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31일, 기후이상으로 쌀쌀한 날씨, 강원도에서는 폭설 내린 날.
일제고사 반대하는 광주지역 학생들이 일제고사를 보는 대신 생태학습을 갔다. 한 때는 사교육에서 돈벌이를 했고, 지금은 공교육에 취직하고자 애쓰는 나. 딜레마 속에서 y의 권유로 좋은 기회를 갖게 되었다.

오전 10시 광주광역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60여명의 아이들이 신청한 이 일은 일제고사 대신에 체험학습이 있다는 사실만 권고했어도 교사들이 해임당했던 지난 일을 떠올리면 학생,학부모님들의 선택과 선생님들의 선택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지 알 수 었다. 여튼 지역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오고 아이들은 제각기 가면을 들고서 체험학습을 떠나는 자신들의 심정을 이야기한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함께 일제고사 반대를 외쳤다. 아이들을 서열화, 순위화 하려는 이 정부에 반대를 외쳤다.

"제 명찰은요?" "거기가면 동물 보여요?" "습지가 뭐예요?"
2개의 차로 나누어 타고서 영산강 줄기 따른 담양습지로 생태학습을 떠났다. 동요 <숲 속을 걸어요>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숲 속을 걸어요..산새들이 속삭이는 길~" 아이들은 뭐가 그리 신난지 버스 안을 소리로 휘젓고 다녔다. "이히히히 아하하하 오호호호" 명찰을 나눠주면서 꿀떡을 나눠먹으면서 나도 아이들의 이름을 기억하면서 장난말을 걸면서...

어느새 습지에 도착했다.
습지를 설명해주시는 선생니과 함께 자연의 허파라고도 불린다는 습지를 보았다. "물을 머금고 있다가 요즘같이 날이 가물때, 물을 뿜어주는 습지... 많은 오염된 것들을 걸러주기도 하는 고마운 곳이예요."  그 때 무엇인가 뛰어가자 아이들 눈이 휘둥그레진다. "여러분 고라니예요~"라는 선생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라니를 아는척 하는 아이부터 말을 거는 아이, 고라니를 못봤다고 투덜거리는 아이, 노루같다는 아이들의 소리로 북적거렸다.

한 모듬은 선생님 설명을 듣고 다른 모듬은 들길을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길가에 쑥을 뜯는 모습을 보고서는 신기한듯 쭈구리고 앉아서 구경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들꽃들을 자신들의 명찰에 담고서 이름붙이는 재미에 빠진 아이들도 있었다. 한 친구가 갈대랑 보라색, 노란색 꽃을 한참 바라보면서 "자연이 내 마음을 아름답게 해요." 라고 말하는데 이렇게 몸으로 느끼구나 싶었다.

청개구리, 사마귀알집, 수양벚꽃, 망원경으로 철새들과 원경을 본 아이들은 풀밭에 앉아 김밥을 먹고서 삼삼오오 놀이를 즐겼다. 함께했던 대학생 친구가 대밭에 들어가 나무를 만지고 마른 가지의 타닥 소리를 내며 마음껏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문득 시험에 찌들어가는 학생들의 모습과 얼마나 대조적일까 하는 생각이 든단다. 나도 공감한다. 어른인 나는 벌써 지치는데 쉼없이 방방 뛰는 애들을 보며 저 에너지를 억누르느라 얼마나 답답했을까 싶다.

<사마귀 알집 보는 중>

<수양버들 모양의 벚꽃-수양벚꽃> 

마지막으로 장성IC쪽에 가서 나무심기를 했다.
곧 있으면 4월 5일 식목일이고 생태학습에 이은 실천활동으로 스스로 삽을 들고서 굴참나무와 은행나무 등을 심었다. 애들이 어떻게 삽질을 할까 싶어서 도와준다 했지만 손사래를 치며 거절하더니 제법 능숙한 솜씨로 자신들의 나무를 심었다. 쌀쌀한 날씨 때문에 걱정했었는데 노동의 열기로 금세 덥다고 야단들이었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서 아이들은 "아~소풍 잘 다녀왔다."며 속닥속닥 콩알콩알로 마무리지었다. 흙이랑 풀이랑 하늘이랑 바람이랑 신나게 뒹구는 이 날의 아이들의 웃음이 우리에게 봄꽃 향기였다. 그 향기를 뺏으려는 사람들은.... 습지에서 걸려질 오염물들....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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