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광역시교육청(이하, 광주시교육청)이 12월 26일 교육현장 친일잔재 조사 및 청산 사업의 최종보고회(이하, 친일잔재 조사사업)를 개최한 것과 관련해,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전체주의적인 시각으로 성급하게 학교문화를 지목하고 제거하는 방식은 위험하다고 보고 위 사업 방향에 대해 재고해 줄 것을 촉구하였다.

 

_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일본식 교가, 욱일문 형상의 교표, 일본상징의 교목, 충혼비 양식의 석물 등 140 여건의 친일잔재를 확인했다고 친일잔재 조사사업 중간보고회 시 밝힌 바 있다.

 

_ 교가의 경우 친일인사가 작사·작곡한 교가(14개교), 일본 음계 사용(40개교), 군가풍 리듬 20(개교), 7.5조 율격(37개교)을 비롯해, 가사 내용 부적절, 선율에 오류가 있는 교가, 작사 작곡 미상의 교가 등을 친일잔재로 규정하였으며, 이 중 친일인사가 작사·작곡한 6개교의 교가를 교체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_ 또한,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를 연상케 하는 교표(28개교), 일본상징인 향나무·히말라야 시다(개잎갈나무) 일본 향나무(가이즈카 향나무)는 1909년 조선통감부 통감 이토 히로부미가 순종황제와 함께 국내에 첫 기념식수를 한 뒤 식민정책의 일환으로 각 학교에 심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등을 교목으로 지정(92개교), 끝이 뾰족한 일본 충혼비 양식의 석물(3건) 등을 친일잔재로 규정하였다.

 

_ 이 중 충혼비 양식의 석물은 모두 안내문을 부착하였으나, 친일잔재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된 교표를 교체한 곳은 12개교에 불과했으며, 교목을 교체한 학교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처럼 친일잔재 조사사업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에 두지 않고 사업성과를 만드는데 급급했으며 결국 학교현장에 부담과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평가를 피해가기 힘들다.

 

○ 3ㆍ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 학생독립운동 90주년이 뜻깊은 시기에 광주시교육청이 역사적 의의를 빛내기 위해 친일잔재 청산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다만, 무엇을 친일잔재로 볼 것인지, 이것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교육청이 결정하거나 압력을 넣을 일은 아니다. 실제,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있다.

 

_ (교가) 사업 중간보고서를 보면 ‘이게 친일잔재인가?’ 의문이 들고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다. 예컨대, 교가의 일본식 음계까지 문제 삼을 경우, 대중음악에 남아 있는 일본 음계의 흔적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이밖에 일제시대 들여온 예술, 사회, 문화 그리고 이에 뿌리를 두고 파생된 근대 문화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어렵고 복잡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_ 친일인사가 작사·작곡한 교가를 청산해야 마땅하다는 국민적 합의는 강하다. 다만, 일본 음계나 리듬, 율격, 선율 등 일상에 스며들어 성장해 온 문화 분야에서 교육청 관료들의 판단으로 세균 잡아내듯 ‘친일 잔재’를 골라내고 제거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우습게도 친일잔재로 규정된 교가 중에는 최근 개교한 학교의 사례가 있었는데, 이 교가는 현재 관행적인 학교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에 불과하다.

 

_ 이런 교가가 친일잔재라면 1920~30년대 트로트 문화를 새롭게 발견하는 취지의 ‘미스트롯’ 등 음악프로그램은 친일문화 전시이고 출연하는 아이돌 트로트 가수는 친일문화인사라고 규정지을 수 있는지. 단지, 일본문화여서 문제라면 빌보드차트 등 미국문화에 대해서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등 섬세하게 따져볼 일도 많다.

 

_ (교표) 교표 역시 욱일기를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친일잔재로 규정되었지만, 나라에 공을 세운 사람에게 수여되는 무궁화대훈장, 건국훈장, 국민훈장에서 발견되는 욱일문旭日文과 비슷하므로 친일잔재 청산대상이라 보아야 할지 의문이다.

 

_ (교목) 교목에 대한 친일잔재 지목도 상식에 어긋난다. 향나무를 이 땅에 들여온 식민통치 맥락에도 불구, 최근 개교한 학교가 향나무 등을 교목으로 지정한 것이 학교장이나 학교구성원들의 친일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_ 어떤 사물이나 도구 자체에 제국주의가 스며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물에 어떤 맥락과 이야기가 담겨있는지 판단해야 하는데, 어떤 역사가 있었던 개별 사물이 속한 전체집단을 획일적으로 판단할 경우 오류가 생기기 쉽다. 제국주의가 스며든 상징물이 명확하다고 하더라도, 교육현장 안에서 ‘제거’가 최선인지, ‘보존’을 통해 생생한 토론과 교훈의 계기로 삼아야 하는지도 각 현장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인데, 교육청은 각계의 의견수렴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채 친일잔재로 규정하였다.

 

○ 학생들은 교가, 교표, 교목, 석물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사실 군부대에 군가, 군기, 군표, 상징물이 지정되듯, 학교가 공동체의 경험이나 성취와 무관하게 이런 상징물을 일방적으로 지정하는 문화 자체가 매우 군국주의적이다. 정말 학교 구성원들에게 중요한 것은 아직 학교 안에 남아있는 식민시절의 통제 일변도의 군국주의적 문화에서 벗어나는 일이 아닐까.

 

_ 이번 조사에서 정작 일제시대 학교 병영화에 따른 제식훈련, 훈시 등 목적으로 학교마다 설치된 군국주의의 상징인 구령대는 조사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등수로 서열화해 대학 보내는 일본식 교육도, 대대장-부대장-병사의 상하 관계로 교장-교사-학생을 위계 짓는 문화와 의사결정 방식 등에 대한 성찰도 찾아보기 힘들다.

 

○ 제국주의의 그림자를 현재화하고 있는 아베에 대한 분노로 전 국민의 여론이 뜨겁다. 광주시교육청은 이 같은 여론에 부응하기 위해 조급하게 ‘지목하고, 뿌리뽑기’식 행정을 펼치기보다, 어떤 교육 의제를 만들고, 건강한 학교 문화로 바꾸어 나갈 기회로 삼을 것인지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해야 할 것이다.

 

_ 진정한 교육의 힘은 대립이 극화된 시기에 평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한·중·일 3국이 갈등을 깨고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해 긴밀한 소통과 협력체계를 만들어가는 지금, 학교 일상 안에서 평화를 일굴 수 있는 힘을 만들어야 하며, 그 힘이 국제사회의 미래를 설계하는 자양분이 되어야 할 것이다.

 

2019. 10. 26.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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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교육불평등 해소를 가로막은 학생자치 유감

-서울대학교 성적장학금 폐지 철회에 대하여-

 

20191121일 서울대학교는 성정장학금 폐지 관련 설명회를 통해 성적장학금을 폐지하고 소득 하위 20%인 가정의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는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 학생사회가 이에 반발하자 서울대 학생자치기구는 장학제도 개편 대응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개편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대 학생자치기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490명 중 약 440(90%)가 성적장학금 폐지안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학생자치기구 임원들과 새로운 장학제도 개편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가정형편과 성적을 절충한 개편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일부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학벌주의는 고소득층을 비롯한 상위계층이 교육을 통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세습하고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해왔다. 그 과정에서 불평등 해소와 학문의 사회적 책임, 개인의 자아실현과 같은 교육 본래의 목표는 사라져버렸다. 특히 소득에 따른 교육불평등은 최근 들어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자주 지목되고 있다.

 

20181029일 김해영 국회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1학기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학생 중 소득상위계층(9,10구간)은 전국평균 25%, 서울대 48%로 큰 격차를 보였다. 2017528일 김병욱 국회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서는 20161학기 서울대는 국가장학금 신청자가 가장 적은 4년제 대학으로 조사되었다.

 

이에 반해 재정지원은 서울대에 집중되고 있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재정지원사업 수혜실적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중앙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총 540368516원을 지원받은 서울대가 가장 많은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두 번째인 연세대(331634929464)에 비해서도 압도적인 수치이다. 결국 가장 많은 고소득층 대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 가장 많은 재정지원금이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완전한 무상 등록금과 대학서열 철폐 등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교육불평등은 지속적으로 심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 장학제도의 개편만으로도 의미 있는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미 일부 대학에서는 성적장학금을 폐지하고 저소득층 대학생에 대한 지원을 중심으로 장학제도를 개편하기도 했다. 서울대 또한 이러한 교육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성적장학금 폐지를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장학금과 같은 교육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왜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성적을 기준으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개별 대학생의 학업에 대해 왜 국가와 사회가 공공재정을 투입해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의견이다. 더 나아가 일부 대학에서 국가의 재정지원을 독점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일인가에 대해서도 반성이 필요하다.

 

서울대의 학생운동은 민주화 운동과 사회불평등 해소에 앞장서왔다. 이러한 도덕적 정당성으로 인해 사회운동 또한 학벌주의에 기반하여 발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9년 서울대 학생사회는 자신들이 발딛고 서있는 기득권을 망각한 채 불평등 해소를 위한 조치를 가로막았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이번 서울대학교의 성적장학금 폐지가 절충안으로 후퇴한 것에 대해 서울대 학생사회를 비판한다. 서울대의 학생자치는 학벌주의를 대변하는 이권집단으로 전락했으며 이제 한국사회는 이러한 집단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공공성과 불평등 해소를 기준으로 교육을 개혁해야 한다. 학벌없는사회를위한 시민모임은 이를 위해 학벌주의에서 배제된 시민들의 운동을 조직하고 투쟁해나갈 것이다.

 

20191225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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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광주 인권옴부즈맨,

이용섭 시장의 집회자제발언에 대해 의견표명 결정

 

710일 이용섭 시장, 집회자제 요청 호소문 발표

826일 광주인권회의, 이용섭 시장 발언 비판 기자회견 및 진정제출

1129일 인권옴부즈맨, 보도자료 수정 및 재발방지 요청 의견표명 결정

이용섭 시장과 광주시는 인권도시라는 표어의 책임을 통감해야

 

2019710일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보도자료를 통해 대회기간 중 각종 시위나 집단행동을 자제할 것을 시민들에게 요청하였다. 이에 826일 광주인권회의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용섭 시장의 발언을 비판하고 시정권고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인권옴부즈맨에 제출했다.

 

피신청인인 광주광역시는 답변서를 통해 이해 관계자의 항의나 시정요구는 없었으며’, ‘ 수영대회의 특성과 호소문의 전체 맥락에서 이해해줄 것을 부탁한다.’는 입장을 제출했다.

 

광주 인권옴부즈맨은 20191129일 사건신청은 기각했으나 시민의 집회의 자유를 침해랄 수 있는 문구가 포함된 보도자료의 해당 내용을 삭제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인권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로 결정했다.

 

인권옴부즈맨은 적절치 않은 표현이 포함된 시장의 호소문만으로 시민의 기본권이 제한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직접적인 피해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사건 신청은 기각했다. 그러나 자치단체장의 공식적 발언은 지자체 내부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으며 잘못된 표현은 정정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재발방지 등에 관한 의견을 표명했다.

 

이번 인권옴부즈맨의 의견표명 결정은 자치단체장의 발언 또한 인권의 가치에 부합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함으로써 민주주의의 모범을 보여준 사례이다. 이번 사례를 통해 광주광역시가 인권도시라는 표어의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기 바란다. 또한 전국의 많은 자치단체장들이 반인권적인 발언으로 논란을 빚는 현실에서 인권도시 광주가 모범을 보여주길 바란다.

 

20191220

광주인권회의

(광주인권지기 '활짝', 광주여성민우회, 실로암사람들, 광주 NCC 인권위원회, 복지공감+,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간사단체 :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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