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0명 합격.' 대학입시가 끝나면 고교 정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수막 글귀다. 많은 학생이 이 현수막을 동경과 열등감이 뒤섞인 눈길로 바라보곤 했다. 그런데 1월14일 광주에서 의미심장한 사건이 벌어졌다. 참교육학부모회와 학벌없는사회 광주지부는 "특정 대학 합격자를 축하하는 현수막을 내거는 것은 학벌주의를 조장하고 학생의 다양한 진로 선택을 막는 차별 행위로,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눈길을 끄는 건 이날 진정서를 내는 과정에 몇몇 고교생도 참여했다는 점이다. 이들 고교생은 < 시사IN > 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네르바 학력 논란에 대해서도 예민한 의견을 내놨다. 임하성군(고교 3학년)은 "누리꾼 사이에서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던 인물이 실업계고·전문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무시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경제난 속에서 명문대 출신 관료도 무능하다는 게 드러나는 마당에 아직도 학벌 타령을 하는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올해 광주 지역 대학에 진학이 결정된 또 다른 고교생은 "가뜩이나 내가 진학할 학교를 두고 '지잡대'(지방 잡대)라며 무시하는 바람에 자존심이 상했는데, 미네르바 사건을 보면서 상처가 더욱 깊어졌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 광주지부 활동가(24)는 "미네르바의 학력이 조롱거리가 되는 이런 풍조가 입시 경쟁에서 탈락한 고교생과 비명문대 진학 예정 학생에게 말할 수 없는 패배감을 안겨주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오성 기자 /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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