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비공개인가?


박근혜 정부에서는 ‘정부 3.0’ 정책을 밝히고 모든 공공기관이 유리병처럼 투명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 내용을 면면히 살펴보니 정부는 모든 공공기관의 공공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도 선언했다. 그리고 정보공개법을 개정해 정보공개청구가 없이도 정부 기록을 원본 그대로 공개하고,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모든 위·수탁 기관에 정보공개 대상기관을 만드는 작업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정부와 발맞춰 서울시도 예산낭비신고센터를 개설해 서울시가 추진하는 사업 예산과 관련해 자체적으로 보유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며, 서울시가 서울시민들에게 자발적인 감시를 요구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정보공개를 보편화하려는 발가벗은 정부의 움직임은 칭찬해줘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에서 제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진보교육을 앞세워 정책을 추진하는 광주광역시교육청 마저 공공기관의 정보를 감추려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민단체인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은 시교육청에 ‘국외출장 및 연수에 관한 내역’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구체적인 설명 없이 ‘특정인의 이익 또는 불이익’이라는 이유로 해당정보를 비공개했다. 하지만 해당근거는 부동산투기, 매점매석 등의 경우만 해당되기 때문에 비공개 처분근거에 해당되지 않다는 건 너무 쉽게 밝혀졌다.


 정보공개청구 답변 중 가장 최악의 답변은 무작정 비공개나 부분 공개하는 사례다. 특히 국외연수에 대한 내역은 법적으로 공개해야 할 대상항목이지만, 온갖 편법을 사용해서 비공개를 하고 있는 기관들이 많다. 광주시도 마찬가지로 해외연수 내역 정보공개와 관련해 매 년마다 행·의정 감시단체인 ‘밝은 세상’에게 행정심판 및 소송을 맞아 끝끝내 공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처럼 충분히 기록되어 있을 만한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은 업무상 핑계에 불과하다. 이는 정보공개법의 취지를 명백히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는 공공기관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행위이다.


 해외연수란 무엇인가? 선진국 사례를 습득함으로써 지방자치의 발전을 이루려는 것이 본래의 취지며, 이에 사용된 비용은 공무원여비규정에 맞게 연수 당사자가 예산집행을 하고 다녀오면 얼마 사용했는지 보고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단지 공무원이 아닌 사인(私人)이 해외 연수를 다녀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국민의 세금으로 행해진 것이라면, 당해 사인의 성명은 익명으로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마땅히 일반 국민이 그 세부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약 시교육청의 예산으로 공무원이 아닌 사인이 해외 연수를 다녀왔다면, 그 사인이 어떠한 이유로 해외 연수 혜택을 받게 되었는지, 수혜 대상을 선정하는 방법과 절차는 공정했는지, 그에 따른 경비 지출이 공익에 부합하는지 등에 대하여 일반 국민은 이를 마땅히 알 권리가 있다. 


 알 권리는 헌법에서 보장한 국민의 권리이며 인권의 항목이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주권자로서 국가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알 수 있어야 하며, 정보공개법에서도 국민에게 공공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정보공개청구라는 행위를 통해 사람들은 국가에 주권자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고, 이는 자연스럽게 국가가 독단적이고 폐쇄적으로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견제장치가 된다. 또한 공공기록의 철저한 관리를 통해 국가 업무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담보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광역시교육청 국외연수 내역 비공개 사례’처럼 우리는 알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알 권리를 터부시 하는 경향 탓도 있지만, 기록자체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니 알려줄 거리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록의 의무가 지켜지지 않으면 알 권리가 충족될 수 없다. 기록이 없이는 기록의 공개도 없고, 공개가 되지 않는데 알 권리가 지켜질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번 광주광역시교육청의 정보공개 비공개처리에 대해 정보공개청구 단체에서 행정심판청구를 제기했다. 어떤 면에서는 진보교육감과 진보단체의 갈등으로 안 좋게 비춰질 수도 있지만, 꼭 승소해 시교육청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만약 밝혀내지 못한다면, 오늘도 어디선가 누군가의 배를 불리기 위해 온갖 편법을 사용해 해외연수를 추진해 쥐도 새도 모르게 은폐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해외연수는 사실 관행적인 행사다. 해외연수를 관광으로 가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헌데, 이와 같은 현실을 알고 있지만 스스로 자백하지 못하는 것이 조금 씁쓸하다. 누가 정보를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 떳떳하게 정보를 밝힐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이게 바로 정보공개의 선행과제이다.


박고형준<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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