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49%를 줄이겠다는 행정안전부의 안에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마치 시장에서 물건값 흥정하듯이 행정안전부는 30%를 제시한다.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와 친 시장주의자임을 외치는 이명박 정부다운 모습이다.
하지만 과연 인권위가 그렇게 흥정할 수 있는 기구일까?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같은 정부조직들과는 근본부터 다른 조직이 바로 국가인권위원회다.
명박산성에 둘러싸여 법치주의에 질식되는 국민들에게 인권위는 최소한의 산소공급을 담보하는 기구였다.
모두가 `Yes!’라고 입을 맞출 때 `No!’를 말하는 정부기구, 그것이 촛불국면에서 본 국가인권위원회의 모습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광주=5·18’을 떠올리겠지만, 장애인권 활동가들은 좀 다르다. 아니 적어도 나이 스물에 광주로 내려온 5·18 이후 출생자인 내게 있어 광주는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으로 연결된다.
`광주=인권의 도시’로 연결되는 일반적인 도식은 내게 있어 20여 년 전의 오래된 도식으로 느껴진다. 전국 최하위 수준의 장애인권 현실은 `예산 타령’에 반쯤 꺾이고 `무관심’에 싹이 밟힌다.
여성이라서 장애인이기 때문에 이주노동자이거나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속절없이 감내해야 했던 차별들을 진정하고 하소연할 출구가 바로 인권위였다.
인화학교 문제가 그 출구로 빠져나갈 수 있었고, 화장실조차 제대로 갈 수 없는 시청 건물의 문제가 빠져나갈 수 있었으며 수 천 건의 문제들이 3년 여 동안 드러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출구가 지금 행정안전부의 조직축소로 막히려 하고 있다. 광주, 대구, 부산에 설치된 인권위 지역 사무소는 폐쇄되고 진정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기본적인 인력의 ⅓이 줄어들 판이다.
지금도 부족한 인력 때문에 진정하고 조사될 때까지 한 세월인데 지역 사무소가 폐쇄되면 조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서울에서 조사관이 내려와야 한다는 얘기다.
일상적이고 구조적인 차별은 사람의 생명을 한순간에 빼앗을 수 있음을, 2006년 광주의 중증장애인 동사 사건은 보여준다. 뉴타운 이름 앞에 한겨울 길바닥으로 나앉아야 하는 이들의 몸부림이 법치주의란 미사여구 아래 새까만 죽음으로 변할 수 있음을 용산참사는 보여준다.
인권위는 법치주의니 `기업 프렌들리’니 하는 정권의 냄새 나는 불순물이 섞이지 않아야 하는 곳이다.
이 사회의 차별받는 모든 이들을 위해, 30%가 아닌 0.00003%라 할지라도 행정안전부에 의한 조직축소는 용인될 수 없다.
행정안전부의 막돼먹은 가위질 앞에 인권위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관심과 행동이 필요한 지금이다.
도연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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