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떠들거나 매점 밖으로 먹을 것을 들고 나오면 학생들에게 신고를 당한다. 학교는 벌점에 해당하는 행위를 신고한 학생에게 상점을 준다. 신고로 적발당한 학생들은 벌점을 받는다. 적발당한 학생들은 벌점을 만회하기 위해 또 다른 벌점 대상자를 찾는다. 학생이 학생을 고발하는 비교육적인 행태가 광주시내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이 효과적인 학생 생활지도를 위해 올해 도입한 `그린(GREEN) 마일리지 디지털 시스템(상벌점제도·이하 그린마일리지)’이 악용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21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올 1학기부터 광주시내 초등학교 13개교, 중학교 57개교, 고등학교 18개교 등 총 88개교에서 `그린마일리지’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그린마일리지’는 학교생활 규정을 어기는 학생을 체벌이 아닌 벌점으로 지도하고 좋은 행동을 하는 학생에게는 상점을 부여해 선행을 독려하는 제도다. 누적 벌점이 일정 기준을 초과한 학생이 교내 봉사활동에 참여하면 벌점을 감해주는 방식이다.

한데 일부 학교에서 이처럼 좋은 취지의 `그린마일리지’가 학생들간 `통제·감시 시스템’으로 변질 운영되고 있어 문제다.

광주 A중학교는 생활지도 상·벌점 기준 표를 작성, 그린마일리지를 운영하고 있다. 벌점은 용의 및 복장(11항목), 교내외 생활(17항목), 수업태도(2항목) 등 30항목이다. 상점은 환경미화 및 봉사활동(7항목), 고발 및 신고활동(7항목), 수상 및 명예선양(5항목), 선행 및 모범학생(6항목), 출결(2항목), 수업태도(3항목) 등이다.

여기에서 눈에 띄는 것이 상점 항목에 들어 있는 `고발 및 신고활동’. 학생들이 벌점에 해당하는 행위를 신고하면 상응하는 상점을 주도록 하고 있는 것. 행정기관에서 시행하는 각종 `신고 포상제’와 같은 이치다.

이 학교 학부모들은 “학교가 그린마일리지를 내세워 학생 간 상호 감시 분위기를 조성, `당근’(상점)과 `채찍’(벌점)을 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매점에서 먹을거리를 들고 나오다 다른 학생들에게 적발되면 5점의 벌점을 받는다”며 “학생이 학생을 고발해 상을 받는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 너무나 비인간적인 교육”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벌점을 받은 학생들은 그 점수를 만회하기 위해 다른 학생을 고발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교사들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효율적으로 학생들을 통제하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학교 학생부장은 “신고당한 학생의 벌점은 담임교사가 기록한다. 휴지나 쓰레기를 버린 학생을 적발하면 신고한 학생에게 상점을 준다”며 “1학년 학생이 3학년 학생을 신고하면 3학년 학생을 불러 벌점을 주고 신고한 학생은 비밀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지도 점수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학기 초에는 신고가 많았는데 지금은 줄어들고 있다”며 “월별로 누계점수를 산출해 벌점 10점 이상 학생들은 1시간 교내봉사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그린마일리지’가 매 맞는 과정을 생략하고 있을 뿐 일종의 `도덕성 시험’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B여고 김 모양은 “상점과 벌점이 누적되면서 도덕성을 점수화 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상·벌점의 숫자가 구체적으로 학생을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그린마일리지의 문제점을 지적한 C중학교 교사는 “학교마다 운영방식이 천차만별이다.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내부 고발자를 양산할 수 있다”며 “별도의 생활법규가 아닌 학생들이 소통하는 구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시범 실시한 만큼 문제점이 훨씬 많을 수 있다. 이 제도의 단점과 문제점을 개선하면서 꾸준히 추진한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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