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원 (조선대학교 강사, 정치학)  

1.jpg

▲ 진보신당 광주시당 위원장 윤난실 씨가 지난 1월19일 광주광역시의회 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광주 시립대학 전환을 제시하고 있다. 학벌없는사회 광주모임(준)도 5월초 조선대학교 구성원과 시민사회단체에 조선대 공립화를 위한 시민모임을 제안했지만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호남의 대표 사학인 조선대가 교육과학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정이사(正理事) 선임 강행으로 내홍을 앓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다시 장기적인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조선대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커다란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조선대는 단순한 하나의 사립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선대는 해방직후, 각계각층에서 72,000여 명의 인사들이 국가를 건설한 새로운 인재를 지역에서 양성하자는 대의에 동의해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성의를 모아 설립한 민립대학이다. 그러나 설립자 중의 일인이었던 구 재단의 고(故) 박철웅씨가 재단을 사유화하고 전횡을 휘두르면서 학교운영이 파행을 거듭했으며 결국 1988년 1월 8일 학생들의 100여일이 넘는 투쟁과 뜻있는 교직원들의 노력으로 고(故) 박철웅씨가 재단에서 물러나면서 정상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구 재단 측은 이후 모든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 학교를 다시 탈취하려고 했지만 법에 의해 그리고 학교의 정상화 및 민주화를 추진하던 모든 이들에 의해 거절당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조선대가 20여 년의 관선이사 체제를 끝내고 정이사 체제로 전환하려던 시점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으며, 새로 집권한 정부의 친자본적 경향에 편승해 구 재단은 학교 본부, 교수평의회, 교직원노조, 학생회 및 민주동우회를 포함한 동문 등 거의 모든 관련단체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단이사의 선임에 결정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교과부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동의하에 새로운 이사진에 구 재단 관계자들을 포함시키는데 성공했다.

결국 조선대의 대다수 구성원들이 교과부의 결정에 반대하고 새로 구성된 정이사 퇴진 투쟁을 전개하면서 조선대학교는 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이미 학내 곳곳에는 재단이사진의 총사퇴와 구 재단 관계자의 학내 진입을 성토하는 표어로 가득 찼으며, 이로 인해 캠퍼스는 40여 년 만에 찾아온 이상기온처럼 스산하기만 하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조선대가 단순한 하나의 사립대가 아니라 해방 후 새로운 국가 건설을 위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수많은 민초들이 각자의 성의를 모아 설립한 민립대학이라는 점에서 동시에 거의 대부분의 졸업생과 재학생이 이 지역의 아들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조선대 문제는 단지 조선대의 문제만이 아니라 이 지역의 문제이기도 하며, 따라서 조선대 구성원을 중심으로 모든 지역 구성원들이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미 조선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해법이 제시되어 있다. 일부 구성원들은 정상화를 위한 4대 원칙(설립정신계승, 구 재단 배제, 1.8학원민주화정신계승, 조선대의 미래지향적 가치충족)에 의한 정이사 재구성, 또 다른 일부 구성원들은 민립대학으로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으며. 6월에 있을 지방선거에 출마한 한 시장후보는 조선대를 공립(시립)대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조선대 정상화를 위해 제시된 방안들이 모두 조선대 구성원들이 제시하는 ‘정상화 4대 원칙’을 수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는 문제는 학교를 운영할 자금과 발전을 위한 학교 운영을 위한 이사진의 구성이다. 조선대가 지금까지 내실 있는 운영으로 학생들의 등록금만으로 학교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일정 규모의 기금을 조성했지만, 학교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지금 조성된 기금의 규모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중앙대학교의 파행적인 운영에서 보듯이 거대 자본을 재단으로 영입하는 것도 옳지 않다. 동시에 현재의 사립대 재단이사 구성에서 교과부가 승인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구성원들이 주장하는 4대 원칙에 부합하는 이사진을 구성하기도 거의 불가능하다. 바로 이런 이유들로 인해 조선대의 공립화가 적절한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조선대를 공립화하면 두 가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확신한다. 첫째, 모든 구성원들이 염원하는 민주적 이사진을 구성할 수 있다. 사립학교법이 존재하고 있는 현재 구조 아래에서는 조선대의 모든 구성원을 만족시키며 설립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민주적 개혁적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특히 조선대 문제에 대해 피상적 이해만 갖고 있는 교과부가 이사 구성의 전권을 행사하는 한 조선대 구성원들이 주장하는 4대 원칙을 견지할 수 있는 이사진을 구성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다음 정부에서 민주적인 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학교운영 전반에 대한 막강한 권한을 가진 이사가 되기 위해 이런 저런 적절치 못한 사람들이 교과부 또는 정치권을 통해 이사로 임명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조선대를 시립대로 전환한 뒤 광주시 산하에 ‘시립대학 운영위원회’를 설치하고 대학에 대학 깊은 이해를 갖추고 있는 지역 출신의 구성원과 동문, 전문가, 시민단체 인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이사진을 구성하여 상호 비판과 견제가 가능한 이사진을 구성하고 독립적인 운영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지자체가 조례로 이를 보장한다면, 지원과 운영이 확실하게 분리되어 대학의 독자적이고 자율적 운영을 보장할 수 있다.

둘째, 등록금을 인하해 지역 인재의 역외 유출을 방지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 현재 광주/전남 지역의 중·고 수준은 전국 상위권에 속하지만 우수학생 상당수가 수도권으로 진학하고 있다. 우수한 인재들이 대부분 지역 밖으로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조선대를 시립대로 전환해 국립대 수준으로 등록금을 낮춘다면 우수한 인재들이 지역에 남도록 할 수 있다. 특히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자체의 공무원 임용규정을 활용해 시립대 출신의 훌륭한 인재들을 채용하고 이들에게 고향의 발전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효과는 더울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지역인재 확보와 지역사회 발전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 지자체의 재정능력에 우려를 표명하는 견해가 있지만, 지역교육에 한해 380억 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이 정도의 예산은 연말마다 반복되는 멀쩡한 보도블록 갈아치우기나 불필요한 토건사업 한 두건을 줄이는 것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정이사 선임 문제로 다시 점화된 조선대 정상화 문제가 다시 장기화 된다면 가장 직접적으로는 학생들에게 그리고 학교 구성원들과 이 지역에도 적지 않은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방식으로는 이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어려워 보인다. 공립화라는 단어가 조금은 낯설고 쉽지 않아 보일 수도 있지만 합의만 이룰 수 있다면 일거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모든 구성원들과 지역민들의 적극적이고 대담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