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교육단체들이 명문대 합격을 알리는 학교 앞 현수막이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입시 기간이면 학교에서 흔하게 눈에 띄는 명문대 합격 현수막에 대해 인권 침해 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14일 전국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와 학벌없는사회 광주모임은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지역사무소 배움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특정대학 합격 게시물은 학생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현수막이 입시경쟁과 학벌주의를 조장하고 대학합격 여부만으로 학생을 차별해 인권을 침해한다는 것.
이들은 기자회견과 함께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학원도 아닌 학교가 취업, 재수, 유학 등 다양한 진로를 선택한 학생들을 무시하고 특정 대학교 합격 인원을 잣대로 교사들까지 줄 세우고 있다”며 인권침해 소지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이들 단체가 지난 달 광주지역 63개 고교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개 학교에서 ‘서울대학교 최근 10년간 108명 합격’ 등 명문대 합격을 알리는 현수막을 교문에 걸었다. 27개 학교는 홈페이지를 통해 합격 사실을 알렸다.
특히 합격사실을 부풀려 알리는 고등학교들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시 입학의 경우 수능시험 결과에 따라 최종 합격이 결정되는데 1차 시험 합격만으로 대학 합격 현수막을 걸었다는 것. 실제로 한 고등학교의 경우 ‘9명 서울대 합격’ 현수막을 걸었으나 수능성적 부진으로 대거 불합격해 2명만 최종 합격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3 재학생들이 참여해 인권침해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으며 진정서에는 많은 고3 학생들의 정신적 피해사례가 기록돼 있다. 현재 고3인 A양은 진정서를 통해 “오래 전부터 ‘○○대 합격-○○○’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등교할 때마다 좌절을 느꼈다”며 “학교의 자랑거리, 명예 때문에 다른 학생들의 자존심을 갈기갈기 찢어놓아서야 되겠느냐”고 밝혔다.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