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도 안 남았다. 수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학부모나 학원관계자는 자녀와 수강생이 얼마나 점수를 잘 받을까 기대를 할 것이고, 공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기관 역시 학력주의를 대놓고 이야기 못하지만, 학생들이 수능을 잘 봐서 학교와 교육청의 위상을 높여주길 바라는 마음들이 내심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교육관련 시민단체의 입장에서는 그런 기대보다는 해마다 수능때만 되면 되풀이되는 악몽같은, 안타까운 자살 소식이 올해는 제발 없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특히 올해 들어 성적을 비관하여 자살을 선택한 학생의 비율이 더욱 높아졌다는 통계자료는 이러한 우려를 더욱 크게 만든다.


 참고로 학벌없는사회 광주시민모임에서 2012년부터 2015년 8월30일까지 초·중·고 자살학생 438명의 자살실태를 분석한 결과, 전체적으로 상급학교일수록 자살한 학생(고등학교 63.75%)이 많았고, 올해 들어 성적 비관(2012~2014년 11.4%, 2015년 23.05%)으로 자살한 학생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과도한 경쟁체제를 고집하면서도 인간답게 생활할 최소한의 여건도 보장하지 않는 한국사회의 문제점과 이에 순응하는 교육의 병폐가 학생들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수능을 전후해 고3학생이나 수험생들이 성적비관을 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들이 재현되는 경우가 많아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죽음이 발생하면 ‘고3 수험생 투신자살’, ‘수험생, 수능 날 투신자살로 안타까운 삶 마감’과 같은 적나라한 제목의 기사들이 보도되는데, 기사내용을 살펴보면 사건이 벌어진 년도와 날짜만 다를 뿐 매년 같은 내용을 담은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풀이되는 비극이 매번 큰 동요없이 지나가는 이유는 뭘까? 단지 그 개인의 나약함을 원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소위 좋은 대학을 가면 졸업 후 곧바로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다수의 희망 때문일까?


 그러한 희망 때문에 지금 이 시간에도 청소년들은 낮밤 가릴 것 없이 학교에서 입시공부에 매달리고, 학벌사회의 무서움을 밥벌이를 통해 체념한 학부모들은 빠듯한 월급을 쪼개거나 빚을 내가면서까지 자녀를 학원가로 밀어 넣는 고문을 행한다. 또한, 대학생들 중 상당수는 조금 더 서열이 높은 대학에 편입하기 위해 반수나 재수를 하고,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은 졸업을 미루거나 대학원을 진학하여 청년실업률 통계에서 벗어나려 힘든 몸부림을 치고 있다. 하지만 불안한 현실과 미래는 노력만큼 쉽게 뒤바뀔 것 같지가 않다. 그러한 노력 위에는 권력엘리트들의 세습, 자본가들이 독점하는 현실이 있고, 우리가 바라는 그 많은 것들을 소수의 그들이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올해도 수능 날에도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이 기자회견을 열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을 통해 대학입시와 학벌주의에 담긴 이 사회의 차별과 경쟁의 논리에 반대하며 청소년들이 대학을 거부하는 선언을 하는 것이다. 물론 대학 거부만이 위와 같은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 현실에서 대학을 거부한다는 것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하기에 가치가 있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함께 거부하자고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가 학벌로 능력을 증명해 삶을 영위하는 것이 제대로 된 사회인지, 행복을 가능케하는 사회인지, 그 여부는 대학입시거부자처럼 용기로 맞서며 되물을 필요가 있다고 보여 진다.


 사실 이 사회에는 수많은 투명가방끈들이 존재한다. 어떠한 사정이 있어서든 남다른 목적을 가져서든 대학에 진학하지 않거나 못하는 사람들이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학교생활을 중단한 학교 밖 청소년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학에서 캠퍼스가 다르거나 과별 수능점수 레벨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학생들을 비웃거나 손가락질하는 대학생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남의 일이 아니라고 느껴진다면 이미 우리는 투명가방끈이다. 더 이상 경쟁사회의 희생양이 되어 소중한 삶을 마감해 버리는 안타까운 일들이 없길 다시 한 번 바라며.


박고형준<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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