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폭력에 물든 학교, 언제까지 ‘교육적(?)체벌’을 운운할 것인가?

이제는 실효성 있는 대책과 ‘체벌금지’를 말하라!

최근 광주의 두 학교에서 벌어진 ‘체벌사건’들 때문에 크게 논란이 일고 있다. 한 고등학교에서는 시험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치마를 벗게 하는 ‘체벌’을 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교육청에서 진상조사중이며, 다른 한 고등학교는 한 학생이 이른바 ‘야자’(야간타율학습)에 빠졌다는 이유로 ‘110대 체벌’을 당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 학교에서의 반인권적인 교육환경과 교육당국이 학생인권에 대한 개선의지가 미약했음을 생각해본다면, 이번 사례는 필연적인 결과로 밖에 볼 수 없다.

과연 ‘체벌’이 어떤 ‘교육적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인가? ‘폭력’이 ‘교육’으로 치환되는 어이없는 교육현실을 언제까지 두고만 볼 수 없다. 체벌은 교육이 아니다. 어떤 신체에 가해지는 충격이나 폭력은 정신적인 치유와, 교육적 효과를 동반할 수 없다. 그것은 단순한 반사작용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사육’ ‘통제’수단일 뿐이다. 학생인권과 더불어 체벌과 관련한 교과부나 교육청의 수많았던 조치들은 ‘학교자율’이라는 애매한 선을 남기면서 어정쩡하다 못해 있으나 마나 한 수준이 되고 있다. 뒤늦다 못해 전시 행정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체벌금지법(안)’이나 ‘학생인권법(안)’같은 구체적이고 실효적이며 보다 강제성을 띄는 대안이 필요하다. 특히 광주광역시교육청은 최근의 사건과 더불어 수많았던 인권침해 사례의 심각성을 고려해 현재 광주에서 추진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와 같은 방안에 힘을 실어주기를 바란다. 또한 대책을 세우는 과정에 있어서 당사자들이라 할 수 있는 학생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인권침해사례에 대응 할 수 있는 인권교육 프로그램 또한 필요하다. 최근 교과부가 시행하려는 ‘상벌점제(그린마일리지)’같은 통제방식보다 인권적인 환경의 학교를 만들 순 없으며 문제의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는 없다.

교육당국은 당장 이중모션을 멈춰라! 언론의 보도나 고발을 통해 논란이 되어서야 눈치 보며 나서는 교육부는 지금까지의 행태를 그만두고 학교에서의 인권현실 개선을 위해 근본적인 문제와 그 본질을 파악해서 효과적인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한다. 이와 같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시민사회단체 연대를 통해 학생인권보장을 위한 정면투쟁으로 나설 것이다. 또한, 학교와 교육당국은 더 이상 이와 같은 피해를 받는 학생들이 더 이상 없도록 시급한 해결을 촉구한다. 끝.

학벌없는사회 광주모임(준)

2009.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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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학벌없는사회 광주모임(준) 입니다.
요즘 사무실 이사짐 정리를 마치고,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한참입니다. 

앞으로도 부지런히 책 읽고 서로의 생각을 점검하는 자리는 가져야겠지요? ^^
매주 금, 토요일에는 책을 읽고 토론하는 자리를 갖습니다.

주변 손잡고 사무실로 찾아와주세요.

<청소년인권 책읽기모임>
■ 언제 : 5월 매주 토요일 오후3시
■ 앞으로 기다리고 있는 내용 : 정보인권, 먹을 권리, 노동인권, 언론의 자유 등

<학벌사회 책읽기모임>
■ 언제: 5월 매주 금요일 저녁7시
■ 내용 : 제1강  권력의 독점과 사회적 불평등
이야기마당1. 서울대와 권력독점
이야기마당2. 학벌과 계급
이야기마당3. 학벌과 탁월함의 신화
이야기마당4. 학벌과 불평등

<어디서> 학벌없는사회 광주모임(준) 사무실
- 장동 로타리와 장동 농협지점 사이길… 길 모르시는 분은 아래로 문의주세요.

<참가신청> 
antihakbul@gmail.com  070-8234-1319(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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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마일리지에 대한 단상 

그린마일리지 시스템은 학교생활 규정을 어기는 학생을 체벌이 아닌 상점과 벌점으로 지도하는 제도로 교육과학기술부 특별 시책사업이다. 이 제도는 벌점 누적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학생에게 순화교육 이수 및 교내 봉사활동 참여를 통해 상점을 주고 벌점을 감해 주는 방식이다. 그린마일리지 제도의 도입으로 학생들의 인권과 교사의 교권이 상호 존중되는 학교 분위기 조성되고 체벌을 대체하여 학교규칙 준수 문화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된다.

- 광주시 교육청 보도자료 중

1. 그린마일리지의 선구자들

그린마일리지. 친환경적 소비 캠페인이 학교로 파급된 것인가? 처음에는 헷갈렸다. 그런데 바로 재대로 된 명명법에 의거해 부연 설명이 도착한다. “상벌점제 말이야!”

애초부터 그렇게 말했어야 했다. 아니 지금부터라도 그렇게 부르자. 괜한 포장 씌우지 말고, 쉬운 우리말 사용하자. 내용의 조악함을 감추는 그들의 명명법, 존경스러울 지경이다.

상벌점제는 유서 깊은 생활지도 시스템 중 하나이다. 교사들은 학급 단위의 교육활동에서 학생들과 함께 자율적인 규칙을 만들고, 그것을 운영하는 방법으로 ‘칭찬 스티커제, 옐로우 및 레드 카드제 등’을 활용하곤 하였다. 그리고 상벌점제의 선구자들은 체벌에 대한 욕구를 통제할 수 없어서 부득이하게 그러한 방법을 구안한 것은 아니었다. ‘보상과 강화’, ‘실수에 대한 포용과 적절한 교육 투입’을 원리로 한 실질적인 교육활동이었다. 수치와 통계를 활용하고, 수단과 목적이 도치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는 좀 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구자들의 제도가 나름의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심리적으로 근접한 교사와 학생 사이에 농도 있는 교육적 만남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바로 그 선생님이 칭찬하고, 보상하고, 문제를 지적하고, 그에 유관한 벌칙을 비롯한 적절한 지도를 행했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도입한 상벌점제는 그 적용 범주를 학교 단위로 한다. 그리고 그것은 체벌을 대체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고 있으며, 냉정한 전산화 시스템을 활용하여 효율성을 배가시킨다. 학생부는 불특정한 교사들의 고발을 접수하여 죄목과 무관하지만, 표준화된 지도를 적용한다.

선구자들의 상벌점제와 요즘 횡행하는 그것이 비슷한 모양새를 띤 듯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목적과 배경을 가지고 있다. 양심 있는 교육부는 어쩌면 그 이유 때문에 차마 상벌점제라 칭하지 못했나보다.

2. 이미 실패한 그린마일리지

2002년 6월 교육부는 새로운 학교 문화를 조성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명목으로 각급 학교에 기존의 학칙을 대체하는 ‘학교생활규정 예시안’을 배포하였다. 많은 학교에서는 예시안을 정전처럼 모시어 대대적으로 학칙 을 개정하여 00학교생활규정을 제정하였다. 교육부의 생활규정 예시안에는 특기할만한 내용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상벌점제’이다. 예시안의 내용을 지침으로 해석한 학교는 상벌점제를 시행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학교에는 두 종류의 교사가 있었다. 체벌하는 교사와 하지 않는 교사. 그런데 상벌점제가 들이닥치자 벌점카드 주고 체벌하는 교사, 벌점카드 무시하고 체벌하는 교사, 벌점카드만 열심히 주는 교사, 벌점카드도 무시하고 체벌도 하지 않는 교사 등 혼란이 시작되었다. 학생들도 종류가 다양해졌다. 잘못하고 벌점만 받는 학생, 잘못하고 벌점 받고 매 맞고 봉사활동까지 하는 학생, 잘못했는데 봉사활동할 뻔하다가 상점 받아 위기모면한 학생, 교사의 도움 요청에 상점카드로 협상하는 학생 등 유사한 잘못과 선행이 각기 다른 처우를 받는 것에 대해 학생들은 가치관의 혼란을 겪을 법 하였다. 여전히 상벌점제는 학교에 안착하지 못한 채 체벌과 낯 뜨겁게 동거 중이다.

3. 엉뚱한 질문, 체벌은 왜 하는가?

상벌점제는 체벌을 대체한다. 그렇다면 체벌은 무엇을 대체하는가? 당연한 공식으로 상벌점제는 체벌이 대체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효과성을 발휘해야 한다. 체벌하는 교사들은 가르치기 위해서(학생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때린다고(혹은 벌준다고) 한다. 가장 효과적이고 가시적인 변화를 체벌이 가져온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 모두가 이미 알고 있듯이 그것은 부득이하고 구차한 명분이다. 대한민국의 학생에 대한 생활교육의 수준은 아직 원시적이다. 제반 구조적인 문제는 생활교육이 걸음마를 떼지도 못하게 고착화시켜 버렸다. 이른바 상벌점제가 규정하는 학생의 수 많은 문제행동에 대한 유력한 지도 방식이 체벌이었는데, 그것이 사라지고 이제는 통계시스템과 봉사활동이 투입된다.

상벌점제는 과연 무엇을 변화시킬까? 체벌이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또 체벌이 시작될 것이다. 강제노역 말이다.

4. 그린마일리지에 우리의 그린피플(학생)은 없다!

교육은 만남이요, 존중이다. 진짜 교육은 말이다. 체벌에서도 학생은 대상이었고, 상벌점제에서도 대상이다. 그들의 행동은 교사와 학부모가 판단한다. 학생을 참여시켜 규정을 만든다고 한다. 솔직해지자. 그래도 교육하는 사람들인데 말이다. 학생들의 참여를 보장할수록 교사의 염려는 제곱에 비례해 커 진다. 학생에 대한 믿음은 그들의 성장을 더욱 자극함에도 불구하고, 일시적 후퇴와 혼란함을 학교는 견디지 못한다.

학생들의 삶을 통제하게 될 상벌점제다. 그들의 권리 전반에 걸쳐 있는 중대한 문제다. 당연히 문제시하는 행동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고, 함께 소통하고, 약속할 수 있는 진짜 교육의 공간을 기획해야 한다.

김재황 (하남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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