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9일 인권위·공정위에 진정... 해당업체 "죄송, 즉각 판매 중단"

"대학 가서 미팅할래? 공장 가서 미싱할래?"
"10분만 더 공부하면 아내(남편)의 얼굴이 바뀐다."
"열공해서 성공하면 여자들이 매달린다."

 

최근 한 문구업체의 공책 디자인이 성별·직업·학력 차별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등 4개 인권단체가 9일 해당 업체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이들은 진정서를 내며 "(해당 상품의) 판매 문구는 심각한 인권침해 요소를 담고 있다"며 "상품을 주로 사용하는 청소년들에게 특정 집단을 향한 편견과 혐오 의식을 심어주고 있으므로 상품판매를 제한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해당 업체는 "오해를 불러 일으켜 죄송하다"며 "해당 공책들의 판매를 즉각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청소년들에게 편견·차별의식 갖게 할 우려"
인권단체들은 해당 업체의 공책 디자인이 ▲ 성별·학력·직업 등 인권침해 ▲ 허위·과장 등 불공정거래 ▲ 기업의 인권·사회적 책임 방기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해당 상품 문구는 '시민정치적권리에관한국제협약 19조 3항'과 '국가인권위원회법 2조 3항에 명시돼 있듯 심각하게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편견과 부정적 평판을 조장, 확산시키고 있다"며 "이는 공공질서와 공공복리를 심히 저해한 인권침해와 차별임과 동시에 '시민정치적권리에관한국제협약 20조'의 차별·선동 우려가 있는 광고"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의 경우, 노동을 향한 심각한 비하와 조롱을 통해 학력과 학벌의 환상을 조장하고 있다"며 "노동의 일반적 정서와 생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 소비층인 청소년들에게 편견과 차별의식을 갖게 할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 "'10분만 더 공부하면 아내(남편)의 얼굴이 바뀐다'는 문구는 과학적 혹은 통계적으로 설명된 바가 없으므로 거짓·과장성이 인정되는 불공정거래 행위"라며 "학습의 목적을 결혼으로 단순화시키고 과도한 입시경쟁을 당연한 현실로 전제해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인권단체들은 "유엔인권이사회는 2011년 '프레임워크'를 검토·발표하면서 '기업은 모든 해당법률을 준수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는 역할을 가진다'고 명시했다"며 "해당 업체는 문제를 자각하지 못하고 있기에 법률에 의한 제한 조치로 국가인권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에 시정조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해당 업체는 즉각 사과했다. 업체 관계자는 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인터넷에 재미있는 급훈이라고 올라와 있는 것을 차용해 해당 공책을 만들었는데, 오해를 일으킨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곧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해당 공책의 판매도 중단할 것이며 앞으로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오후 4시 현재 문제가 된 공책의 인터넷 홈페이지 판매 안내가 사라졌다.

 

한편 이날 진정을 낸 시민단체 중 하나인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은 11일까지 해당 업체 공책의 '패러디 문구 공모전'을 연다. 시민모임은 "'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 대신 '대학가도 취업 안 돼, 취업해도 최저임금'" 등을 예로 들며 "이메일(antihakbul@gmail.com), 페이스북(바로가기), 트위터(바로가기)로 공모작을 보내달라"고 밝혔다. 선정된 공모자에게는 소정의 선물을 증정할 예정이다.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80601&CMPT_CD=P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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