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10년 만에 수능 만점자가 나왔다. 광주서석고 3학년 최장우 학생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전 영역 만점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지난해 12월 초 지역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광주는 지난 2016학년도 이후 재학생 만점자가 나오지 않았고, 최 학생은 2000년 이후 여섯 번째 만점자로 기록됐다.
이 같은 성취는 개인과 학교, 가족의 노력에 대한 축하로 충분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공교육 행정의 상징으로 어떻게 변용되는가에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이 성취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1월 28일에 '수능 만점자 초청 강연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필자가 속해 있는 광주의 시민단체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이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며 즉각적인 취소를 촉구했다.
교육청은 신문고 민원에서 제기된 취소 요구에 대해 "성과주의를 추종하는 행사가 아니다"라며, 만점자의 강연이 자신의 학교생활과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수능 만점자'를 전면에 내세운 행사 자체가 이미 점수 중심 담론을 강화하는 상징적 행위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실제로 이번 만점자는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과거 한 교육계 유튜브 채널에서 수학 문제를 빠르게 푸는 모습이 공개되며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온라인 반응은 대중이 만점자를 어떻게 소비하는지를 보여준다. 개인의 재능이 뉴스와 영상 콘텐츠로 확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를 공교육의 공식 행사로 확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교육청은 강연이 예산을 쓰지 않고 수당도 지급하지 않는 등 운영상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논점은 예산이 아니라 공교육이 어떤 모델을 공식화하고 확산하려는가에 있다. 성적 중심의 성과를 공교육의 공식 메시지로 만드는 것은, 비록 좋은 의도에서 출발했더라도 경쟁과 서열 중심의 문화를 강화할 위험이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서도 이번 만점자 배출을 두고 "10년 만의 쾌거"라는 긍정적 표현이 주를 이뤘다. 이는 개인의 성취를 축하하는 데는 적절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맥락을 놓칠 위험도 있다. "만점"이라는 숫자는 평가의 척도일 뿐, 학생 각자의 개성과 과정은 또 다른 가치다. 수능이 인생의 전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최고의 목표인 양 교육청이 나서서 호들갑을 떨면 되겠는가.
공교육의 역할은 최고의 결과만을 기념하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존중받고 다양한 성장 경로를 인정받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수능 만점자를 초청해 그의 경험을 듣는 자리는 의미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성적 중심 담론의 재생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교육행정은 신중해야 한다.
우리는 이번 논란을 통해 다시 묻는다. 공교육은 어떤 성공을 승인하고 재생산할 것인가? 그리고 그 승인 과정에서 "모든 학생의 존엄과 다양한 배움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말이다. 이번 사안을 단순한 축하 행사로 넘길 것이 아니라 교육행정의 철학과 방향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