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쇠하고 있는 방사능 학교급식


만약 길을 가다가 바닥에 떨어져있는 멀쩡한 사과를 발견한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어떤 사람은 주어서 물에 잘 씻어 먹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먹어도 될지 의심을 하며 그냥 지나치거나 근처 쓰레기통에 버릴 것이다. 저마다 떨어진 사과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르겠지만, 심리적으로 그 사과가 안전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공통된 지점일 것이다. 즉, 식품에 대한 안전함을 우선하지만 그 기준이 개개인마다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와 방사능 유출사고로 인해 해안수산물에 대한 불감증이 심각해진 가운데. 한국은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안전기준을 어떻게 세우고 있을까? 먼저 식약청에서 제시한 국내 방사능 기준을 살펴보면, 방사능 물질 중 인체에 해로운 세슘 성분이 370Bq이하이면 안전하다고 제시되어 있다. 반대로 후쿠시마 사태 이후, 뒤늦게 서야 일본은 100Bq로 기준을 내렸다. 아직까지도 한국정부는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기준을 사용하며 후진국임을 자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방사능 기준을 낮춘다고 해서 모든 식품이 안전하다고 말해주지는 않는다. 방사능은 몸에서 떠나지 않고 누적되기 때문에, 피폭된 성분량이 많아지면 건강위험이 증가된다. 즉 우리가 안전을 위해 관심 가져야 할 대목은 ‘식품 기준치’가 아니라, ‘신체에 누적된 방사능 수치’인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부는 국민들의 피폭 성분량을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마련하고 있지 않다. 결국 해결책은 개인이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은 음식을 먹는 것이 답이다. 특히 세포분열 속도가 빠르고 적은 양의 방사능에도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어린이 청소년에게는 음식에 대한 많은 숙고가 필요하다.


 최근 위와 같은 당위성을 근거로 녹색당, 환경단체에서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조례’제정 운동을 벌리고 있다. 일찌감치 일부 조례내용이 후퇴하긴 했지만 경기도와 서울시는 조례가 제정된 상황이며,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조례 제정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광주도 역시 조례 제정의 움직임이 있지만, 서로 고민하지 않는 선에서 이야기만 떠돌고 있다. 이유는 뭘까? 가장 큰 문제는 학교급식문제를 시행해야 할 광주광역시교육청이 사실상 조례 제정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이 광주시교육청에게 ‘방사능 안전학교급식조례’ 정책 제안을 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방사능 학교급식 검사를 외부기관을 통해 단 한 차례 실시했고, 각 급 학교에 방사능 안전지침 공문을 보냈을 뿐. 조례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시행계획(검사, 교육, 담당자, 정책계발)이나 예산들을 마련하겠다는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다만, 특정 외부기관을 통해 방사능 검사를 수시로 의뢰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해당기관 책임자가 원자력 필요성을 제기한 사람인만큼 방사능 식품검사에 대한 신뢰성을 갖기 힘든 상황이다.


 이러한 무책임하고 무기력한 태도는 교육청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조례안을 책임지고 통과시켜야 할 광주광역시의원들의 태도도 미온적이다. 일부의원은 학교급식 조례 내용에 ‘방사능’단어 하나만 삽입하는 수준에서 개정하려는 시도를 보이는가 하면, 방사능 안전학교급식 조례 제정을 관련단체와 소통없이 먼저 선점하려고 하는 의원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어린이와 청소년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사안인 만큼 이 정책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판단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이미 2년 반이나 되는 시간동안 아무런 대책 없이 일본산 수산물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급식에 제공되었다. 어쩌면 대다수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체내에 방사능이 누적되어 있을지 모를 상황이다. 그만큼 사안이 급박하고 하루 빨리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시기이다. 혹시 지금도 안전기준치를 따지고, 제도적 실현여부를 파악하고, 예산부족을 얘기하며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조례’를 주저하고 있는가? 불이 났을 때는 불을 꺼야 한다. 불을 앞에 두고 불이 왜 났는지를 따지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관계자들에게 바란다.


박고형준<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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