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고연전에 대해 묻는다 Q&A


안티연고전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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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친구들 하고 재밌게 놀려고 하는 것 말고는 다른 의도가 없는데 왜 즐겁게 놀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딴지를 거는건가요?


A 고연전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앞의 글들을 읽어보셨다시피 학벌주의 문제와 남성 중심적인 고대문화의 문제 그리고 축제답지 않은 축제 등이 그것이지요. 이런 다양한 문제들은 단순히 개개인에 의해 생긴다기보다는 고연전이 갖고 있는 구조적인 특성에서 일어나는 문제입니다.


학벌문제의 경우 아무리 자신이 학벌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한다하더라도 고연전에서 ‘고연’이 양대 명문사학이고 그 명문사학이라는 기준도 수능성적의 상위 퍼센티지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을 때 애초에 고연전은 학벌이 없다면 열릴 수 없는 행사입니다. 한 개인이 사회에 속해있는 이상 사회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듯이 우리가 학벌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상 ‘고대인’이라는 학벌에 따른 자아인식에서 우리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오히려 학벌의 상위에 있는 사람들이니 상대적으로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무뎌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성 중심적인 응원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은 그것을 남성 중심적이라 인식하지 않았고 그저 재밌어서 즐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고연전에서 보여 지는 응원문화의 특징들은 사회에서 ‘남성적’이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입니다. 이것 역시 사회의 주류가치로 자리매김해 있기 때문에 남성 중심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고연전의 행사내용을 보면 스포츠 경기와 그에 따른 응원으로만 이뤄지고 있는데 스포츠경기를 보면서 응원을 즐기는 것 역시 보편적으로 ‘남성적’인 놀이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의 주류 가치를 그대로 반영한 행사인 고연전에서 비주류의 문화는 소외당하고 그 행사를 즐기는 개인들 또한 고연전에 나타나는 주류 가치를 그대로 내면화시키게 됩니다.


고연전의 모든 프로그램은 이미 짜여 있고 학생들은 거기 가서 즐기기만 하면 되는 형식입니다.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축제를 기획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없습니다. 게다가 이러한 축제에 주변상점과 기업들의 스폰이 들어오면서 우리들의 축제는 상업적인 성격마저 띠게 됩니다. 만들어진 축제에 가서 즐겨야하는 학생들은 축제의 내용을 그저 받아야 들여야 할 뿐입니다.


결국 자신은 ‘순수하게’ 고연전을 즐긴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고연전 자체가 순수할 수 없는 구조로 이뤄져있기 때문에 그 구조로 만들어진 고연전을 즐긴다면 개인들도 고연전의 문제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고연전을 참여하고 그러한 가치들을 즐긴다는 것 은 고연전에서 발현되는 수많은 가치들(학벌주의, 남성중심성 등)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고연전이 고려대의 가장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수많은 문제들을 매년 재생산하는데도 그런 점들을 개선하거나 바꾸려는 그 어떤 반성과 비판도 없는 모습에 고연전이 얼마나 고대문화를 장악하고 있는지 새삼 느끼면서 우리는 같이 바꿔가자고 얘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Q 학벌에 대한 부분에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제가 고연전을 즐기는 이유는 학벌보다도 애교심이 더 큽니다. 당연히 다른 학교랑 운동경기를 하면 우리 학교를 응원하고 싶고 그런 응원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것 아닙니까? 학벌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A 자신이 속한 공간에 대해 생기는 애정에 대해서는 물론 공감합니다. 다른 학교와 하는 운동경기에서 우리 학교를 응원하면서 소속감도 느낄 수 있고 재미도 느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왜 꼭 우리의 상대가 연세대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봅시다. 가까이 있는 다른 수많은 학교들이 아닌 연세대와 매년 이런 운동경기를 하고 유독 연세대와 하는 운동경기에만 특별히 ‘고연전’이란 이름을 붙여 축제로 만든 것은 연세대와 고려대가 양대 사학으로 매년 수능점수에서도 엎치락뒤치락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일 겁니다. 결국은 학벌을 기준으로 한 라이벌 학교와의 운동경기를 통해 애교심을 고취하는 셈입니다. 그 애교심이라는 것도 고려대가 명문 사학이라는 자부심으로 이뤄져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 자부심 역시 수능점수의 상위권, 결국 학벌에서 오는 것이지요.


학벌의 상위권이라는 자부심이 없다면-고려대와 연세대가 학벌의 상위권이 아니라면- 고연전이 지금보다는 아마 덜 재밌을지도 모릅니다. 기차놀이와 같은 일탈도 학벌의 상위권에 있는 두 대학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용납해 줄 수 있는 것 이구요. 애교심이라는 것이 고려대의 학벌체제에서의 위상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측면에 주목한다면 단순히 내가 소속했기 때문에 애정을 느끼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Q 학벌의식의 발로라고 계속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결국 고려대 학벌보고 온 것 아닌가요? 애초에 아무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 아닌가요?


A 물론 고연전에서 드러나는 학벌주의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학벌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학벌사회에 살고 있는 이상 혼자서만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학벌주의의 폐해를 알게 된 이상 그것을 같이 바꾸려는 노력을 할 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 . 학벌이 사람의 능력을 판단하는데 고작 수능점수를 기준으로 삼고 그 미약한 기준으로 사람들을 경쟁에 내몰게 하고 경쟁에서 패배한 이들이 주변부로 밀려나는 지금의 현실은 분명 옳다고 할 수 없습니다.


고려대에 온 우리는 다행히 입시경쟁에서 승리하여 학벌사회의 수혜자가 되었으니 마음껏 즐기면 된다는 생각은 어쩌면 착각일지도 모릅니다. 모두들 고등학교 때 항상 마음 졸이며 옆의 친구들을 이겨야 한다는 압박에 사로잡혔던 기억들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했던 그 치열하고 비정한 입시경쟁 속에서 해마다 몇 명의 친구들은 자살을 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경쟁 속에 내몰려서 서로에게 삭막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 모두는 입시체제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능시험 한번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뀌는 이런 입시체제가 지금도 계속 되고 있습니다. 피해자인 우리 모두가 다 같이 이런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바꾸려고 노력한다면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있습니다.


Q 제가 느끼기에 대다수의 여학우들은 고연전의 응원문화를 즐거워합니다. 그리고 장애학생의 경우에도 요즘은 장애학생을 배려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사람들이 소외된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데요?


A 고대의 문화라고 일컬어지는 사발식, FM 그리고 응원 등은 집단적이고 남성 중심적이라는 얘기를 합니다. 남성 중심적이건 여성 중심적이건 그건 어쩌면 중요하지 않은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 ‘남성적’인 것을 우위에 놓는 경향을 보이는 현실 속에서 고대의 문화가 남성 중심적인 특성을 보이게 된 건 사회의 가치를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남성적인 것을 더 가치 있다고 여기면서 그 기준에 따라 다른 특성들에게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여학우들은 현재 사회의 가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고 실제로 그것을 적극적으로 즐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대 문화의 남성 중심적이고 배타적인 특성이 변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또한 고연전의 비장애 중심적인 문화를 비판할 때 요구하는 것은 장애친화적인 고연전이 아닙니다. 장애인을 ‘배려’한다고 해서 수화로 응원을 한다거나 하는 등의 변화는 장애인을 기존의 비장애인 문화에 포섭하는 것일 뿐입니다. 기존의 비장애인 문화가 주류를 차지하면서 장애인이 좀 더 ‘수월하게’ 즐길 수 있도록 ‘배려’와 ‘연민’을 보여준다고 해서 비장애중심성을 탈피할 수는 없습니다. 비장애남성중심적인 문화 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들이 고대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고대와 연대의 모든 개인이 고연전을 다 즐길 수 없다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떤 행사든 마찬가지 아닙니까? 고대의 다른 행사도 마찬가지인 것처럼 하기 싫은 사람은 안하면 되는 거 아닐까요? 강요하는 것도 아닌데요.


A 물론 고연전을 좋아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개인의 취향이지만 고연전이 고대의 문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고연전은 개인의 선택이 될 수 없습니다. ‘진정한 고대인’이 되려면 FM-사발식-고연전으로 이어지는 고대 문화의 매뉴얼을 모두 마스터해야 된다는 사실은 모두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고연전이 대표하는 집단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고대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고대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내성적이거나 ‘여성적’인 특성을 지닌 사람들 그리고 장애학우들은 자연스럽게 고대의 문화에 적응하기가 어렵고 결국 이런 행사들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고대의 문화에서 소외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적어도 고연전이 고대의 가장 큰 축제 중의 하나라면 모두가 다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해야하는 것 아닐까요? 고대의 가장 큰 축제라는 고연전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소외되고 많은 가치들이 배제되는데도 매년 아무런 변화와 비판이 없다는 것은 이 축제가 얼마나 폐쇄적이고 강압적인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결국 고연전을 없애자는 것인가요? 그럼 고대의 전통적인 문화가 없어지는 것인데 대안은 있습니까?


A ‘안티 고연전’은 고연전이 생산해내는 모든 부정적인 것들과 축제답지 못한 부분에 대해 반대합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것들을 알려내고 같이 변화시켜보자는 취지를 갖고 고연전에 대한 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대안을 ‘안티 고연전’에서 제시할 수는 없습니다. ‘안티 고연전’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그것을 모두 다 따르자고 한다면 그것 역시 ‘안티 고연전’의 의도와 맞지 않습니다. ‘안티 고연전’에서 그리는 축제는 모두가 다양한 목소리들을 내고 그 다양한 목소리들이 각각의 주체가 되는 자유로운 축제입니다. 그리고 그 주체는 우리 각자 자신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고대 문화라고 대표되던 고연전에 의해 다른 상상력이 들어설 공간이 없었지만 고연전이 사라진다면 축제에 무한한 가능성이 들어설 수 있을 것입니다.


고연전이 없어진다고 해서 학벌주의와 남성 중심적인 문화가 주류를 차지하는 지금의 가치체계 그리고 비장애 중심적으로 돌아가는 사회시스템과 점점 상업화되는 교육의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대학이라는 공간 안에서 하나의 축제에만도 수많은 사회의 권력이 작용한다는 것을 직시하면서 그것에 대한 고민과 논의를 계속 한다면 분명 대학 내에서 나아가 대학을 넘어서서 긍정적인 변화를 모색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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