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나들이 /용봉 사람책 강연회


생생하고 진솔한 삶의 이야기 나눠

매월 셋째주 수요일 저녁 7시 아름다운가게 용봉점서


지난 19일 저녁 7시 북구 용봉동에 위치한 아름다운가게 광주용봉점. 퇴근한 직장인과 대학생, 취업준비생 등이 하나 둘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섰다. 기증받은 책들이 꽂혀있는 책장 옆 까페 테이블에 자리잡은 사람들은 아름다운가게의 커피 등 음료를 주문하기도 하고 책장에서 책이나 잡지를 꺼내와 읽기도 했다.

30여명 남짓 20~40대의 시민들이 가게를 메운 7시가 되자 ‘용봉 사람책 강연회’가 시작됐다. 사람책 강연회의 8번째 초대이자 이달의 사람책 강사는 김형수 광주극장 이사(45).

아름다운가게 광주용봉점과 학벌없는 사회 광주시민모임이 지난해부터 매달 셋째주 수요일에 열고 있는 사람책 강연회의 참가비는 헌책 기증이다. 아니, 헌 책을 못 가져와도 대환영이다. 아름다운가게에서 대접하는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모인 이들은 김형수 이사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는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학교 졸업후 2년을 놀았습니다. 사촌형님의 제안으로 지난 97년 1월부터 광주극장에서 극장밥을 먹기 시작했는데 어느덧 18년의 세월이 흘렀군요. 이렇게 오랜 시간 극장과 같이 생활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김 이사의 이야기는 1935년 일제강점기 광주극장이 문을 열던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가 1968년 화재로 바뀐 모습, 광주극장이 이전 위기를 맞았던 1998년,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의 경쟁 속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선정되기까지 흥미진진하게 이어졌다.

그는 80년 세월을 한 자리에서 지켜온 극장의 남루한 모습이 남들 보기엔 답답해 보일 수 있겠지만 연 3만명이라는 관객 수와 두터워진 매니아층이 영화관 유지의 힘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림으로 그린 간판은 역시 광주극장 스럽다”며 “무거운 간판을 들고 나가 올리는 기분은 집들이를 하는 느낌이다”고 이야기 했다.

“이제 영화의 80%는 디지털 영사기로 상영하지만 1년에 2~3차례는 필름영사기로 상영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영사실을 오픈해 보여주는 시간도 마련하고 싶다”고도 했다.

이날 강연에 참가한 시민들은 예술영화 전용관으로서 광주극장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매니아 층이 상당수였다.

김경애씨는 “18년간 문화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는 계기가 궁금하다”고 물었고, 이에대해 김 이사는 “극장을 지킨다기 보다는 나를 위해서 한다는 마음으로 일한다. 운이 좋아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김우리씨는 “예술영화가 문화중심도시 광주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물었고 김 이사는 “문화의 도시 광주에서 흥행성 있는 작품만이 아닌 순수한 예술영화가 걸리는 환경은 꼭 필요하다”며 “시민은 다양하고 작품성 높은 영화와 거장들과의 만남을 통해 삶과 문화지수를 높여가는 것”이라고 응답했다.

사람책 도서관은 생생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화의 장이다. 그동안 강의한 강사는 학벌이나 성공과는 상관없는 젊은 도시농사꾼, 독립영화 제작 청년작가, 취업에 수차례 실패한 중년, 대안학교 교사, 학교밖 청소년 등이었다.

사람끼리 만나서 다양한 직업과 진로, 그리고 삶에 대한 이야기들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통해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학습하기 위한 의도로 기획됐다.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박고형춘씨는 “강연이 아니라 대화로 진행되는 사람책강연회는 상호 공감하며 위로와 용기를 주는 즐거운 경험이다”며 “이야기를 나누고픈, 또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픈 시민 누구나 참석 가능하다”고 말했다.

용봉 사람책 강연회 다음달 이야기는 오픈예술지구 바림의 강민형 대표가 들려준다. 아름다운가게 용봉점 층간 이전공사로 네째주 수요일인 23일 저녁 7시에 진행된다. 문의 070-8234-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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