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교육이란 무엇인가?

프랑스 혁명과 근대 공교육의 이념

지훈(학벌없는사회 학생모임 회원)

교육은 자기실현의 기관이다. 사회적 문맥에서 보자면 교육은 소수 특권계급의 자기실현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열린 자기실현의 기관이다. 그리하여 공교육은 모두에게 동등한 자기실현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한편으로는 그것의 혜택이 없었더라면 사회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는 약자들을 보호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 불평등이 대물림되고 확대되는 것을 방지한다. 이것이 근대 공교육이 추구하는 본질적인 가치였던바, 그리하여 교육은 국가가 담당해야 하는 복지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인정받았던 것이다.

이런 까닭에 교육의 기회가 소수의 특권이었던 봉건적 계급 사회에서는 보편적 공교육이 뿌리내릴 수 없었던바, 공교육이란 모두가 동등한 인간이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통용될 때에 비로소 등장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이러한 인식이 보편화된 곳에서 어떤 집단을 교육에서 배제한다면, 이를테면 장애인을 교육에서 배제한다면 그것은 장애인을 동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그래서 오늘날 나라마다 역사와 문화에 따라 교육제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러한 교육의 가치가 사회적 합의로서 추구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혁명은 이 같은 공교육의 이념을 가능하게 했던 정신적 바탕을 마련해준 중요한 사건이었다. 교육시설의 절대적인 부족상태는 없었지만 수세기 동안 가톨릭교의 이념에 기반을 두고 진행된 프랑스 교육은 1791년의 헌법에 의해 초등교육은 법적으로 무상이고, 의무라고 선언됨으로써 교회 권력으로부터 독립하여 교육민주화의 정신을 세울 수 있는 길을 열었는데, 이러한 무상국민의무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근대적 공교육제도의 수립에 많은 영향을 끼쳤던 그 당시의 대표적인 인물이 콩도르세였다.

그는 “현실적으로 권리의 평등을 가져오는 수단으로서 공교육은 시민에 대한 사회의 의무”라고 하여 모든 사람들이 학교교육의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정치적 평등과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하나의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그리고 “계몽의 압제가 힘의 압제에 합류해 있었다”고 지적하며 지식의 독점과 교육의 불평등이 억압의 기제로 작용함을 밝히며 이는 자유와 평등의 이념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지금까지는 부유한 집 어린이들의 전유물이었던 모든 원조를 재능에 제공하는 공교육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교육의 기회는 모든 시민에게 보장되어야 하며, 교육에 따른 불평등의 계급적 재생산은 사회의 진보에 걸림돌이 된다고 본 것이다.

나아가 그는 당시로서는 매우 진보적인 교육개혁도 주장한다. 교육은 정치적 종교적 권력 아래에 있거나 학교가 선전을 위한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며, 교직의 자율성을 보장하려고 하였다. 특히 주목되는 것이 교육에 있어서 여성과 남성의 평등이다. 그는 “교육은 공통적으로 주어져야 하며, 여성도 교육에서 배제되어선 안 된다”고 말하며 공교육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한다고 주장했다. 비록 가정의 책임이 여성에게 있다는 식의 봉건적 사고도 엿보이는 등의 한계가 보이지만, 당시로서 동등한 교육을 주장했던 것은 높은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공교육의 일반 조직에 관한 보고 및 법안」을 혁명의회에 제출함으로써 민주적 교육체제의 선언인 헌법에 기초하여 계급과 성에 관계없이 모든 시민에게 무상교육을 실시할 것을 주장하였다. 나아가 “교육이 더 이상 부와 결부되지 않을 때 교육의 특권은 사라질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평등에 대한 위험이 적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교육에 의한 권력화도 경계하였다. 이는 교육이 계급재생산의 핵심 고리 역할을 하는 한국사회에 더욱 의미 있는 지적이라 하겠다.

프랑스 혁명 시기 교육에 대한 많은 관심들이 있었지만, 이러한 교육 개혁론들이 현실로 구체화된 것은 미미했다. 나폴레옹에 의해서 중앙집권적 교육행정체계가 일정 정도 수립되었으며, 1882년 ‘훼리법’에 와서야 실질적으로 학교교육의 비종교화나 무상의무교육제도의 원칙이 확립된다. 하지만 프랑스 혁명은 우선 모든 사람이 동등한 인간이라는 인식을 보편화함으로써 공교육을 가능케 하는 정신적 바탕을 마련해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바탕 위에 평등한 교육기회를 주장한 점, 무상교육의 제공을 통해 경제적 환경에 따른 불평등을 해소하려한 점, 그리고 교육에 따른 권력화를 경계한 것 등은 매우 진보적인 사상으로서 오늘날까지 많은 의미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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