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주타임즈] 정재춘 기자 = 교직원들의 잇따른 해외연수로 '선심성'과 '관광성' 외유라는 비판을 받았던 광주시교육청이 국외연수 정보공개 청구를 놓고 시민단체와 마찰을 빚고 있다.


시민단체는 광주시교육청의 부분 정보공개에 대해 행정심판을 청구한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11일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이하 학벌없는사회)에 따르면 이 단체는 광주 지역 교장들의 대규모 중국탐방이 논란을 빚던 지난달 22일 광주시교육청에 국외연수 및 국외출장 내역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번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광주시교육청은 교원의 직책과 예산은 가린 채 특정 부서 2곳의 내용만을 부분 공개했다.


이에 대해 학벌없는사회는 이의신청을 제기했으나 광주시교육청은 '특정인에게 이익 또는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대신 광주시교육청은 안전행정부에 등록된 국외출장 연수정보 시스템을 통해 필요한 자료를 검색하라고 답변했다.


안전행정부 시스템에는 최근 3~4년간 광주시교육청의 국외연수 및 출장 기록이 매회 사안별로 인원, 예산, 내용 등이 60여 건 공개돼 있다. 


하지만 학벌없는사회는 안전행정부 시스템만으로는 광주시교육청의 전반적인 국외연수 및 출장과 관련된 전체 예산과 인원, 목적 등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학벌없는사회는 광주시교육청이 시민의 정보공개청구권을 너무 협소하게 해석한 나머지 무성의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조만간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광주시교육청은 학벌없는사회의 정보공개 청구 내용 범위가 명확히 적시되지 않아 자료를 취합하는데 한계가 있어 이미 공개돼 있는 안전행정부의 자료를 이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또 정보공개 청구의 취지가 이미 만들어진 자료를 공개하는 것인 만큼 학벌없는사회가 요구하는 것처럼 새로운 내용을 가공해 제공하기는 어렵다고 교육청은 주장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지난달 일선 초·중·고 교장 300여 명을 상대로 예산 5억원 가량을 들여 4박5일간 중국 역사문화탐방을 실시해 전교조가 "내년 교육감 선거를 앞둔 선심성 정책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달에는 1억2000여 만원의 예산으로 학교 생활교육 담당교사 등 100여 명을 홍콩과 마카오로 연수를 보내 관광성 외유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

기사 관련 사진


▲  고등학교 3학년인 황법량(19)군은 17일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자신이 다니는 광주 금호고등학교 내에 붙이려다가 학교 측의 제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황군이 미처 붙지 못한 자신의 대자보를 가리키며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소중한


"고등학생도 시민이잖아요. 시민 대우를 못받고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고등학교 3학년인 황법량(19)군은 차분한 어조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다. 황군은 17일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자신이 다니는 광주 금호고등학교 내에 붙이려다가 학교 측의 제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당시 황군은 A4 용지 4장에 적은 손글씨 대자보를 들고 학생부에 게시 허락을 받으러 갔다. 하지만 담당 교사는 게시를 불허했고, 황군은 주변에 있는 다른 교사들로부터 면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황군은 교감, 교장 등과 면담을 했고, 그때마다 '정치적'이란 이유로 대자보 게시를 불허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황군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매우 불쾌했다"며 "'버릇없다', '짝다리 짚지 마라', '시끄럽게 해 우리의 휴식권을 침해했다'는 등 선생님들의 반응에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18일 광주 광산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황군은 "학교에서 좋아하지 않을텐데 인터뷰를 해도 괜찮겠냐"라고 기자가 묻자 흔쾌히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인터뷰를 해도) 상관 없다"라고 답했다.  


기사 관련 사진

▲  고등학교 3학년인 황법량(19)군은 17일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자신이 다니는 광주 금호고등학교 내에 붙이려다가 학교 측의 제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황군이 붙이려고 했던 대자보.

ⓒ 소중한


"학교가 매번 말하는 게 '현실' 뿐... 기득권에 복종하란 소리"


황군은 지난 7월에도 '시국선언' 대자보를 학교에 붙였다가 학교 측에 의해 철거된 바 있다. 때문에 황군은 이번 대자보의 경우 시국선언 대자보와 같이 철거되지 않기 위해 학교 측의 허락을 구하러 갔다가 거절을 당했다.


"(학교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는 걸 많이 느끼죠. 교육부는 두려워하면서 학생들에겐 함부로 하잖아요. 교육자라고 하면 학생이 다소 손해를 입더라도 옳은 길을 가라고 하는 게 맞잖아요. '지식만 가르치는 교사가 되지 말자'고 말하는 '진정한 교사상'에도 맞지 않고요. 그런데 매번 말하는 게 '현실' 뿐이에요."


황군은 학교 측이 대자보 게시를 불허하기 전날인 16일 대자보를 쓰기로 결심하고 5시간을 들여 손글씨 대자보를 완성했다. 그가 적은 대자보엔 "학문하는 학생으로서, 주권을 가진 시민으로서 당당히 발언합시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인터뷰 중에도 황군은 '고등학생의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학교에서 말하는 '현실'이란 게 기득권에 복종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고등학생에게 정치적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고등학생을 향한 '미성숙'의 이미지에 날을 세워 반대했다.


"물론 어리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은 있지만 합리적인 생각을 못하는 건 아니에요. 어버이연합 어르신들 보세요. 충분히 감정적이잖아요. 과연 그분들이 합리적일까요, 고등학생들이 더 합리적일까요. 누가 더 낫다고 할 수 없는 거에요. 보호를 하는 건 좋지만 표현의 자유를 고등학생에게 뺏는 건 기득권 세력이 청소년의 소망을 짓밟는 거에요."


기사 관련 사진

▲  고등학교 3학년인 황법량(19)군은 17일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자신이 다니는 광주 금호고등학교 내에 붙이려다가 학교 측의 제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 소중한


"학교, 너무 겁내지 마세요"


학벌없는사회 광주시민모임은 18일 "학교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는커녕 이를 짓밟은 조치를 한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광주 서구에 있는 시교육청에 게시했다. 이를 통해 황군의 사정이 언론을 타기 시작했고 18일 등교한 황군은 교직원과 몇차례 더 면담을 해야했다. 


현재 학교 측은 "(대자보 게시) 불허가 아니라 논의를 해보자고 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학내 게시물은 학교장의 최종 허락을 받아야 하므로 현재 사회적 이슈인 대자보와 관련해 검토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황군은 "처음 게시물 게시 허락을 구하러 갔을 때 학생부 선생님으로부터 붙일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제와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하는 건…"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어 그는 "친구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전폭적으로 지지해 준다"며 "여러 선생님들도 '수고했다'고 말해 주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고 주변 분위기를 전했다. 


기사 관련 사진

▲  고등학교 3학년인 황법량(19)군은 17일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자신이 다니는 광주 금호고등학교 내에 붙이려다가 학교 측의 제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 소중한


인터뷰 전날인 17일 황군은 내년 입학이 예정된 전남대를 찾아 입학요건인 신체검사를 받았다. 이날 전남대에 걸린 여러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보고 황군은 "느끼는 게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은 (대자보를 붙이는 게) 되는데 고등학교는 안 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면서도 "대학에 입학하면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생각에 매우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입학하면 무얼 제일 먼저 하고 싶나"라고 기자가 묻자 "연애"라고 답했다.


끝으로 황군에게 "학교 측에 하고 싶은 말이 있나"라고 물었다. 황군이 웃으며 답했다.


"너무 겁내지 마세요."

,

지난해 ‘선심성 외유’ 논란이 된 광주시교육청의 교직원 국외출장·연수 등과 관련, 광주시교육청이 내역 등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졌다.


7일 학벌없는사회는 “광주시교육감을 상대로 한 ‘광주시교육청의 국외출장·연수내역’에 대한 부분공개 결정 취소 행정심판에서 승소했다”고 밝혔다.


학벌없는사회에 따르면, 국민권익위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해 12월17일 재결서를 통해 “이 사건 처분은 위법·부당하고, 피청구인은 청구인에게 이 사건 정보를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결정했다.


시교육청이 부분공개 결정이 부당하다는 것과 관련해서는 “정보공개청구 이의신청에 대한 결정이 정보공개심의회를 거치지 않은 점, 청구인이 선택한 공개방법을 거절한 점, 이 사건 정보가 쉽게 알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비공개결정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 이 사건 정보가 정보공개법상 공개 대상에 해당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학벌없는사회는 “국민의 세금으로 실시한 사업마저도 공개하지 못하겠다며 거부한 광주시교육청의 비밀주의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벌없는사회는 지난해 7월22일 광주시교육청에 2010년 11월7일 이후 광주시교육청의 국외출장·연수내역을 각 항목별로 분류해 공개할 것을 청구한바 있다.


이에 시교육청은 “정보의 일부가 특정인에게 이익 또는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어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부분 공개’했다.


학벌없는사회는 “청구내용을 취합하지 않은 채 부분공개 한 것은 비공개에 가깝다”며 “공무원이 아닌 사인이 해외 연수를 다녀왔더라도 국민의 세금으로 행해진 것이라면 익명으로 처리하더라도 그 세부내용을 알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며 지난해 8월10일 정보공개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학벌없는 사회는 “지난해 광주광역시교육청 교직원들의 잇따른 해외연수가 선심성 관광여행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보다 구체적인 문제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이번 정보공개를 청구했다”며 “이번 행정심판 결정으로 공개 받게 될 자료를 전문가, 단체들과 함께 면밀히 분석해 광주시민들에게 공개할 것이다”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