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교육의 창〉 광주교육시민연대가 통합교육감 후보들께 교육자치의 설계도를 제안합니다
- 윤영백 광주교육시민연대 공동대표

https://www.j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90000035622

교육의 창·윤영백〉광주교육시민연대가 통합교육감 후보들께 교육자치의 설계도를 제안합니다

“회장 힘으로 꼭 이루고 싶은 일(공약)이 있어서 학생회장이 되는 걸까요?” 아니면, “회장이 되기로 마음먹었는데, 학생 표를 어떻게 낚을까 고민하다 공약이 나오

www.jnilbo.com

“회장 힘으로 꼭 이루고 싶은 일(공약)이 있어서 학생회장이 되는 걸까요?” 아니면, “회장이 되기로 마음먹었는데, 학생 표를 어떻게 낚을까 고민하다 공약이 나오는 걸까요?”

중·고등학교 학생회 임원들에게 학생자치를 강연할 때 던지는 질문이다. 학생들은 머뭇거리다가 ‘전자’라고 답한다. 어떤 공약으로 당선되었는지 까먹을 정도로 실제 현실은 ‘후자’이지만, ‘전자’여야 함을 깨닫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선거운동본부장을 한 적이 있다. 한해 학생회를 평가한 후 의견 그룹이 나뉘면 각각 선거운동본부를 구성하고, 조직이 꾸려진다. 후보를 위해 선거운동본부가 있지 않고, 선거운동본부가 지향하는 가치를 위해 누군가 후보 역할을 맡는 구조.

그런 경험을 겪고 나니 선거를 단지 ‘누구를 뽑는가’로 보던 시야가 넓어졌다. 선거란 주권자들의 언어가 경청되는 축제이다. 공동체를 어떤 가치로 움직일 것인가? 무엇이 가장 중요한 이야기거리이어야 하는가? 고민의 결과가 공약이 된다. 후보란 ‘자신을 수단으로 선본의 지향 가치를 구현하는 사람’일 뿐이었다.

이번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교육감 선거에서도 ‘누가 당선되면 좋을까?’보다 통합 시대의 첫 교육감은 어떤 시대 정신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수단화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할까?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교육감 선거 풍토는 매우 척박하다. 정당의 깃발은 제거되는데, 교육자치의 언어보다 정당 정치의 문법으로 움직인다. 정책 토양은 열악한데, 정치 브랜드도 표시할 수 없으니, 아쉬운대로 ‘보수’와 ‘진보’라는 대립쌍 중 하나로 자신을 수식한다. 어렵사리 민주, 진보 또는 보수 등 간판이 걸린 가건물을 세우고 단일화를 한다. 하지만, 어떤 교육가치를 어떤 정책으로 실현할지 충분히 전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단일화는 가치의 연대라기보다 진보나 보수 스티커를 누구에게 붙여줄지 고르고 후보를 띄우는 흥행 기술이기 쉽다. ‘자, 이제 우리는 이 가치를 함께 이룰 동지이니 누가 되어도 좋다’고 서로를 환대하기보다 룰을 두고 다투다 깨지기 쉽다. 이때, 시민은 주권자가 아니라 동원자가 된다.

가치 기반이 부실하니 가건물 안에서는 짙은 색을 내고, 밖에서는 옅은 색을 내는 카멜레온이 될 수도 있다. 진보 스티커를 붙이고 “입시도 잘 챙기겠다”는 류로 자랑하는 일과 그 반대의 경우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교육의 가치를 위해 자신을 수단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당선을 위해 교육의 가치를 수단화하는 것이다.

교육감 후보에겐 난제도 많다. 수치로 보기 힘든 교육 성과를 임기 내 ‘볼 수 있는 형태’로 약속하려는 유혹에 흔들리고, 약간의 갈등도 사법적으로 푸는 일이 만성이 되어버린 학교, 냉소와 회의에 몰린 교사, 입시 욕망 안에서 공교육과 사교육을 쌍둥이로 보는 학부모에게 어떤 언어로 교육 희망을 꿈꾸게 할지 난감하다. 고상한 말 백 번 하는 것보다 입시욕이라도 화끈하게 부채질하겠다는 후보도 드물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통합으로 지어질 교육 자치의 집에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지 교육공동체는 걱정스럽고 혼란스럽다. 선거의 시계는 쉴 새 없이 돌아가지만, 우리에겐 ‘교육은 무엇인지’, ‘학교는 무엇을 하는 곳인지’ 합의된 설계도가 필요하다.

이 설계도에 ‘AI시대에도 어떻게 자본에게 매력적인 인간이 될 수 있을까’ 다그치는 교육이 아니라, ‘AI로 일군 자본과 여유를 인간들이 어떻게 누리고, 생태와 평화의 힘으로 바꿀 수 있을까?’를 상상하는 용기가 바닥에 깔려 있으면 좋겠다. 이런 용기가 새 시대 교육을 짓는 건축정신이 되면 좋겠고, 이를 K-edu라 부르고, K-pop처럼 세계를 물들일 수 있는 사람이 교육감이 되면 좋겠다. 여러 가지 정책을 만들어 학교의 숨통을 조이는 사람보다 학교에 치유와 성찰, 회복을 위한 재량과 여유를 주고, 그 숨결로 배움의 씨앗을 싹틔우려는 사람이면 좋겠다. 통합으로 커진 자신의 힘을 기꺼이 견제받고, 시민과 나누는 상상을 즐겁게 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최근, 광주교육시민연대는 의제별 시민사회 원탁토론과 정책회의 등을 거쳐, 6대 영역 15가지 교육정책을 만들었다. 5·18민주화운동 제46주기, 이 설계도로 새집을 튼튼하게 지어줄 목수가 누구인지 묻기 위해 네 분의 교육감 후보에게 오늘 전달한다.

건강한 정신과 몸을 가진 목수가 행복하게 동그라미를 치면 좋겠다. 그러면 광주교육시민연대는 함께 벽돌을 짊어지겠다는 다짐으로 힘찬 박수를 보낼 것이다.

※2026년 5월 26일, 오후 5시. 광주광역시 시민사회지원센터(시민마루)에서 교육감 후보 정책 협약식이 열린다.

,

- 광주시교육청은 상무명칭 사용 5개교에 대한 공론화를 추진하라.

 

5·18민주화운동 46주년을 앞두고, ‘민주·인권·평화의 도시인 광주에서 5.18 국가폭력의 흔적이 학교 기관 이름으로 남아 있음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 현재 광주 서구 신도심에서 상징처럼 쓰이는 상무(尙武)’ 명칭은 전투병과교육사령부가 있던 상무대에서 비롯된 말이다. 그런데 상무대19805월 광주 시민을 무력으로 짓밟은 계엄군의 지휘계통 부대였고, 계엄군의 최종 진압작전명 역시 상무충정작전이었다. 작전이 종료된 지 46년이 흘렀지만, 그 이름은 여전히 학생들의 배움터를 부를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현재 광주 서구 상무지구에는 상무초·상무중·상무고를 비롯해 상무1의 의미를 담은 상일중·상일여고 등 총 5개 학교가 해당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 학교 이름은 단지 지역명을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교가 추구하는 가치와 공동체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특히 광주에서 상무라는 이름은 상무대와 상무충정작전, 5·18 국가폭력의 기억과 분리될 수 없다. 민주 시민을 길러야 할 학교가 이러한 명칭을 계속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이제는 교육공동체가 책임 있게 논의해야 한다.

 

이미 선례가 있다. 지난 2015,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이름 김백일에서 유래한 백일초등학교를 시민 공론화를 통해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지도부 성진회의 이름을 따서 성진초등학교로 변경한 바 있다.

 

- 또한 2017년에는 상무대 터에 자리한 상무고 운동장에 육군기계화학교의 요청으로 부대 역사가 깃든 장소를 기념하는 비석이 세워졌으나, 해당 부대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진압에 동원된 부대로 확인되며 논란 끝에 철거된 바 있다. 이는 상무대 관련 명칭과 상징물이 광주교육 현장에서 어떤 역사적 의미를 갖는지 이미 확인시켜 준 사례다.

 

이에 우리 단체는 아래와 같이 요구하는 바이다.

 

- 광주시교육청 : 상무초·상무중·상무고·상일중·상일여고 등 5개교의 교명 변경에 대해 학생, 학부모, 동문,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공론장을 마련할 것.

 

- 해당 학교 : ‘상무의 유래와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진실을 계기 교육할 것.

 

2026. 5. 16.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