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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징계 감수하며 지켰던 체험학습, 이젠 안전 이유로 포기 - 드림투데이
2022년 강원도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안타까운 학생 사망 사고와 관련해, 지난해 11월 2심 재판부마저 인솔 교사에게 유죄(선고유예)를 선고하면서 교육 현장의 현장체험학습이 급격히 위축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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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강원도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안타까운 학생 사망 사고와 관련해, 지난해 11월 2심 재판부마저 인솔 교사에게 유죄(선고유예)를 선고하면서 교육 현장의 현장체험학습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의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2025년 광주지역 초등학교의 체험학습 실시율은 소풍 79.1%, 수련 활동 72.5%, 수학여행 90.2%로 나타났으며, 올해는 이 수치가 더욱 떨어질 전망이다.
교육 활동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한 교사의 책임을 덜어주고자 지난해 6월 학교안전법이 시행되었다. 하지만 전남의 한 병설유치원 체험학습 사망 사건에서 해당 면책조항이 소급 적용되지 않은 채 올해 1월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서, 교사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필자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올해 현장체험학습 실시 여부를 두고 교사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무려 82.9%가 ‘미실시’ 의견을 냈다. 결국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수학여행 등 교외 체험학습을 전면 취소하고, 교내 1일형 체험학습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아이들의 설렘 지워버린 어른들의 통보
학부모와 학생의 2025년 현장체험학습 만족도가 96.1%에 달할 만큼 교외 체험학습의 필요성은 명확했다. 그럼에도 무거운 법적 책임과 불안감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교사들에게 교외 체험학습을 강요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뒤따랐다. 결국 학부모로서 교사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그 판단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학생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은 뼈아프다. 논의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 채 어른들의 결정만 일방적으로 통보받는다면, 학생들에게는 깊은 상처로 남을 수 있다. 매년 설레는 마음으로 손꼽아 기다리던 소풍, 초등학교 시절 가장 소중한 추억이 될 수학여행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상실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물론 교사들이 겪는 불안과 안전 확보를 위한 과도한 업무 부담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단지 안전을 이유로, 혹은 형사처벌의 위험을 피하고자 형식적인 절차를 통해 체험학습을 취소·변경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교육공동체가 함께 이 문제를 공유하고, 책임을 나누며, 배움의 방식을 민주적으로 재구성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연대와 공유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학교 급식 파업 당시, 학생과 학부모는 간편식이나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하지만 상당수 교사들의 계기교육을 통해 조리 종사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이해하게 되었고, 이는 교과서만으로는 얻기 힘든 ‘살아있는 현장교육’으로 평가받았다.
악성 민원에 따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이후 이어진 ‘공교육 멈춤의 날(대규모 교사 집회)’도 마찬가지다. 학교장 재량휴업과 교사들의 연가·병가 사용으로 학사 운영에 차질이 빚어졌지만, 교육공동체는 이를 함께 감당했다. 학생, 학부모, 교사 간의 사전 의견 수렴과 가정통신문을 통해 교사들의 행동이 지니는 의미를 공유했고, 이는 오히려 교육공동체 내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참고로 필자 역시 공교육 멈춤의 날에 동참하는 의미로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하여, 자녀와 같이 집회에 동참한 바 있다.
‘불편’을 ‘배움’으로…연대의 마법 필요
과거에도 교육의 참된 방향을 지키기 위해 교사들은 학생·학부모와 함께 험난한 선택을 마다하지 않았다. 2008~2009년 이른바 ‘일제고사(전국단위 학업성취도평가)’를 반대하며 교사들이 연가와 병가를 냈고, 학생과 학부모는 미인정 결석을 감수하며 현장체험학습을 떠났다. 당시 일부 교사들은 징계를 불사하면서까지 학생들과 함께 체험학습에 동행했다.
전국의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우고 경쟁으로 내모는 시험장보다, 학교 밖 세상에서 직접 경험하며 배우는 것이 훨씬 더 ‘교육적’이라는 굳건한 믿음 때문이었다. 이렇듯 현장체험학습은 교육과정의 부수적인 활동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선택이자 실천이었다.
한때 교육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었던 현장체험학습이, 이제는 형사처벌의 덫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포기해야 하는 활동으로 전락해 버린 현실이 참으로 씁쓸하다.
현장체험학습의 존폐와 추진 방식은 단순한 행정적 절차나 선택의 문제로 남겨둬서는 안 된다. 그 결정 속에는 학교가 지향하는 교육의 철학과 방향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결정을 더 신중하고, 더 민주적이며, 무엇보다 가장 ‘교육적인’ 방식으로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박고형준 장산초등학교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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