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입학 때만 되면 교문 앞에 현수막이 내걸려요. 매년 한결같아요. 이번에도 서울에서 잘나가는 대학이나 의·치·한의대에 합격한 선배들이에요.

지방변두리 대학합격자 명단이 올라가는 불상사는 절대 일어나지 않아요. 학교는 명문대만 특별취급 해요. 일류대 진학자만이 학교의 위상을 높인다고 믿으니까요. 왜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이런 열패감과 자괴감부터 심어주나요. 이런 학교 짜증나요.

그때 어디선가 불길한 목소리가 들려와요. 3학년 진학부장 선생님이에요. 현수막에 자부심을 가지라내요. 내년에는 우리차례래요. 우리가 이름을 올려야 학교의 명예가 드높아진대요.

벌써부터 뒷목이 뻐근해 와요. 학교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서는 대학을 잘 가야 한대요. 저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 낙오자 취급을 받을 것 같아요. 엄청 부담감도 쌓이고 스트레스도 많아요. 상위권 대학진학이 어려운 친구들은 벌써부터 열등감과 패배감을 곱씹어요.

그런데도 대학만 가면 마치 인생이 끝나는 것처럼 말해요. 수능성적만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는 현실이 기분 나빠요. 명문대 진학자 수에 따라 학교평가가 달라진다는 사실도 웃겨요.

하지만 3학년 학생 부장이자 진학부장 선생님은 SKY 때문에 웃어요. 합격자 수만큼 보너스를 받아요. 해마다 진학숫자에 따라 하늘을 날다가 추락하기도 해요. 일류대에 갈 것 같았던 제자가 시험을 망치면 위로는커녕 욕지기부터 해요. 학생들 성적을 밥줄로 생각하나 봐요.

그래서 학생들은 공부하는 기계가 돼야 해요. 인생은 성적순이라니까요. 개성이나 특기는 개 풀 뜯어먹는 소리래요. 예체능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도 소용없어요. 일류대에 간 선배들이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도 알려주지 않아요. 당장 명문대 몇 명 합격시켰는지 만 중요해요.

현수막에 이름을 올린 그 선배는 지금 행복할까요. 내 이름이 올라간다고 해도 그다지 자랑스러울 것 같지 않아요. 현수막에 적힌 그 선배와 나는 서로 잘하는 것도 다르고 관심분야도 달라요. 그런데 학교서열 때문에 비교되는 것이 화가 나요.

그런데도 대학 성적순으로 학교 순위가 매겨지고 입학생 수준이 달라진대요. 우라질레이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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