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게중심은 의대가 아니라 공공의료이다.-

 

 

723, 정부와 여당은 당정협의회를 통해 의대 정원을 늘려서 공공의료를 보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의대 정원을 4천 명 늘리는 한편 의대가 없는 지역에 의대를 신설하고, 폐교인 서남대 의대를 공공 의대로 살릴 계획까지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에 대한 면허제도를 운영하는 이유는 국가가 보증하는 전문성에 근거해 공동체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이러한 면허제도는 전문성과 자격을 검증하는 체계를 갖추기보다 학벌주의와 입시제도에 기대어 운영되어 왔다. 그러다보니 공동체에 필요한 전문직을 충분히 배출하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따라서, 교육기관이 의과대학, 법학 전문대학원 등 전문직에 진출할 분야의 정원을 결정할 때는 교직원 수, 수용 가능 인원, 교육 환경 등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 이미 전문직에 진출한 종사자의 수입이 얼마이고, 사회적 지위를 예전처럼 독점할 수 있는지 등의 기득권이 판단의 잣대로 작용하고 있다.

 

변호사 시험을 자격 시험화 해달라는 법학 전문대학원 학생들의 요청이 매년 묵살되고 있으며, 선거철마다 의대 유치 공약이 남발되곤 한다. ‘아무 대학 출신이나 변호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아집, ‘의대가 있어야 좋은 대학이 될 수 있다는 식의 학벌주의 유령이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지역에도 의전원, 법전원을 설립해서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지만, 학벌주의의 유령을 내쫓지 않는 한, 이러한 시도는 서울 중심주의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723일 당정협의회 이후, 김영록 전라남도지사와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전라남도당위원장은 공동입장문을 내어 전남에 의과대학 신설을 추진하되 동부권과 서부권에 대학병원과 강의캠퍼스를 분리하여 설치하는 절충안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얼핏 유치경쟁에 따른 지역 갈등을 다스리려는 노력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들의 입장문에는 의대 설립을 의료의 공공성 확보에서 바라보지 않고, ‘지역개발학벌주의로 바라보는 시각이 노골적이다.

 

공공 의료 체계를 다지고, 의료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지, 어느 곳에 의대가 생기는가가 부차적 문제이다. 질 좋은 공공의료 인력이 확보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며, 지역민에게 친화적인 공공의료체계가 강구되어야 한다.

전남지역에 대학병원이 부족하다면, 전남지역 안에서 접근성이 검토되고, 신설 위치가 계획되어야 한다. 의대 증원, 신설은 이런 흐름 안에 자연스럽게 뒤따라 놓이면 된다.

 

의대가 어디에 설립되는가가 지역 발전의 동력이 될 것처럼 호도되어서도 안 된다. 전남 지역에 의대가 신설될 경우, 정원은 50~100 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들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주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다.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의대 설립 위치를 두고 언쟁할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확충의 관점에서 이번 당정협의회의 방안을 검토하고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이에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지역의 제 정당, 시민사회단체들이 공공의료를 중심으로 두고 사회적 논의를 이어갈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또한, 전라남도와 교육부, 보건복지부 및 지역의 국공립대학에 공공의료의 관점에서 사회적 의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취지의 민원을 제출하였다.

 

 

2020728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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