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국가교육의 근간을 담당한다. 아무리 좋은 중등교육이 있더라도 그를 완성시켜주는 고등교육이 없을 때 교육의 이상은 온전해질 수 없다. 대학과 대학원은 그만큼 국가의 일정부분을 책임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오늘의 대학교육은 어떠한가? 엄격하게 서열화된 제도로 말미암아, 1등 대학도 공부하지 않고 10등 대학도 공부하지 않는다. 대학서열의 1등은 영원한 1등이기 때문에 공부하지 않고, 10등은 영원한 10등이기 때문에 공부하지 않는다. 대학에서야말로 진정한 연구가 시작되는 곳임에도, 우월감과 좌절감은 젊은 학인들을 자만이나 퇴폐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우리는 '대학이 정상화되지 않는 한, 한국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한)의대와 고시에 몰리는 우리의 병적인 상황은 정말 위험하다. 공대나 농대에는 사람이 없어 제3세계의 인력들이 석박사 과정에 몰리고, 국가의 과학을 책임져야 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는 의대 편입을 위해서 학업을 포기하고, 인문사회학도는 평생 먹고살 수 있는 변호사 자격증을 위해 사법시험에 매달린다. 그 결과 기초학문은 인문학이나 자연학을 막론하고 붕괴되고 있고 교수나 학생은 서로 소 닭 보듯 자기의 이익에만 매달린다. 대학의 철학, 수학, 물리학과에 학생이 오지 않는 지는 벌써 오래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 그 문제의 해결은 무엇보다도 서열화된 대학구조를 타파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대학이 철저하게 서열화 되어있는 한, '연구하는 대학'으로서의 이상은 자리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서열타파의 견인차 역할을 우선 국립대학이 맡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학인 국립대학이 공교육의 이념과 벌어져서는 안 되며 교육개혁의 중심으로 장차 자리 잡아야 한다.
다행히도, 현재 각 도의 국립대는 서울대를 제외하고는 그런 대로 평준화되어 있다. 10개 국립대학끼리는 이미 학점교환도 자유롭게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제안은 현실과도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게다가, 지방분권의 문제에서도 국립대학의 역할은 너무도 크다. 중앙집권화 현상의 타파가 지역거점 국립대학의 육성과 상관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방자치의 이상을 위해서라도 국립대가 무상교육체제로 바뀌기를 희망한다. 처음부터 실시되는 것이 어렵더라도 수업료는 면제되고 일정부분의 기성회계만으로 운영되는 체제로 변화되어야 한다. 지방대육성사업의 핵은 이상적으로는 무상교육에 있음을 간과해서는 결코 안 된다. 많은 돈이 시설확충이나 교수연구비 등 비본질적인 발전에만 사용된다면 인재유치에 실패하게 되어 지방대육성은 그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2004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방대학혁신사업(NURI)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단기적인 소모성 정책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도 망해가는 지방사학의 재산을 기존의 법률에 의거하여 국고에 환수시키는 방법으로도 일정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학재단의 재산이 정치적 권력의 농간에 의해 그들에게 돌아가게 해준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학경영자의 대부분은 이미 본전치기는 끝난 상황일 터인데도 남은 부동산과 동산조차 갖겠다는 것은 그들이 교육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었는가를 여실하게 보여주는 증거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립대 육성책이 국립대학의 선점권을 고착화시키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개혁을 통해 국립대학이 제대로 된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다. 국립대와 교수·직원은 개혁의 주체이면서 동시에 대상이 되어야 한다.
주장 1. 국립대 졸업자격을 단일화하라.
서울대를 포함하여 국립대가 평준화되어야 한다. 또한 국립대는 지방자치의 인재를 기르는 터전이 되어야 한다. 지방의 인재들이 국립대학으로 모이고 그 체제 내에서 그들이 훌륭한 인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립대의 졸업장은 단일화되어야 한다.
우리가 말하는 졸업자격 단일화는 국가의 관리에 의거하여 국립대 졸업생에 대한 인증의 일원화를 가리킨다. 어느 국립대를 졸업하더라도 같은 내용의 졸업장을 받을 수 있고, 졸업 이후 취업시에 동등한 자격으로 취급될 수 있음을 뜻한다. 평준화를 넘어서, 서울대 학부가 개방되면 이같은 효과는 훨씬 더 가속화될 수 있다. 만일 서울대 학부의 개방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모든 국립대의 졸업장이 일원화된다면 현재의 서울대의 폭력적인 독점권은 약해질 것이다.
이런 대학의 구조는 이미 프랑스에서 그 실례를 볼 수 있다. 파리 1대학, 2대학, 3대학 식으로 평준화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이처럼 모든 대학의 졸업장을 국가가 관리하여 국가가 책임지는 구조가 이상적이겠다. 그러나 당장은 서울의 유수의 사립대학을 평준화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지방이 황폐화되고 있는 시점에 지역의 거점대학으로서 국립대를 육성하는 것은 매우 시급한 일이기 때문에, 우선 국립대 평준화와 무상화를 주장하는 것이다. 게다가 각도의 제1국립대학은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그런대로 형평성을 이루고 있다. 교수정원에서도 서울대(2002년 기준 1474인)와 제주대(2002기준 444인)를 제외한다면 대략 600명에서 800명 정도의 교수로 이루어져 있고 등록금도 비슷하기 때문이다(서울대 제외).
프랑스의 대학이 평준화되었다고 해서 질적으로 낙후되었다는 보고는 듣기 어렵다. 평준화를 통해 대학이 얻고자 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독점이 아니라 진정한 학문의 경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경쟁의 다원화이지 결코 경쟁력의 약화가 아니다.
주장 2. 사립대를 국립대 체제로 전환하라.
현재 지방사립대학은 점차 붕괴되고 있다. 2003년을 기준으로 고등학교 졸업학생 수와 대학정원의 수가 균형을 맞추어가면서 지방대학은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다. 전문대학의 상황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은 시원적으로는 제5공화국시절 1981년부터 대학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졸업정원제'라는 명목으로 정원을 대폭적으로 늘인 데 있다. 지방대학이 정원을 늘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수도권 대학은 수도권 정원억제라는 규제를 피하기 위하여 서울 근교나 통근이 가능한 곳에 분교를 설치하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졸업정원제는 실시되지 못했고, 단순한 양적인 팽창만이 초래되어 오늘의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과연 어떻게 지방사학의 붕괴를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경쟁력이 없는 사립대학은 점진적으로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지나친 학력의 상승은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도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와 같은 상황은 탁상공론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 앞에 놓인 분명한 현실이다. 학생의 수업료로 운영되는 대학은 학생이 들어오지 않으면 망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대학의 기능은 교육과 연구 그리고 봉사라는 3대 책무로 이루어져있다. 연구원대학은 연구만으로도 대학의 역할이 이루어진다. 이를테면,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같은 곳이 바로 대학원대학이다. 따라서 우리는 국립대를 중심으로 사학이 통폐합될 것을 제안한다. 이는 법정정원수에도 못 미치는 교수확보율을 높이고, 기존 우수교수들을 확보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소정의 절차를 거쳐 사학의 우수교수를 국립대 교수로 충원하고 기존의 국립대 교수 가운데 정교수의 일정비율을 강의중심교수로 전환시키는 등의 방법을 취하면, 우수인력의 확보와 학문의 경쟁력 강화라는 두 목표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국립대 체제개선은 무엇보다도 요구된다. 이를테면 의대, 법대, 사범대, 경영대의 대학원제도화라든가, 중복학과의 통폐합이라든가, 지나치게 작은 단과대의 합병 등은 우선시 되어야 하는 과제이다.
질문과 답
▶ 국립대학과 지방분권이 무슨 연관을 갖는가?
▷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 지방국립대학의 육성은 필수불가결하다. 사람들이 지방을 떠나는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교육문제에 있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서울대 다음이 부산대', '경북대나 연세대' 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서울의 모든 대학의 정원이 채워진 다음에서야 대체로 지방국립대가 정원을 채운다. 왜 서울로 몰리는가? 알려진 비밀이듯이, 지방대의 졸업장으로는 대기업에 원서조차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로, 서울로 몰린다. 지방의 학생이 서울의 대학으로 진학하여 학업을 마치기까지 지방에서 서울로 가는 돈도 총 5조에서 6조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서울로 간 지방의 인재들은 다시 내려오지 않는다.
수도권의 비대화와 지방의 공동화는 지방에 이른바 '일류대학'이 없다는 명백한 사실에서 비롯된다. 이의 타파를 위해서 지방대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현재에도 환경이나 설비가 좋은 국립대를 돈을 내지 않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현실적인 장점이며, 이를 바탕으로 지역인재의 양성이 가능해질 것이다. 지방분권운동은 그런 점에서 지방국립대육성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으며, 지방국립대학은 지방분권운동의 거점이 된다.
▶ 국립대의 졸업장을 일원화시킨다는 것은 무엇인가?
▷ 우습게 말하자면, '모든 국립대를 서울대화 한다'고도 할 수 있다. 적어도 국립대 졸업장만큼은 어디서고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이 때 국립대끼리는 어떠한 차별대우도 받지 않는다. 당연히 서울대 졸업장도 발부하지 않는다.
이와 더불어 국립대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일정부분에 대한 국가의 자격검증이 요구될 수 있다. 비록 선발의 일정부분과 졸업사정은 각 국립대의 자율에 맡기나, 국립대끼리의 학생이동이 완전히 보장되어야 하며 졸업시에는 필요에 따라 책임 있는 국가기관에서 실시하는 전공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시험은 어렵지 않더라도 무자격자를 걸러낼 수 있는 장치가 되어야 한다.
▶ 국립대 교육의 무상화라는 것이 어떤 근거로 될 수 있는가?
▷ 국가가 대학교육을 책임져야 하는가? 이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왜냐하면 의무교육이 아닌 한, 수혜자 부담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학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은 이미 특권화되고 있지 못하며 보통교육의 일환이 되어버렸다. 오히려 대학이 그가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대학이 제자리를 찾는 시점까지라도 대학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막중하다.
우리는 전대학의 평준화를 꿈꾼다. 전국의 대학이 같은 졸업장을 갖게 되는 날, 우리 나라의 대학은 참다운 교육의 주체로 서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사학을 건드린다는 것부터 시작하여, 당장 그 많은 대학을 먹여 살린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대학이 국가의 공공재(公共財; Public Goods)라는 생각은 여러 나라에서 보이고 있다. 공산주의국가를 제외하더라도 프랑스와 독일을 위시하여 대만 등이 그러하다. 카나다는 국사립의 명확한 구분 없이 일정부분은 학생들이 부담하고 일정부분은 국가가 보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런 운영상의 기술적인 문제는 점차 토론이 되어야 한다.
심한 경우, 프랑스에서는 '학생은 공부하는 노동자'이기 때문에 국가가 혜택을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그로노블 선언이 나오기도 했다. 우리 사회나 국제 사회에서 통용되는 학생할인요금제도 같은 것이 좋은 예이다. 우리 나라에서 점차 대학생 할인요금이 없어지는 것은 그만큼 대학생이 진정한 지식노동자가 아닌 단순히 신분상승을 꿈꾸는 기회주의자로 인식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좋은 예이다.
아울러 대학을 졸업하느라 돈을 낸 사람이 그만큼 더 돈을 받는다는 생각은 사라져야 한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대학을 졸업한 사람에 맞는 일을 하면 될 뿐이다. 부와 권력 그리고 명예가 한꺼번에 모두 가질 수 있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학벌로 이 셋을 모두 갖는 것은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사회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고교졸업자나 전문대학 졸업자가 대학이나 대학원 졸업자보다도 일의 강도에 따라 더욱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사회야말로 우리가 바라는 이상이다.
▶ 지나친 국립대 특혜 아닌가?
▷ 물론 특혜다. 그러나 일단은 기존의 국립대가 연고대와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시급하다. 서울대 학부가 개방된다면 그 후의 연고대의 과점(寡占) 상태를 견제할 수 있는 대학들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이런 역할을 지방의 거점국립대학들에게 부과하는 것이다.
게다가 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방국립대의 육성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각 도의 제1국립대가 살아있지 않는 한, 지방의 성장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지방의 학생들은 입시를 통해 서울로 집중되고 있으며, 그들은 졸업해도 돌아오지 않는다. 하다못해 2003년도 1학기만 해도 지방에서 서울로 편입한 학생이 3,088명에 이른다. 편입조차 철저히 서열화되어있다. 서울은 커지고, 지방은 쇠퇴한다. 서울은 집이 없어 집 값이 오르고, 농촌은 빈 집 투성이다. 아무도 고향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립대에 대한 무상교육은 지방대학의 발전을 위해 절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더불어 국립대는 기초학문육성의 본거지로 자리매김 되어야 한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하지 않으면 국가가 발전할 수 없음에도 사회적인 분위기는 기초학에 대한 괄시를 애써 눈감고 있다. 따라서 국립대는 철학, 문학, 수학, 물리학과 같이 돈이 되지 않지만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초학 발전의 초석이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국립대 교수는 공무원의 지위 때문에 크게는 사립대의 반정도의 봉급만으로 생활하고 있다. 사립대의 연봉도 대기업에 비해 형편 없는 것을 생각한다면 국립대 교수는 명예직 가운데 명예직인 것이다.
▶ 군소사립대를 국립대가 수용하다보면 국립대조차 망치는 것 아닌가?
▷ 붕괴되는 사립대에서 보면 국립대에 대한 특혜는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닐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학생이 없는 와중에 서로 살겠다는 것은 같이 망하자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지방대의 80% 내외의 학생확보율은 점차 악화될 것임이 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3년 전국대학의 모집정원은 668,639명인데 입학생은 587,786명으로 12.8%의 미충원율을 보이고 있는데, 수도권을 제외한 209개 지방대의 미충원율은 18.6% 수준으로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전북지역의 경우는 심각하여, 19개 대학의 입학생은 27,199명으로 모집정원의 29%까지 미충원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2003년 1학기 편입의 경우도 지방대학은 모집예정인원 22,100여명의 71.5%인 15,800여명만 모집된 반면, 반면 수도권소재대학은 모집예정인원 11,858명의 96.1%인 11,399명이 모집되었다.
학생은 들어오지 않으면 그뿐이다. 그러면 남은 교수는 어떻게 하는가? 우리는 이런 문제를 국립대의 구조조정문제와 더불어 공론화하여 흡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망한 사학의 교수를 국립대가 일정한 기준을 거쳐 선발하거나 브레인 풀 제도와 같이 국가가 선발하여 국립대에 배분하는 방도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특정학과비율에서 동일대학 출신이 일정 비율을 넘어서는 안 되어야 하는 제도이다. 현재는 '학생모집단위별로 동일대학 출신이 2/3를 넘어서는 안 된다'(교육공무원임용령 제4조의3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특정대학의 학사학위소지자가 모집단위별 채용인원의 3분의 2를 초과할 수 없으며, 모집단위가 학부인 경우에는 전공단위별)고 규정하고 있지만,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 만일 국가가 교수를 선발할지라도 심사위원의 출신대학이 골고루 안배되어야 하며 같은 대학출신이 1/5을 넘어서는 안 된다.
이런 제도가 잘만 운영되면 침체되어 있는 대학에 큰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좋은 교수의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자극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인건비지출에 따른 국가예산의 확보이자 대학 내 교수시설의 확충인데, 이의 재원마련을 위해서는 법률에 따라 현재의 부실한 사학의 재정을 철저하고 엄격하게 국고로 환수시켜야 한다.
▶ 국립대 교수의 순환제는 어떠한가?
▷ 학생이 어느 대학을 다녀도 되는 상황에서 교수가 어느 대학에 있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따라서 원론적으로 교수가 순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되었을 경우, 많은 교수들이 우리 나라의 교육제도를 탓하면서 거주지를 모두 서울로 옮길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데 있다. '어차피 돌고 도는 것, 집이라도 이사를 가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으로 몸만 서울에서 오가기 쉽기 때문이다. 이 제도가 시행된다면 어쩌면 국립대 교수들의 일정비율은 대단히 찬성할지도 모른다. 소속 대학의 학생과의 관계를 멀리하고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명분이 서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무적으로 다른 대학을 가야 한다던가 하는 제도는 비현실적이다. 만일 그것이 필요하다면 승진요건으로 일정 정도의 기간 동안 타대학에서의 교육과 연구를 강제할 수는 있을 것이며, 아니면 정교수가 되기 전에 총 5년 정도의 이동근무의무연한을 두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그것조차 점차 양적으로 축적되면 국립대의 체질개선에 상당히 많은 파급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공계열의 교수는 대학원생과 실험장비가 교수에 따라 자동적으로 이동하는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 한, 연구의 지속성이 확보되지 않아 큰 어려움이 따른다.
▶ 지방국립대의 패권주의가 부활하는 것 아닌가?
▷ 지방토호의 등장은 나름대로의 문제점을 지닌다. 지역사회에서의 패권주의는 비록 서울의 패권주의와는 규모면에서 큰 차이가 나더라도 같은 종류의 의식이기 때문에 지양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 지방 안에서의 대학끼리의 경쟁은 서울과 비교할 때 오히려 권장될만한 수준으로 양질의 것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경북대와 영남대, 또는 충북대와 청주대 등의 경쟁이 그것이다.
따라서 대학과 교수는 각 지방국립대의 상황과 적절하게 그 지역출신의 학생을 뽑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제주대가 관광통역자원을 마련하기 위한 학부(경상대학의 관광개발학과, 1994년 신설)와 대학원(통역대학원, 2000년 신설)을 두는 것과 같다. 아울러, 미국의 주립대학이 그 주 출신의 학생이 지원할 때 등록금에서 차별을 두는 것과 같이(타주에서 오는 경우 1년간 3배 정도의 등록금을 내야 함),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지역출신에 대한 배려와 할당은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지방세의 일정액을 지역의 국립대에 제공하는 것이 고려되어야 한다. 사학이 재단전입금이 거의 유명무실함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해볼 때, 지방세의 작은 비율로도 지역출신학생들에 특혜를 줄 수 있는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 국립대 운영에 관한 특별법과는 어떤 관계를 갖는가?
▷ 정부는 2002년 2월 15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국립대 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공식화한 후, 2003년에는 공청회를 가졌고, 2004년 하반기에 국회통과를 목표로 하는 등 단계적으로 그것의 추진을 지속해오고 있다. 국운법은 기본적으로 국립대에 대학이사회나 재정위원회(이사회가 없는 경우 반드시 설치)를 두는 것을 골자로 삼고 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대학의 자율성을 제고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국립대 독립법인화의 형식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기존의 국고수입금과 기성회수입금을 국고수입금과 자체수입금으로 변경시켜 모든 수입을 자체수입계정으로 통합관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자체수입금계정이 취약한 대학의 경우에는 현행제도보다 더욱 불안해질 수 있어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는 대학이 알아서 수입사업 등으로 재원을 책임지라는 것으로 국립대를 사립화하는 서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대학의 민영화를 반대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법안을 찬성할 수 없다.
법률상에서도 재정위원회가 잘못될 경우 이를 보완하거나 견제할 기구가 없고, 재정위원회의 구성이 교육부나 총장의 의견만 반영되어 전횡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내재되어 있다. 이는 국공립대학협의회의 우려처럼 '국립대학회계에 관한 특별법'에 그칠 수 있어 많은 주의를 요한다. 게다가 재원의 확보를 위해 대학은 경쟁적으로 등록금을 상향조정할 수밖에 없어 우리의 국립대 무상화 원칙과는 상반된다.
현실적으로도 정작 필요한 것은 국운법이 아니라 '지방대육성특별법'이다. 이것이 제 모습을 갖춘 다음에야 국운법이 논의되어야 한다. 이 때 국운법은 당연히 기존의 '서울대학교설치령'의 폐지와 서울대의 독점적 지위를 해체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 학생을 어떻게 뽑을 것인가?
▷ 이 문제는 대학입학제도를 전면적으로 개선하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간단히 말해, 국립대학 정원의 50% 이상은 내신 등 학업성적만으로 선발하고, 나머지 50% 이상은 졸업자격고사시험 등급으로 선발한다.
현재까지의 대입전형은 사실상 수능성적 하나로 너무 쉽게 뽑아왔다. 소숫점까지 차별화된 점수의 적용으로 획일적으로 학생을 뽑는 바람에 학생의 재능이나 창의력에는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대학의 선발제도는 확실히 변화되어야 한다.
물론, 이것은 국립대의 당장의 평준화와 장기적인 무상화가 전제되어야 하는 대개혁 가운데 하나이다. 이 때 수능시험은 고교학업이수자격고사 및 대학입시참고자료로서의 지위, 그리고 국립대학선발정원의 50% 이하의 충원을 위해서만 유지된다.
▶ 2년제 국립대나 국립산업대는 어떻게 할 것인가?
▷ 오늘날 전문대학의 문제는 그것이 나름대로의 2년제 전문기술학교의 기능을 상실하고 4년제 대학의 하위대학으로만 인식되었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 이유에서 4년제 지방대학이 붕괴되는 시점에 2년제 지방전문대학이 붕괴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야간대학으로서의 전문대학의 지위는 아직도 그런대로 유지되고 있다. 다시 말해, 진정한 전문대학의 지위는 야간학습에 있는 것이다. 현재 국립산업대학(삼척, 상주, 충주)이 '산업'이라는 말을 떼고 일반대학화되고 있는 것은 국립대학의 통폐합문제와 결부되어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 이 또한 학벌과 관련된 어휘기피현상에 불과하다.
산업대학과 방송통신대학 그리고 기능대학은 나름의 독특한 역할에 충실히 해야 한다. 산업체 일꾼을 위한 야간대학의 운영은 국가적으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2년제와 4년제를 막론하고, 일반대학에 종속되지 않은 무상의 국립야간대학 운영의 원칙이 요청된다. 나아가, 4년제보다 나은 2년제 국립대가 존재할 수 있어야 국가의 장래에 미래가 있다. 그것이 '국립전통예술학교'의 경우처럼, '대학'이 아닌 '학교'라는 이름을 지니면 더욱 좋을 것이다.
▶ 지방대육성사업과는 어떤 차이를 갖는가?
▷ 2003년 교육인적자원부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방안을 보조하여 별도로 5년 동안 지방대육성사업에 1조5천억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사업이 현실화된다면, 교육인적자원부,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 등 정부 부처의 연구개발(R&D) 총괄예산까지 합해 총 4조에서 5조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붕괴되는 지방대의 입장에서 볼 때, 환영하지 않을 수 없는 결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돈이 아니라 학벌이다. 돈으로 학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지방국립대의 평준화이자 무상화이다. 학생들이 서울로 가는 것은 교육환경이나 교수의 질 때문이 아니고, 바로 학벌의 사회경제적 가치 때문이다. 이런 현실 때문에 학생이 오지 않는데 대학의 외형적인 규모와 설비만 늘인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지방대육성사업은 현재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교육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주요과제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학벌주의 극복과 불가분의 관계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학생들이 서울로 가는 까닭은 '학벌이 곧 권력'으로 환산될 수 있기 때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04년에도 지방대혁신역량강화사업(NURI) 등 지방대를 지원하겠다는 취지의 사업이 많지만, 이 모두 장학금과 연구비라는 명목 속에 정원감축이라는 지극히 근시안적인 해결책을 담고 있는 것일 뿐이다. 쉽게 말해, 지방을 키우겠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여 문제를 없애겠다는 소극적인 정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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