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업, 복장, 생활 등 일상적 통제, 이를 어길 시 집요하게 벌점(벌금) 부과
- 학기당 학급비 100여만 원 강제 거출. 불이익 두려워 울며 겨자먹기 식 납부
- 최고 고등 교육 기관에 걸맞은 자율, 자치, 민주 조직으로 거듭나야
○ 우리 단체에 충격적인 제보가 접수되었다. 최고 고등 교육 기관이라 할 수 있는 전남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이하, 치의전원) 자치 조직에서 80년대 중·고등학교에서나 있었을 법한 각종 통제 규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 ‘치의전원 생활 매뉴얼’이라는 이름의 규정은 교수 입장에서 학생 일상을 구석구석 통제하는 내용인데, 본질적으로는 학생을 봉건적으로 통제하지만 학생 대표단이 이를 대리함으로써 자율, 자치인 듯 포장된다.
- 생활 매뉴얼에는 소소한 수업예절, 복장예절, 생활예절, 교실 관리 등을 열거하고 있는데, 일례로 학생이 개인적으로 교수를 면담, 연락할 자유를 금지하고 있고, 수업 중 리액션 역할까지 규정되어 있다.
- 학생들은 생활 매뉴얼의 문제의식을 갖고 있으나, 일상화된 통제는 수년 째 이어져오고 있다. 초·중·고에서 학생생활규정을 만들 때는 당사자들이 제·개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치의전원에서는 민주적 합의를 거친 적이 없기 때문이다.
○ 규율 위반 시 벌점을 부과하는 세세한 규정이 있는데, 이율배반적이게도 ‘자봉(자원봉사)’이라 부른다. 이 규정에 따라 일정 기준의 벌점을 초과할 경우 벌금을 걷고 있는데, 해당 금액은 학급비로 운영된다고 한다.
- 학생 대표단은 매주 벌점과 사유를 공지하고 있는데, 이는 지나치게 권위적일 뿐 아니라 상식적이지 못하고, 반인권적인 요소도 많다. 일례로 교수나 선배에게 건성으로 인사할 경우나 각종 행사 불참 시 등 사유로도 벌점을 부과한다.
- 또한, 아파서 출석하지 못할 경우 민감한 개인정보인 진단서 등을 학생 대표단에게 제출해야 벌점이 면제되며, 화장실이 아무리 급하더라도 수업 전 학생 대표단에게 미리 말해야 벌점을 면할 수 있다.
○ 학생 대표단은 학생들에게 학기 당 100여만 원의 학급비를 거출하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은 교육활동 불이익, 벌점 등이 두려워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거액의 금액을 납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 이외에도 스터디(동아리) 참석 의무, 모의고사 점수 미달 시 벌금 등 자유에 맡길 일조차 타율로 강제하는 경우가 많다.
○ ‘무엇을 공부하는가’와 ‘어떻게 공부하는가’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몸이 묶인 채 자유의 가치를 암기한다면, 학생들은 결국 자유의 무기력함을 배우게 될 뿐이다.
- 자치와 반(反)자치, 자율과 타율의 이름과 실제가 뒤집힌 곳에서 환자를 위해 부단히 의료를 탐구하고, 기술을 연마하는 전문 의료인이 길러질 리 없다. 학생들은 대학원에서 강요받았던 권위와 통제를 환자와 환자 가족들에게 물려주게 될 것이다.
○ 이에 우리 단체는 치의전원의 비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생활 매뉴얼, 자봉 규정 등 운영 실태를 조사하고, 자치 조직이 뒤집힌 원인이 교수-학생 간 권위적인 통제문화에 있지 않은지 밝혀, 학생 기본권을 지켜줄 것을 교육부에 촉구하는 바이다.
2024. 8. 27.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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