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컴퓨터와 스마트기기에 갇혀선 안돼”

최근 자녀의 초등학교 취학통지서를 받았다. 부모로서 건강한 자녀 성장에 대해 보람을 느끼는 한편, 학교생활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들기도 한다. 놀이중심 교육, 공동체 학습 등 공교육의 가치를 신뢰하여 공립유치원에 보냈지만, 별도의 선행학습을 시키지 않아 학습격차가 발생할 우려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사립유치원이나 어린이집들은 특별활동을 통해 국어, 영어, 수학 등 인지학습은 기본이고, 어린 나이에 한자검정시험을 치루며 자신과 타인의 능력을 검증 또는 비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습지 사업자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가정학습 증가 현상을 노려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일찌감치 학습지 사업자들은 태블릿PC·스마트 펜 등의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학습지 서비스를 판매해왔다. 최근에는 가상세계에 출석해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등 메타버스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 개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활용한 학습은 유아 시기에만 그치지지 않는다.

교육당국은 초등학교 5~6학년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의무화를 도입하였고, 대표적으로 코딩을 가르쳐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고 문제 해결능력을 길러주고 있다. 하지만 코딩 교육에 대한 수업시수와 제반 여건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 안정적인 교육활동을 지원하지 못해 학원이나 교습소를 향하는 학생들이 상당하다. 

학교보다 학원이 대상별 교육과정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시설과 기능면에서도 학생·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아·초등교육의 스마트기기, 컴퓨터 등을 활용한 교육은 사교육 번창 효과로 나타나고 있으며, 특별한 성취 없이 단순 기술을 습득하거나 선행학습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교육당국은 ‘에듀테크’라는 신조어를 강조하고 나섰다. 인공지능과 로봇 그리고 교육내용이 융합되는 융합형 교육방법을 통해 문제 해결능력을 길러내겠다는 것이다. 최근 광주시교육청 역시 교육현장과 에듀테크 기업을 연결, 학교현장이 양질의 에듀테크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4차 산업혁명 이후 인공지능 등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고, 코로나19 사태 속 학교현장이 원격교육을 경험하는 등 에듀테크를 언급하기 좋은 시기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에듀테크가 추구하는 교육적 목표와 지향 등에 대한 고민 없이 성급히 덤비는 것은 외부요인에 의해 공교육이 영향을 받거나 효과성이 미비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콜로라도대의 국가교육정책센터(NEPC)는 2019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심쩍은 가정에서 출발한 맞춤화 온라인 학습기술이 업계의 이익을 위해 학생들의 학습환경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5년 9월 발표한 보고서는 “학교에서 컴퓨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나라보다 적은 시간 활용하는 나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높았다”며 컴퓨터 활용교육 옹호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에듀테크의 절차적·윤리적 문제도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에듀테크를 기반 한 교육과정 운영은 반드시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교육주체들의 참여와 사회적 합의가 바탕이 되어야 하며, 편향적 지식 전달과 편집된 가짜 정보 오용 등이 발생되지 않도록 윤리적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에듀테크에 대해 경계하는 이유는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방해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참고로 에듀테크의 기반으로 운영 중인 원격수업에 관한 실태조사 (2020년 광주광역시교육청 원격교육 정책 개선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등교사의 경우 “상호작용의 어려움으로 쌍방향 수업을 하기 힘들다. (22.25%, 1위)”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원격수업을 위한 기술과 교육적 환경은 날이 갈수록 개선될 것이다. 하지만 교육당국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일이 에듀테크의 기술력 지원과 콘텐츠 개발 등 근시안적인 교육 시스템이 아니다. 우리사회 고질병인 학벌서열로 인해 피해를 입은 학생들의 마음을 돌보고, 전반적인 입시 제도를 개혁해가는 것이다.

교육은 컴퓨터와 스마트기기 안에만 갇혀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교육당국은 대통령 공약이었던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와 공영형 사립대 정책의 실천계획을 내놓고 공론화에 나서야 하며, 교육주체 및 시민들과 함께 학벌 철폐 및 사교육 경감 등 ‘교육 대전환’을 위한 정책을 실행해나가야 할 것이다.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활동가)

,

- 자유학기제 지원을 가장한 사교육 상품, 대기업 광고의 공교육 침투 점검해야

 

2016년부터 전국 모든 중학교에서 시행 중인 자유학기제는 지식 중심 수업에서 벗어나 자신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활동을 운영하는 교육과정이다. 그런데, 자유학기제 수업이 기업들의 노골적인 홍보 기회로 악용되고 있어 교육 당국의 점검과 지도 감독을 촉구하는 바이다.

 

광주 모 중학교 1학년 주제탐구 5, 6교시에 진로체험교육이 배치되었다. 카드사가 중학생 진로체험교육을 위해 개발했다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G러닝, 빅데이터 알고리즘 교육, 데이터 마이닝 등 현란한 언어로 치장되었지만, 주된 의도는 기업홍보에 있음을 알아채기란 어렵지 않다. (#별첨)

 

_ 온라인 형식의 교육이 진행되는 내내 학생들은 PPT자료 등에 선명하게 박힌 카드사 로고에 노출된다. 심지어 수업 내용에는 노골적으로 체크카드의 특징과 장점을 홍보하는 자료가 포함되며, 우수 모둠에 지급되는 가산점 역시 체크카드 캐시가 통장에 입금되는 것처럼 표현된다.

 

_ 강연자들은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고용된 관련학과의 학부생들인데 교원자격증이 없다. 이들은 모둠 활동 시 학습이해도, 협력, 성취 등의 교육적 가치를 구현하기보다 빠른 응답, 가산점, 경쟁 등의 게임 요소를 동력으로 삼는다.

 

_ 게다가 대학교수, 공학박사, 빅데이터 전문가가 협업하여 개발하였다는 교육내용은 조잡하기 이를 데 없다. 빅데이터를 통한 데이터 마이닝을 한답시고, 트위터에 노출된 특정 단어의 횟수를 카운팅하게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_ 문제 상황을 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데이터를 캐내게 하거나, 제시된 데이터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설계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핵심이어야 하는데, 이러한 노력은 아예 빠져 있다. 데이터 과학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는 프로그램 취지가 무색하다.

 

_ 그러니 학생참여는 단순 카운팅 작업에 머무르고, 오로지 많은 캐쉬를 받은 팀이 더 좋은 상품을 받을 수 있다는 욕심에 기대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카드사는 시장 확장(가입자 확보)이 매우 어려운 사업이다. 그런데, 중학생에게 자사 체크카드에 일찍이 친근해지는 홍보활동을 사회공헌활동이라는 이름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이는 카드사로서 획기적인 광고 기법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 이후 교육, 4차 산업혁명, 온라인 미래 교육. 이런 화두로 공교육이 휘청거리는 동안 사교육 프로그램과 대기업의 셈법이 공익을 포장해서 학교 현장에 침투하고 있고, 학교는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 채 무기력하게 교실에 자리를 깔아 주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 대학의 국가교육정책센터(NEPC)2019년 보고서에서 미심쩍은 가정에서 출발한 맞춤화 온라인 학습기술이 업계의 이익을 위해 학생들의 학습환경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하게 경고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교육 당국은 학교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취지로 관련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광주시교육청에 촉구하는 바이다.

 

_ 사교육 상품, 대기업 광고 등 외부 강의 프로그램의 실태를 파악하라.

_ 자유학기제를 풍성하게 지원하기 위한 공적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 지원하라.

_ 자유학기제 등 외부 강사의 자격, 강의내용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라.

 

2021. 12. 6.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