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혁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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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그룹 에픽하이의 래퍼 타블로(본명 이선웅)의 학력위조 논란이 네티즌과 론의 대립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타블로의 학력위조 논란은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학·석사 과정을 3년 6개월 만에 마쳤다고 주장해왔던 타블로가 지난 4월 학력위조를 주장하는 네티즌을 고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학력위조가 드러나기 바로 몇 시간 전까지, 타블로와 같은 유명 인사들은 여러 분야에서 능력 있는 인물로 칭송받지 않았는가? 바로 똑같은 언론들로부터 말이다. 그런데 단지 학력논란으로 인해 갑자기 그를 ‘능력 없는 파렴치범’으로 매도당하고 있다.

결국 역설적으로 증명된 것은 ‘학벌’과 ‘능력’ 사이에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고졸자가 대졸자나 박사보다 훨씬 더 능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언론은 ‘학벌’이 능력을 평가하는 유일하게 공인된 장치라고 선전한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사회의 학벌제도란, 부유한 자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반면 가난한 노동자 민중은 주변부로 밀려나 착취당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학벌제도를 바탕으로, 부자의 자식들은 ‘일류대를 나온 엘리트인 내가 세상을 지배해야 한다’며 지배를 정당화하려 한다. 반면 노동자의 아들딸들에게는 ‘학력이 낮은, 능력 없는 우리는 당연히 지배받아야 한다’는 순종의식을 불어넣는다. 빈부격차가 교육격차를 필연적으로 낳는 상황에서, 학벌제도는 결국 부자들의 지배를 정당화할 뿐이다.

따라서 핵심 문제는 ‘유명인들의 작은 사기’가 아니라 ‘자본주의 학벌제도의 거대한 사기’다. 이번 사건은 학력위조자들을 희생양으로 처벌해 자본주의 위계질서를 보호하려는 가엾은 시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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