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과 성 차별을 부추기는 글귀가 들어간 문구류를 판매한 업체에 대해 광주지역의 시민단체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진정서를 제출한 가운데, 논란이 된 업체가 오늘 사과하고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문구 업체 대표는 오늘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내고, "몇 가지 제품이 성별, 학력, 직업 등에 대한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해당 제품은 판매를 중지하고 회수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공부를 열심히 하자'는 취지로 인터넷에서 학생들 사이에 유행했던 학교 급훈을 가지고 디자인했을 뿐, 성별이나 학력을 비하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에 앞서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등 광주지역 4개 인권단체는 어제, 해당 제품에 "'10분만 더 공부하면 아내의 얼굴이 바뀐다'는 등의 학력과 성 차별 문구가 들어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KBS http://news.kbs.co.kr/news/NewsView.do?SEARCH_NEWS_CODE=3018110&ref=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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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제품은 온·오프라인서 판매 중지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학용품에 학력 및 성별, 노동 차별의 글귀를 인쇄해 판매하다가 논란이 된 업체가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10일 해당 문구 업체 ‘반8’ 대표는 이날 오전 자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물의를 일으켜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지난 9일 광주지역의 4개 시민단체가 국가인권조사위원회에 조사를 요구한지 하루 만이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등 인권단체는 전날 “일부 업체의 학용품에 청소년 등 소비자를 상대로 성별·직업·학력을 차별하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반8 대표는 사과문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자는 취지로 인터넷에서 학생들 사이에 유행했던 학교 급훈을 가지고 디자인을 했다”면서 “성별, 학력, 직업 등을 비하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의도와 다르게 해당 문구가 부정적인 의미로 전달됐고, 이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앞으로 신중하게 제품을 만들고 좋은 메시지를 담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체는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지하고, 오프라인몰에서도 제품을 빨리 회수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제가 된 노트에는 ‘10분만 더 공부하면 아내의 얼굴이 바뀐다’ ‘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 ‘열공해서 성공하면 여자들이 매달린다’ ‘10분만 더 공부하면 남편의 직업이 바뀐다’ 등의 문구가 디자인으로 삽입돼 논란을 일으켰다.

 

뉴스천지 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276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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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 문구업체 반8의 '책임있는 사과', 칭찬합니다

 

사과받기 참 어려운 세상입니다.

 

"내려" 한 마디로 승무원을 무릎 꿇린 분은 꾸깃꾸깃 접힌 '37글자 사과 쪽지' 한 장으로 상황을 모면하려더니, 법정에서도 여객기를 되돌린 잘못을 부인합니다. 대한민국의 국무총리가 되겠다는 분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는데도 "부덕의 소치" "청문회에서 해명할 것" 등의 말로 버팁니다.

 

물론, 사과의 진정성은 눈으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당신의 속내를 드러내'라고 강제할 수도 없고, 내 속내를 남에게 드러낼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진정성을 평가할 순 있습니다. 특히 위 두 사례와 같이 공적인 상황, 책임있는 자리가 그 대상이라면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야 합니다.

 

사과는 적절한 후속 조치가 따를 때 비로소 사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우린 그걸 '진정성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37자 사과 쪽지'와 "부덕의 소치" 발언은 사과라고 하기에는 많이 모자라 보입니다.

정말 1시간 뒤에 '해명 전화'가 왔다

 

지난 9일 '반8'이라는 문구업체의 공책이 인터넷을 달궜습니다. "대학 가서 미팅할래? 공장 가서 미싱할래?" "열공해서 성공하면 여자들이 매달린다" 등 성별·직업·학력 차별 문구를 담은 공책 생산 업체를 상대로 시민단체 네 곳이 국가인권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에 진정을 넣었습니다

 

기자는 시민단체의 보도자료를 토대로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반8의 반론을 듣기 전,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보도 현황을 훑어봤습니다. 이미 보도자료의 내용대로 많은 기사가 출고돼 있었고, 포털 첫 화면에 배치돼 있기도 했습니다. 공통적으로 반8의 반론은 없었습니다.

 

통상 시민단체의 보도자료나 기자회견을 접하면, 보도 가치가 있는 경우 그들의 주장을 그대로 보도합니다. 특히 그곳이 공신력 있는 시민단체라면 비판 대상인 곳의 반론은 생략 혹은 이후로 기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또한 그래왔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비판 대상 업체인 반8의 반론을 듣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해당 시민단체가 비판했던 곳(시청·교육청 등 기관)에 비해 반8은 상대적으로 작은 집단이었습니다. 여느 공공기관처럼 보도 후 해명·반박자료 배포도 어려워 보였고, 해명·자료를 낸다 한들 언론이 조명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반8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상황을 전해들은 직원은 "1시간 뒤에 다시 전화를 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미 기사가 나온 줄도 몰랐다"라면서 당황한 기색을 내보였습니다.

 

전화를 끊고 1시간이 지났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자들은 "1시간 뒤에 전화하겠다"는 취재원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습니다. 사안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1시간 뒤"는 "취재 거부"이란 말(특히 관공서·대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반8의 답변이 올 것이라는 기대를 접고, 시민단체의 보도자료를 토대로 쓴 기사를 편집부에 넘겼습니다.

 

진정을 넣은 시민단체도 "해당 업체, 대단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반8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수화기 너머의 반8 관계자는 "반론을 듣고자 한다"라는 기자의 질문에 "반론을 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더니 "물의를 일으키고, 오해를 산 점 대단히 죄송하다"라면서 "온·오프라인에서 해왔던 해당 공책의 판매를 중단할 것이고, 누리집에 사과문을 게시할 것이며, 앞으로 좋은 제품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답변은 다소 어색하고, 어설펐지만 대신 명료하고, 단호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해당 누리집에 접속했습니다. 정말 문제가 된 공책의 판매가 전면 중단됐습니다. 약속대로 곧이어 사과문도 올라왔습니다. 대표 명의의 사과문은 누리집의 절반을 가릴 정도로 누구나 볼 수 있게 배치했습니다. 식은땀이 났습니다. 곧바로 편집부에 알려 아직 출고되지 않은 기사를 보강했고, 독자와는 보강한 기사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반8과 같은 후속조치가 나왔을 때 우리는 그들의 사과를 "진정성 있다"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은 시민단체 관계자도 "(반8 대표는) 정말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라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었습니다. 이 관계자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는 "반8이 사과문에서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학교 급훈을 갖고 디자인했다'고 밝혔듯 반8보다 그러한 급훈을 만든 일부 학교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누리꾼들은 "진정을 낸 것도 대단하지만 (반8의)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도 대단하다" "반8(의 다른 상품) 내가 팔아준다, 힘내라" 등의 댓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카메라 수십 대 앞에 서서 고개를 푹 숙이는 게, "부덕의 소치"라는 해명 한 마디 내놓는 게 사과가 아닙니다. 자신의 잘못에 납득할 만한 책임을 져야 푹 숙인 고개와 해명 한 마디가 사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반8의 사과 방식을 추천합니다.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80902&CMPT_CD=P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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