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피해사례
학벌사회라는 말이 어디서부터 나왔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얼마 전 수능을 치룬 한 여고생입니다. 저희 학교에서 합격이 발표나기 오래전부터 ‘ㅇㅇ대합격-ㅇㅇㅇ’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습니다. 저희는 학교를 들어가야 할 때마다 그 현수막을 보면서 들어가야 했습니다. 그걸 볼 때마다 저희는 좌절을 느껴야 했지요. 학교의 자랑거리, 명예, 지위 때문에 학생들의 자존심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 학교가 저는 정말로 싫습니다. 저희 학교에 대학을 가지 않는 친구는 없습니다. 모두 대학을 간다는 말이지요. 그러나 어째서 특정한 학교에 가는 아이의 이름만 학교 대문에 걸려야 하는 겁니까?
학벌사회. 좀 더 이름 있는 대학에 가야하고,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야하고.. 교육이라는 것을 시장의 개념으로 여기는 어른들의 생각은 정말로 문제가 있습니다. 심화반 편성하는 것을 정당하게 보고, 0교시 수업을 주창하고, 특목고 설립에 애를 쓰고.. 가난한 가정에 대한 배려는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학생들은 상품처럼 취급하는 어른들이 미워집니다. 교육이라는 것에 경쟁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정책들을 보다 보면 경쟁에 뒤떨어지는 아이들에 대한 대책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경쟁만을 강요하는 어른들의 시선이 이제는 무섭습니다. 경쟁이 최우선시 되면서 한국의 학벌사회는 더욱더 깊숙이 자리 잡게 된 것처럼 보입니다.
학교 대문에 떡하니 걸려있는 고시합격이라던가, 명문대합격이라던가 학벌사회를 더더욱 심화되게 만드는 현수막을 걸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저희들 가슴에 대못을 박지않게, 사회를 망치지 않게, 아이들이 자신의 대학에 떳떳해 질수 있게 현수막이 걸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 피해사례
축하한다고 말한다. 몇 안되는 대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을 말이다. 부끄럽다고도 말하더라. 서울대에 들어간 학생이 없어서 말이다. 어떤 학교는 서울대 연,고대에 들어갈 학생들을 학교 앞 현수막에 내거는데 우리학교는 그러지 못하니 동네 창피하다는 것이다. 무엇이 창피하다는 것인가? 매년 수능성적 때문에 자살하는 학생이 너무 적어서 말인가? 아마 이른바 명문대에 갈 학생을 배출한다는 것 곧 자본주의 사회의 철저한 인적 자원을 키워낸다는 것은 학교가 철저한 통제 시스템이라는 것을 증명 하는 것이기 때문인가? 더 이상 그것은 학교가 아니며 소세지 만들어내는 공장 일 뿐이다. 학교는 다양한 생각, 다양한 태도를 지닌 청소년 들을 수용할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학교 탓 뿐만이 아니라 편협한 사고를 가진 학부모나 학생들도 문제겠지만은 결국 원인제공자는 교육관련 기관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학벌, 입시엘리트 따위를 좇는 교육을 실시했던건 결국 이땅의 교육자들이니까. 수많은 학생들이 그런 현수막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학생도 있겠지만, 충분히 무의식적으로 사회적 열등감을 내면화 할수도, 자존감을 상해할수도 있다고 본다. 대부분의 학생들을 열등감에 빠지게 할수 있게 하는 것이 이땅의 교육과정이니까. 수많은 시험, 차별, 경쟁, 통제 따위도 그에 한 몫 할 수 있다고 본다.
현수막은 입시경쟁 사회, 학벌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을 용인 하는 사회의 태도또한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현수막에 반대한다.
겉으로는 다원화 사회를 가르치며 아직까지 학벌주의에서 허우적대는 학교를 보노라면 이제 곧 졸업할 학교이지만 뒤에 남겨진 학생들이 안쓰럽다. 다른 대학에 지원한 학생, 아예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들의 또다른 사회로의 진출은 축하해줄 필요가 없다는 것인가, 진정 교육을 하고싶다면, 당신들 학교 앞에 내걸려있는 현수막부터 걷어내길 바란다.
※ 이 글의 작성자는 광주광역시 소재하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입니다. 참고로 이 글은 지난 1월 14일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서(특정대학교 합격 게시물 인권침해)에 피해사례로 넣었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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