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초·중·고등학교에는 교직원들의 편의를 위한 전용 화장실이 있다. 학교 내 절대 다수인 학생들이 이용하는 화장실에는 별도의 표기가 없는 공용 화장실인 반면, 교직원 화장실은 말 그대로 교직원들만 이용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다. 이러한 학생과 교직원 간의 사소한 차이는 단지 화장실로만 구별되는 것은 아니다. 교직원 휴게실, 교직원 회의실, 교직원 식당, 교직원 통로를 만들어 전용되고 있으며, 심지어 고려고등학교의 경우 교내에 교직원 골프연습장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는 경우도 있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란 말은 언제나 사전 속에서나 규정하지, 실상 학교는 교직원들의 상대적인 우월적 지위를 통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학생들만의 독립공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교실이 있지만 30여 명에 육박하는 학생들이 콩나물처럼 교실에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면 한편의 감옥을 연상케 된다.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운동장이나 체육관도 있지만 교실의 상황과 별반 차이가 없다. 운동장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고 있기에, 학생들이 축구하는 모습을 보고 ‘개떼 축구’에 비유했겠는가?


학생들, 학교시설 동등하게 이용못해


 이처럼 대다수 초·중·고교 학생들은 학교시설을 동등하게 이용하지 못하며 좁은 틈바구니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풀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당면과제로 눈앞에 보이는 학생과 교직원 간의 차별을 없애야 할 것이고, 학교구성원을 넘어 지역민 더 나아가 국민 모두가 학교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의식이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교육을 받을 권리, 공공시설을 이용할 권리를 누릴 수 있고 법에도 명시돼 있다. 주민자치센터나 관공서를 자유롭게 드나들며 화장실도 가고, 교육장도 사용할 수 있는 이유도 국민의 권리와 법적 자격을 부여받았기에 가능한 것이다.


 대학은 사정이 어떠할까? 지역민들이 대학교 구내식당에서 식사하거나 저녁에 운동장에 나와서 조깅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 대학시설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만도 않다. 그 실상을 대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곳이 바로 대학도서관. 광주에 소재한 대학들만 보더라도 도서관은 대학구성원만 출입이 가능한 장소가 돼버렸고, 출입이 가능하더라도 대학구성원과 이용할 수 있는 범위의 차별이 버젓이 존재한다. 이러한 경우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데, 전남대학교는 15년 간 이어온 백도(도서관 별관)의 일반인 이용을 올해 2학기부터 금지시키기도 했다.


 물론 학교라는 공간은 매우 유동적이면서 한정적이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대학도서관이 한적하지만, 시험기간에는 학생들이 서로 앞 다투어 입실하기 위해 경쟁한다. 이처럼 학교 공간을 시혜적으로 나눌 수 없는 경우, 좀 더 다양한 주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건물을 확충하거나 대지를 넓혀야 하는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당장 현실 앞에 있는 대학생들은 대학도서관(대학교 시설) 개방에 대해 동의하거나 적극 지지를 보내지 않는다. 취지에는 동의 하지만, 내가 납부한 등록금만큼의 권리는 뺏길 수 없다는 심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입장 바꿔보면 더 또렷해지는 차별·분노


 하지만 과거를 돌이키고 현재를 보며 다시 생각해보자. 대학을 입학하기 전, 초·중·고등학교에서 교직원 화장실, 교직원 회의실, 교직원 식당으로 차별받았던 비애를…. 아마 대학교 졸업자 신분으로 도서관 이용제한을 경험하고 나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가 일반시민 너무 차별하는 거 아닌가?”하며 뒤늦게 분노가 치밀어오를 것이다. 똑같은 상황이더라도 서 있는 자리에 따라 다르게 보이게 되는 것이다. 


 입장을 바꿔보고 나서야 이해하고 분노케 되는 경우, 너무 서글프지 않나? 


박고형준<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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