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학습 악순환 고리, 어른들이 끊자!”
-“교사·학부모·교육당국 강제학습 해결 3주체”
탁자 위 색색이 종이가 한 뭉치씩 놓였다. 종이엔 ‘학부모가’ ‘학교가’ ‘교육청이’로 시작하는 구절이 빼곡하다. 강제학습의 실태를 뼈아프게 인지한 어른들이 적은 대책들. 더 이상 이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는 어른들의 강력한 의지이기도 하다.
지난 18일 광주청소년문화의 집에서 열린 ‘강제학습 토론회’ 참석자들이 탁자에 둘러앉아 대책을 논의했다. 이번 토론회는 ‘광주지역 강제학습 대책위’ 주관으로 강제학습을 근절하기 위해 각자가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말하는 자리였다. 학생·학부모·교사 등 실제 강제학습의 영향권 안에 속한 주체들이 참여해 이날을 기다렸다는 듯이 강제학습 근절 대책들을 쏟아냈다.
수많은 의견들이 오갔지만 크게 보면, 시민사회에서 이뤄져야 할 ‘인식변화’와 교육주체들이 나서야 할 내부 ‘환경변화’, 교육당국이 손봐야 할 ‘제도변화’ 등의 항목으로 묶을 수 있었다.
“모든 학생 붙잡아 두는 건 최선 아니다”
강제학습이 갖는 해악에 대한 인식 제고가 중요함은 누구나 공감하는 대목이다.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와 교사 등 시민들에게 강제학습이 학생인권을 침해하는 것임을 알릴 필요가 있다는 것. 실제 정규교과 이외에 보충학습과 야간자율학습은 학생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이며, 이를 어떠한 형태로도 강요할 수 없는 것임을 분명히 인식하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이를 위해 한 학생은 5주째 이어지고 있는 교육청 앞 강제학습 관련 시위에 당사자인 청소년들이 함께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캠페인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또한 언론 등을 통해 강제학습 피해사례를 홍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강제학습에 대한 인식변화와 함께 무한경쟁으로 치솟고 있는 학벌주의에 대한 반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바늘구멍 만큼이나 좁은 입시경쟁을 뚫기 위해 개인의 적성을 무시한 채 내신 및 수능 공부에 올인 하도록 하는 폐단을 짚은 것이다.
이에 학교 안에서부터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토론에 참여한 한 고등학교 교사는 “실제 3분의2 이상의 (인문계 고교) 학생들이 성적에 상관없이 대학에 가고 있다”며 “보충수업이든 야간자율학습이든 모든 학생들을 붙잡아 놓는 것이 입시를 위한 최선책은 아님을 데이터로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학교별로 정확한 정시 지원율을 분석해 실정을 파악하고 실제 수능 준비를 하는 학생 비율을 눈으로 확인하는 게 먼저라는 것. 여기에 이미 수시 비중이 67%에 달하고 있는 입시제도의 변화를 인지하고 학교도 이에 발맞춘 입시 대비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등 자체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또한 교사 스스로 ‘양심선언’ 등을 통해 학생들을 강제적으로 통제하지 않겠다는 입장 표명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 학생의 인권을 고려하는 참교사라 할지라도 학교라는 제도권 아래선 ‘강제성’조차 모호해져 교사들의 인권의식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이와 함께 교육청 등 교육당국의 제도개선은 필수불가결하다. 학생들이 학교에 강제로 남아 있는 대신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 등에 의미 있는 참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학교 내 동아리 활동을 활성화 시키는 것도 교육청의 몫이다. 이 밖에 학교 밖에서 학생들이 모일 수 있는 청소년 공간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학교가 아닌 대안 공간에서 다양한 문화 활동 및 진로탐색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 의지 명확히…전담 장학사 배치를”
무엇보다 교육청에 대해 강제학습을 금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이를 철저히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대표적으로 강제학습 전담 장학사를 배치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학생을 구제할 방안이 있다.
강제학습 대책위의 이민철 어린이 청소년 친화도시 추진협의회 실행위원은 “학생인권조례에 근거해 강제성을 나누는 기준은 학생이 강제로 느끼면 강제”라며 “강제학습 실태조사의 결과 차이는 실제 현장에서 교육자와 학생들이 느끼는 강제성의 체감이 그만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규교과 이외에 학습이 강제되는 것은 학생 인권침해 사안으로서 교육청에 강제학습 구제 전담 장학사를 배치하는 등 교육청과 함께 대책 고민이 절실한 때”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토론회 참가자 중 한 시민은 “15년 전에 고등학생이었던 분과 30년 전 고등학생이었던 분 그리고 현재 고등학생인 참석자가 모두 한 테이블에 있었다”고 말문을 열며 “모두 야간자율학습 등 강제적으로 학습한 경험을 갖고 있었던 게 신기하면서도 이상했다”고 말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 시간에 잠자고 도망가는 학생들이 있는 건 비슷하지만 교육환경이 많이 바뀌지 않았냐”며 “성적에 매달려 대학에 들어가는 것만이 답이 아닌데 그때보다 지금 더 강압적인 분위기가 있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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