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공무원 추천기회가 특성화고 서열화만 부채질 -

○ 최근 고용불안이 심각해지면서 국가 공무직에 대한 선호도가 여느 때 보다 높다. 그런데,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 학교장 추천을 거쳐 한 해 약 200여 명의 공무원을 선발하는 제도가 있어서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에서 실태 조사를 하게 되었다.

○ 해당 제도는 ‘지역인재 9급 수습직원(이하 수습공무원) 선발 제도’ 2019년 지역인재 9급 수습직원 선발시험 시행계획 공고에 따르면, ‘자격요건을 갖춘 특정학교 졸업예정자 또는 졸업자’ 중 학교장이 추천하는 자는 인사혁신처가 실시하는 필기시험, 서류전형, 면접시험 등을 통해 최종합격자를 선발하여, 2020년 상반기에 6개월 간 수습근무를 거친 후 임용여부 심사하여 9급 국가공무원 임용을 확정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이며, 성적 등 자격요건을 갖춘 응시자 고교 졸업자 및 졸업예정자 : 소속학과에서 이수한 모든 전문교과 과목의 성취도가 평균 B 이상이고 그 중 50% 이상의 과목에서 성취도가 A이며, 보통교과 평균석차등급이 3.5 이내인 사람
전문대학 졸업자 및 졸업예정자 : 졸업(예정)석차비율이 소속학과의 상위 30% 이내인 사람

가 ‘특정 학교’ 특성화고·마이스터고 등 고등(기술)학교와 한국폴리텍대·한국농수산대 등 전문대학이다. 추천대상 자격요건은 △ 학과성적 △ 선발 직렬과 관련된 학과 △ 응시 연령 등이며, 추천 가능인원은 학과별 3~4명 학교별 7명 이내로 추천할 수 있으며, 학교는 자체 선발계획을 수립한 후 추천심사회의를 개최하여 추천대상자를 결정해야 한다.
의 교장 추천을 받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그런데, 조사 결과 대부분 학교에서 내신 성적을 기준으로 삼거나 선발 직렬과 무관한 시험결과를 활용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_ 학교장 추천은 선발 전형의 1차 관문이자 당락의 주요 고리이지만, 지역인재 9급 수습직원 선발제도의 주관기관인 인사혁신처는 물론 단위 학교를 지도 감독하는 광주 등 지역교육청조차 전혀 실태를 파악하지 않고 있다. 

_ 표면적으로는 학교장 추천권이란 자율성을 존중하기 때문이지만,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제도를 만든 취지가 무색할 만큼 부적절한 기준으로 추천권이 남용되고 있었다.

_ 광주 관내 A·B고교의 경우 등은 인사혁신처 주관 필기시험과 동일한 과목으로 추천자 선정을 위한 자체 시험을 치루고 있었고, C·D고교는 내신 성적을 기준으로 추천 심사를 하였으며, E·F학교 등은 응시자가 적을 경우 전원 추천하고 있었다. 

○ ‘교장선생님, 지역인재를 추천해 주세요. 국가공무원으로 모시겠습니다.’라며 이런 제도를 만드는 것은 특정 직렬에 누가 더 적절한 직무 능력과 품성을 지닌 사람인지 교육현장 책임자의 관찰과 판단을 믿겠다는 의지가 전제되는데, 현장은 이러한 취지와는 동떨어진 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_ A· B고교의 경우 누가 해당 직렬의 공무원이 될 만 한 학생인지 고민하기보다 국어, 영어, 한국사 시험을 치러 필기시험 능력 우수자를 가리는 데 힘을 쏟고 있었고, 이미 결정된 내신 성적으로 추천권을 행사하고 있는 C, D고교도 ‘추천’의 의의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_ 또한, 지역인재 9급 수습직원 추천자격 요건에 해당 되는 졸업자
 졸업자 : 졸업일과 최종시험예정일(면접시험) 사이의 기간이 1년 이내인 자, 즉 2018년 10월 18일 이후에 졸업한 사람

와 추천을 희망하는 자를 위해서도 자체 선발계획을 학생들에게 널리 알릴 필요가 있음에도, A고교 외 대다수 학교는 학교 홈페이지 등에 관련 계획을 공지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학교 내 공무원반 등 특정 대상을 위주로 추천대상이 한정되는 결과가 발생하고 있다. 

○ 이런 제도를 만든 취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제도가 추천권을 가진 학교를 줄 세우는 계기(서열화)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_ C·D고교의 경우 응시율과 합격률이 낮았는데, 이는 이듬해 이들 학교에 대한 선호도, 인지도 하락으로 연결되었다. 반면 합격률이 높은 학교의 경우 전기 고등학교 지원에서 우수자들이 대거 몰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_ 결국 중학교 내신 성적이 특정 학교의 입학을 가르고 정작 해당 학교에 입학해서 자신의 직무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취득한 수십 여 개의 자격증은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각종 지원을 통해 취업을 독점하고 있는 마이스터고를 정점으로 특성화고 서열화가 진행되고 있다. 

○ 최근 정부는 고등학교 졸업 취업 활성화 방안으로 해당 제도의 전형 비중을 지난해 7.1%(180명)에서 2022년 20%(약 500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처럼 시험에 기반한 좁은 의미의 학력을 중심으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광주시교육청도 공무원, 공기업, 금융기관, 대기업 등 학생 취업을 위한 정책에 행·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특정 직업을 차별의 눈으로 바라보는 관행을  해소하려는 등의 교육적 노력은 부실하기만 하다. 

○ 이에 학벌없는사회는 다음과 같이 촉구하였다. 

▲ (인사혁신처) 지역인재 공무원 선발 제도의 취지 기술고교·전문대학의 교육과정 정상화와 지역 우수 인재의 공직 진출 기회 확대 
가 흐려지지 않도록, 추천 제도의 실태를 파악하고 개선안을 마련하라!

▲ (지역교육청) 교육의 목표와 취업을 동일시하는 태도를 버리고, 다양한 진로선택과 학력차별 해소를 위해 노력하라! 

2019.5.27.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