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6년 개발도상국 시기부터 시작한 기능경기대회,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강행.

- 산업현장과 동떨어진 기능 반복수련, 직업교육과정 파행. 학생 사망 사건도 발생.

- 과열 경쟁 막기 위한 정부 개선안 발표되었지만, 앞다투어 수상실적 과시.

- 새로운 가치 위에서 대회 목적이 재정립하되, 차별과 불공정도 해소되어야.

 

전국기능경기대회는 우수한 숙련 기능을 가진 인재들이 모여 기능을 겨루고, 배우고 즐기는 축제이다. 1966년 시작한 대회는 올해로 55회를 맞았으며, 참가 선수들은 주로 직업계고등학교 학생들 (2019년 기준 95.7%, 실참가자 4688명 중 4489)이다.

 

언뜻 보기에 삭막한 입시 경쟁 싸움터 바깥에 차려진 축제 마당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종목만 바뀐싸움터로 변질되고 있다. 기능경기대회 참가자들의 실력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지만, 2000년대 중반에 대기업에서 기능경기대회 입상자를 채용해온 이래, 살벌한 경쟁을 벌여온 탓이다. 교육현장에서 기능경기대회 폐지 목소리를 내왔지만, 주최 측은 코로나 속에서도 결국 대회를 강행하였다.

 

- ‘기능을 겨루어 산업 역량을 키우겠다는 사고방식 자체가 개발도상국 시기의 프레임 안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지 오래이며,

- 단지 메달을 목표로 산업현장과 동떨어진 기능을 수련하기 위해 정상적 교육과정 대신 3년 내내 대회 과제를 연습하는 파행을 겪는 경우도 많다. 반복적 기능학습은 노동 혹사에 가까운데다가 안전성장보다는 경쟁성과가 중시된다.

- 2007년 대회 중 안전사고로 H학생이 사망한 바 있으며, 올해 4월 대회 준비 중 L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시민사회는 기능경기대회를 폐지하거나 새로운 패러다임 위에서 디자인하라고 문제제기해 왔다.

 

과잉경쟁이 심각한 탓에 최근 정부는 임기응변이나마 개선 방안을 마련하였지만, 광주광역시 관내 공공기관 및 학교에서는 그마저도 지키지 않고 있다.

 

- 언론 모니터링 결과, 광주△△공고, 전국기능경기대회서 은탑수상”, “광주, 전국기능경기대회 ◇◇역대 최고 성적 등 최근 열린 전국기능경기대회 직후 종합순위를 공개하는 여러 기사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광주광역시교육청 및 한국산업인력공단 광주지역본부이 발송한 보도 자료에 근거한 것으로 파악됐다.

- 이러한 과시 행태는 경쟁과열 요소로 지적되고 있는 시·도별 종합순위를 폐지하라.’는 정부의 기능경기대회 개선 방안(2020. 6.)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 기능경기대회가 어떤 시대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지, 직업교육을 어떻게 비틀고 있는지 성찰하기는커녕 수상실적을 지역이나 학교의 성과처럼 자랑하기에 급급한 것이다. 이러한 행태는 출전 기회 자체를 얻지 못했거나 입상하지 못한 대다수 참가자들을 소외시킨다. 이는 다음 대회 준비를 위해 건강, 안전, 학습 등의 기본권을 더욱 억압하는 악순환을 부추긴다.

- 또한, 정부의 개선방안에 따르면, ‘기존 기능반은 전공 심화 동아리로 전환하도록 하고 있고, ‘공개모집, 자율 가입 및 탈퇴등을 보장하도록 했다. 하지만 광주광역시 관내 대다수 직업계고등학교는 공개모집 공고 없이 기존 기능반을 전공심화 동아리로 이름만 포장하여 운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회 자체도 문제이지만, 대회 참여 기회조차 불공정하고 차별적이며 반교육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능경기대회는 지역, 학교의 명예 과시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에 우리는 제55회 전국기능경기대회 광주 선수단 해단식(2020. 10. 8)에 앞서 다음과 같이 교육·노동당국에 촉구하는 바이다.

- 직업교육과정을 정상화하고, 이를 이수한 학생에게 진로기회가 공평하게 보장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 직업교육을 왜곡하는 선별, 보상 중심의 기능경기대회를 폐지 또는 개선하라.

- 기능경기대회 참가 기회의 차별 및 대회 준비과정의 파행을 바로잡고, 대회 결과를 기관의 성과처럼 자랑하는 행태를 엄단하라.

 

2020. 10. 8.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광주광역시청소년노동인권센터, 광주여성노동자회, 광주청년유니온,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 광주비정규직센터, 전국여성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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