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인권포럼
십대 여성의 성적 행위성
김고연주(길을 묻는 아이들 저자)
십대 여성의 성
십대 여성은 성적인 존재이지만 그들의 성적 행동은 금기시되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해있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성적 욕망의 대상(ex.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 등의 걸 그룹)이면서 동시에 성적인 행위를 했을 때 비난을 받는 이중적 윤리를 경험하면서 자신들의 섹슈얼리티가 쾌락과 위험 모두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십대 여성들은 매우 성애화되지만, 동시에 순결하고 순진하며 성적인 욕망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압력을 받는다. 십대 여성들은 학교와 가정에서 자신들의 성적 행위는 임신과 낙태, 성병, 그리고 성폭행 등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배우면서 공포를 느끼게 된다. 결과적으로 십대 여성들은 성에 대해 어떠한 안내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십대 여성들이 준비되지 않은 성관계를 경험하게 된다. 또한 이들은 남성들의 성적 요구를 거절했을 때는 내숭이라고 비아냥을 받고, 수용했을 때는 ‘창녀’라고 비난 받기 때문에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이는 십대 남성들의 성적 욕망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정받고 성인 남성이 되기 위한 관문이라고 간주되어 고무되는 것과 비교되는 지점으로, 십대의 성에 대한 성별화된 시각은 십대 여성의 성이 조직되고 관리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톨만, 2005).
십대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
그러나 이같이 성적 행위를 곧 피해자가 되는 것과 동일시하는 시도가 적지 않은 십대 여성들이 성적 행위를 하는 것을 막지 못하고 또한 설명하지 못한다. 성적 욕망은 개인의 몸 그리고 타자와 연관되는 것으로 자신의 몸의 느낌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자아의 정체성 형성과 타자와의 친밀한 관계 맺기에서 중요하다. 사회적 보호를 잃을까봐, 부모와 친구들을 실망시킬까봐 “침묵하는 몸silent body”으로 있었던 십대 여성들이 “욕망의 정치학”을 인지하고 자신의 성적인 느낌들을 말함으로써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톨만, 위의 책, 119쪽). 십대 여성들은 성관계를 갖는 것이 곧 ‘창녀’가 되는 사회의 각본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많은 십대 여성들이 일상에서 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하고 있다. 자신들의 성적인 욕망을 표현했을 때 자신의 몸을 편안하게 느낄 수 있고, 타인과 더 적극적인 관계를 맺음으로써 자신감을 가지게 되면서 쾌락과 위험 사이에서 협상 능력을 지닐 수 있다.
십대 여성이 놓인 특수한 조건
십대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십대 여성이 위치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성인 여성도 행사하기 어려운 성적 자기 결정권을 보호의 대상으로 규정되는 십대 여성이 어떻게 행사할 수 있을 것인가, 또한 무엇을 성적 자기 결정권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인가는 논쟁적인 부분이다.
1) 이중적인 성규범의 대상
여성은 조신하고 순종적인 딸, 애인, 아내, 어머니 등 여성에게 강요되는 성역할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비난과 처벌을 받는다. 특히 십대 여성들이 순종적이지 않거나 성적인 행위를 하면 가정이나 학교에서 감시를 당하게 되고, 이들은 자유로워지기 위해 가출을 하기도 한다.
반면에 십대 여성들의 삶은 성애화되어있기 때문에 십대 여성들은 그들의 성과 성적 표현이라는 좁은 틀에 집중하도록 고무되고, 일부 십대 여성들은 그들 자신의 삶을 성애화하는 것에 참여한다. 또한 십대 여성들이 가정과 학교에서 애정과 관심을 받지 못하는 한편 대중 매체를 통해 성적인 것이 친밀함, 감정적 교류, 상호 존중, 행복 등을 의미한다고 배우게 되면서 자신들이 필요한 감정적이고 심리적인 지지를 성적인 것에서 충족하게 된다. 성별화된 성애화와 사회화 과정을 거치면서 그들의 삶에서 성적이지 않은 많은 부분도 “성애화된 렌즈”로 보는 태도를 내재화하게 된다(샤프너, 1998, 272쪽).
2) 외모를 위한 소비
오늘날 소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신분 지위를 드러내는 사회에서 십대들은 속물적인 욕망에서 기인한 계급의식에 지배받고 있다. 이들은 가정 형편이나 옷의 브랜드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고, 옷차림이 초라하면 또래로부터 소외를 당하기 때문에 자신의 가정 형편과는 무관하게 매스컴에서 선전하는 옷을 입게 된다. 십대들은 또래 그룹에서 외톨이가 되지 않기 위해, 또는 더 많이 소비하기 위해 일하는 새로운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되고 있다(쿼트, 2004, 41-42쪽).
이와 더불어 여성들에게 명품의 소비 뿐 아니라 몸이 자기계발 전략의 새로운 대상으로 등장하였다. 여성들은 브랜드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처럼 몸을 가꿈으로써 자신을 드러낸다. 오늘날 여성들에게 몸은 곧 브랜드이며, 명품 몸매는 명품 브랜드를 능가하는 가치를 지닌다. 섹시함은 많은 여성들이 원하는 자아의 이미지일 뿐 아니라 남성을 통해 신분 상승을 할 수 있는 지위 가치를 내재하고 있다. 많은 십대 여성들이 상호 격려하거나 견제하면서 외모를 가꾸고, 예쁜 외모를 지닌 친구가 십대 여성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현상은 이러한 이유에 기인할 것이다.
원조교제 경험이 있는 십대 여성의 행위성
성적인 존재이면서 성적인 행위가 금기시되어 있는 십대 여성들에게 성적 행위를 하는 것은 하나의 도전이 된다. 성적인 행위를 하는 십대 여성들은 자신들이 사회적인 일탈을 했다고 이야기함으로써 사회적 현실을 인정하거나, 또는 성적인 행위를 놀이나 재미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여성의 성적 행위에 부여된 차별적이고 신성화된 의미를 탈각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자기 의미화에도 불구하고 원조교제 경험이 있는 십대 여성이 대면해야 하는 사회적 시선은 냉정하다. 사정이 무엇이든 성을 매매했다는 사실로 인해 이들은 ‘나쁜’ 소녀들로 낙인찍히고, 원조교제를 하면서 어떤 경험을 하더라도 자신이 자초한 것이므로 사회적∙법적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간주된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성적인 경험을 했다는 이유로 명명되는 비유적인 의미의 ‘창녀’가 아니라 실제로 성을 매매한 문자적인 의미의 ‘창녀’이기 때문에 사회의 이러한 반응에 움츠려든다는 점이다. 이들은 원조교제 경험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순결과 성적인 순진함 등이 얼마나 높은 가치를 지니는지를 깨닫게 되고, 왜 그렇게 많은 십대 여성들이 순결을 지킴으로써 안전한 공간에 있기 위해 고군분투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깨달음은 모두 사후적인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은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조교제 경험이 있는 여성인 자신을 설명해내는 방식은 사회의 구조적 피해자이거나 모순적 사회에 대한 도전자일 수 있다. 또는 어린 시절의 실수라고 크게 의미부여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자기 설명은 고정된 것이 아니며 개인에 따라 그리고 상황이나 시기에 따라 변하기도 하고 겹쳐지기도 할 것이다.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규제라는 큰 틀 안에서 선을 넘은 이들의 자기 설명은 이들의 행위성이 잘 드러나고 나아가 대안적 인식의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지점일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문헌
Alissa Quart(2003), Branded: the Buying and Selling of Teenagers, Perseus, ([나이키는 왜 짝퉁을 낳았을까](2004), 유병규, 박태일 역, 한국경제신문).
Deborah L. Tolman(2005), Dilemmas of Desire, Havard University Press.
Laurie Schaffner(1998), "Do Bad Girls Get a Bum Rap?", Millennium Girls, Rowman & Little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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