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움 꽃들도
다 흔드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꽃씨 되어 하늘을 날다가
다시 우리 곁으로 새싹이 되어 돌아오기를 바란느
죄많은 너희들의 선생님이 보낸다

<광주자연과학고 교사 정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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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에 눈물이 맺히는구나
너의 슬픔이 구천에서도 눈 감지 못하고 구름으로 바람으로
하늘을 맴도는 망자가 되어 살아있는 자에게 책임을 묻고 있구나
생명을 버리며 떠난 너희들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리는구나 

“선생님, 엄마, 친구들아
제발 우리 같은 서툰 사람도 같이 어울려 살 수 있는 학교
희망을 배우고 꿈을 이뤄가는 학교를 만들어 주세요“

미처 말하지 못하고 떠난 너희들의 한 마디가 떠오르는구나
“내 곁에서 나를 늘 챙겨주었던 친구야 고마워
괴로울 때 어깨를 다독여 주며 힘껏 안아주었던 선생님 사랑해요
밤이면 눈물로 지새울 우리 엄마, 세상에서 가장 소중했어요. 미안해요“

오늘 나는 꿈에서 보았다. 부활하는 너희들을
죽은 너희들이 살아와 학급에서 아이들과 재잘거리는 모습을
폭력과 차별에 주눅들지 않고 다시 시작하는 모습을
가난과 성적이 인생의 마지막이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을
학교가 교육 희망의 공동체가 되고
배움으로 서로를 살리는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하는 너희들의 모습을
나는 꿈에서 보았다.

현실이 일제고사, 학교폭력, 따돌림, 성적 차별, 가난, 고통, 주눅
아침 타율자율학습, 야간강제자율학습이 판쳐도
그러나 우리는 안다
그리운 모든 것들이 살아가는 희망이라고
그 희망을 만드는 사회를 너희는 꿈꾸었구나
친구, 부모님, 선생님, 점심 시간, 축제, 나의 꿈, 편지, 선물,
사랑, 존중, 배려, 나눔, 봉사, 추억…. 

그리운 것은 다 하늘로 가져가고
아픔은 다 땅으로 내려놓으렴 아이들아
그 아픔이 거름이 되고 씨앗이 되도록
살아있는 우리가 다시 희망을 심고 싶구나
마지막으로 꼭 들려주고 싶은 시가 있다
이 땅에 살아있는 친구들에게 널리 알려주렴

광주고등학교 교사 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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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모입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이를 위해 밤낮 일만하다는 핑계로 하루 10분의 대화도 나눠주지 못한 부모입니다. 내 아이가 몇 학년 몇 반인지도 누구랑 친한지도 모르는 부모입니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하는지, 아이의 꿈보다 학교 성적에 더 관심이 많은 부모입니다.

우정이나, 정의, 배려, 사랑 같은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보다 내 벌점을 만회하기 위해 친구를 고발해서라도 소위 말하는 좋은 대학, 더 큰 아파트, 대기업에 가야 행복하다고 말하는 부모입니다.

아이들의 죽음을 봅니다. 10대 꽃 같은 나이에 펴보지도 못하고 스러져간 소중한 아이들. 지금의 행복이 소중한 것을 모르고, 숨 쉴 기회마저 없을지도 모르는 미래를 위해 아이들을 서글프게, 그토록 막막하게 하다니... 더 늦기 전에 사랑하는 아이와 우리 모두의 삶까지 망쳐 버리기 전에 뉘우치고 반성하고 약속하렵니다.

나는 아이가 내 생각과 다른 길로 가더라도 화내지 않겠습니다. 내 생각을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항상 아이 존중하는 부모가 되겠습니다. 아이가 세상에서 홀로서는 법을 배우느라 힘들어 할 때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부모가 되겠습니다.

시험이라는 세상의 잣대로 아이가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도록 결과보다는 그 동안의 노력을 인정해주는 부모가 되겠습니다.

아이와 싸우지 않고 아이의 문제와 싸우는 용감한 부모가 되겠습니다.

천천히 가더라도 스스로 가는 힘을, 혼자 빨리 가기보다 더불어 함께 가는 지혜를 길러주는 부모가 되겠습니다.

내 아이만 소중한 이기적인 부모가 아니라, 내 아이와 함께 살아갈 모두의 부모가 되겠습니다.

아이가 처음 세상에 태어난 그날의 기쁨을 기억하며 아이의 웃음소리, 꿈, 슬픔마저도 모두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이 약속을 지키며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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