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주의 조장하는 KBS드라마 <공부의 신>,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책임을 다하라!
한국의 교육현실은 심각하다. 공교육은 점점 더 황폐해 지고 있다. 학생들은 입시경쟁에 내몰리고 있고, 공부의 무게에 짓눌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교사는 교사대로 답답한 교육 현실을 토로하고, 학부모들은 날로 치솟는 사교육비에 휘청거리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사교육 시장은 날로 번성해, 이제는 열풍을 넘어 광풍으로 치닫고 있다. 대학 진학이 인생의 전환점에 달려 있는 ‘학벌’ 사회, 치솟는 사교육비로 가정 경제가 휘청거리는 사회가 바로 한국의 현실이다.
그러나 사교육을 줄이겠다던 MB정권 집권 이후 교육현실은 더 참담해지고 있다. 국제중, 자사고와 특목고 확대, 일제고사 실시 등으로 교육현장은 ‘경쟁과 줄 세우기’가 더 심각해졌고, 사교육비는 더 증가했다.
이 현실을 신랄하게 보여주려는 것인지 KBS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공부의 신>은 입시경쟁, 교육열병을 앓고 있는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기획의도를 담아 출발하여 요즘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공영방송의 이 드라마가 한국의 심각한 교육문제를 지적하므로,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내심 관심과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공부의 신>의 시나리오는 우리의 기대를 철저하게 저버리며, 2010년 경쟁교육의 서막을 올리고 말았다.
<공부의 신>은 일류대 가야 성공하는 세상, 일류대 못 가면 낙오자가 되는 세상을 들먹이며 다수의 학생을 존재로부터 소외시킨다. 오로지, 소수 일류대를 향한 특별반이 주인 되는 세상을 그리고 있다. 요즘 풍자하는 말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이다.
이처럼 <공부의 신>은 근본적인 교육 전반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담겨있지 않다. 지금 한국 사회 현실에서 일류대학 진학이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당면 과제이고 성공의 지름길인 것은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교육을 통해서 성공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서 바르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전국 1% 학생만이 진학할 수 있는 일류대의 문이 모든 학생들에게 열려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거나 99%의 학생은 들어갈 수 없지 않는가. 그런데 국민들로 하여금 1%에 속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자극하여 교육의 신화와 성공을 부추기는 것이 과연 지금의 교육현실에 맞는 일인가 질문해 본다. 차라리 꼴찌 1% 학생의 성공 신화가 일류대 진학에 있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훈훈한 드라마가 입시경쟁에 찌 들린 우리 국민들에게 훨씬 더 희망적이지 않겠는가.
우리가 <공부의 신>을 우려하는 것은 단지 학벌사회 조장 때문만은 아니다. 드라마 상에 나오는 <특별반>이 대학진학에 경쟁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교육 현장마저 ‘문제풀이 전문가 양성소’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진정한 교육이고, 행복한 인간의 삶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또한, <공부의 신>은 학원재벌, 교복업체 등 으로부터 11억200만원의 제작비 협찬을 받은 상태이며, 자막을 통해 협찬을 고시하기로 계약되어 있다. 문제는 계약 외 내용, 영상, 대사를 통해 협찬한 학원을 간접 홍보하는 장면이 많고, 해당 학원측도 이벤트 등을 통해 공부의 신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도적이거나 이면계약이 아니고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결국 보는 시청자로 하여금 사교육을 조장하게 된 셈이다.
반면, <공부의 신>은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 또한 부족하다. 이 드라마 흐름은 ‘교사가 잘 가르치고, 학생이 잘 하면 일류대에 들어갈 수 있다’는 대안을 정당화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의 학업성취도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부모의 재산과 문화자본이다. 대체로 부모 재산이 성적순이 되며 이것이 일류대 진학으로 이어지는 게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실을 은폐하고 모든 것을 학생 탓으로 바꾸므로 허황된 꿈을 가져다주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공영방송 KBS의 <공부의 신>을 시청하며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교육의 공적 가치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리라 생각했던 공영방송에서 어떻게 이런 MB식 교육에 가까운 함량미달의 드라마를 방송했는지 의아하기까지 하다.
우리는 KBS가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교육개혁을 위해 앞장서 주길 요청한다. 교육은 우리 모두의 미래와 직결된 중요한 문제다. 하루라도 속히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교육의 목표는 무엇이어야 하는지 부터 시작해, 그 목표에 따라 학교 현장은 어떻게 바뀌고, 교육자와 학부모, 학생들은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등을 깊이 있게 다뤄주길 바란다. 공영방송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분발해 줄 것을 촉구한다. 끝.
2010년 2월 10일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학벌없는사회 광주모임(준)
경과보고
1월 4일 <공부의 신> 첫 방영
공부의 신 (1회) 길풀잎(고아성)의 가방에 '대성'이라는 말을 뺀 엔스쿨 로고가 부착 됨.
공부의 신 (2회) 황백현(유승호)가 공부하는 학원 뒷배경에 엔스쿨 로고가 잡힘.
그 이후 대성N스쿨은 홈페이지에서 '대성N스쿨 어디어디 숨었나? 도전! 대성N스쿨을 찾아라'는 이벤트를 통해 <공부의 신>에 대성N스쿨 로고가 어디있는지 찾아보내면 경품을 제공한다고 공시함. 또한 대성N스쿨은 <공부의 신> 천하대 특별반이 풀던 문제가 바로 대성N스쿨이 전수한 공부 비법이라고도 밝힘.
공부의 신 (4회) 방송에서 초빙 수학선생 차기봉(변희봉)은 열흘간의 합숙 이후 홍찬두(이현우) 학생의 수학평가시험 문제지를 보고 "김대성 선생이 출제했구만"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옴. 통상 고3 대상 수능 모의고사 출제기관 가운데 대성학력평가연구소도 포함돼 있고, 이 기관은 대성N스쿨과 관계사임.
1월 28일 KBS드라마 <공부의 신> 비판,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8회 수요캠페인 전개
2월 3일 9회 수요캠페인 전개
공정방송위원회 개최 <공부의 신>논의
2월 3일 공정방송위원회의 내용 축약
1. 노조 - “공교육 비하와 붕괴 논란과 사교육을 홍보하는 문제점 등이 우려된다. 지금까지 이 드라마가 보여준 것은 공교육 교사는 나태하고 게으르며 학원선생님들은 능력 있다는 대립되는 구도로 나오고 학원광고가 낯 뜨거울 정도로 나오고 있어 드라마의 결론을 떠나 진행과정이 문제투성이다.”
사측 - "지금 한국 현실은 학생들도 열패감, 교사들도 열패감을 가지고 있어 이들에게 대오각성을 촉구하는 주제이고 교사들에게도 열심히 하면 끌고 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할 수 있는 충분히 가치 있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2. 노조 - "수학이 암기식, 주입식 교육인가. 공교육 현장이 드라마와 동일한가? 교감선생님은 교장 되기만을 바라고 있고 국어선생은 타성에 젖어 있으며 영어선생은 학원선생에 밀려서 부담임을 맡을 수밖에 없고, 가르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등 공교육에 대한 계속적인 비하가 나오는데 일본 원작과 다른 게 무엇인가"
사측 - “드라마속 공간을 실제로 착각하면 안 된다”
노조 - "드라마를 다큐로 본다는 것이 아니라 주제가 교육 문제이고 학부모와 학생이 같이 보는 드라마여서 이를 보고 '우리 아이도 공부하면 서울대 갈 수 있겠구나, 일단 대성학원 보내야 하지 않겠냐'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것 아니냐"
3. 노조 - 드라마 내용과 영상, 대사를 통해 협찬한 학원을 간접 홍보하는 장면이 많고 해당 학원측도 이벤트 등을 통해 공부의 신을 최대한 이용했던 점이 제시
사측 - "자체 심의에서 걸러지고 방통위의 심의에서도 지적되는 만큼 철저하게 조심해서 드라마를 제작하겠다."
4. 노조 - "방송광고심의 조항에 학원은 '별도 심의'로 규정돼 있고, '근거 없이 학습효과를 과장하는 표현'은 못하도록 돼있다. <공부의 신>에서 과다하다 싶을 정도로 사설 학원재벌을 홍보하는 것은 큰 문제가 있다"
<공부의 신> 대성N스쿨 간접광고 행태
1. KBS노동조합에 따르면 대성N스쿨 2억 원, 아이비클럽 1억9000만 원, 깜빡이영어 1억3000만 원 등 6개 업체로부터 모두 11억200만 원의 협찬을 받는 것으로 전해짐.
2. 대성N스쿨의 경우 협찬조건은 프로그램 말미에 자막을 고지하는 것으로 KBS 2TV 본방송 자막고지 16회, 재방송 16회, 케이블TV(KBS드라마) 16회로 편성됨. 드라마 제작은 중앙일보 자회사 일간스포츠가 100% 출자한 '드라마 하우스'가 맡고 있음.
3. 그러나 <공부의 신>은 방송 중간 중간에 대성N스쿨의 간접광고가 노출돼 계약조건 이외의 내용이 방송되고 있음. 4회 방송에서 초빙 수학선생 차기봉(변희봉)은 열흘간의 합숙 이후 홍찬두(이현우) 학생의 수학평가시험 문제지를 보고 "김대성 선생이 출제했구만"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옴. 통상 고3 대상 수능 모의고사 출제기관 가운데 대성학력평가연구소도 포함돼 있음. 이 인물, 기관은 대성N스쿨과 관계가 임.
4. 1회 방송에서 길풀잎(고아성)의 가방에 '대성'이라는 말을 뺀 엔스쿨 로고가 있고, 2회엔 황백현(유승호)가 공부하는 학원 뒷 배경에 엔스쿨 로고가 잡힘. 대성N스쿨은 홈페이지에서 '대성N스쿨 어디어디 숨었나? 도전! 대성N스쿨을 찾아라'는 이벤트를 통해 <공부의 신>에 대성N스쿨 로고가 어디 있는지 찾아 보내면 경품을 제공한다고 공시함. 또한 대성N스쿨은 <공부의 신> 천하대 특별반이 풀던 문제가 바로 대성N스쿨이 전수한 공부 비법이라고도 밝힘.
5. 실제로 대성N스쿨측은 협찬비 뿐 아니라 드라마에 콘텐츠 지원도 맡고 있다고 함. 드라마 4회에 차기봉 선생이 "차기봉이 자랑하는 수학 스피드마스터의 비책"이라고 말하는 장면 등이 나오는데 차기봉 선생이 칠판에 판서할 때 대역은 대선N스쿨 직영학원인 대성마이맥 원장들이 맡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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