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배 (진보신당 20대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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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황정음 역)이 다니는 서운대를 숨기기 위해 새벽부터 싸인펜을 들고 자신이 나온 서운대 버스광고판 얼굴에 ‘낙서’을 해야만 했던 지붕하이킥 보셨어요? 

이번 6월 2일 지방선거의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13,14일 본선에 뛸 후보들이 등록을 마치면 더욱 더 뜨거워 질 것이다. 이런 와중에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김진표 민주당 후보를 가까스로 누르고 구여권 단일후보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한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리는 기사들을 보는 중 자꾸 눈에 거슬리는 게 있다. 바로 경쟁후보들의 인연을 부각시키는 기사다. 한나라당의 김문수 후보,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와 서울대 동문이라는 것. 어느 언론사는 이에 더해서 ‘고대 출신의 안동섭 민주노동당 후보가’ 라며 ‘SK(서울대와 고려대)’의 대결이라는 걸 알리고 있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에서 알아주는 학벌들의 대결이라는 것.

정말 무게 없고 후보를 평가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 않음에도 이런 기사들은 큰 폐해를 낳는다. 정치인과 일반인은 다르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기 때문이다. 이런 기사들이 정치의 무관심을 낳았다는 사실을 기자들은 알아야 하고 이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또한 후보를 삶과 철학으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학벌로 평가하게 되어 돼먹지도 못한 놈이 떵떵거리며 정치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실제로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이런 폐해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리고 큰일을 할 깜냥이 되지도 않으면서 학벌 하나로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은 자신의 기득권을 사수하기 위해 학벌네트워크를 공고히 하고 또 자기들이 필요할 때 이걸 사용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 학벌네트워크에 들어갈 수 없고 사회의 주류가 되지 못한 세대인 20대의 모습을(한 마디로 ‘중복 피해’를 보는) 제대로 보여준 드라마 주인공이 있다면? 많은 논란이 있겠지만 난 『지붕뚫고 하이킥』의 황정음을 뽑고자 한다.(아! 벌써 ‘뭐가 그래’라는 반론이 들어오는 게 느껴진다.)

혹자는 현실성 없는 등장인물이라고 혹평했다고 한다. 하지만 황정음 만큼 현실 속 다수의 20대를 표현한 등장인물을 찾는 건 쉽지 않다. 스펙을 늘리기 위해 죽어라고 공부하고 겨우 취직한 회사에서의 반 인권적 행위에도 뭐라 말할 수 없는 장면, 너무나 힘든 삶 속에서 받는 사랑이 부담스러워서 그 사랑을 거부하고 아파하는 장면을 보며 공감하지 못한 사람은 누가 있었을까?

이런 그녀에게 학벌은 하나의 콤플렉스였다.(비록 이에 대한 사연이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서운대’ 아니 ‘서운하다’라는 말에도 놀라야 하는 그녀의 모습은 좋은 대학에 다니지 못해 피해 받고 있다고 생각하며 더 좋은 대학으로 편입하려 준비하는 대학생들을 보는 거 같다. 또한 황정음이 서운대 출신이라는 걸 알고 과외를 끊어버린 (필요에 따라서 물리적 진압까지 이용한) 이현경은 학벌이란 기준에 사로잡혀 합리성을 상실해 버린 어르신들의 상징이 아니었나 싶다.

다행히 시트콤 속에서 황정음은 취직에 성공했고 팀장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험난한 사회와 싸워 이겼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20대의 대다수는 아직도 출신이나 재학 중인 대학이란 주홍글씨에 시달리고 있다. 언제 쯤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학벌이란 편견과 싸워 이길 수 있을까? 사회에 대한 ‘서운함’은 커져 가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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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훈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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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시험인 법학적성시험(LEET)을 치르기 위한 모의시험을 마친 응시자들이 시험장을 나서고 있다.

우리사회에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시행 된지도 2년이 되어간다. 로스쿨제도는 기존의 사법시험을 대체하여 법조인을 선발하여 양성하기 위한 방안으로써 대학 졸업자 중 매년 2000명을 선발한다. 선발된 로스쿨 재학생은 3년간의 엄격한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변호사시험을 통해 변호사로서의 자질을 검증받고 변호사로 활동하게 된다. 로스쿨과정을 거친 법조인은 2012년 처음으로 사회에 배출될 예정이다. 기존의 사법시험은 2016년까지 단계적 축소를 거쳐 폐지된다.

현재 1기 입학생의 경우 작년한해동안 기초법학을 이수하였고, 다가올 2학년 여름방학동안 법원, 검찰청, 로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무연수를 가질 예정이다. 2기의 경우 기초법학을 들으면서 법률가로서 초석을 다지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로스쿨은 2009년 첫 개원이 후 성공적인 로스쿨제도의 정착을 위해 내부적으로 정부, 교수, 학생간의 끊임없는 토론과 논쟁을 거쳐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발과정의 공정성이나 비싼 등록금으로 인한 진입장벽의 문제 등 아직 개선해야 할 점들이 많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로스쿨 제도에 있어 기대되는 긍정적 측면을 살펴보고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강의의 질적 향상의 측면 -교수법, 학생과 커뮤니케이션

로스쿨이 시행되면서 기존 법대보다 훨씬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동일한 수업을 듣는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로스쿨 수업을 들어보니 기존의 법대 수업과 달리 교수님들의 교수법은 눈에 띄게 바뀌었다. 그간의 법대수업은 교수에서 학생으로의 일방적 전달방식이어서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법대 학생들이 수업을 등한시하고 신림동 강의에 의존하는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로스쿨이 시행된 이 후 새로운 제도에 발맞춰 교수 스스로 학생들의 지적수준에 부합하는 교수법을 연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이 수업내용을 잘 이해하고 따라오는지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대화하는 모습이 기존 법대수업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학생들 역시 비싼 등록금을 내는 만큼 그에 부합하는 질 높은 수업을 듣기를 요구하고 과거 수동적 입장에서 벗어나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런 측면은 로스쿨이 기존 법대보다는 더 나은 방향으로 교육의 질이 향상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인재 양성 측면

로스쿨 제도의 취지자체가 기존의 획일적인 법조인 양성 시스템을 탈피하기 위한 게 주요한 것인 만큼 로스쿨 재학생의 출신은 실로 다양하다. 인권운동가, 기자, 공무원, 펀드매니저, 군인, 공학박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각자의 꿈을 가지고 입학하여 변호사가 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자신의 전문분야에 법적 지식을 더해 특화된 변호사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몇 년 뒤에 그들이 사회에 진출한다면 법적 분쟁에 특화된 전문변호사가 대거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들 역시 자신의 분쟁에 특화된 전문가를 통해 전보다 질 높은 법률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투명하지 못한 선발과정

로스쿨제도 도입으로 법조인 양성 과정의 많은 부분들이 변화했지만 아직 개선되어야 할 점들이 산재해 있다. 그 첫 번째가 입학과정에서 불투명성으로 인하여 수험생 혼란이 가중된다는 점이다. 로스쿨을 입학하기 위해서는 1차로 법학적성시험(LEET), 공인영어점수, 학점이 필요하고 2차로 논술, 면접, 기타 경력사항 등이 점수에 반영된다. 그러나 많은 대학들이 그 구체적인 요소별 반영비율을 밝히기 꺼려하고 있어 수험생들은 자신의 실제 점수가 몇 점인지 조차도 알지 못한 채 로스쿨에 지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이용해 사설 학원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입시설명회를 열어 학생들을 유인하는가 하면, 인터넷 카페에서는 추측성 글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로스쿨 입시는 미래 우리 사회의 법조인을 선발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이들이 공정하고 투명한 과정을 거쳐 뽑혀야 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이다.

로스쿨의 취지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던 인재를 법조인으로 선발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LEET나 영어점수와 같은 정량평가보다는 수험생의 전체적인 자질을 보는 정성평가 비율이 늘어야할 것이다. 즉 선발 주체인 각 로스쿨들이 로스쿨의 취지에 벗어나 학생의 잠재력을 보지 않고 훗날 변호사 시험을 잘 볼 것 같은 시험선수들만을 가려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로스쿨도 하나의 교육기관으로써 한국사회의 대학들처럼 입시에 매달리기보다는 재능 있는 학생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려 보다 나은 법조인을 양성하는데 중점을 두어야한다.

비싼 등록금과 장학혜택의 부족

현재 로스쿨의 한해 평균 등록금은 1,400만 원 정도이다. 이에 더해 3년간의 생활비와 그동안 직장을 다니지 못한데 대한 기회비용까지 생각한다면 경제적 뒷받침이 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법조인이 되기 어렵다. 이러한 높은 등록금은 비단 로스쿨 재학생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선 앞으로 법조인이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높은 등록금의 벽 앞에 진학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고 이는 소위 ‘가진 자’만이 법조인이 되는 기회의 불평등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크다.

이에 따라 로스쿨에서의 장학금 비율을 확충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또한 정부학자금 대출을 확대 시행하여 대출금 및 이자 상환을 유예해 주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로스쿨 선발과정에서 사회적 취약계층 비율을 확대할 필요성도 있다. 첫 입시에서 10%이던 사회적 취약계층 선발 비율을 일부대학의 경우 2기 선발에서 5%로 축소하였다. 기존의 사법시험에 비해 사회적 취약계층의 법조인 선발을 늘리자는 로스쿨의 취지를 고려할 때 이러한 선발 인원을 다시 늘려야한다. 이렇듯 진입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동반 될 때 로스쿨이 ‘그저 가진 자들의 계급을 재생산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비판에서 벗어나 사회의 공기(公器)로서 제 역할을 한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법조윤리의 교육의 부족

최근 논란이 되었던 ‘검사 스폰서’사건이 시사하듯 법률가는 높은 윤리의식과 공정심을 가지고 직무에 임해야 한다. 따라서 로스쿨에서는 법조인으로서 바람직한 인적 소양에 대한 교육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로스쿨 교육과정에서 이와 관련한 과목은 ‘법조윤리’ 한 과목과 외부인사 초청특강이 전부로써 그 비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기존 사법시험 제도에서의 법조인 특권의식이나 윤리의식의 부족이 로스쿨제도 하에서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의 원인은 변호사시험 수험과목에 비중을 두는 수업과정에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법조윤리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교육당국과 학생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커리큘럼 및 현장교육에 법조윤리 부분을 더 강화하여 법조인으로서의 높은 윤리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앞에서 살펴본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들뿐만 아니라 한해 전국적으로 2000여명의 로스쿨 정원이 공익의 차원에서 적정한가에 대한 논란, 수도권 출신의 학벌을 가진 지원자들이 지방 로스쿨을 잠식하는 문제, 법조계의 서열문화를 로스쿨이 극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 등 더 숙고해야 할 많은 쟁점들을 로스쿨이 안고 있다. 이러한 쟁점들이 비단 필자와 같은 재학생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2012년이면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가 활동하기 시작하며 2016년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로스쿨을 통해서만이 법조인을 배출하게 된다. 로스쿨이 사회에서 법조인 양성의 핵심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로스쿨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한편 올바른 법조인을 양성해 국민들이 질 높은 법률지원을 제공받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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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영 (신광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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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강점기 한국인 강제징용노무자들의 미불임금 내역 등이 담긴 공탁금 자료를 주일한국대사관을 통해 전달한 가운데 7일 오후 서울 외교통상부 앞에서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82) 어르신이 우리 정부의 태도를 규탄하고 있다.

“배주영 샘은 왜 이렇게 바빠~?”

쉬는 시간 전화를 돌리고,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며 정신없이 보내고 있는 나에게 옆 선생님이 말을 건넨다.  

“아 네~ 제가 투잡을 하잖아요~^^”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나를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 사무차장이라 한다. 어떤 직책을 갖고 사람들을 만나보거나 누군가에게 소개해 본 적이 없어 처음에는 그런 인사가 무척이나 쑥스럽고 어색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된 듯하다. 그렇다 나는 현재 중학교 교사이고, 2009년 3월에 출범한 시민모임의 사무차장이다.

2008년으로 기억한다. 광주인권영화제에서 우연히 본 <열 네 살 나고야로 끌려간 소녀들>이란 영화는 역사적 지식으로만 알고 있었던 문제가 지금의 문제임을, 과거의 사실(史實)이 누군가에게는 현재의 고통임을 너무도 아프게 가르쳐 주었다. 조선여자근로정신대란 일본의 태평양 전쟁이 광기로 치닫고 있을 1944년에 전시 노동력 보충을 위해 동원한 여성 노동자들을 이야기한다. 당시 그들의 나이 불과 13~15살. 일본에 가면 중학교에 갈 수 있다, 돈도 벌 수 있다라는 말에 부분 희망을 품고 일본 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어린 소녀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책상과 공책이 아니었다. 그들은 감금 상태나 다름없는 환경에서 하루 10시간이 넘는 중노동에 시달리고 온갖 학대와 배고픔, 외로움을 견뎌야했다. 약속했던 임금은 한 푼도 없었다. 해방이 되어 돌아온 조국에서도 그녀들의 삶은 녹록치 않았다. 우리 사회의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문화는 이들을 따뜻하게 감싸주지 못했다. 일본에 갔다온 여자라는 이유로 이들은 몸 버린 여자 취급을 당해야만 했다. 그런 그녀들의 아픔을 함께 감싸안고 인간의 존엄을 되찾기 위한 싸움을 시작한 것이 20여 년 전 일본의 나고야 지원회 사람들이었다.

역사를 가르치고 산다는 내게 영화는 커다란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다. 영화를 함께 본 많은 사람들이 근로정신대 할머니 문제에 공감을 했고, 자연스럽게 광주에서 그 분들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무언가를 해보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우리 사회에서 철저히 잊혀지고 버려졌던 문제가 일본의 평범한 시민들의 20여년이 넘은 운동의 결과 이 곳 광주에서도 답을 하게 된 것이다. 한참 늦은 발걸음이지만, 양국의 평범한 시민들이 민족의 문제를 넘어 인간에 주목하고 함께 평화를 얘기하고 연대를 고민하게 됐다는 점이 참 소중하다.

그렇게 참여한 시민모임에서 나는 참 많은 것을 배웠다. 학교 안이라는 매우 안정된 그렇지만 틀에 박힌 공간을 벗어나 다양한 생각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서 난 참 많은 것을 느낀다. 시민모임에는 소위 ‘운동’의 전문가가 없다. 각자의 삶의 공간에서 열심히 살아낸 사람들이 부끄러움에서 시작한 발걸음들은 서툴고 더디다. 그러나 없는 시간을 쪼개고 조그마한 능력이나마 나누고, 내가 하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더 큰 부담을 지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하는 운동은 그 진정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것 같다. 과연 될까? 라고 생각했던 1인 시위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치지 않고 진행돼 100회를 훌쩍 넘어 200회를 가까이 두고 있다. 누구도 가능을 확신하지 못했던 사죄촉구 10만명 서명운동은 조직을 동원하지 않고도 회원들의 노력과 시민들의 협조로 7만 명이 넘었다. 시민모임의 활동이 계속되자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지역 언론은 물론 중앙언론과 일본에서도 관심을 가졌다. 쑥스럽지만 시민모임, 대단하다는 칭찬도 들었다. 그 과정에서 그동안 외로움과 서러움에 혼자 울었던 할머니가 웃음꽃을 피우셨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큰 변화는 우리 스스로, 나 스스로가 변했다는 것이다.

근로정신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내 수업도 달라졌다. 현장의 생생함이 수업에도 전달이 되었나보다. 학생들은 내가 수업을 한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실천하고 변했다. 할머니들께 미안함의 편지를 썼고, 할머니들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20여 년 동안 이 문제를 붙잡고 있는 나고야 지원회에게 감사의 편지를 썼다. 학생들의 편지는 나고야의 평화전시회에 <광주에서 온 희망의 메시지>라는 제목이 붙어 전시되기도 했다. 편지에 대한 답장이 바다 건너 일본에서 오자 매우 신기해하며 자신들의 작은 행동이 뭔가를 변화시킬수도 있다라는 것에 자부심도 느꼈다. 근로정신대 문제를 주제로 한 학생 촛불문화제에서 연극을 해 보자고 한 제안을 한 것도 학생들이었다.

작년에 우리학교 학생들이 일본에 보낸 편지가 계기가 되어 최근에 노래가 하나 만들어졌다. 한 방울의 물이 바위를 뚫는 것처럼 좌절하지 말고 용기를 내자’라는 내용으로, ‘나고야 소송 지원회’와 광주 ‘시민모임’이 함께 손잡고 앞으로 나가자는 내용을 담은 <화이팅! 용기를 내고!>라는 제목의 노래이다. 일본어로 만들어진 노래는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한국어로도 만들어졌고, 이 노래를 만들고 부른 주인공인 하라다 요시오님이 우리 학교 학생들을 만나 함께 이야기하고 노래하는 수업을 하기도 했다. 함께 수업을 했던 하라다상과 학생들, 그리고 수업을 함께 계획했던 음악 선생님, 수업을 참관한 동료 선생님들께 아주 좋은 기회가 되었고, 자체로 감동이었던 수업이다.

살다보면 애초의 계획에는 없었던 일들이 닥쳐오는 경우가 있다. 시민모임과의 만남이 나에게는 그렇다. 교사생활을 하면서 어느덧 8년, 그리 열심히 산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하루하루 학교 생활을 하던 내게, 시민모임은 내가 교사라서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시민모임에서의 활동도, 학생들과의 만남도, 그리고 올해 여름에 예정된 한․일 청소년의 평화교류까지... 전혀 예측하지 않은 일이었고 생각하지 않은 일들이 자꾸만 커진다. 그래도, 아니 그래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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