성명서에서 교사들이 “교사들이 프로그램과 내용을 채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련관에 모든 프로그램을 맡기는 경우가 허다하다.(중략) 이 때 교사들은 모든 프로그램을 수련관의 강사에게 맡긴 체 교사들만 머무는 공간에서 음주를 하는 등 자유로운 시간을 갖는 것이 대부분이다.”라고 썼다. 맞다. 대부분 교사들은 프로그램을 맡기고 시간을 때운다. 그러나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별다른 일도 하지 않고,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자유로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할 일 없이 아이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쳐다보거나 사진을 찍거나, 뒤쳐진 아이들을 돌보는 일도 하지만, 교사로서,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라는 생각을 안 해 본 교사는 거의 없다. 자유롭게 즐거운 시간 때우기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도 교육과정 자체에서 소외된 느낌으로 시간을 때우는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소외현상이다. 물론 이 소외는 교사들이 수련회 2박 3일 프로그램을 직접 짜고, 행할 능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말이다. 그러나 교사들에게 2박 3일 약 400명 되는 집단을 인솔해서 프로그램을 짜고 안전을 다 챙겨야 한다고 말한다면, 교사들은 매우 가혹하게 여긴다. 왜 수련회가 필요한가? 모두 거부할 것이다.
교사들끼리 하는 이야길(일명 꼰대토크)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주 독특하다. 대개 서로 딱딱한 갑옷을 차고 말을 나눈다. 자기 삶과 속 이야기를 하기 힘들다. 성(性)과 관련해서 단 한 번도 동료와 이야기 해본 적이 없다는 10년차 여교사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물론 성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눈 것이 삶을 나누는 것은 아니지만, 음담패설처럼 히히덕거리는 농담을 하는 중년교사 아니면 서로 자기의 개인적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자기 내면과 삶을 드러내기 힘든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좁고, 말 많은 세계라는 인식이 퍼져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개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 교장흉보는 이야기(같은 그룹에서만), 아이들 이야기로 채워진다. 서먹서먹한 경우, 그 차가운 분위기를 깨기 위해서는 ‘알코올’이 필요하기도 하다.
수완중 1학년 교사들 중에 술을 아주 즐겨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남교사도 있었지만, 문제가 된 H교사 외 만취상태까지 술을 즐긴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H 교사는 수련회 도중에 ‘회’를 사서 먹어야 한다면서 일부러 진도까지 나와 회를 사가지고 왔다고 한다. 재미있는 일은, 그가 23일 성추행 논란이 일자 학교 담당자들과 의논하여 ‘병가’를 낸 후 학년 모임 담당선생님한테 “그때 우리가 먹은 회 값을 계좌로 부쳐주라.”라고 문자를 보냈다는 것.
그날은 월드컵 한국전이 있는 날이다. 왜들 그렇게 미치는지 모르겠지만, 4년마다 한 번씩 세계는 축구를 통한 국가주의자들로 넘쳐난다. 한국은 더 심하다. 캠프파이어를 진도청소년수련원에서는 밤에 진행한다. 그러나 이날은 특별히 교사들과 협의 후에 해가 반짝반짝한 저녁에 캠프파이어를 진행했다. 저녁에 한국과 아르헨티나 축구경기를 봐야 하니까. 소리 지르면서, 축구경기를 모두 다 관람한다. 아무리 “대~~한민국” 외쳐도 4-1로 농락당한 경기다. 학생들은 흥분해서 소리 지르며 경기를 보고 그 열기를 식히지 못한다. 그런데 더 식히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교사들이다.
교사들은 술을 더 마시기로 한다. 마침 17일 오후에 교장이 맥주를 사가지고 방문해 교사들을 위로한다. K교장은 이 사실을 언론과 감사팀에 부인한다. 광주드림 홍성장기자의 <못된 교사, 수련회서 중 1제자 성추행 (6월30일보도)>에 보면, 교장은 모든 것을 부인한다. “(교장 왈)수련회에 함께 하지 않았다.” 맞는 말이다. 그는 수련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체적으로 수련회에는 교장, 혹은 교감이 따라가서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K교장은 함께 따라가지 않았다. 2학년 수학여행도 6월16일 떠났을 때 오히려 교감에게 가라고 부탁(명령?)했다고 한다. 그는 함께 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술을 사들고 수련회장을 방문한다. 맥주를 말이다.
그렇지만, 광주드림 기자에게는 딱 잡아떼기로 일관한다. 광주드림 기자가 질문하자 처음 보인 반응은 ‘어디서 알았느냐’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는 많이 들어본 역겨운 멘트를 날렸다고 한다. 하지만, 기자가 서부교육청 청렴감사팀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고 하고, 본인이 전화를 교육청으로부터 받고 질책 맞은 후 일부 사실을 시인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술을 사들고 수련회장을 방문한 것은 강력히 부인한다. 이를 후에 2학년 학년 부장인 J선생이 묻자 그때도 그는 강력히 부인했다고 한다. J선생은 “거짓말 하지 마세요.”라고 면박을 주었다고 한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열기가 식지 않은 일부 교사들은 방에서 술을 마시고, 일부 교사는 잠을 자러간다.
교사들 일부가 그 다음 경기, 새벽에 하는 경기마저 봐야겠다고 기다렸다고 한다. 평소 조용한 교사인 H가 많이 취했다고 한다. 체육교사인 H는 교총소속이면서, 보수적인 면이 있었다고 한다. 예절바른 성격에 남다른 체격을 가진 그는 매우 호감이 가는 교사다. 180이상의 키에 누구라도 인정할만한 외모에 광주 교사들 사이에서 배구로 유명한 그는 교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다만, 학생들에게는 보수적인 면이 있어서, 두발 문제 등에 있어서는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대체적으로 아이들에게 친절하고, 따뜻했다고 한다. 중간고사 시험을 앞두고 교실을 개방하여 저녁 늦게까지 희망자에 한해 공부를 하도록 지도했다고 한다. 초등과 달리 중등교직에서는 배구가 일상화되지 않았다. 그런데 H교사는 수완중에 발령 받자마자, 교사 팀을 조직해서 대회에도 나가는 등의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물론 일부 여교사들은 뒷담화로 외모가 출중한 그의 과거 연애담을 험담삼아 나누기도 한 모양이지만, 이제 서른 중반의 미남이자 첫아이 출산을 앞둔 초등교사 아내를 둔 그가 성추행 추문에 휩싸일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다.
6월 21일, 수련회를 마친 후 월요일, H교사는 출근하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1학년 학년 부장을 통해 H교사가 성추행 추문에 쌓였다는 사실만 1학년 선생들을 통해 알려진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오히려 교사들도 모른다. 학부모가 항의를 했고, 교감과 교장이 주말 무렵 H교사를 호출해서 상의를 했다고 한다. 동료 교사들은 모두 놀랐고 믿겨하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된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오로지 교장과 교감, H교사만이 안다. 6월23일자로 H교사는 병가를 냈다고 한다.
학년 부장과 그 외 1명만이 교육청 청렴감사팀의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학년 부장을 통해 “우리는 술을 마시지 않은 것으로 하고, H혼자 술을 마신 것으로 한다.” 정해진다. 두 명이 감사팀에 의해 서약서(거짓말을 할 경우 처벌받겠다)를 썼기 때문에 다른 교사들은 입을 다물기로 한다. 과연 H가 진짜 그랬을까? 그럴 리가 없겠지…하는 추측들만 조용히 선생님들 사이에서 오간다.
학생들 중 일부는 이미 알고 있는 눈치다. “수련회일 때문에 못나오죠?”라고 하는 학생의 질문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다수는 왜 체육선생님이 안 나오는지 모른다. 학교는 그 반에 담임배정과 체육시간 땜빵 문제가 오히려 시급해진다.
6월 29일 뉴시스에서 <광주 모 중학교 교사 학생 성추행 논란>이라는 인터넷 기사가 뜬다. 맹대환 기자가 작성했다. 오후 6시 18분이다.
매우 조심스러운 기사다. 이니셜을 수완중을 A중으로, 문제의 교사도 B로 되어 있다. 분명히 ‘피해 학부모의 항의’로 조사 중 이란다. 교육청은 ‘학부모의 동의를 얻어 피해학생을 상대로 조사할 방침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교육청은 학생을 상대로 조사를 하지 않았다. 물론 ‘학무모 동의’가 없기에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수련회에 참여한 교사들 진술도 받지 않고, 학교 교직원들도 감사팀이 왔는지 오지 않았는지도 모르는 조사가 어디 있는가? 그것이 조사인가? 학년부장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말, 그리고 학교에서 떠다니는 소문에 의하면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해서 정해주면, 존중해서 해주겠다.”고 했단다. 사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교육청 인사가 와서 조사해서 파헤칠 수 있는 진실이란 것이 있을까? 소위 감사팀 공무원이 보는 사실은 우리가 진실이라고 이름 할 커다란 그림에서 작은 색소도 못 칠하는 것이다. 그는 관료적으로 와서, 적당히 관계망 속에서 조용히 처리되기를 바란다. 다만, 언론에서 떠드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은밀히 그가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로부터 3시간 후에 뉴시스에서 다시 기사가 나온다. 속사포 같다. 제목은 “광주 中 수련회 성추행 논란 일단락”이다.
자. 사실들은 갑자기 변한다. 세시간만에 말이다. ‘해당학생이 아니라’는 주장을 했고, 항의했던 학부형은 ‘자녀를 상대로 진위를 파악한 결과 성추행은 없었다.’고 했단다. 왜 이렇게 갑자기 변했을까?
실은 기사가 나온 6월 29일은 사건이 터지고 난 일주일이 거의 지난 무렵이다. 일주일동안 학교에서 나온 말들은 이 기사의 배경을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학교 교장과 교감, 학년부장, H교사, 한마디로 사건 관련자들은 매일 그 학부모 집을 찾아갔다고 한다.
H교사는 계속 부인했지만, 어떻게 되었건 잘못을 빌었다고 한다. 학교 관계자들은 학부모에게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애가 잘되게 하는 것, 아닐까요? 아마 부형님도 그걸 바랄 것입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아주 간절하게.
신혼인 H교사는 아내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고 출근하는 척 했다고 한다. 출산을 며칠 앞둔 아내도 낌새가 이상해서 학교에 몇 번씩 전화했다고 한다. 신혼인 H교사의 개인적인 딱함을 부형에게 호소하기도 했다고 한다.
학교에서는 그 학부모가 원하는 게 뭘까 라는 말들이 오고 갔다고 한다. ‘돈을 바라는 것은 아닐까?’와 같은 추잡한 이야기들. 사실은 확인할 수 없다. 오로지 그것은 당사자만 아는 것이다. H교사와 학부형은 ‘술을 마셨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제 소문만 퍼져 나가지 않으면 된다.
수련회에 다녀온 교사들 사이에서는 여러 가지 말들이 조심스럽게 전해졌다. H교사와 같은 방을 쓰던 남교사에 의하면, 새벽에 그가 컴퓨터를 가지고 아이들 방에 갔고, 아이들과 영화를 봤다고 한다. 새벽 6시 무렵, 그가 남자 방에 돌아왔는데, 자고 있는 중에 들으니 혼자서 “아, 내가 미쳤어. 정말 미쳤어. 미치지 않고서야…”라고 중얼대었다고 한다. 그 남교사는 그때는 몰랐지만, 후에 생각해보니 H교사가 정말 ‘그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또 어떤 교사는 추론했다. 만약, H교사가 자기 증언대로 만취한 상태에서 학생들 방에서 잤다면, 어디서 일어났느냐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정말로 만취해서 잠에 들었다면, 계속 아이들 방에서 잤을 것 아니냐. 컴퓨터 앞에서 그대로 꼬구라져서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잤다는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그가 3시까지 만취해서 술을 마신 후 아이들 방에서 영화를 본 후 잠이 들었다가 교사 방으로 6시 무렵 돌아왔다면, 앞뒤가 맞지 않지 않느냐… 등.
교사들은 피해의혹이 있는 학생이 누군지 알았다. 그 아이를 쳐다볼 때 죄책감이 든다고 했다. 일부 교사들은 액션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7월1일 광주드림 오프라인 신문으로는 처음으로 기사<못된 교사, 수련회서 중 1제자 성추행>가 나간다. 교장은 전날 기자에게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다가 오히려 청렴감사위로부터 지적을 받고, ‘조사 중’임을 시인하는 추태를 보였다. 그 이후에 학교는 범인색출에 들어갔다. “누가 찌른거야?” 말을 하지 않고, 내부에서 일어난 일을 바깥으로 떠벌린 자들을 색출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전교조 상근자 출신이며, 강성이미지를 지닌 특성화 부장 B선생은 광주드림에 전화를 걸어 “누가 제보했는가.” 물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가 학교 내에서 계속 의심을 받는 눈초리였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학년 부장도 돌아다니면서 교사들에게 “누가 제보했을까?”,“혹시 남편도 알아”라고 물었다고 한다.
7월 1일 동시에 참교육학부모회에서 <광주 A중 여제자 성추행 의혹 철저한 조사를>이란 시원한 성명이 나온다.
성명서 문구 중‘더구나 이 학교는 올해 교사, 학생, 학부모가 힘을 합쳐 배움의 공동체를 실현하고, 공교육의 기능을 살리고자 뜻있는 교사들이 많이 모인 곳이다.’라는 내용이 있다. 학교 관계자라면, 대체적으로 수완중임을 알 수 있게 만든다.
참학 뿐 아니라, 전교조 광주지부도 성명을 냈다고 했지만, 전교조 성명서는 홈페이지에 탑재되어 있지도 않고 찾을 수 없다.
교장은 7월 2일, 사건을 공식화 한다. 몇몇 교사들의 낌새를 눈치 챈 것이다. 몇 명의 교사들이 교장에게 사건을 쉬쉬한다는 항의를 했다. 교장은 직원회의를 연다. 그리고 광주드림 기사를 한 줄 한 줄 읽으며 반박했다고 한다.
자신은 수련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못된 교사”라고 수완중 전체교사를 욕보인 점에 분개한다는 것. 처음 언론을 대했기 때문에 약간 미숙한 점이 있었다는 점 등. 참석 교사들의 분위기는 우울하고 교장에 대해서 짜증이 났지만, ‘못된 교사’라는 표현에 대체적으로 분노했다고 한다.
교장은 눈물까지 보이면서, H교사의 사정을 이야기 했다고 한다. (한국의 공직자들이 늘 보이는 모습이다.) 이를 듣던 교감도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 수완중의 명예를 떨어뜨렸기 때문에 학교차원에서 직권면직을 하겠습니다.”라고 했단다. 재빠른 대응이다. “이제부터 H교사는 수완중 교사가 아닙니다.”라고 선언했다. 전교조 교사 중에 일부교사들이 문제를 삼으려 하자, “이제 우리학교 교사가 아니다. 교육청이 징계할 문제다.”라고 발뺌을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문제제기를 할 주체가 없다. 조용히 있다가 사건은 잊혀지는 것이니까. 그 후에 7월 23일 H교사는 감봉 3개월 처분이 떨어졌다. 학생인권조례 위에서 수완중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성명서를 발표하지만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에 상무지구 근처에 있는 중학교로 전보되었다는 ‘인사’발표가 난다. 수완중은 8월26일자로 기간제 교원 모집공고를 낸다. 그런데, 그 와중에 학생들의 수업은?
모두가 그렇겠지만, 학교란 배움이 일어나는 곳이다. 교사의 추문으로 거의 2달 가량 수완중은 파행적인 교육과정이 운영된다. 체육수업은 생략되거나 자율학습으로 대체된다. 다른 체육교사들이 합반을 하는 파행운영이 계속된다. 전교조 평교사 출신 교사라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문제였는데, 교장 K는 이에 관해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더구나 징계가 나온 이후에 9월 되어서야 기간제 교원모집공고를 낸 것은 학생들의 수업권을 얼마나 관행적으로 무시하는지 잘 보여주는 처사라 하겠다.
3. 잡생각들.
지금까지 최대한 수완중 동네 주민으로서, 또 같은 직종에 있는 사람으로서 듣고, 보고, 느끼고, 냄새 맡은 것을 적었다. 이는 엄밀하게 법적요건을 충족시키는 사실(fact)와 거리가 멀다. 그리고 누구를 욕보이기 위해서나 다시 H를 벌주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은 아님을 다시 한 번 말한다. 다만, 이 사건을 접하면서 느낀 점을 몇 가지 적으려 한다.
첫째, 참학과 학생인권조례위의 성명서관련.
내가 제일 반가운 성명서였다. 아, 우리 편도 있구나.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참학의 성명서 내용에는 ‘성추행 교사 엄중 처벌로 교육비리 추방하라’는 것이고, 부제는 ‘학부모들은 이러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어디에 하소연 할 곳이 없다’라고 하면서 “교육청은 성추행 교사를 엄중 처벌하라”고 했다. 그러나 교육청이 왜 그렇게 하겠는가? 교과부는 이미 4월 달에 3대비리(성적조작/성추행/금품수수)는 봐주지 않고 중징계 하겠다고 발표했다. 교과부란 관료조직을 우리는 진정성 있다고 봐야한다. 그리고 교육청 관계자들도 시끄러워 비판 받기보다는 성추행이 있다면, 깨끗이 처벌할 분위기는 되었다.
하지만, 왜 안 되는가? 관료 입장에서 보자. 그들이 문제가 터진 학교에 와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학부모가 항의를 했고, 갑자기 학부모가 잘못 알았다고 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뭔가? 사건은 내부에서만 알 수 있지 않은가? 부에서도 당사자들, 그러니까 공모제 중간평가를 앞둔 교장, 교장승진을 앞두고 있는 교감, 교감승진을 위해 경력을 쌓는 학년부장, 당사자가 아닌 이상 무엇을 알 수 있는가? 거짓말 탐지기로 조사할 수 있는가? 물론 그가 냉정한 관료라면, 학생도 부르고 학부모도 직접 만나서 조사할 수 도 있겠지만, 성명서에 나온대로 ‘~~해라~!!’외치는 것은 효과가 거의 없는 부르짖음이다.
성명서에는 차라리 실명을 그대로 쓰고, 침묵하는 전교조 교사와 분회를 비판했어야 했다. 오히려 참학과 학생인권위가 나서서 직접 목격학생을 조사하고, 교사들을 조사하였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고서는 바뀔 리가 없다. 참학은 ‘어디에 하소연 할 곳이 없다’고 했지만, 미안하지만, 게으른 외침처럼 느껴진다. 참학 입장에서는 학부모 입장을 충분히 짐작하고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왜 갑자기 학교에 항의를 하다가 입장을 바꾸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애가 잘 되는 게 우리 목표 아닌가요?”라고 굽신거리며 은밀히 협박하는 학교 측에 누가 배겨날 수 있을 것인가? 충분히 이해도 할 것이다. 하지만, 필요한 것은 액션이다. 지금은 적이 도처에 있다. 구획을 나눠서 선생편, 학부모편, 학생편을 나누는 것은 구체적인 사건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성명서에 ‘하소연도 할 곳 없다. 우리 학부모는 약자다’라는 등의 호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두 번째
전교조란 조직은 더 이상 어떤 이미지로 구성된 조직이 아니라, 그야말로 노동조합의 이익에 걸 맞는 국가기구의 한 파트란 점이다. 따라서 그를 환원해서 바라보고 기대하는 것이야 말로 위험하다는 점이다. 이점은 전교조 출신 교육감, 그리고 교육위원에게도 해당하는 것이다. 역할(Role)과 위치(Position)가 사람을 만들지 그 역은 아니라는 냉정한 인식을 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전교조 출신 중에 대다수는 학생인권에 침묵했고, 일부 교사만 반응했다. 일부 교사도 전교조라서가 아니라, 어렸을 때 자신이 직접 교사에게 당했던 그 상처가 되살아나면서 분노했기 때문이다. 학생 인권과 관련해서 교사에게, 혹은 전교조에게 기대하기는 접어야 한다. (물론, 이글을 읽는 독자라면 접었겠지만). 기대를 접고 오히려 담담하게 노동조합의 이해관계에 맞도록 파트너 쉽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교사들은 매우 방어적으로 침묵 속으로 자기들의 짓거리를 도피할 수 있는 유용한 기제가 있음을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침묵하는 교사들이 나쁜 놈이다.’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그 침묵을 어떻게 깨부술 수 있는가를 현실적이고, 실감나는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그들에게 침묵문화를 깨라, 라고 강요하는 것은 6시간 밖에 자지 못하는 고삼수험생에게 ‘공부 좀 더해라’라는 강요와 비슷하다. 한줌도 안 되는 관료 몇 명이 사건을 만들어 버리고 의미를 창출하여 결론 내버리는 이 구조 자체를 뒤집기 위해 교사 내부의 문화를 미시적으로 파악하고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대개 교사들은 침묵하고 자기보신에 강하다.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 연애할 때 ‘그/그녀를 어떻게 꼬실 것인가’처럼 고민해야 한다. 침묵하는 그 학생/목격자를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 중산층 의식에 사로잡혀 아이미래를 위해 침묵을 결정한 학부모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점들을 현실성 있는 질문으로 제출해야 한다. 범죄자 색출하여 처벌하기 관점에서 벗어나 실효성 있는 토론으로 나가야 한다.
세 번째
행사문화. 수련회를 학생들이 좋아한다. 공부 않고 교실 바깥으로, 야외로 나가는 것이야 말로 그들이 바라는 것이다. 원칙적으로야 이것도 교육과정의 일부로서 구성되는 척한다. 이는 교사도 알고, 학부모도 알고, 당국도 다 알지만, 형식적으로 그럴 뿐이지 잠시 수업에서 풀려나는 것이다. 체험학습이라고 이름을 달지만, 수업에서 벗어나 노는 것이다. 왜 놀면 안 되는가? 참학 성명서를 보면, 이러한 수련회 문화, 교사음주문화를 비판했지만, 그 전제는 교육청 꼰대들의 전제와 같다. 학교는 뭔가를 배워야만 하는 곳이며, 교육 과정 속에서 학습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놀아선 안 된다?
아니다. 놀아도 된다. 이런 좀 통 큰 생각을 하자. 그리고 교사가 프로그램 짜고, 교사가 관리하는 것, 바라지 말자. 그건 불가능할 뿐 아니라 멍청한 짓이다. 수련회 프로그램이 그중에서도 가장 낫다. 학생들을 재미있게 해준다. 400명 가량 는 아이들을 차량 10대 빌려서 전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형태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수련회 자체를 제고해야 한다. 학년 전체로 뭔가 체험학습으로 행사를 잡고 교육과정에 반영하니까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작은 학급 단위로 무엇이든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과정에 체험학습 쇼를 하는 척하지 말고 ‘노는 날’을 각 학급에 자율적으로 부여하여 학급 단위로, 혹은 학생회 자치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사들에게 ‘프로그램 짜고, 니들이 운영해야지, 술판이나 벌여서야 되겠냐.’는 비난은 울림 없는 메아리요, 또 다른 교육청관료 꼰대 목소리에 불과하다.
네 번째
학교 내 성희롱은 권력관계 문제다. 아니, 모든 성폭력은 권력의 문제다. 학교폭력자치위(이하 자치위)가 있는데, 왜 교사의 폭력은 자치위에 회부가 안 되는가? 학교의 주체는 분명히 학생, 학부모, 교사라면서 왜 교사는 자치위에 회부가 되지 않는가 말이다. 이점에 비추어 봐도 성폭력은 미세한 권력의 문제다. 따라서 이 권력이 균등하게 되지 않는 한 문제는 해결될 리 없다. 또한 권력은 결코 스스로 그 힘을 내놓지 않는다. 오히려 은밀하게 작동한다. 따라서 학교라는 공간 자체가 스스로 주장하는 권력(실은 텅 비어있음)을 개무시하며 개입해야 한다. 즉, 문제가 생기면, 자율적으로 소위 시민단체가 개입해서 조사하는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성문제처럼 민감한 문제일 경우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상담과 치료제공)도 있겠지만, 수완 중처럼 미묘하고 미세하게 침묵의 안개 속으로 덮여 버리는 경우가 훨씬 빈번하다.
이 시큼하고, 추잡한 안개 속에서도 눈 또렷이 뜰 램프가 ‘외부’아닐까? 그리고 곡갱이, 망치를 통해 파헤치는 광물을 파헤치는 광부처럼 사실과 진실을 구성해야 하는 것 아닐까? 교장, 교감, 학년부장, H교사, 그리고 아이 미래가 두려운 학부모는 자기들만의 ‘사실’을 만들고 ‘진실’을 만들었다. 한줌도 안 되는 그들. 하지만, 우리에게는 오히려 더 큰 진실구성력이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