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어린이청소년친화도시협의회 실태조사 결과
-“야자 땐 `아파도 참아라’, `학적부 기록하겠다’”


광주지역 고교생 84%가 자율학습이라는 미명하에 강제 학습을 당하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광주어린이청소년친화도시협의회(이하 협의회)는 7일 광주시교육청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광주지역 60개교 520명의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제학습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3.8%(410명)이 강제로 오후 보충학습에 참여하고 있다고 답변했다”며 “이외에도 상당수 학생들이 오후·저녁·휴일 등을 송두리째 빼앗긴 채 학교에 남아 강제적으로 학습을 강요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지난 3월28일부터 4월12일까지 2주간 서면과 온라인을 통해 총 74개교 558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제학습 실태조사를 벌였고, 이 중 주요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고등학교는 60개교(총 67개교 중 60개교) 520여 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실시하는 보충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 중 435명(83.8%)은 ‘학생 의사를 무시한 채 보충수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참여 여부 역시 부모님의 의사가 반영되야 학습에 빠지는 게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특히 ‘오후 보충수업에 대해 아예 참여의사를 묻지 않는 경우도 많으며, 정규수업화 시켜서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만든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학생의 경우 “보충 수업 때 시험에 나올 내용을 수업하거나 정규 시간에 이어 수업을 진행해 학생들이 보충수업을 못빠져 나가도록 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야간자율학습의 경우엔 응답자 중 86.3%(451명) 학생이 강제로 참여하고 있다고 답했다. 10시까지 하는 야간자율학습을 거부할 시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겠다’, ‘불참할 경우 교장·교감의 결재를 받아야 한다’는 등의 방법이 동원된다고 밝혔다.

 

D여자고등학교의 경우, 담임이 ‘야자 안하는 애들은 임시상담 안해주고 야자 하는 시간에 비례해서 상담하겠다’고 말했다는 제보가 접수되기도 했다. 심지어는 몸이 아파 야자를 빼려는 학생에게도 ‘아파도 참아라’, ‘교정하러 병원가는 애들은 교정기 다 빼버려야 돼’라고 말하는 교사가 있었다. 또 점심 식사시간에 자율학습을 시키는 학교도 있어 화장실 용무, 식사, 휴식 등을 제한 받는다는 답변도 있었다.

 

또 최근 광주시교육청이 올해 1학기부터 8시30분 이전 강제등교 금지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355명(68.4%)이 ‘이보다 더 이른 시간에 등교하고 있으며, 1교시 전부터 정규 수업 시간 외 학습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아침자율학습의 경우, 일부 학교는 교육청 공문이 오면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식의 답변을 유도하면서 교육청의 지도·감독을 회피하고 있는 실태였다.

 

협의회는 “이처럼 강제 학습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그 피해 실태가 너무 광범위하고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워 해결이 쉽지 않다”면서 “시교육청은 기존 정규수업 외 교육활동에 강제 참석 금지를 다시 한 번 명확하게 제시하고 확인된 피해사례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 이상 강제학습, 과중한 학습시간 문제를 방치하면 안될 것”이라면서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협의회는 학생들의 보편적인 인권이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앞으로 시교육청에 민원 및 시정 요구를 하고,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형사고발까지 검토하고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침해 집단 진정서와 함께 다음달 UN한국위원회에 아동권리협약 위반 제소를 준비중이다. 또 5·18 광주민중항쟁 행사기간에 열리는 5·18 레드페스타 행사에서는 ‘강제 야자 고발대회’를 갖고 강제자율학습을 공론화할 계획이다.

 

이호행 기자 gmd@gjdream.com

광주드림 http://www.gjdream.com/v2/news/view.html?uid=465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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