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적 의원 26명 중 21명이 출석하여 찬성 17명, 반대 2명, 기권 2명으로 찬성하는 의원수가 과반수를 넘었으므로 홍인화 의원 외 6명이 제출한 (광주학생인권조례)수정안에 대해서 수정한 부분은 수정안대로 기타 부분은 원안대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광주시교육청은 오랫동안 방치되어왔던 학생인권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학생인권조례를 추진하였고, 경기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 검토 및 홍보, 토론·공청회 및 설문조사 등 의견수렴, 생활교육혁신 방안 마련 등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학생인권보장의 기틀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광주학생인권조례는 정치적 상황의 변화, 불필요한 논쟁 과열로 인해 제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대표적인 예로 조례안 상정 시 보수성향의 광주시의원들은 ‘학칙으로도 학생의 인권을 제한한다’는 독소조항을 슬그머니 삽입해 학생의 통제·규제를 시도하기도 했고, 진통 끝에 해당 조항을 삭제한 수정안이 통과됐다.

또한 ‘학생인권이 보장되면 교권과 충돌한다’는 교권침해 주장은 조례 공표 이후에도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고, 모 학계에서는 학생인권조례와 기초학력·대학 진학율을 연관 짓기도 했으며, 어느 한 시민은 ‘성적지향 조항이 헌법에 반하며 학생들에게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학생인권조례 무효 소송을 청구하기도 했다.

갖가지 딴지에도 더 강화되는 학생 인권

그럼에도 광주학생인권조례는 퇴색되거나 후퇴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2020년 4월 조례 개정 개정을 통해 학생의 권리를 구체화하고 인권교육 및 연구회 운영, 인권자료 보급 등 다양한 사업을 집행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개정안에는 집회의 자유, 교내·외 활동 참여권, 혐오 표현 금지, 현장실습 학생과 학생 선수 학습권 보장, 학생 자치권, 인권교육을 받을 권리 등 강화된 규정들이 담겼다.

이는 부당한 외압과 정치적 판단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장휘국 교육감의 각별한 학생인권 의지로 볼 수 있다.

장 교육감은 2005년 교육위원시절부터 시민사회와 함께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에 동참하였고, 이를 교육감후보 선거공약으로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민주인권친화지수 및 학생인권실태조사 만족도도 해가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점도 공직자 의지, 학생중심·인권존중의 조직문화 변화의 결과로 볼 수 있는데, 앞으로 학생, 교직원의 인권의식 수준이 향상되고, 학생인권 실천사례가 많은 학교에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학생인권 침해나 차별행위가 여러 형태로 발생하고 있는 점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대표적인 예로 광주학생인권조례의 일부 규제조항으로 인해 휴대전화 사용 제한, 교복 등 복장 제한, 학교 내 집회 제한 등 자기의사결정권을 침해하여 학생들의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또한, 특수교육대상자 , 청소년 성소수자, 외국국적 유아 등 학교현장 사각지대에 있는 소수자 학생들의 피해호소도 잇따르고 있다.

특수교육대상자의 경우 광주시교육청은 ‘특수교육대상자의 특성화고등학교 입학 시, 교육청은 학교만 배정하고 학교장이 입학자의 학과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경우, 특수교육대상자가 비인기 학과를 채우는 인원으로 활용되거나 학교장의 선입견이나 편견에 따라 특수교육대상자의 학과 선택권이 제약될 여지, 학교 시설과 교직원 상황에 따라 행정 편의대로 특수교육대상자의 학습권이 취급될 위험이 있다.

또 , 청소년 성소수자와 관련해선 광주 일선 중·고교 부근에 차별금지법 반대 현수막을 게재하는 등 청소년들의 안전한 등·하굣길까지 위협하고 있다. 또한, ‘학교에서 동성애 옹호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차별금지법’을 운운하는 등 공공연하게 허위사실을 게시하여 청소년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

외국국적 유아의 경우 광주시교육청은 ‘대한민국 국적이 없는 만큼 지침에 따라 학비를 지원할 수 없다. 외교정책과 국가상호주의 등을 고려해 국가 차원에서 결정할 문제로 판단된다’며 외국국적 유아에 대한 학비 지원을 거부하는 등 유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평등한 유아교육 기회를 박탈하였다.

하지만 광주시교육청은 장애, 성적지향, 다문화 등 그 학생의 특성에 따라 요청되는 권리를 적극 보장받기는커녕, 편견과 차별을 정당화하거나 현실논리(예산, 법령 등)로 인권문제 해결을 유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학생 대자보 철거 등 표현의 자유 침해, 고등학교 기숙사 성적순 선발 차별, 소수종교 학생 급식 미제공 차별, 유아대상 과도한 학습 인권침해 등 일부 학생인권 사안들은 교육청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 국가인권위원회나 광주시 시민권익위원회 등 타 인권구제기관에서 권고하는 촌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학생인권 구제 체계 정비 필요”

이러한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학생인권 구제체계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

참고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서울·경기·전북교육청은 학생인권옹호관 제도를 직접 운영 중이며, 유달리 광주시교육청만 학생인권옹호관이 없는 대신 민주인권교육센터 내 전담팀을 두어 학생인권 관련 상담, 조사 및 구제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전담팀 조사관의 권한이 부족하거나 구제기구의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하다보니, 타부서로 배정된 학생인권 사안에 대해 직권(인지)조사를 못하고, 직접 교육감에게 시정 권고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또한, 학생 구제소위원회에서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권고하더라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경우도 더러 있다.

결론지어 타시·도와 같이 광주학생인권옹호관 제도 도입은 필수적으로 볼 수 있으며, 인권감수성과 조사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둘 수 있도록 광주시교육청 문호를 개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시민사회-교육청의 학생인권구제 협력체계를 마련하여 제도적 완결성을 구현할 필요가 있다.

광주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 시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시민사회는 광주시교육청과 마주하지 않을 뿐 같은 길을 걸어왔다.

앞으로 학생인권구제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학생인권 증진을 위한 상생의 길로 발전되어 나가길 기대한다. 물론 시민사회 구성원으로서 비판과 감시, 제언은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박고형준(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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